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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01 군 복무를 어떻게 할까 고심하다가 대학 3학년 때 ROTC(단기복무 장교훈련 코스)에 지원하였다. 대학생 신분과 사관후보생 신분이 묘하게 섞인 대학 3·4학년 시절을 보냈다. 이런저런 고충이 있었지만, 뒤에 생각하면 내게 부족한 인내와 책무감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며 유익한 자양이 되었고, 그것은 내 나름의 자부심을 만들어 주는 바탕이 되었다. 사관후보생 시절 구보하고 행군하며 불렀던 군가 중에 지금도 청신하게 자부심을 일깨우는 노래 하나가 생각난다. 멜로디와 더불어 가사가 주는 어떤 일깨움이 내 자아의식에 와 닿았다. 군부대의 사기는 구성원의 자부심에서 나온다. 일선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초급 장교들의 자부심은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의 자부심을 넘어 부대의 자부심을 이끈다. 열등감에 찌들어 기운 빠진 장교를 상상해 보라. 청년 장교의 자부심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 노래의 제목은 ‘장교단가(將校團歌)’라 했다. 1절 가사는 이러하다. 우리는 젊은 사관, 피 끓는 장교단/ 저 하늘 푸른 창공을 나는 솔개// 세월아! 화랑도 빛나는 전통을/ 굳게 세워 새 나라 건설에 용진하자 용진해.// 자부심이란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믿고 자기를 당당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누구나 갖기를 원하는 ‘바람직한 마음’이다. 자부심이 없다고 상상해 보면, 자부심의 긍정적 의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자부심(自負心), 글자 뜻 그대로 하면 스스로 나를 짊어질 수 있음을 뜻하니, 내가 나의 능력을 어떤 사태에서도 잘 발휘할(control/operating) 수 있음을 믿는 마음이 곧 자부심이다. 그런데 ‘온전한 자부심’이란 사전에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어떤 사람의 자부심이 뛰어나다고 했을 때, 그의 ‘현실 자부심’은 아무런 흠결이 없는, 그런 자부심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의 자부심을 그렇게 완전무결하게 예찬해 줄 수 있을까. 아닐 수 있다. 사람들은 그의 자부심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잘난 척한다고 지적할 것이다. 그가 우월감에 빠져 있다고도 비판할 것이다. 그가 겸손하지 않다고 불평할 것이다. 그가 독선적이라고 나무랄 것이다. 02 자부심과 우월감은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걸까? 불가피하게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자부심과 우월감 사이에 거리가 있다면, 그 사이는 좋은 사이인가 나쁜 사이인가. 영어권 사람들은 이 양자를 ‘사이’라 할 것도 없는 사이, 즉 매우 가까운 사이로 보았던 흔적이 있다. 영어의 ‘pride’는 자랑과 자부심의 뜻도 지니지만 오만(傲慢)과 우월감을 뜻하기도 한다. 이 한 단어가 자부심과 우월감을 같은 울타리로 감싸고 있다. 여간 잘 다스리지 않으면 자부심이 우월감으로 변하는 것은 잠시 잠깐이란 뜻 아니겠는가. 우월감이 현실적으로 자부심을 지탱하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바탕이 된다는 걸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그들이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부심과 우월감, 그게 그거지. 뭐가 달라. 아 좀 솔직해지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자부심’을 인간의 긍정적 성정으로 인정하여 선한 이데아로 하늘에 걸어놓고, 혹여 그 이데아가 세속의 현실 마음이 부추기는 우월감이나 오만함에 훼손이라도 될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자부심을 멀리 보내고 우월감만 가지고 보면, 문제는 많다. 우월감은 열등감의 상대편 감정이다. 의미의 위상에서 보면 우월감은 열등감이 부정적인 만큼 부정적일 수도 있다. 우월감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가 없다. 이 점이 자부심과 차이를 보인다. 훌륭한 자부심은 숨어서 조용히 작용한다. 그 어떤 겸손함도 우월감을 가리지 못한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자칫 우월감을 가리려고 시도한 겸손의 모드(mode)는 우월감의 또 다른 행태로 변신한다. 우월감은 가리기보다는 자신의 내면 안에 잘 가두어 둬야, 그것을 선한 영향력으로 전이할 수 있다. 잘 가두어 둔 우월감은 자부심을 만들어 내는 숨은 동력이 된다. 우월감 중에는 세속적 인간의 ‘도덕적 우월감’이 가장 고약하다. 도덕적으로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도덕적 우월감이니, 상대를 얼마나 인격적으로 깔보고 무시하는 감정인가. 그리고 자신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생각으로 일종의 무오류주의 미신에 빠져서 지낸다. 차라리 돈 없다고 깔보는 경제적 우월감은 솔직하기나 하다. 그러니 이런 도덕적 우월감이야말로 아이러니하게도 비도덕적이다. 겸양의 도덕과도 멀고, 용서의 도덕과는 더욱 멀다. 그들의 도덕은 각질처럼 화석화되어 죄에 무신경하도록 이끈다. 그렇게 된 경지가 바로 선과 위선을 구분하지 못(안)하는 경지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했던, 성서에 나오는 바리새파 종교 지도자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도덕적 우월감과 정치권력은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도덕적 우월감이 권력 행위의 수단이나 방편으로 전락하면 나라에 위태로움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바로 그 우월감 때문에 이권과 부패에 대한 경계심을 놓치기도 한다. 도덕적 우월감은 권력에서 멀리 벗어나 있을 때만, 소위 재야에 있을 때만 유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도덕적 실천이 멈춰버린, 그래서 도덕적 우월감만 남아 있는 마음의 사태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말해 준다. 개인이나 공동체나 모두 그러하다. 03 다중지능 연구로 유명한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ener)는 뒷날 세계적으로 뛰어난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관한 연구를 심도 있게 하였다. 그 결과로 낸 책이 Leading Mind(한국에서는 통찰과 포용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이다. 나는 이 책에 언급된 인물 중 프랭크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엘리너 루스벨트(Eleana Roosvelt, 1884~1962)를 주목해서 읽었다. 그녀가 비교적 ‘바람직한 자부심’의 소유자로 읽혔기 때문이다. 엘리너는 8세에 어머니를 잃고, 10세에 아버지를 잃었다. 청소년기를 고아로 지내며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혹독한 노동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경우를 두고서 본다면 역경은 자부심이 생성될 수 있는 필요조건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역경은 찾아온다. 역경을 선물로 여기는 긍정의 정신이 자부심의 근간을 만든다. 물론 쉽지 않다. 엘리너가 역경 중에도 특별히 마음을 관리한 것은 열등감에 지지 않으려 한 점이다. 열등감에 눌리지 않으려는 노력은 자부심 형성의 충분조건처럼 보였다. 엘리너의 어록이 새롭게 읽힌다. “No one can make you feel inferior without your consent(당신의 동의 없이는 그 누구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안겨 줄 수 없다).” 그녀가 열등감을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았는지를 말해 준다. “위대한 사람은 이상을 이야기하고, 평범한 사람은 일상을 이야기하고, 속 좁은 사람은 사람을 이야기한다.” 이 말도 엘리너의 말이다. 자부심이 어떤 정신의 위상을 갖는지 보여 준다. 그녀는 어떤 절망 속에서도 비관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여섯 명의 자녀를 낳아서 길렀는데, 한 자녀를 병으로 잃었을 때도 그녀는 내가 사랑할 아이가 아직도 다섯이나 있음을 감사의 언어로 말한다. 대통령의 부인이었지만, 엘리너는 자신의 소명을 찾아 자신의 삶을 헤쳐 나아갔다. 그녀는 남편 사후에도 미국의 유엔 대사를 했다. 자부심의 힘이었다. 남편이 장애를 얻었을 때는 남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자신의 자부심을 더욱 고양하였다. 엘리너는 역경을 거치면서 세 가지 다짐을 했다. 첫째, 나는 매력적이지 않다. 둘째, 나에 대한 그 누구의 애정도 지속적이지 않다. 셋째,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조차도 나를 실망하게 할 수 있다. 이걸 보면, 자부심이란 자기의 독립성(나는 나다)을 강력한 의지로 일깨우는 태도에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엘리너가 도덕적 우월감을 드러내는 대목은 특별히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는 도덕적 열등감 같은 것을 유추할 수는 있었다. 그렇다! 도덕적 개인이라는 범주에서는 도덕적 우월감보다 도덕적 열등감이 더 의미 있을 수도 있겠다. 도덕적 열등감이란 일종의 반성 기제로 작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신경호 교육감은 역대 강원도교육감 중 최초의 중등출신 교육감이다. 강원대 사대를 나와 수학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교감·교장·장학사·장학관·교육장을 거쳐 교육감 자리에 오른 ‘정통 교육맨’.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교수직과 관리직을 모두 거친 인물로는 그가 유일하다. 신 교육감은 지난 7월 13일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학력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난관도 뚫고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실제 그는 지난 6월 치러진 교육감선거에서 핵심공약으로 학력신장을 내세웠다. 