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며 만나게 되는 외래어나 외국어에 대해 알아보자. 차를 갖고 길을 나서는 경우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일일이 지도를 보고 찾아가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도구가 나와서 참 편리해졌다. ‘내비게이션’은 길을 안내해 주는 기능을 하므로 ‘길안내기’나 ‘길도우미’로 바꿔 쓰면 된다. (1)내비게이션(navigation) → 길안내기/길도우미 겨울철에는 길 위의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기를 반복한다. 노면 위에 얇고 투명하게 살얼음이 얼어 있기도 해 매우 위험하다. 이렇게 생긴 살얼음을 ‘블랙 아이스’라고 하는데, 말뜻 그대로 ‘(노면)살얼음’이라고 하면 된다. (2)블랙 아이스(black ice) → (노면)살얼음 아무리 운전 경력이 많다 해도 이런 길에서 사고를 피하려면 급제동이나 급가속은 피하고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겨울철에 이렇게 도로가 얼었다 녹았다 하고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을 뿌리다 보면 아스팔트 길 표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마치 그릇처럼 구멍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을 ‘포트홀’이라고 한다. 도로 위에 구멍이 난 것이니 ‘노면홈’으로 바꿔 쓰면 된다. (3)포트홀(pot hole
지하철을 타러 내려 갈 때 계단이 길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간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동 거리가 먼 경우에는 무빙워크가 설치된 역도 있다. 행인을 수인 구경하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웹진 형식의 뉴스레터를 열어 보기도 하다가 전동차가 도착하면 스크린도어가 열린다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전철을 타서는 환승역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여기에 쓰인 밑줄 친 말들을 쉬운 말로 바꿀 수는 없을까?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이나 화물이 자동적으로 위아래 층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계단 모양의 장치이므로 ‘자동계단’으로 쓰면 된다. ‘엘리베이터’는 동력을 사용해 사람이나 화물을 아래위로 나르는 장치이므로 ‘승강기’로 쓰면 된다. 영어 ‘elevator’는 위로 올라간다는 일방향의 뜻인데 우리말의 승강기(昇降機)는 오르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쌍방향의 뜻을 갖고 있어 대조적이다. ‘무빙워크’는 평지나 약간 비탈진 곳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사람이 이동할 수 있게끔 자동으로 움직이는 길 모양의 기계 장치이므로 ‘자동길’로 바꿔 쓰면 된다. ‘행인’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길 가는 사람’이나 ‘지나는 사람’으로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본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밑반찬으로 딸려 나오는 여러 음식을 우리는 흔히 ‘쓰키다시(つきだし)’라고 한다. 이 말은 ‘곁들이찬’이라는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다. ‘곁들이’는 다음과 같은 뜻의 우리말이다. (1)곁들이: 주된 음식의 옆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차려 놓은 음식. (2)쓰키다시(つきだし) → 곁들이찬 생선 중에서 주로 ‘머드러기’를 골라서 살을 얇게 저며 회를 쳐서 먹는다. 이것을 ‘사시미’라고 하는데, ‘생선회’라고 바꿔 쓰면 된다. (3)머드러기: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4)사시미(さしみ) → 생선회 광어 새끼나 도다리 새끼 등은 뼈째 썰어서 먹기도 하는데 이것을 ‘세고시’라고 한다. 뼈째 썬 회니까 ‘뼈째회’로 바꿔 쓰면 된다. (5)세고시/세꼬시(せごし) → 뼈째회 생선회나 초밥(←스시)에 함께 나오는 매콤한 초록색 양념이 있는데 이것을 흔히 ‘와사비’라고 한다. 이 말은 ‘고추냉이’라는 우리말로 바꿔 쓰면 된다. (6)스시(すし) → 초밥, 와사비(山葵) → 고추냉이 생선회를 다 먹고 생선살의 나머지 부분으로 탕을 끓여 나오기도 하는데 이것을 흔히들 ‘서더리탕’이
