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연재에서 학습과 관계되는 감각 정보처리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학습부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학습부진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20여 년간 ADHD, 학습장애, 난독증 등을 임상적으로 경험하고 치료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보이는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는 절대로 학생들을 제대로 교정해 주거나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연재 내용 중 문제 행동의 원인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임상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눈이 불편한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시간이 지나면 책 읽기가 불편해지고 결국에는 졸리거나 책을 덮어버린다. 외부에서 관찰하는 입장에서 이 학생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책 읽기를 싫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 이 학생은 학습부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다른 경우, 음성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말을 주저하고 이로 인해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져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을 성격이 소심해서 그렇다고 판단하고 소심한 성격을 바꾸는데 초점을 맞춘
난독증 연구로 저명한 미국의 내과의사 레빈슨 박사는 오랜 기간 ‘읽기’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연구하다 보니 이들 중 상당수가 일반학생들보다 어지럼증을 많이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배 멀미 방지약을 먹였더니 학생들의 읽기능력이 일시적으로 개선됐다. 레빈슨 박사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읽기 문제는 어지럼증과 관계가 있는 전정기관(Vestibular System)-소뇌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전정감각기관은 우리 몸의 운동감각이나 위치감각을 감지해 뇌에 전달하는 기관으로 특히 눈의 움직임에 의한 평형감각을 담당한다. 우리가 언제 어디로 가야 할지, 속도를 내고 있는지 늦추고 있는지, 가만히 앉아 있는지 서 있는지 등 움직임의 시작과 멈춤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인체 내의 교통순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정감각기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단순한 눈의 움직임부터 복잡한 여러 근육기관이 정교하게 움직이거나 협응을 잘할 수가 없다. 전정기관이 학습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정기관은 자세를 조절하는 근육에 영향을 주며 근육을 일정한 자세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만큼 고정시켜
학생들 중에는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는 불필요한 소리에 쉽게 주의가 흐트러지고 정작 중요한 소리에는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경우 혹시 청력에 문제가 있는지 궁금해 이비인후과를 찾아봐도 대부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이 문제는 우선 ‘청력’과 ‘청취(Listening)’ 기능은 다르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청력은 단지 소리를 깨끗하게 들을 수 있는 정도를 말하지만 청취(Listening) 기능은 귀로 들어온 음성정보를 변별하고 분석해 이해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학습에서의 문제는 결국 청취기능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언어 중심의 교육에는 특히 청취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학습에 지장을 받는 학생들이 상당 수 있다. 청취 기능 이상 문제를 일반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지만, 안다 하더라도 정확하게 들었는지를 명확히 측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간과되기가 쉽다. 청취 기능에서 음성정보가 귀로 들어와서 뇌의 전두엽에서 단어나 이미지로 인식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중추 청각 정보 처리 기능’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기능이 학습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이 기능
최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많이 알려지면서 주의가 산만해 보이면 모두 ADHD로 과잉해석 되는 사례가 많다. 중학교 2학년 성민이(가명)도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성민이는 ADHD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에는 브레인연구소를 찾아왔다. 관찰해본 결과 성민이는 항상 자세가 비뚤고, 주의가 흐트러졌다. 특히 사람을 째려보는 듯한 행동을 자주 해 반항적인 아이로 인식되면서 선생님에게는 늘 야단을 맞았다.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온 성민에게는 분노가 쌓여 있어 다른 학생들에게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일쑤였고, 학교생활은 점점 어려워졌다. 성민이가 보이는 문제 행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성민이의 행동 특성을 모두 파악한 후 간단한 테스트를 했다. 볼펜을 들고 성민이의 눈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움직임대로 따라오도록 한 것. 성민이의 눈은 볼펜의 움직임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했고 눈 대신 머리가 따라 오는 특성을 보였다. 또 양쪽 눈 중간에서 눈 가까이 볼펜이 다가가자 성민의 왼쪽 눈은 안쪽으로 모였지만 오른쪽 눈은 안쪽으로 모이다가 어느 정도 지점에서 다시 바깥으로 튕겨 나가 버렸다. 테스트 결과 성민이는 바로 양쪽 눈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
초등학교 3학년 준석(가명)이는 눈이 불편해서 책을 5분도 읽지 못하고 덮어버린다. 중학교 1학년 주현(가명)이는 책을 읽으면 눈이 쉽게 피로하고 충혈된다. 특히 이 학생들은 오후가 되면 눈 주위가 무겁고 뒷목이 뻣뻣해지며 두통이 자주 생겼다. 하지만 병원 검사결과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학생들은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까? 하이퍼포먼스브레인연구소 검사 결과 두 학생은 ‘광과민성 증후군’으로 판명됐다. 눈이 책을 읽는 첫 과정이 빛이 눈으로 투과되는 것인데 이 학생들은 특정색상의 빛(파장)이 지나치게 투과돼 남들보다 눈으로 하는 일을 잘하지 못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을 잘 읽지 않으면 책 읽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기능상의 문제가 있어 책 읽기가 불편해서 회피하는 학생들도 있다. 광과민성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특정색상의 파장이 지나치게 투과돼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까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아 병원에서도 무시되거나 간과되기 일쑤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경․중의 차이가 있지만 전체 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