수능 꼴찌 강원도의 오명을 반드시 벗겠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도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신 교육감은 이날 인터뷰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1,0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도내 국립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 책임이 크다고 했다.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 뒤 출제경향 분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들의 수능 대응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 4학년부터 전수평가를 실시하여 학생들의 학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개개인에게 맞는 진단과 처방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12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교육감이 교체된 데 따른 인사정책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코드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신경호의 교육정책과 철학에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임 교육감과 함께 일했다 할지라도 필요한 부서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전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교육에 매진했던 분 중 추진력을 갖춘 인재들을 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혁신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 특혜 등은 폐지하갰다고 밝혔다. 대신 자사고와 특목고는 존치하여 수월성교육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제중·고교를 설립하겠다는 복안도 내비쳤다. 강원도를 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신 교육감. “강원도에 가면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꼭 듣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늦었지만 당선과 취임을 축하한다. 어떤 교육감이 되고 싶은가. “12년 만에 교육감이 바뀌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 ‘기대는 설렘’으로, ‘우려는 안심’으로 바꾸겠다. 강원교육이 미래를 열어주는 더 나은 교육이 되도록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취임 일성으로 학력신장을 강조했는데 어떻게 추진되나. “탄탄한 기초·기본학력이 진로진학의 바탕이 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매 학년 기본학력 성취도가 분석되고 그에 따른 학생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자 한다. 또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학생성장종합지원센터’를 설치, 학생의 학습은 물론 정서·심리, 경계선지능을 함께 지원하는 다중지원체제를 갖출 생각이다.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데, 아마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학력진단 전수평가를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전수평가를 해야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다. 일단 초등학교는 4학년부터 시작한다. 5학년까지 한 학기에 1회 정도 실시할 생각이다. 6학년 땐 학기당 2회를 실시한다. 중학교는 자유학년제를 자유학기제로 바꿔 1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 때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겠다. 따라서 1학년 1학기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시험을 수능형으로 출제한다고 하던데 대입전략을 정시 중심으로 바꾼다는 의미인가. “지금까지 강원도는 대입지도를 수시전형 위주로 해왔다. 그러나 소규모학교가 많은 강원도 입장에서는 불리한 전략이다. 앞으로는 정시와 수시를 모두 대비하는 입시전략을 구사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내신평가시험은 수능형 문제로 출제할 생각이다. 국어·수학·영어과목이 대상이다. 앞서 언급한 학생성장종합지원센터에서 수능형 문제지를 개발, 학생들이 치르도록 할 계획이다. 솔직히 그동안 대입에서 정시준비를 안 해왔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모의고사를 보고 난 뒤 문항 분석이나 출제경향 분석도 제대로 안 한 것 같더라.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춰 지역 국립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 1,200여 명에 이른다. 개탄할 일이다. 이번 여름방학과 하반기부터 소인수 교과형 방과후를 무상으로 지원, 대학진학을 많이 시키는 강원교육을 만들겠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당장 올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생들이 단 한 문제라도 더 맞힐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임기 말쯤이면 수능성적을 전국 중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교원 수급을 둘러싸고 교육계 우려가 깊다. 학령인구가 줄었다는 이유로 교원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교육문제를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학력부진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낮추고, 초등학교 등에는 교실수업에 두 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학습효과를 높이려면 교사를 더 증원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나 교육부는 정원 감축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려면 (교육감이) 할 건 해야 한다. 정부가 교원 정원을 감축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수단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다. 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본다.” 9월 1일 자 교육전문직 인사를 앞두고 관심들이 많다. 첫인사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인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인사내신에 입각한 인력배치를 할 것이다. 또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이다. 새롭게 요구되는 교육정책을 현장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인재들을 찾고 있다.” 그동안 진보교육감들은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난 코드인사 안 한다. 능력 위주 인사를 하겠다. 또 전임 교육감과 함께 일했다 하더라도 추진력 있고 새로운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 발탁해 필요한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다. 신경호 교육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학력신장에 열의를 가진 분들을 모실 것이다.” 7월에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정기총회 발표문에 교육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 말에 동의하나. “교육은 아이들이 인생을 반듯하고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여기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조차 학력에 높은 관심을 가진 것은 좋은 예이다. 진보교육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하향평준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평등교육도 중요하지만 수월성교육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교육이든 사람이든 차별은 안 되지만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수월성교육과 관련 특목고나 자사고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당연히 존치돼야 한다. 민족사관고나 강원외고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국제중·고등학교 설립도 추진할 생각이다. 교육의 도시 강원도, 교육특구 강원도를 만들겠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강원도에 가면 공부 잘한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교육을 통해 인구 유입도 늘리고, 경제도 살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예체능 분야 수월성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이 있나. “그동안 생활체육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이제는 엘리트체육에도 관심을 기울여 뛰어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학생 선수의 경우 출전 일수도 제한돼 있고, 그나마 주말에만 경기를 하다 보니 실력을 쌓을 기회가 적다. 때문에 우수한 선수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훈련을 한다. 그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신 교육감은 수학교사 출신이면서도 스포츠에 능하다. 특히 연식정구는 수준급 실력의 소유자다. 