끼니가 아직 안 됐는데도 출출하거나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챙겨 먹는 것을 간식(間食)이라고 한다. 이 말은 일본말 ‘かんしょく’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말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1)간식 → 곁두리, 샛밥, 참, 새참, 군음식 ‘곁두리’는 주로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먹는 음식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샛밥’이라고도 한다. ‘사이에 먹는 밥’이라는 뜻이다. (2)곁두리: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 여기에서 ‘참참이’는 ‘일정한 동안을 두고 이따금’이라는 뜻인데, 이 말은 ‘일을 하다가 이따금 쉬는 시간’을 뜻하는 ‘참참’에 접미사 ‘-이’를 더한 것이다. 이 ‘참참’이라는 말은 다음에 나오는 ‘참’이 겹쳐진 말이다. (3)참 ㄱ. 일을 하다가 일정하게 잠시 쉬는 동안. 한자를 빌려 ‘站’으로 적기도 한다. ㄴ. 일을 시작하여서 일정하게 쉬는 때까지의 사이. ㄷ.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이나 끼니때가 되었을 때에 먹는 음식. ㄹ. 길을 가다가 잠시 쉬어 묵거나 밥을 먹는 곳. 이처럼 ‘참’이라는 말에는 참 여러 뜻이 있다. 시간의 간격을 나타내기도 하고 그 사이에 먹는 음식이나 그것을 먹는 장소를 나타내기도 한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결혼을 하면 으레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 맞벌이를 하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만큼 가정 살림살이가 남편 혼자 벌어서는 꾸리기 어려운 여건 때문일 것이다. (1) 맞벌이를 해야 그나마 살지, 남편 혼자 벌어서는 어려워요. (2) 그 부부는 신혼 때부터 맞벌이를 해 벌써 큰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다. ‘맞벌이’는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을 이르는데, ‘서로 똑바로 향하여’의 뜻인 ‘마주’가 줄어든 ‘맞-’에 ‘(돈을)벌다’에서 파생된 ‘벌이’가 결합한 말이다. ‘맞벌이’와 발음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는 말이 ‘막벌이’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는 개화기에 ‘복녀’라는 여인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복녀가 결혼을 한 후 생활이 어려워지자 막벌이꾼으로 전락해 평양성으로 들어오는 대목이 나온다. (3) 그들 부처는 여러 가지로 의논하다가 하릴없이 평양성 안으로 막벌이로 들어왔다. ‘막벌이’라는 말은 아무 일이든지 닥치는 대로 해서 돈을 버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을 ‘막노동’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막일’이라는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
신문 기사에 보면 ‘업체 간 담합’, ‘기업 담합’, ‘가격 담합’, ‘금리 담합 협의’, ‘주택채권 담합 의혹’ 등 ‘담합’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1) 담합: 서로 의논하여 합의함.『법률』경쟁 입찰을 할 때에 입찰 참가자가 서로 의논하여 미리 입찰 가격이나 낙찰자 따위를 정하는 일. ‘담합’은 일제 때 우리말에 들어온 일본식 한자어인데 이와 비슷한 뜻으로 독일어에서 온 ‘카르텔’이라는 말이 있다. (2) 카르텔(Kartell):『경제』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따위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 형태. 또는 그 협정. ≒기업 연합. ‘담합’이나 ‘카르텔’이 몰래 이루어지는 것을 나타낼 때 ‘사바사바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일본어에서 비롯한 말입니다. (3) 사바사바(일sabasaba):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 ‘담합’이든 ‘카르텔’이든 의논해 합의하거나 결정할 일을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하고, 은밀하게 ‘사바사바’하면 이것은 ‘짬짜미’가 된다. (4) 짬짜미: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 ‘짬짜미’라는 말은 순우리말로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지만, 국외 여행을 하다 보면 ‘팁’을 주고받는 문화가 일반화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팁(tip): 시중을 드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일정한 대금 이외에 더 주는 돈 예) 호텔을 나오면서 침대 위에 팁으로(→봉사료로) 1달러를 놓고 왔다. 이 ‘팁’이라는 말은 ‘봉사료’로 바꿔 쓸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때는 ‘팁’이 다음과 같은 뜻으로 쓰는 일도 있다. (2) 놀음차: 잔치 때 기생이나 악사에게 놀아 준 대가로 주는 돈이나 물건 (3) 젓가락돈: 예전에 양반이 기생에게 젓가락으로 집어 주던 화대 =해웃값, 꽃값 돈과 관련해서 요즘은 그런 일이 없겠지만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자기 자식을 잘 봐 달라는 뜻으로 찔러 주는 돈을 ‘촌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촌지’라는 말은 원래 그런 부정적인 뜻을 지닌 말이 아니다. (4) 촌지(寸志):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 정성을 드러내기 위해 주는 돈 예) 그 기자는 촌지를 받았지만 나중에 조용히 되돌려 주었다. ‘촌지’는 원래 마음이나 정성을 담아 건네는 작은 선물이나 돈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말이 뇌물성 돈 봉투를 가리키는 말로 변질됐다. 좋은 뜻의 ‘촌지’가 나쁜
