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464쪽, 2만 4,000원) 논리적인 설명이 상대의 마음에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흉내 내는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유창한 말이 아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비언어적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인간 상호작용의 핵심 조건으로 터치, 눈 맞춤, 정서 조율, 순서 바꾸기, 함께 보기, 관점 바꾸기 등 여섯 가지를 제안한다. 소통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 기술이 아닌 존재의 조건이자 ‘서로 감탄하는 상호주관적 경험의 회복’이다. 불안을 잠재우는 문해력 상담소 (한희정 지음, 다봄교육 펴냄, 220쪽, 1만 7,000원) 2010년부터 100회가 넘는 학부모 연수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권으로 갈무리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히라’는 모호한 조언에서 벗어나, 초등 국어 교육과정의 설계 원리를 바탕으로 아이의 문해력 빈틈을 정확히 진단하는 실질적 방법을 제시한다. 읽기·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수학 지문이나 스마트폰 환경 등 일상 속 ‘도구적 문해력’까지 다각도로 짚으며, 현실적인 문해력 로드맵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고전에
서울청량초등학교(교장 함정식)가 학생들의 인성과 역량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는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서울청량초는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힘을 기르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인성을 함양하며, 미래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독서와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기본에 충실한 교육 ▲양궁과 1인 1악기를 통한 마음의 힘을 키우는 교육 ▲학생자치와 오케스트라를 통한 협력적 인성교육 ▲AI·디지털 교육을 통한 미래 역량 강화라는 네 가지 교육 축을 중심으로 미래형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독서와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기본에 충실한 교육 먼저 청량초는 독서를 모든 배움의 기초로 삼고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온작품 읽기, 독서토론, 작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르고 있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학생 수준에 맞춘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영어교육에서는 영어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수준별 영어 원서를 읽고 있으며, 매월 레벨 승급 학생을 시상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조호르바루에 도착했다. 말레이반도 최남단에서 싱가포르섬과 마주한 이 도시는 양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과 자본의 흐름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울창한 열대우림 사이로 내륙 교통망이 유기적으로 발달한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탑승한 버스는 안락하게 조호르바루로 도착했다. 조호르바루 숙소 관찰기 _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경험하다 조호르바루는 세계도시 싱가포르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일일생활권이면서도 생활 물가는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달 살기로 소문난 곳이다. 고심 끝에 싱가포르로의 국경 이동을 고려해 JB 센트럴역에서 가까운 현대적인 주상복합단지를 숙소로 정했다. 정형화된 호텔을 벗어나 공유숙소를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일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주거 공간이 가진 특성을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이 공간의 철저한 방어적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이 출입을 경계하고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정문의 제복 입은 경비원에게 스마트폰 예약 화면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별일 없
선거가 끝나면 늘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누군가는 결과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흥미로운 것은 이런 현상이 선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포츠에서는 판정 논란이, 연예계에서는 방송국의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수행평가 결과가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 “특정 학생만 챙겨준다”는 루머가 돌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끊임없이 음모론을 만들어낼까. 정말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비밀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마음속에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어떤 심리적 장치가 존재하는 것일까. 첫 번째 장치 _ 의미를 찾는 뇌, ‘아포페니아’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의미를 찾는 동물’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패턴을 찾는다. 돌의 생김새나 별자리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고, 우연히 반복된 사건 속에서도 의미를 읽어낸다. 진화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유용한 능력이었다.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바람인지 맹수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바람이었더라도 맹
징비록은 과거를 비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찰의 기록이다. 교육감 선거를 직접 경험한 지금,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남기는 일 역시 그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다. 이 글은 누군가의 승패를 평가하거나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랫동안 교육행정 현장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번 선거를 직접 치른 한 사람으로서 선거 과정에서 확인한 몇 가지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을 뿐이다. 필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국제교육기구를 오가며 교육정책을 다루어 왔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믿음은 하나였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서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과 정책이라고 믿었다.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무너진 기초학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선거의 중심이 되리라 기대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책 경쟁이 선거를 이끌 것이라 믿었지만, 무엇을 알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알려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