중학교 때 훈련이 끝난 뒤 선생님이 학교 선수들에게 짜장면 사주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훈련 중에는 수업을 듣지 못해 친구들 노트를 빌려 베껴 쓰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기를 3년, 호롱불 밑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던 소년은 명문 춘천고에 진학한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교원침해사건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대책이 있다면. “인권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책임 있는 인권을 가르쳐야 한다. 또 교사에게는 가르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인권이 정당하게 보호받고, 교권이 존중된다. 교권이 살아야 교육이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선생님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권 전담 변호사를 늘리고 소송에 대비한 보험도 마련할 생각이다. 다른 시·도교육감들과 힘을 모아 교권수호에 앞장서겠다.” 요즘은 정말 선생님 하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그래서 교직은 성직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종교 지도자만 성직자가 아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 주는 선생님도 성직자다. 우리는 그런 페스탈로찌가 돼야 한다. 비록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마음으로 안고 보듬어 줘야 할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혁신학교는 폐지할 것인가.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강원행복더하기학교’는 2011년부터 도입돼 45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혁신학교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일반화하겠지만, 편중된 예산으로 일반학교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혁신학교에 주어졌던 추가예산 지원과 같은 특혜는 모두 폐지할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는 돌봄정책을 특히 중시한다. 강원도교육청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지난 교육감선거에서 맞벌이 부부의 돌봄 요구를 100% 수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학교 안에서 모든 돌봄업무를 담당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특히 교사들 부담이 크다. 때문에 정규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책임지되 이후 돌봄업무는 지자체의 협조를 통해 바통터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이 문제를 의견조율하고 있다. 아울러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시설 확충이다. 돌봄교실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 유보통합도 윤 대통령 핵심 교육공약이다. “유보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교원 수급 부분에서 난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꼭 가야 할 길이다. 사실 농어촌 지역에는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없는 곳이 많다.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저녁 7~8시까지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을 맡아 줄 곳이 없으니 부모들로서는 난감하다.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지역부터 유보통합을 실시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병설유치원 등에서 아이를 맡아 준다면 출산율도 좀 오르지 않을까.”
마법한글딱지는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한글을 배우는 한글학습 만화책이다. 기존 통문자 학습법이나 학습지 형식의 한글 교재와는 달리 영어 파닉스처럼 자음과 모음의 소리로 한글을 익히게 하는 게 특징이다.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미씨'에서 내놓은 이 책은 하루 5분 부모가 만화를 읽어주면 아이가 스스로 한글을 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작 시범과 소리 따라 하기로 반복해서 글자를 익히고 퀴즈로 글자를 찾아보는 활동을 통해 글자를 정확하게 인지하게 한다. 글자마다 만화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해 이미지 연상법으로 쉽게 자음과 모음을 구분하도록 돕는다. 또한, 만화책의 앱 페이지를 스마트 기기로 비추면 다양한 게임이나 체험을 통해 단어를 익힐 수 있다. 예컨데 ‘나침반’을 비추면 나침반으로 변한 스마트 기기를 들고 동서남북 방향을 직접 찾아보는 활동을 통해 글자를 기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법한글딱지 앱은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유튜브에 마법한글딱지를 검색하면 어린이 생활습관 애니메이션, 숨은그림찾기, 다른그림찾기 등의 서비스도이용할 수 있다. 재미씨의 강은비 편집장은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마법한글딱지로 스트레스 없이 쉽고 재미있게 한글을 깨쳐 활기찬 2학기를 맞이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빅토리아프로덕션(대표 빅토리아 한)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교재·교구 라인업을 갖춘 에듀테크 기업이다. 시작은 영어 파닉스 교재인 태그미3D, 2D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북 시리즈인 AR토토 등 도서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미래형 스마트 교실 구축과 메타버스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빅토리아프로덕션이 내세우는 장점은 수년간 축적된AR 기술이다. 책이나 벽지, 매트에 인쇄된 그림을 3D AR로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스푸키즈 등 인기 애니메이션도 AR로 구현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9일 현장 취재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고품질의 영상임에도 딜레이 없이 3D 영상과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소한 차이지만 실제 교육활동에서 프로그램 오류나 시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에 최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하는 미래교육체험관 구축 사업에 선정됐고, 지난해 e러닝 에듀테크 비즈니스 모델 공모전 최우수상, 메타버스 기반 핀테크 해커톤 대상 등 화려한 수상 실적을 냈다. 학교 등 공교육 기관에서 눈여겨볼 콘텐츠는 미래 교실 구축 솔루션인 북플러스앱(Book+App)이다. 영어 단어, 스토리텔링, 생물, 창의체험 등 다양한 교재와 매트, 벽지, 스마트디바이스 등 인테리어 소품을 함께 제공한다. 어린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동화나 애니메이션캐릭터, 각종 동물들을 AR로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하고 있어 유치원 교실과 놀이실, 학교 도서관, 돌봄교실, 영어교실 등을 꾸미기에 좋다. 다양한 콘텐츠로 실제 물리적 공간을 다채롭게 꾸미는 데 더해 AR로 구현된 새로운 가상 공간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어서 부족한 교육공간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구독형 서비스 북플러스앱은빅토리아프로덕션이 발행한 350여종의 5만 개 이상의 AR콘텐츠를 내장해 월 구독료 만으로 다양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웹무제한 이용은 월 2만9900원, 도서인쇄까지 가능한 패키지는 월 3만9900원, 매월 실물 도서 1권이 정기배송되는 패키지는 월 4만9900원이다. 학교에서 대량으로 이용할 경우 협의(문의 031-955-7298)를 통해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빅토리아 한 대표는 "7월말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양한 도서 콘텐츠를 증강현실로 경험할 수 있는 북타버스 베타 서비스 시작한다"며 "현장 학습을 가지 않고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어에 재미를 붙인 학생들도 문법 앞에서는 고개를 젓는다. 영어의 구조인 문법을 터득해야 영어 실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지만, 그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다. 18년 차 영어 교사인 저자도 고백한다. 영어 교사로서 문법 지도는 ‘하나의 커다란 숙제이자 피할 수 없는 짐 같은 존재였다’고. “제대로 가르치자니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그렇다고 은근슬쩍 넘어가자니 정확한 말하기와 독해 그리고 쓰기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완성한 문법책. 노래로 영문법을 배울 수 있게 구성했다. 최근 기존 60곡 팝송에 20곡을 추가해 2판을 발행, 완성도를 높였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유명 팝송 중에서 주요 문법이 잘 녹아 있고, 반복되는 가사 속에 문법 문형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노래들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김지연 지음, 북코리아 펴냄.
