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라는 말은 ‘들어가는 첫 머리’, 한자로 ‘입구’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오늘날에도 비교적 잘 살려 쓰고 있는 토박이말이다. ‘동네 들머리에서 친구를 만났다’, ‘전시장 들머리에 있는 조각품’, ‘덕유산 들머리’, ‘해인사 들머리’처럼 지역이나 건물의 입구를 뜻하는 어디에나 쓸 수 있다. 또한 글의 차례에서 ‘도입’이라는 말 대신에 ‘처음 시작하는 부분’이라는 뜻으로 쓸 수도 있다. 이번에는 ‘바투’라는 말을 살펴보자. 흔히 우리는 ‘혼인 날짜를 바투 잡았다’고 하는데 이 때 ‘바투’는 ‘가깝다’는 뜻의 토막이말이다. ‘바투 다가서다’, ‘자동차가 너무 바투 붙었다’ 등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머리를 짧게 깎았다’는 뜻으로 ‘머리를 바투 깎다’라고 할 수도 있다.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것은 잘 안 보이는 눈을 ‘근시안’이라고 하는데 ‘근시안’ 대신에 ‘바투보기눈’, 근시를 ‘바투보기’라고 쓸 수도 있다. “요즘 안경 쓴 학생이 많은 것은 바투보기가 안되기 때문이다.”
‘오롯하다’는 ‘남고 처짐이 없이 온전하다’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부모님의 오롯한 사랑”이라는 표현을 아마 한두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오롯한 살림살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원우의 ‘짐승의 시간’에 보면 “시야가 점차 분명해지면서 흐릿한 새벽길이 오롯하게 떠오르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새벽길이 온전하게 다 보인다’라는 뜻이다. ‘오롯이’라는 부사로도 쓸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성인들의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삶의 모습이 오롯이 그림 되어”, “그때의 감동을 오롯이 가슴에 담고”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잠’을 표현하는 우리말에는 선잠, 단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꽃잠은 ‘아주 깊이 든 잠, 또는 신랑 신부의 첫날밤의 잠’이라는 뜻이다. 송기숙의 ‘녹두장군’을 보면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꽃잠이 들어 있었다”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피곤해서 아주 깊게 든 잠’을 꽃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김용택의 ‘꽃잠’이라는 시를 보면 “우리 오늘 난생처음 꽃 속에 꽃 산 되어 식구끼리 행복한 꽃잠 잘 때”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꽃잠의 의미는 말 그대로 ‘행복하게 깊이 든 잠’을 의미한다. “신랑이 너무 취해서 꽃잠도 제대로 못 잤다”, “고단한 채로 꽃잠을 자는 모습”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뜻만큼이나 고운 우리말 ‘꽃잠’,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해보자.
이번에는 ‘고빗사위’라는 토박이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고비’라는 말이 있다. 고비는 ‘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나 대목, 또는 막다른 절정’을 가리킨다. “그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었다”, “추위도 한 고비가 지났다” 등으로 활용되곤 한다. 고빗사위의 뜻은 고비와 유사해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고빗사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매우 중요한 단계나 대목 가운데서도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이라고 설명돼 있다. 어떤 일의 절정 중에서도 최고조를 가리키는 것이다. 안태경의 시 ‘프리지어 꽃’을 보면 “프리지어 꽃 꽂아놓고 마주 앉으면 힘겨웠던 고빗사위 추억 속으로 밀어내며” 라는 부분이 있다. 이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화가 한창 재미나는 고빗사위에 전기가 나갔다.” “내 인생의 고빗사위는 30대 중반이었다.” 이 밖에 ‘소설의 고빗사위’, ‘연극의 고빗사위’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우리 토박이말 중에는 ‘마닐마닐하다’라는 말이 있다. 생소하긴 하지만 단어의 느낌으로 뜻을 대충 짐작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마닐마닐하다’라는 단어는 ‘음식이 씹어 먹기에 알맞도록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라고 되어 있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한 부분을 살펴보자. “음식상을 들여다보았다. 입에 마닐마닐한 것은 밤에 다 먹고 남은 것으로 요기될 만한 것이 겉밤 여남은 개와 한 무리 부스러기뿐이었다.” ‘입에 맞고 말랑말랑한 것은 이미 다 먹어버렸다’는 뜻이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다. “며칠 전 따놓은 감이 마닐마닐해졌다.” “이가 안 좋은 어머니는 입에 마닐마닐한 것만 찾으셨다.” “과일이 마닐마닐하다.” 말랑말랑하거나 물렁물렁한 음식을 가리킬 때, 앞으로는 순우리말 ‘마닐마닐하다’를 기억해서 적용해본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