몇 년 전이었다. 6학년 서너 명이 도서관에 왔다. 독서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니 동아리 지도를 맡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여태까지의 독서동아리는 보통 다른 동아리를 신청했다가 떨어져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오는 동아리였는데 의외로 여학생 몇 명이 이끄미가 되어 부탁하러 왔으니, 나로서는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은 동아리 모집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소개해야 하는데 독서 외에 다른 활동을 넣어도 되냐고 물었다. 모든 활동은 책과 연결되는 것이라서 활동 자체가 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자율동아리는 3학년부터 6학년이 함께하는 동아리다. 매주 화요일 5~6교시에 각 교실과 특별실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다. 이끄미를 맡은 고학년들이 포스터를 그려서 복도 게시판에 붙이고 각 학급에 돌아다니며 동아리 부원을 모집했다. 나는 나대로 ‘과연 어떤 아이들이 올까? 몇 명이 올까?’ 하는 기대감에 일주일을 보냈다. 함께 어울리는 마당 동아리 수업 전날 이끄미들이 달려왔다. “선생님, 12명이 모집되었어요!”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12명의 아이가 모인 것이다. 농촌 소외지역의 소규모학교라 12명은 많은 숫자였다. 그 노력이 기특했다.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응시자의 발표나 답변을 바탕으로 면접관 또는 다른 응시자가 추가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응시자가 다시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 현안에 대한 이해도, 문제 분석력, 정책 판단력, 의사소통 능력, 교육전문직으로서의 태도와 직무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방식이다. 특히 상호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응시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질문하며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개인 발표 능력을 넘어 경청 능력, 비판적 사고력, 협력적 소통 능력, 정책 융합 능력을 함께 확인한다는 점에서 최근 역량중심 면접의 중요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의 특징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정해진 질문에 답하고 끝나는 면접이 아니다. 응시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가”, “교육지원청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가”, “정책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와 같은 후속 질문이 이어진다. 따라서 이 면접에서는 단순히 많은 정책을 알고 있는 것보다, 제시된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답변을 논리적으로 보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질문받을 때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질문 속에 담긴 현장 우려를 파악
국가 재건과 인적 자원 개발의 변곡점 1960년대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여러 개발도상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국가 재정은 늘 부족했다. 그러나 불과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한국은 중등교육을 사실상 보편화하고,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한국 교육의 성취는 흔히 대학 진학률이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로 설명된다. 하지만 그 토대는 1960~1970년대 국가가 추진한 일련의 교육정책 속에서 형성되었다. 중학교 입시 폐지와 고교평준화, 직업교육 강화, 산업체 부설학교와 방송통신학교의 도입, 그리고 지방 국립대학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다. 이 정책들은 한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1960~1978년 한국 교육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살펴본다. ‘무즙 파동’이 바꾼 교실 _ 중학교 입시 폐지와 평준화 정책 1959년 초등 의무교육의 완성은 대규모 초등학교 졸업생을 배출하며 중학교 진학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1960년대 우수한 중학교와 명문 고
일반적으로 임용이란 공무원의 신분을 부여(설정)하여 근무하게 하는 모든 인사활동을 의미합니다. 「교육공무원법」은 이러한 임용에 관한 사항을 교육공무원의 특성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교직의 첫걸음인 신규채용부터 마지막 단계인 퇴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임용의 개요를 살펴보고, 이어서 신규채용 및 경력경쟁채용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근거 •「국가공무원법」 제26조(임용의 원칙), 제27조(결원 보충 방법), 제28조(신규채용), 제32조의4(파견근무), 제33조(결격사유), 제43조(휴직·파견 등의 결원보충) 등 •「교육공무원법」 제6조~제9조(자격), 제10조(임용의 원칙), 제10조의3(채용의 제한), 제10조의4(결격사유), 제11조(교사의 신규채용 등), 제12조(경력경쟁채용 등), 제13조(승진), 제17조(보직 등 관리의 원칙), 제18조(겸임), 제21조(전직 등의 제한), 제29조의2(교장 등의 임용), 제29조의3(공모에 따른 교장임용 등), 제31조(초빙교원), 제32조(기간제교원) 등 •「교육공무원임용령」 제3조(임용권의 위임), 제4조(결원의 적기보충), 제5조(임용시기), 제6조(임용시
AI가 대신 써준 과제, 우리는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선생님, 이 학생 글이 좀 이상한데요. ChatGPT가 쓴 것 같아요.” 어느 교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학생이 제출한 논술형 수행평가 결과물이 지나치게 유창하고 구조적이었다. 평소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수준 높은 문장을 써냈다. AI 대필을 의심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AI 탐지 프로그램을 돌려봤지만, 결과는 애매했다. 결국 그 교사는 학생이 제출한 산출물에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특정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일상화된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은 몇 초 만에 서·논술문을 완성할 수 있고, 자료를 분석하고 요약하는 일도 AI가 대신한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했던 결과물이 이제는 프롬프트 한 줄로 뚝딱 만들어진다. 교사들은 이러한 결과물 앞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AI가 썼는지 학생이 썼는지 모를 산출물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 과연 타당한 평가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이 제출한 산출물 자체를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산출물이 만들어지는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