요즘처럼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를 때는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한다. (1) 천정부지:‘천장을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물가 따위가 한없이 오르기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여태 천정부지로 뛰던 아파트값이 폭락해 버렸다. 위에 쓰인 ‘천정부지로’를 ‘하늘 높은 줄 모르게’로 바꿔 쓸 수도 있지만 ‘다락같이’로도 쓸 수 있다. (2) 다락같다: 물건 값이 매우 비싸다. 예) 요즘은 하루하루 물가가 오르는 것이 다락같아 살 수가 없다. 이 말은 ‘주로 부엌 위에 이층처럼 만들어서 물건을 넣어 두는 곳’을 가리키는 ‘다락’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락같다’라는 말은 물건 값이 비쌀 때만 쓰는 것이 아니고, 다음과 같이 ‘다락같이’의 형태로 성질이나 추위의 정도를 나타낼 때도 쓸 수 있다. (3) 다락같이: ①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다락같이 뛰고 있다. ② 그 손님은 입맛이 다락같이 까다로운 사람이다. 날씨가 다락같이 추워지니까 손님도 없다. 물가가 다락같이 오를 때는 과소비, 즉 지나친 씀씀이를 줄이고 충동구매를 하지 말아야 한다. 지름신이 강림하지 않고 계획성 있게 소비하고 구매하려면 ‘메모’하는 습성을
대형 상점 등에서 치약과 같은 생필품이나 과자 등을 살 때 원래 사려는 물건에 똑 같은 제품을 하나 더 주는 것을 ‘원 플러스 원’이라고 한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의미다. 이때 ‘원 플러스 원’은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 할까. 직역하면 ‘하나 더하기 하나’라고 할 수도 있으나 우리말에는 ‘덤’이라는 표현이 있다. (1) 덤: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 예) 사과 열 개를 사면 덤으로 하나 더 드립니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덤’은 물건을 사면 공짜로 더 얹어 주는 것을 말한다. ‘원 플러스 원’도 하나는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이지만 하나는 공짜로 거저 딸려 오는 것이므로 ‘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물건을 덤이나 공짜로 얻는 일과는 반대로 원래 값보다 더 줘야 살 수 있을 때도 있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은 ‘프리미엄’이다. ‘프리미엄(premium)’은 ‘규정 이상의 시간이나 생산에 대해 지불하는 금액’이나, ‘일정한 가격, 급료 따위에 여분을 더하여 주는 금액’ 즉, ‘할증금(割增金)’을 뜻한다. (2) 성수기라고 몇 곱절의 프리미엄을 더 얹어 주고 겨우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이 ‘프리미엄’이라는
상점이 몰려 있는 곳이나 관광지 음식점들 앞을 지나다 보면 상점으로 잡아끌거나 여러 먹거리들을 나열하며 음식점으로 이끌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또 유흥가를 지날 때면 업소 이름 등을 새긴 현란한 옷을 입고 큰 소리로 업소로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이런 사람들을 ‘호객꾼’ 또는 속된 말로 ‘삐끼’라고 한다. 또 먹는 음식 ‘샌드위치’를 연상시키는 ‘샌드위치맨’이라는 말도 쓴다. (1) 시내에 갔더니 상점마다 호객꾼들이 우리를 부르는 거야. (2) 음식점마다 호객꾼들이 나와서 자기네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 길을 가로막았다. (3) 행인 한 명에 네다섯 명의 삐끼들이 달라붙어 “물 좋은 데서 한잔하시죠.”라며 합창하듯 외쳐 댔다. (4) 어릿광대로 분장한 샌드위치맨이 두부 장수처럼 종을 딸랑딸랑 흔들며 마을의 골목골목들을 죄 누비고 다녔다.≪이동하, 장난감 도시≫ 여기에서 ‘호객꾼’은 손님을 부르는 일(호객)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고, ‘삐끼’라는 말은 ‘호객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삐끼’는 ‘끌기’를 뜻하는 일본말 ‘히끼(ひき/引き)’에서 온 걸로 보인다.) 또한, ‘샌드위치맨’은 광고 효과를 높이려고 몸의 앞뒤에 두 장의 광고판을 달고 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