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6월은 붉은 달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담벼락 위엔 가시 돋친 빨간 장미들이 출렁였고, 교실에선 ‘멸공방첩’을 주제로 한 글쓰기 대회와 6·25 전쟁 관련 포스터며 표어 제작에 열을 올렸었습니다. 포스터에는 너나없이 전면에 빨간 도깨비 탈을 쓴 북한군의 모습을 그려 넣었었지요. 그때는 정말 북한 사람들의 얼굴엔 도깨비 뿔이 달려있는 줄로만 알았으니까요. 포스터의 영향이었는지, 6월 달력의 빨갛게 칠해진 6일은, 다른 공휴일보다 더 유난스레 빨갛게 보였었습니다. ‘청’ 군과 ‘백’ 군으로 나눠 싸우는 운동회가 봄, 가을로 빠짐없이 열렸음에도 그 시절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의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의미로 ‘빨간’ 색과 ‘파란’ 색을 주로 쓰곤 했었습니다. 나쁜 것은 무조건 ‘빨갱이’로 말하는 버릇도 생겼던 걸로 기억됩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것은 공산당, 공산당은 나쁜 놈…. ‘빨갱이’란 말이 촌스럽게 느껴지던 80년대 말. 빨간색은 운동권을 상징하는 색이었습니다. 그 시절, 빨간색은 또다시 빨간색을 경계하는 층과 옹호하는 층으로 나누는 아픔의 색이었습니다. 87년 6월, 대학 교정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붉은 장미는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호
박준용 | 한양대 강사, 문화평론가 평생의 인격 형성을 돕는 교육 명문 사립 성 베네딕트 학교에서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한 고대 문명사를 가르치고 있는 훈더트 선생(캐빈 클라인)은 교육이란 단순한 실용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 평생의 인격을 형성하도록 돕는 중요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첫 시간에 '슈트럭 나훈테'라는 어느 정복자의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많은 땅을 차지했을지라도 그에게 기릴만한 성품에서 말미암는 '업적'이 없다면 그것은 다만 세월이 흐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야만적인 약탈행위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말해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려 하기 전에 먼저 바른 인간 됨됨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의 가르침에 순종하지만 뒤늦게 수업에 합류하게 된 현직 상원의원의 아들 세드윅 벨은 특유의 반항적 기질로 사사건건 훈더트와 맞서려 한다. 헌신적인 교사와 문제아의 만남, 영화의 전반부는 교육소재 영화의 전형적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를테면 벨의 반항적인 태도가 일에만 분주한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말미암는다는 설정이나 이런 벨을 훈더트가 특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보살펴 자발적인 변화
신동호 | 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권총 자살한 고흐 작품이 가장 비싸 정신분열증을 앓은 괴짜 수학 천재인 존 포브스 내쉬의 일생을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많은 영화 팬을 감동시켰다. 정신분열증을 앓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내쉬의 일생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것이었다. 낭만주의 시대 이후 천재를 정신질환자로 묘사하는 것은 문화적 유행이다. 〈뷰티풀 마인드〉도 어찌 보면 '천재 = 광기'라는 유행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지도 모른다. 광기 어린 천재의 작품은 '천재적 예술혼'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였다. 창의성과 예술은 곧 광기가 표출된 것이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광기의 화가'였던 반 고흐이다. 면도칼로 귀를 자르고 권총 자살한 반 고흐의 작품인 '해바라기'는 사상 최고가인 3992만 달러에 경매됐다. 전기 작가들은 아인슈타인의 아들, 제임스 조이스의 딸, 칼 융의 엄마가 정신분열증을 앓았고, 슈만, 포, 카프카, 비트겐슈타인, 뉴턴 심지어는 다윈과 패러데이도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천재의 정신질환은 신비화 전략 정말 천재와 정신질환은 관련이 있는 것일까?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갈톤은 천재와 정신병의 관련성을 연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일본은 지난 10년 이상의 불황 속에서 파생된 높은 실업률과 이직률, 정년 보장이 안 되는 직장 분위기 등이 경제의 큰 흐름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년 계층에 대한 불안정 고용이 확산되는 등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연 217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는 청년실업자 중심의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현상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 교육·고용·산업정책을 연계하는 ‘청년자립·고용촉진·진로교육’ 등의 개혁을 추진하게 되었다. 2000년 교육개혁국민회의에서 강조하고, 그 이후 문부과학성 대신 자문 중앙교육심의회에서 