아이야, 너는 꽃이란다 신은 당신에게 선물을 줄 때마다 그 선물을 문제라는 포장지에 싸서 보낸다. 선물이 클수록 문제도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자연히 당신에게 평화, 즐거움, 행복을 안겨주려면 그 이상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제 당신은 달라져야 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 어려움 속에 감추어진 선뮬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선물이 없는 고난은 없다.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중에서 위의 글은 메모 수첩에서 자주 꺼내 보는 문장이다. 교직에 있을 때에도 아이들에게 즐겨 들려주던 문장이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은 자신이 거치는 어려운 순간에 힘들어 할 때 위의 글을 들려주면 눈빛을 반짝이며 좋아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곤 했다. 가정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가난하고 힘든 자신의 불행 뒤에는 좋은 일이 기다릴 거라는 희망을 주는 언어는 위로가 된다는 걸 느낄만큼 순수했던 아이들. 시골 학교의 아픔은 바로 슬픔을 안고 사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이었다. 양쪽 부모가 다 있는 아이들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이혼가정이나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이 더 많았다. 조부모를 찾아 도시에서 쫓기듯 밀려온 아이들이 학생수 감소로 위기에 몰린 시골 학교의 부족한 학생수를 채워주는 고마운 학생들이기도 했다. 원만하지 못한 가정에서 부모에게 버림 받고 할머니와 살던 그 아이의 눈빛은 늘 어둡고슬펐다. 아침밥은 굶고 오고 점심에는 폭식을 했다. 그나마 학교에 오면 무료로 먹는 우유가 있고 무료급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학교만큼 좋은 곳이 없던 아이들. 거기다 예체능 학원은 꿈도 꾸지 못할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까지 제공되니 학습환경은 도시에서 다닐 때보다 더 좋다며 좋아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우고 영어 회화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저녁돌봄까지 제공되니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늘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아이는 공부보다는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그 아이 때문에 날마다 간식거리를 챙겼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으면, "선생님, 배가 고파서 그런지 생각이 안 나요. 왕사탕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 사탕이든 빵이든 대기 상태였다. 때로는 농담처럼 "내가 니 엄마냐?" 그러면서도 가여운 마음에 한숨이 절로나왔다. 배가 고프면 생각이 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우리의 뇌는 탄수화물을 먹어야 돌아가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수 없다면 사탕이라도 먹어야 한다. 내 사물함에는 언제나 큼지막한 왕사탕 봉지가 있었다. 문제는 사탕을 먹은 후 양치질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 아이에게 사탕은 단순한 알사탕이 아니었다. 배고픔보다 더 고픈 사랑을 대신하는 언어였다. 1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아버지를 만나는 명절, 소식조차 없는 어머니. 허리가 꺾인 백발의 할머니가 제대로 된 식사를 해줄 리 없었다. 그런 아이에게 저 문장을 들먹이는 것은말장난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헤쳐나가야 할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고난일 것이니.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주며 다독이고 전진하게 하는 일이 선생의 사명이었으니. 빈 젖꼭지라도 물리는 어미 심정이지만 희망의 언어를 포기하지 못했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으로 자랐을 그 아이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계절 탓인가 보다. 제대로 세탁해 입지도 못한 겨울 옷은 늘 무겁고 칙칙하던 아이. 그런데 여름이 되어 옷이 짧아지면다른 친구들보다 하얀 피부를 자랑할만큼 살결이 고왔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작았던 키에 뽀얀 살갗 덕분에여자 아이들이 예쁘다고 놀리곤 했던 그해 여름. 장엄하고 듬직한 월출산이 구름모자를 둘러쓴 아침 풍경을 보며 아침독서를 시작하던 교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아이에게만 옷을 선물할 수없어서 우리 반 아이들 모두단체복을 사서 입혔다. 학교에 오면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옷 때문에 기죽지 않고동질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노란 후드티를 입고 몰려다니던 우리 반 아이들은 어디서나잘 보였다. 그런 다음 그 아이가 집에서 입고 온 옷을 다른 아이들 몰래 세탁기에 빨아서 말리곤 했다. 부모의 빈 자리는 컸지만 밝게 자라는 아이가 대견하고 고마웠다. 학교가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아이는 그 여름을 다 보내기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의지할 곳 없는 아이이니 동네에서 나서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아침밥은 잘 먹고 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어린 마음이 얼마나 헛헛했을까. 그나마 형이 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 형은 오락게임에 빠져서 피시방을 전전했다. 사춘기에 이른 형이 힘든 현실을 잊기에는 피시방 만한 곳이 없었으리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형제가 차분하고 착한 심성을 지녔다는 점에 안도했다. 이제는 건장한 청년이 되었을 그 아이가 멋진 삶의 주인공이 되었길! 방학이 제일 싫다던 아이, 밥 먹는 게 제일 좋다던 아이, 친구들과 노는 게 천국이라던 아이, 영리해서 말뜻을 잘 알아듣고 자신을 일으키려고 애쓰던 아이. 영리한 눈빛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악기를 잘 다루던 아이가 불던 리코더 소리가 아련하다. 작고 다부진 몸으로 운동도 잘하던 그 아인 친구들 속에서 늘 씩씩하고 당당해서 보기 좋았는데. 아픈 손가락이어서 그런지 더 생각나곤 한다. 지금쯤 그 아이가 신의 선물을 받아든 상자를 열고 깊은 숨을 내쉬며 인생의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었으면 참 좋겠다. 군대를 갔거나 대학생이 되어 젊음의 순간을 소중히 하고 있기를!가까운 기억은 잊혀가는데 오래 전 아이들의 모습은 그대로 생각나는 요즘. 기억에 선명한 아이들은 대부분 눈물을 머금고 살던 아이들이었다. 슬픔은 오래 가는 추억인가 보다. 요즘 유난히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아픈 손가락이 더 생각나는 걸 보니 늙어가는 모양이다.내 추억의 사진 속에서는 여전히 2학년 꼬맹이로 남은 그 아이에게 신의 가호를 빈다.
딥브레인AI는 지난 대선 기간 화제를 모은 AI 윤석열을 탄생시킨 회사다. 세계적 기술 경쟁력을 갖춘 AI 전문 기업으로 방송, 금융, 서비스업 등 다방면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연로한 부모님을 AI 휴먼으로 구현해 돌아가신 후에도 만나볼 수 있는 '리메모리' 서비스도 출시했다. 다양한 서비스 중 AI스튜디오스는 교육 분야에 접목 가능한 콘텐츠다. 미리 제작된 20여 종의 AI 휴먼을 선택해 원하는 대사만 넣으면 실제 인간이 말하는 것 같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김현욱 아나운서 등 유명인을 본뜬 모델을 제공하므로 동영상 강의나 학교·기관 소개 영상 등에 활용하면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PPT 자료를 배경으로 선택할 수 있어 발표 자료 만들기도 적합하다. 초상권이 해결된 가상 인간이므로 얼굴 노출을 원치 않는 구성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최신 AI 기술을 체험해볼 기회가 된다. 직접 작성한 대사를 AI 휴먼이 말하는 영상을 제작해볼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8000자 정도 말하는 분량의 영상 제작 체험이 가능한 스타터 라이선스는 3만 원 안팎이어서 부담이 크지 않다. 더 많은 이용을 원하는 교육기관은 비용 협의가 가능하다. AI 휴먼을 별도로 제작할 경우엔 5000만 원~1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지만, 한 번 만들면 영상 제작 시 스텝 인건비 등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영상 제작 빈도가 높은 기관이나 유명인은 고려해봄직하다. 딥브레인AI는 AI 휴먼을 적용한 영어 회화 프로그램 '스픽나우'도 보급하고 있다. 음성과 영상 싱크를 맞추는 기술이 적용된 AI 휴먼을 통해 입 모양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전화나 화상 회화 프로그램과 달리 시간·공간 제약도 없다. 학습자의 레벨에 따라 맞춤형 커리큘럼을 설정하고, 일별 학습량을 정량화해 제시하므로 꾸준한 학습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주변의 궁금한 사물이나 단어를 촬영하면 뜻과 발음을 알려주는 AR단어장, 주제 없이 다양한 대화가 가능한 프리토킹, 1000권 이상의 책을 AI가 읽어주는 리딩 기능도 탑재했다. 또한 1주 단위로 학습량과 흐름, 표현력, 정확성, 발음, 독서량, 단어수 등을 분석한 AI 리포트로 학습 관리를 돕는다. 스픽나우의 월 이용료는 개인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해 이용 시 9900원, 전용 태블릿을 구매할 경우 9만9000원(3년 약정)이다.
