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사의 인격적 모범
대학원 시절 어느 날이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친구들과 함께 지도교수님의 연구실을 들렀다. 교수님께서는 상당히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 계셨다. 그 이유를 여쭤 보니, 교문 밖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중에 길거리 좌판상에서 눈에 띄는 액자가 있어 두 개를 사오셨고 지금 막 책상 앞면 벽에 걸려고 하는 참이라는 것이다. 평생 뇌리에 박힌 스승의 액자 교훈 그러면서 그 액자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하나는 지휘자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지휘봉을 들고 있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발레리나가 허리를 숙여 발레 토슈즈를 여미는 것이었다. 별 것도 아닌 싸구려 액자들을 사 놓고 싱글벙글해 하시는 교수님을 우리는 의아스럽게 쳐다봤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그 사진들이 주는 의미를 설명하셨다. 즉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지휘를 하기 직전에 최선을 다해 지휘를 하겠노라는 마음가짐과 발레리나가 무대에 서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토슈즈를 점검하는 마음가짐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면서, 교사도 항상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즉 늘 있는 강의를 교사는 태만한 자세로 임하기도 하고, 때로는 싫증을 내기도 하면서 시간 때우기 식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예의 지휘자나 발레리나처
- 강선보 고려대 교육학과·논설위원
- 2015-12-21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