계승한 일본 교육개혁의 핵심 목표로써 학생의 ‘생활개척능력’을 배양하는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2006년 2월에도 문부과학성은 국제학업성취도 검사 등에서 일본 학생의 학력이 부진하다고 판단하면서 ‘여유 있는 교육’을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검토할 것을 각계 전문가에게 부탁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학생의 ‘언어 능력’ 함양과 ‘체험 중시 교육’이라는 두 가지 활동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신아연 | 호주칼럼니스트 우리나라 고교에서 ‘학생들의 흡연’이 학교의 골칫거리라면 호주는 10대들의 무절제한 성적 방종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녀학생들의 분별력 없는 행동이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다 보니 최근에는 연방정부의 한 국회의원이 “중·고등학교에 콘돔 자판기를 설치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은 고등학교 11학년, 10학년(한국의 고2, 고1)생이 된 두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무렵, 적지 않게 놀란 일이 있는데 지금도 잊혀 지지 않고 당혹스럽게 기억되는 것이 있다. 그때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대학과정을 제외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른바 유·초·중·고교의 총 13년 과정을 갖춘 통합형의 학교였다. 큰아이는 그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작은 애는 신입생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큰아이가 하굣길에 소변이 급하다며 교정으로 다시 돌아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왔다. 잠시 후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 손에 뭔가가 들려 있다 싶던 차에 내 눈앞으로 그것을 불쑥 내미는 것이었다. “엄마, 이게 뭐야?” 아이가 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용하고 버린 콘돔이었다. 내심 너무 놀랐지만 짐짓 별 일 아닌 척하며, “그거 어디서 났어?”하고
박경민 | 역사 칼럼니스트(cafe.daum.net/parque) 비잔틴제국 탄생의 주역 프랑크족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멸망 또한 하루 저녁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모순점을 안고 있었던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더니 동로마제국의 전통을 부분적으로 흡수한 비잔틴제국 문명권과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침입자 게르만족의 여러 나라에 의해서 독특한 라틴·게르만 문화권이 형성되었다. 그 가운데 특히 프랑크족은 일찌감치 로마제국의 보편교회(가톨릭)로 개종했기 때문에 서로마제국의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유럽의 재편을 주도할 수 있었다. 훈족이 유럽으로 침입했을 때 원래 프랑크족은 라인 강 유역에 살고 있었으며 크게 살리아파와 리푸아리아파로 양분되어 있었다. 5세기 초에 갈리아 북부로 진출한 살리아파의 클로비스는 계속 남진하여 갈리아의 중앙과 남부를 점령하는 군사적 대성공을 거두었고 서기 493년 그리스도교의 신도인 부르군드의 왕녀 클로틸다와 결혼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종교로 개종하였다. 클로비스의 개종은 유럽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대사건이었다. 그의 개종은 점령지 주민의 가톨릭 사상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가를 쉽게 통치할 수 있다는 정치
최효찬 | 경향신문 기자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자녀교육 현대에 이르러 우리의 것, 동양적인 것에 대한 서구의 시각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양이 동양보다 우월하다는 시각에 대해 서구인들이 반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서구가 일부 동양의 문화를 빌려가 그들의 문화로 삼았으면서도 자신들의 문화가 우월하다고 한 것에 대해 뒤늦게 그 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징기스칸을 '근대의 기획자'로 보는 서구 학자도 있다. 서구에서 징기스칸은 야만인(원래 야만인 'barbarian'은 그리스 사람들이 그리스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한 말), 피에 굶주린 미개인, 무자비한 정복자의 전형 정도로 폄훼(貶毁)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서구에서 오히려 징기스칸을 유라시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한 '근대의 기획자'로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잭 웨더포드가 쓴 '〈징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에서는 징기스칸을 서구인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징기스칸을 '근대의 기획자'로 끌어올린다. 즉 월러스틴은 15, 16세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체제가 형성됐다고 말했지만, 저자는 이보다 200년 앞서 징기스칸이 근대세계체계를 형성하는 데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