그림책으로 나를 찾는 수업을 하게 된 배경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말해 볼까요?”라는 교사의 질문에 “저는 장점이 없어요”, “잘하는 게 없는데요”,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림책을 반복하여 읽어주고 기억에 남는 장면 말하기, 질문 만들기, 토의·토론하기, 글쓰기 등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잠재력에 놀랐던 내게 의외의 답변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높은 학업성취 기대감으로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행평가나 단원평가 등을 실시하는 날에는 등교할 때 무엇인가를 들고 외우며 오는 아이, 교실에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 등이 성적에 대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짐작하게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활동을 할 때 절로 웃음이 피어오르는지, 자신감이 생길 때는 언제인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말하고 쓰고 발표하면서 깨닫게 하고 싶었다. 내 존재에 대해 소중함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공부하면서 알게 하고 싶었다. “저 이런 거 잘해요. 저는 이게 좋아요”라고 말하는 행복한 아이들을 교실에서 만나고 싶었다. 초등학교는 40분이 한 시간의 수업이다. 우리 아이들의 독서능력은 수학·영어과목만큼개별차가 심하다. 그런 아이들을 40분 수업으로 독서에 흥미를 느끼고, 깊이 있게 생각하는 수업으로 이끄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림책은 혼자 읽으면 5분, 선생님이 읽어 주어도 7분 정도면 전체 이야기 속으로 안내할 수 있다. 그림책은 짧은 시간에 책을 함께 읽을 수 있고, 매 차시 반복하여 들려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그림과 글이 예술적 조화를 이루면서 아이들 수준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도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 경험만큼 어른도 자신의 배경지식에 따라 깊고 넓은 사고와 정서의 세계로 안내될 수 있는 멋진 자료이다. 고학년 아이들도 그림책을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볼 때마다 새롭게 깨닫는 그림 읽기, 음미하면서 읽으면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기도, 훑어 주기도 하는 매력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림책으로 나를 찾아가는 여정 국어 독서단원 지도 시수와 창체시간 일부를 활용하여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학년을 대상으로 그림책 읽어 주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석교사로서 전교 선생님과의 수업 접점을 만들기 위해 학급당 11시간~14시간의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상의 수업을 담임교사가 참관하면서 아이의 수업 경험을 대화로 나누는 계기로 삼고 있다. 1학기엔 6학년·5학년·4학년 순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2학기엔 3학년·2학년·1학년 순으로 수업을 지원한다. 작년엔 그림책 형식의 ‘나를 소개하는 책’ 만드는 수업을 2~3학년에 적용해 보았다. 올해는 4~6학년에 적용하는 중이다. 학년에 따라 수준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인 활동은 비슷한 편이다.[PART VIEW]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과 교실수업이 교차로 이루어진 시기이다. 1~2학년을 제외하고는 보통 2주 단위로 5일은 가정에서, 5일은 등교수업으로 이루어졌다. 표 1은 그림책으로 진행하는 수업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 3학년 그림책 읽어주기 수업과정 예시 국어책 대신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그림책을 선택하여 학년 수준을 고려한 읽어주기를 한다. 보통 3~5차시 정도 같은 책으로 진행을 하는 데 매 차시 읽어 줄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 연기하며 읽기, 감정만 표현하는 정도로 담백하기 읽기 등 조금씩 차이를 두고 읽어 주기를 한다. 아이들은 책상에 교과서를 올려놓지 않는 사실만으로 수업에 기대감을 갖는다. 표지 보고 추측하기, 작가 소개 등의 과정을 통해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천천히 그림책에 몰입한다. 저학년의 경우는 약간의 연기를 가미하여 연극적 요소를 살린 읽어 주기를 하기도 한다. 국어과 영역별 성취기준을 고려하여 그림책으로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재구성을 한다. 첫 번째 읽어주기를 마치고는 보통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이야기 나누게 한다. 둘씩 짝을 지어 말하되 세 명의 다른 짝과 만나 같은 주제로 말한다. 아이들은 말하기를 위해 아무것도 미리 쓰지 않는다. 책상 위엔 필기도구도 준비시키지 않는다. 온전히 자기 생각을 천천히 정리하여 말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짝을 바꿀 때마다 상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지 작은 미션을 주고, 때로는 짝이 한 이야기를 공유하게 한다. 짧은 1~2분 안에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수정하고 친구의 생각을 보태기도 하면서 자신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용 파악이나 줄거리 요약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마주 이야기’라고 부른다. 마주 이야기가 끝나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한다. 전체가 돌아가면서 말하는 데 7~10분 정도 걸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짧은 시간에 끝나기도 한다. 두 번째 읽어주기를 마치고는 아이들이 한 개의 질문을 만들도록 한다. 내용을 이해하는 질문보다는 정답은 없지만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하되, 그림책을 깊게 음미할 수 있는 질문이 되도록 안내한다. 내용파악용 질문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해결하고, 지나치게 확산적인 질문을 제외한 두 가지 이상의 다양한 생각이 나올 수 있으면서 아이들의 진솔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질문들을 유형화하여 그중 일부를 수업목표로 삼는다. 질문자의 질문에 대한 배경설명을 듣고 마주 이야기를 한다. 시간에 따라 1~3개의 질문을 다루고, 때로는 정해진 한 개의 질문을, 때로는 아이들의 질문 세 개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마주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다. 질문에 따라 1:1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서로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한다. 생각 나누기를 할 때 자신이 선택한 질문에 대하여 말하게 하면 그림책 등장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과 아이들 삶의 단편을 함께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별 저항 없이 자신의 생활을 빗대어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책의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두 번 정도 거치면 논리적 글쓰기, 다양한 형태의 독후기록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다. 질문이 학급별로 다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담아내는 표현의 그릇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면 매우 다양하고 창의적인 독후기록을 볼 수 있다. 주인공·작가·주변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 또는 그 인물이 되어서 쓰는 일기·만화·시, 질문과 대답 등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역량에 따라 쓰게 한다. 아이들은 선택권이 넓어지고 사전에 다양한 질문으로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는 과정을 거쳐서인지 글쓰기에 대한 저항이 매우 낮아져 있다. 때로는 두 가지 형식의 글을 쓰겠다는 아이들도 나온다. 수업이 끝나가는 데도 새로운 학습지를 챙겨가는 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2021년에는 패들렛을 활용하여 실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모든 아이의 공책을 함께 공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수업 중 아이들의 글을 피드백해 주는 과정이 함께 공유되어 글쓰기 지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쓰는 과정이 고스란히 공유되어 글을 쓰는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되었다. 다음 표 2는 3학년 그림책으로 나 찾기 수업진행 과정이다. 그림책 읽어주기에서 토론·논술까지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논술까지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토론수업을 하면 그것을 다 해볼 수 있잖아요.” “토론수업 좋지요. 그런데 막상 교실에서 지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 선생님들과 수업이야기를 나누다 들은 말이다. 토론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복잡한 형식을 지켜야 할 것 같고 아직 말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은 아이들에게 바로 토론수업을 적용하는 것은 교사에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림책 읽어주기로 시작하여 말하기, 토론수업으로 이끌었다. 토론 후에 논리적 글쓰기로 연결하였다. 토론이나 글쓰기에 대해 덮어놓고 고개를 흔들던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토론과정에 참여하였다. 