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우 | 경기 고양 백석고 교사 “선생님! 저 결혼합니데이.” 원식이의 결 높은 목소리를 들은 건 그리 오래 되지 않다. 그간 자주 통화를 해서 그런지 경상도 사투리도 정겹게 들렸다.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파도가 바위를 치고 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들떠 있었다. “잘했다. 축하한다.” 기쁜 마음으로 맞장구쳤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의 신산했던 지난 날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흔쾌히 그 두 마디로 마음을 대신했다. 사람마다 상대를 대하는 느낌이 다를진대, 원식이는 사뭇 달랐다.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다되도록 지속적으로 전화를 해왔었고, 그때마다 자신의 근황을 전해오는 몇 안 되는 졸업생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결혼 소식은 무엇보다 반갑고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자운영꽃이 햇살에 빛난다. 멀리서 응시하면 보료를 깔아 놓은 듯 신비롭게 보이는 꽃밭. 듬성듬성 자운영꽃이 피어있는 논들을 지나며 5월의 싱그런 햇살을 본다. 결석한 원식이네 집까지 가려면 제법 먼 길을 걸어야 한다. 버스를 타도 되겠지만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하는 마을이라서 아예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작정했다. 학교에서 출발한 지 오래지 않아 그
이성준 | 경기 용인 지석초 교사 올해도 작년에 이어 특별활동 부서 신청란에 영어연극부를 적어 냈다. 작년에 일곱 명을 데리고 연극반을 지도하면서 충실히 가르쳐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힘들지만 많은 추억을 남겨주는 연극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교차한 것이 그 이유이다. 연극은 늘 만족하게 끝나지 않지만 본 공연보다 준비 과정이 힘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로 걱정하고 부대끼는 가운데 아이들이나 지도교사는 형언키 어려운 값진 그 무엇인가를 얻게 된다. 처음 발령받아 영어교과 전담교사로서 큰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던 해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시 모 대학에서 개최했던 초등학생 영어연극대회에 우리 학교도 영어연극부를 급조해 참여하게 되었다. 4학년 학생 중에서 성적이나 영어 실력이 아니라, 연극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겠다고 기대되는 아이들을 뽑는 것을 캐스팅 기준으로 삼았다. 대부분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상태라 학원에 안 다니는 학생이 많았다. 그러니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 남아서 연습하기에는 좋은 조건이었다. 소문난 개구쟁이 우람이, 천사 같은 언니 수연이 와는 달리 고집불통 수진이, 꼼꼼하고 착한 희숙이 등등 연극부원이 확정되었다. 이제부터
박경민 | 역사 칼럼니스트 cafe.daum.net/parque 우선 동양을 살펴보자. 고대 4대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그러하듯, 치수사업은 공통적인 중요 과제였다. 황하 문명의 경우, 치수사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공로로 순 임금으로부터 임금 자리를 물려받은 우 임금에 이르러 역사적으로 처음 등장하는 고대국가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으며 이를 ‘하(夏)나라’라 부른다. 유물로 실증된 중국 최초의 국가, 은(殷)나라 공자의 ≪시경(詩經)≫에 나오는 하나라는 기록상으로만 존재하지만 왕권이 강화되자 비로소 왕위세습이 이루어졌다. 기원전 1500년경에 이르러 제17대 걸왕(桀王)은 말희에게 흠뻑 빠져 신하들과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위하여’를 외쳐댔다. 군주와 신하가 똑같으니 나라가 어찌 되었겠는가! 하나라는 결국 그들과 앙숙이었던 상족(商族)에 의해서 멸망하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은왕조(殷王朝)’의 시작이다. 은나라는 상족에 의해서 시작되었으므로 ‘상(商)나라’라 일컬어지며, 470여 년을 지속해 온 최초의 고대국가라 하더라도 중국 역사상 최초의 폭군 걸왕 때문에 멸망하고 말았다. 하나라와 은나라의 성격상의 차이는 하나라가 기록상으로
곽해선ㅣ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on.net) 일본에 발목 잡힌 한국의 무역 우리나라는 일본을 상대로 하는 상품 무역에서 단 한 해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해, 만년 적자국 신세다. ‘일본을 상대로 상품을 수출하고 받은 대금’에서 ‘일본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고 내 준 대금’을 빼면 그 결과가 대일 상품수지(무역수지)가 된다. 대일 상품수지는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항상 더 커서 해마다 적자를 보고, 매년 적자폭도 커지고 있다. 1970년대에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액은 145억 달러. 1980년대에는 353억 달러, 1990년대에는 1001억 달러로 대략 10년에 3배씩 규모가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와서도 대일 무역적자는 2000년 114억 달러, 2001년 101억 달러, 2002년 145억 달러, 2003년 190억 달러, 2004년 245억 달러로 매년 연간 적자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해마다 적자를 크게 보면서 적자 누적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일 두 나라가 대한민국 수립 후 국교를 재개한 것이 1965년. 그때부터 2003년 말까지 38년간 누적된 대일 무역적자가 무려 2070억 달러다. 달러 당 1000원으로 환산하면 우
