서·논술형 평가를 학교 현장에 안착시키려면 교사 개인의 평가 역량 강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채점·피드백 시간과 교사 간 협력, 생성형 AI 활용 기준 등 학교·교육청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학생평가를 위한 협력 시간을 공식적으로 편성하고 제도화하는 방안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함은혜 국립공주대 교수와 김수연 학사과정, 임다미 부교수는 ‘한국교원교육연구’ 제43권 제2호에 게재한 논문 ‘단위학교 서·논술형 평가 역량 지원 방안과 정책 요구도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중·고교 교사 초점집단면담과 학생평가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한 두 차례 델파이조사를 통해 3대 원리, 9개 하위 영역, 35개 세부 지원 과제를 도출하고 중요도와 실행 수준을 비교했다.
서·논술형 평가는 학생이 지식을 이해하고 정보를 조직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줄 수 있어 창의·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확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채점 부담, 평가 기준에 대한 전문성 부족, 교사 간 협업 시간 부족 등이 여전히 제약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진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의 방향을 ‘사고하고 표현하는 평가 경험의 확대’, ‘성찰하고 성장하는 평가 경험의 확장’, ‘교사의 학생평가 전문성 강화’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단순히 서·논술형 문항 비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자신의 답안을 검토·수정하고 교사가 수업과 평가, 피드백을 연계하는 구조까지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정책 요구도에서는 현장 실행 기반을 만드는 과제들이 상위에 올랐다. ‘서·논술형 과제 개발·활용 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 개발·보급’은 해당 영역의 Borich 요구도 1위였고 ‘총괄평가에서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위한 체제 개선’이 2위였다.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은 중요도 4.92점에 비해 실행도는 2.42점에 그쳐 격차가 컸다.
AI 활용에서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문항·과제 개발 단계와 채점·피드백 단계에서 AI 활용 방식과 위험성이 다를 수 있다며 교사 주도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연구진은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함께 AI를 활용한 업무 부담 완화, 교사 주도 협력 채점·피드백 방안 등을 별도 지원 과제로 구체화했다.
교사에게 평가를 준비하고 검토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도 핵심 과제로 나타났다. 채점·피드백 시간 확보와 수업-평가 연계를 위한 과제 개발·검토 시간 확보가 높은 요구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서·논술형 평가가 확대될수록 문항 개발뿐 아니라 학생 답안 분석과 피드백, 채점기준 조율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를 기존 업무에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학생평가를 위한 협력 시간 편성 및 제도화’는 중요도 4.83점, 실행도 1.83점으로 격차가 3점에 달해 해당 영역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고 Borich 요구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공동 출제와 교차 채점, 평가 결과 공유 등 협력적 평가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교사 개인의 자발성에 맡기지 않고 학교 운영 안에서 협력 시간을 공식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평가 전문성 개발 방식도 일회성 연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실습·성찰 기반 중장기 연수와 범용 공통채점기준 개발, 동학년·교과별 학생평가 전문가 연계 지원 등이 중요도와 요구도 모두 높은 과제로 분류됐다. 평가 전문성을 문항 제작 기술에 한정하지 않고 교육과정 이해부터 수업·평가 연계, 채점기준 설계와 피드백까지 아우르는 역량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교사의 노력이나 전문성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평가의 설계·운영·채점·피드백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과 협력 구조, AI 활용 기준, 학교 조직문화와 교육청 지원까지 함께 갖춰야 서·논술형 평가가 실제 수업 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