논리적 글쓰기 시간에 책상 위로 달리는 아이들의 연필 소리가 교실 가득 울리곤 하였다. 충분히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 토론하고, 그것을 토대로 글쓰기로 이어준 것이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 4~6학년 그림책 읽어주기에서 토론·논술까지 수업과정 예시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주인공이 남다른 선택을 해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책은 아이들에게 끝까지 읽어 주지 않고, 주인공이 갈등하는 장면까지만 읽어준 후, 각자 선택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다.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의 생각이 반반이면 그대로 토론으로 진행해도 되지만, 보통은 한쪽 의견으로 쏠린다. 그럴 때는 토론이 깊게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는 하나의 도구임을 알리고, 랜덤 선택으로 관점을 선택하여 마주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기 생각과 반대의 입장에서 말하는 아이들에게 매번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묻고 공유한다. 세 명의 다른 짝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원래 자신의 입장이 바뀌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깊이 듣고 생각이 바뀌는 것도 공부의 과정임을 알게 한다.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은 한 가지 입장에 선 경우, 두 가지 입장을 다 경험한 경우가 생긴다. 토론과정에서 상대의 질문이나 반박에 당황하거나 생각이 바뀌는 아이들이 자신의 논리를 새롭게 정리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림책을 활용한 토론은 한 가지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하다 보면 다시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교사로서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에 자신의 근거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상대의 의견도 경청하는 자세를 갖도록 도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교사도 토론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활용하여야 한다. 아이들이 책 속의 한두 문장도 깊이 생각하고, 그림에 나온 등장인물의 표정도 다시 새겨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그림책 읽어주기로 토론까지 가는 것은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수없이 경험할 선택에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겪게 하기 위함이다. 논술쓰기는 토론에서 어느 입장을 취했는지와 상관없이 지금 현재 나의 생각에 따라 쓰게 한다. 전원이 한 쪽 입장이 되어도 괜찮다. 다만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근거·설명·반론꺾기·정리 등의 단계를 밟아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책 읽어주기로 만든 질문과 글쓰기 ● 책을 읽고 만든 질문 ● 학습지·잼보드에 쓴 글 ● 토론활동과 논리적 글쓰기 ‘나’를 찾아가는 그림책 수업과정과 산출물 책을 만들기 전에 그림책 읽어주기를 듣고 자신의 느낌 말하기, 질문으로 말하고 듣기를 충분히 경험한다. 아이들의 질문과정이 책을 자기 방식으로 생각하려는 노크라고 생각하면 좋다. 그것들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자기 생각과 의견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 내 소개책 만들기 그림책으로 나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뒤,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전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목적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지금 현재의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 발표와 전시 자신의 글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전시하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 피드백을 얻고 창의적인 표현을 배우며 친구를 존중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표현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교사와 아이가 행복한 교실을 꿈꾸며 위의 모든 작업은 아이 한 명 한 명을 살펴보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수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교사에게는 교실에서 아이를 만나기 전에 교육과정이 주어진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알맞은 교육과정일 수가 없다. 교사는 미리 준비한 수업이 아이들에게 맞지 않으면 과감히 뒤집는 용감한 시도를 거듭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의 진정한 성장을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거창한 구호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다만 지금 이 교실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과 교사가 행복한 수업을 고민할 뿐이다. 부족한 역량이지만, 거듭 수정하고 다시 아이를 관찰하면서 하루하루 아이의 눈으로 수업을 보고 만들어가는 이유는 아이도 교사도 행복한 교실을 꿈꾸기 때문이다. 독서수업, 이것이 궁금해요 Q. 학생들에게 읽어 줄 책은 어떻게 선택하나? 학생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적절한 수준의 책을 만나지 못해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 프로그램에서 본인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먼저 접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어서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하면 좋다. 여러 번 재미있게 읽어주려면 교사에게 흥미로운 책으로 시작해야 한다. 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어야 반복하여 읽어줄 수 있다. Q. 책을 반복해서 읽어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책을 빠르게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독서교육은 아니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아이가 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조화롭게 만나 예술성을 갖춘 책이다. 여러 차시에 걸쳐 반복하여 읽어주면 그림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이 달라진다. 책을 반복하여 읽어주는 것은 깊고 넓은 독서의 밭을 일구는 기초이다. Q. 학생들이 만든 질문 등으로 말하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책읽기를 통해 깊고 넓게 생각하게 하려면 친구들과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처음부터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어렵다. 이유를 들어 기억에 남는 장면을 세 명의 다른 친구와 나누다 보면 말도 늘고 생각도 는다. 반복하여 말하기를 하면, 친구의 생각을 보태기도 하고 내 생각을 고치기도 한다. 짝의 질문으로 생각하고, 반응을 보이며, 들어주는 짝 때문에 더 열심히 말한다. 세 명의 짝은 만나야 내 생각과 말을 돌아보게 하는 짝을 만날 수 있다. 같은 주제로 세 번은 말해봐야 여러 사람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Q.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나? 글쓰기가 말하기, 듣기, 읽기보다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말하기와 글쓰기인데 말은 순간적이고 실수해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글은 내 생각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 때까지 고쳐 쓸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다. 책을 읽고 같은 질문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는 것은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의 밑그림이다. 그것은 글쓰기를 편안하게 시작하게 한다. 여러 번 고쳐쓰기까지가 글쓰기임을 경험하게 한다. 쓴 글은 반드시 발표하게 한다. 패들렛·잼보드 등을 활용하여 친구들이 내 글에 감상평을 달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습지에 쓴 글은 반드시 교실 게시판에 전시하여 함께 읽을 기회를 준다.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있을 때 글 쓸 맛이 난다. Q. 그림책으로 독서토론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교과서에 나온 토론주제는 교훈적인 메시지이거나 규칙에 관한 것이어서 몰입하여 토론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림책은 내 실천을 규정하지 않으면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짧은 지문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깊이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다. 토론과정에서 그림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림책을 음미하면서 읽을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올해 처음으로 맡게 된 교육복지업무는 모든 업무가 생소했다. 