신동호 | 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인간과 유전자가 흡사한 침팬지 침팬지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개미굴에 넣고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여기에 개미가 까맣게 묻으면 꺼내 핥아먹는 영리한 동물이다. 인간처럼 집단을 이뤄 사냥하는 것은 물론, 사냥한 음식을 나누어 먹을 줄 알고, 돌과 나뭇가지를 도구로 사용한다.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쳐 주면 수백 단어의 수화도 할 줄 안다. 한국, 일본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002년 침팬지의 게놈 지도 초안을 발표했다. 침팬지와 사람의 생명체 설계도를 열어보니 유전 정보를 기록한 DNA 염기서열 가운데 98.8%가 같았다. 침팬지와 인간의 염기서열 차이는 1.2%이다. 침팬지 다음으로는 고릴라, 오랑우탄이 인간과 가깝다. 고릴라는 사람과 DNA가 97% 같다. 최근에는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가 너무 흡사해 사람과 같은 호모(Homo)속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35억 년 전을 24시간 전이라고 보면, 사람과 침팬지가 한 몸에서 갈라진 600만 년 전은 3분 전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동물의 행동과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침팬지를 거울삼아 인간의 본성을 알고자 노력해 왔다.
구자억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중국의 학교 현장에 외국어로 수업을 하는 쌍어교육(이중언어교육; bilingual education)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사회의 국제화에 따라 외국어 특히 영어의 중요성이 증대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말할 수 있는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상해시·요녕성·산동성·광동성·강소성 등 여러 성에서는 수많은 쌍어교육 실험학교를 두어 운영하고 있다. 국제화가 쌍어교육의 주원인 ‘쌍어’라는 이름을 단 학급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으며, 사회에서는 ‘쌍어’반을 우수반의 대명사로 여기고 있고, 쌍어교육을 실시하는 실험학교를 일류 학교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조류에 부응하듯 일부 학교에서는 쌍어반 운영을 학생 모집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쌍어교육 바람이 일어남에 따라 쌍어교육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뒷받침할 연구기구도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교육부 교육과정교재연구소에 설립된 쌍어교육과정교재연구개발 센터와 소주(蘇州)시에서 설립한 쌍어교육연구 센터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국 각지에서 쌍어교육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쌍어교육
윤철경 | 한국청소년개발원 복지정책연구실 1. 머리말 일진회 실태에 대한 한 현장교사의 보고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일간신문을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가 학교폭력 문제를 보도하고 있고, 특집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진단과 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불태우며 연일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학교폭력의 특정 사건 발생 시마다 간헐적이나마 그 충격적인 단면들이 국민들에게 알려져 왔다. 이번에도 역시 일진회 실태에 대한 보고 이후,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하자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를 누가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해결의 주체는 누구인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 부재인가? 정책 부재가 아니라 학교폭력 문제를 끈질기게 붙잡고 해결하려는 주체가 모호해서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에 관여하는 중앙정부 부처만 8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부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정책의제가 되지 못하며, 사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