그중에서도 기본학력 프로그램이 가장 큰 숙제로 다가왔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의 ‘협력강사 지원’ 첫해라서 이를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또한 본교는 위치적 특성으로 기본학력 미도달 학생들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소수이기 때문에 더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기본학력 프로그램 운영사례와 수업에서의 협력강사 활용사례를 엮어서 소개하려 한다. 다중지원팀 결성과 학습지원대상학생 선정 기본학력 학생지원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습지원대상학생을 선정하고,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협조체제인 다중지원팀을 결성하는 일이었다. 학교 내 전문상담사, 보건교사, 각 반 담임교사에게 ‘다중지원팀’을 제안했고,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중지원팀이 만들어졌다. 학습지원대상학생들을 선정하기 위해 3월에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s-basic) 진단도구 G형으로 진단평가를 시행했다. 코로나로 1주일씩 학년별로 번갈아 가며 등교하는 상황이어서 하루에 시험을 다 치르지 못하고 3주에 걸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지필고사와 마찬가지로 치러졌고, 결석한 학생들의 경우 따로 문제지를 나누어 주고 풀게 했다. 모든 학년이 시험을 다 치르고 난 후, s-basic 사이트에서 제시한 기준점수 미달 학생명단을 만들었고, 개별적으로 학부모와 연락하여 학습지원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많은 학부모가 학습지원 받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추가로 학습지원을 받을 때 주변 학생들로부터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했다. 학교가 방과 후에 따로 아이들을 남길 때는 좀 더 세심한 배려를 담은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PART VIEW] 진단평가를 통해 최종 선정된 학습지원대상학생 명단을 각 학년 국어·영어·수학교사에게 전달하였고, 학년별로 협의한 후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 담당자를 정하고, 각 9차시씩 방과 후 교과를 지도하기로 하였다. 방과 후 기본학력 교과지도 _ ‘꿈나래반’ 운영 본교는 학습지원대상학생 방과 후 지도수업을 ‘꿈나래반’ 수업이라고 명명하였다. ‘꿈의 날개’라는 단어의 뜻처럼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활짝 펴고, 희망찬 미래로 날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취지에 맞는 아름다운 명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나래반 운영계획은 표 1과 같다. 꿈나래반 수업은 각 학년 국어·영어·수학교사가 학년별 협의를 통해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 각 9차시씩 방과 후 교과를 지도하기로 하였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수업주간에는 원격수업으로 진행하였으며, 학생과 협의하여 방과 후뿐만 아니라 조회시간·점심시간·쉬는 시간 등을 활용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였다. 그리고 학습자료는 담당교사가 따로 선정하여 제작하거나 s-basic 사이트의 ‘늘품이 자료’를 활용하기도 했다. 꿈나래반 담당 교과교사들은 꿈나래반 수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현재 자신이 맡은 정규수업 학급의 학생과 ‘배움이 느린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라포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외부강사나 다른 학년 교사가 가르쳤더라면 학생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지 못했을 텐데, 정규수업 교사가 가르쳤기 때문에 학생들의 상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실제 수업에서도 신경을 더 써줄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꿈나래반 수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기본학력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행평가나 정규고사 준비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습방법을 지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로 인해 여름방학에도 꿈나래반 수업이 운영되었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현재 3학년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1학기 때 꿈나래반 영어수업을 맡아, 기본을 잡아주는 중등 영문법이라는 교재로 지도하였다. 학생들과 협의하여 방과후시간을 따로 잡고 9차시에 걸쳐 지도했으며, 대상학생들은 3학년 꿈나래반 여학생 4명이었다. 그중 정규교과시간에도 가르치고 있었던 학생은 한 명뿐이었지만, 학생들끼리 서로 친한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 같이 수업을 듣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교사와 라포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시험기간이 가까워지면 핵심단어를 외우도록 단어시험과 게임을 병행하고, 교과서 문법 학습지를 다시 한 번 같이 풀어보는 등 스스로 하는 학교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력하였다. 대부분의 기본학력 수업이 그렇듯이 9차시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보이는 효과를 관찰하기는 어려웠지만, 정규수업에서는 진도를 따라올 수 없어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며 가만히 있던 아이들이 꿈나래반 수업할 때는 모르는 것을 질문하며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에 생각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가르치고 있던 학생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수업시간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학생도 그저 교과교사일 때보다 꿈나래반 수업까지 듣게 되니 수업시간에도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보다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정성을 쏟으면 좋은 방향으로 차츰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해 기회가 되어 15분 파닉스라는 기본학력 교재를 만들게 되었는데, 파닉스에 완전 기초실력인 3학년 학생들에게 가르쳐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고, 내년에는 이 교재를 활용하여 학생들을 지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협력강사제 운영 _ 1학년 수학·국어 협력강사제는 서울의 중학교 교사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교과시간에 협력강사가 수업에 협력 또는 보조하여 교실 내 배움이 느린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기본학력 프로그램이다. 본교의 협력강사제 운영계획은 다음과 같다. 진단평가에서 기본학력 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수업시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더러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꿈나래반 운영을 통해 학습부진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실제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 협력강사제를 처음 도입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움이 느린 학생들을 도와주고 더 이상의 학습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과목 중에서 가장 수준 차이가 심하게 날 수 있는 수학과목과 수행평가를 할 때 개별지도가 많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국어과목에 협력강사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수학과목의 경우 주당 2시간씩 협력강사가 정규수업에 들어가서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천천히 1:1 지도를 했다. 올해 수업지원을 했던 수학과 협력강사는 다음과 같은 수업소감을 밝혔다. “첫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두 명 들어가니 학생들은 적응이 안 되는 듯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았어요. 중간중간 문제풀이시간이 있을 때마다 필요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였으나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공부 못한다고 소문날까’란 걱정 때문에 옆으로 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학생 중에 나를 반기는 학생도 있긴 했지만, 반기지 않는 학생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중에는 책에 손대는 것도 싫어하는 학생이 있었고, 한 학생은 외국에서만 살다 와서 한국말이 서툴러 이해하지 못해 울어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방법을 바꾸어 교과 선생님과 학생 대부분을 한 명 한 명 살피기 시작했고,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친구들도 한 번씩 다시 되짚어주며 친근감을 쌓아갔습니다. 교과 선생님과 함께 문제풀이시간 내내 돌아다니며 모든 학생을 보살피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울어버렸던 학생도 쉬는 시간까지 찾아와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책에 손대는 것도 싫어했던 학생은 내가 가면 책을 내밀어서 보여주며 알려달라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모든 학생을 살펴주니 낙인효과를 무서워하던 학생들도 걱정을 덜고 나를 살갑게 반겨주었습니다. 수업시간 내에 배움이 느린 학생에게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게 할 순 없었지만, 그 수업시간 중 가장 중요한 학습내용만큼은 익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이번 수학수업 내용 중 주어진 선분과 각을 이용하여 하나로 결정되는 삼각형을 그리는 내용이 있었는데,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도 있었지만, 손도 못 대는 학생도 몇 명 있었습니다. 배움이 느린 학생 옆에서 꾸준히 도와주고 반복하니 세 가지의 작도 중 한 가지 이상은 혼자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보태어 협력강사는 수학은 배움이 누적되는 과목이라 전 학년에 배우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더욱 배움이 어려워지므로 배움이 느린 학생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하였다. 기본학력 수업의 실제 국어과목의 경우 수행평가를 시행할 때 과정중심으로 지도할 수 있으려면 협력강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1학년 국어과목은 세 명의 교과교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그중 수행평가와 관련 있는 ‘시와 문법’ 단원을 배울 때, 협력강사가 ‘배움이 느린 학생’들의 수행평가를 지원해 주었다. 예를 들어 ‘시와 문법’ 단원의 수업을 학교에서 오프라인으로 하는 경우 이해도가 낮은 학생이나 귀국자 학생의 옆에서 보충설명을 진행했다. 또한 모둠활동수업에서 담당 교과교사와 조별활동을 돌아가며 지도함으로써 모든 조의 활동에 최대한 양질의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교사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모둠이 없도록 지도하였다. 결과적으로 좀 더 정확하고 세심한 과정평가가 가능하도록 담당교사와 잘 협업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 제공을 위해 수행평가를 시행하는 한 차시 수업에 직접 들어가 보았다. 이날 수행평가는 ‘타이포그래피 그리기’였는데 학생들이 소설의 주제를 글자 디자인에 녹여내는 작업이었다. 학생들은 소설 단원에서 주제나 핵심어를 찾아 ‘글자’로 디자인해야 하는데, 이때 소설의 소재와 주제가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칠판에 예시를 제시했지만,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협력강사가 따로 설명해주었다. 또한 협력사의 도움으로 한 차시 안에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어 수정 작업을 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지원할 수 있었다. 수학수업의 경우 ‘삼각형을 작도해보고, 이렇게 작도한 삼각형은 모두 크기와 모양이 같은 한 가지임을 관찰’하는 수업 중 교과교사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어떻게 작도를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헤매고 있었다. 교과교사 혼자서 그 아이들을 모두 지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력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강사의 순회지도로 학생들은 작도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온라인 수업주간에 과제 검토 및 문제풀이 영상제작 등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교과교사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글을 마치며 초반엔 우왕좌왕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학교 실정에 맞는 기본학력 수업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 진단평가 후 학습지원대상학생들을 선정할 때 좀 더 학부모와 학생들을 설득했더라면 꿈나래반에 대한 인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고, 학생들을 선정할 때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해주신 교과교사도 있어서 이 부분은 다음 학년도 때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꿈나래반 수업은 학생들이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고 만족도가 높았던 점에서 기본학력 미도달 학생들을 위해 필수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협력강사제 수업도 마찬가지로 교과교사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과밀학급이라 놓치기 쉬운 학생들의 학업부진이나 행동특성을 협력강사가 발견하여 개별 맞춤수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학습결손을 해결하는 데 한 발 나아갔기 때문이다.
01 주변 사람들에게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이란 말을 어떤 뜻으로 이해하는지 물어보라. 어휘력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열에 일곱 여덟은 “그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얻어먹고 얻어 자며, 남의 신세 지는 거 아닙니까?”라고 할 것이다. 맞다. 국어사전에도 ‘동쪽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서쪽 집에서 잠을 잔다는 뜻으로,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면서 얻어먹고 지냄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요컨대 일정한 삶의 근거지도 없이 돌아다니며 남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의 행태를 일컬을 때 이 말을 관용구처럼 쓴다. 구차하고 궁색 맞고 좀 쓸쓸하고 처량해진 사람의 신세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이 말이 생겨날 때의 원뜻은 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동가식서가숙’이란 말은 중국 북송 초기의 학자 이방(李昉) 등이 977~983년 사이에 편찬한 태평어람(太平御覽)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이런 부류의 책을 중국에서는 일찍이 유서(類書)라고 불렀는데,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옛날 제(齊)나라에 혼기가 찬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마침 두 집에서 청혼이 들어왔는데 동쪽 집의 아들은 못생겼으나 부자였고, 서쪽 집 아들은 인물은 좋았지만 집이 가난했다. 부모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딸에게 한쪽 소매를 걷어 의사를 표시하도록 했다(동쪽 집 아들이 좋으면 오른쪽 소매를 걷고, 서쪽 집 아들이 좋으면 왼쪽 소매를 걷으라 했다). 딸은 즉시 두 소매를 다 걷었다.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묻자 딸이 대답했다. “음식은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려고요.”(齊人有女, 二家同往求之. 東家子醜而富, 西家子好而貧. 父母不能決, 使其女偏袒示意. 女便兩袒. 母問其故, 答曰, 欲東家食而西家宿.) 고금담개(古今譚槪) 이야기가 주는 의미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동가식서가숙’의 뜻과는 사뭇 다르다. 이 이야기로 본다면 ‘동가식서가숙’의 원뜻은 이익에 민감하고 매우 이기적인 행위(사람)를 가리키는 데에 가깝다. 딱하고 처량한 처지를 나타내기보다는 오히려 괘씸한 느낌을 준다. 결혼하려고 하는 사람으로서 배우자에 대한 신의 같은 것은 간 데도 없다. 맛있는 걸 먹을 때는 부잣집 신랑과 지내고, 잠을 잘 때는 잘생긴 신랑에게 간다니, 그래서 ‘동가식서가숙’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그러면 말의 뜻이 왜 이렇게 변해 왔는가. 아마도 이 말을 사용하는 맥락이 다양해짐에 따라, 원래 그 말이 생겨난 맥락에서 쓰여 오던 말뜻은 점점 쇠퇴하고, 새로 생겨난 또 다른 어떤 맥락에서 쓰는 뜻이 점점 세력을 얻는 양상이 되었으리라. 이를테면 이익에 따라 그때그때 기민하게 움직이는 행위를 뜻하던 ‘동가식서가숙’의 의미기능은 새로 생겨난 다른 말이 감당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 이 말도 새로운 역할을 찾아 다른 의미기능을 감당하게 되었을 것이다. 즉 ‘오갈 데 없어서 남의 신세에 기대어 사는 궁색한 형편이나 사람’을 뜻하는 쪽으로 의미가 옮겨 오게 되었을 것이다. 02 무엇이 그렇게 되도록 작용했을까.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태의 변화, 그 생태가 빚어내는 문화, 그 문화가 지배하는 사람들의 의식 등이 긴 시간을 두고 언어에 작용한 것이리라. ‘오빠’라는 말도 그렇게 변했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남매 사이에서 여동생이 손위의 남자를 부르던 호칭으로 쓰던 것이 ‘오빠’의 원뜻이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변했는가. 이성애로서 사랑하는 남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이제는 거의 일반화되었다. ‘오빠’라는 말의 사용 맥락이 달라짐에 따라 의미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실제로 핵가족제도와 소수 자녀의 가정이 되면서 집안에서 남매를 이루는 ‘오빠’는 많이 사라져버렸다. 집 밖의 ‘오빠’를 찾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변한 ‘오빠’의 의미도 영구히 고정불변으로 있으란 법은 없다. 언제 어떤 맥락을 만나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언어가 변화하는 모습은 음성 언어뿐 아니라 문자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중요(重要)’, ‘필요(必要)’ 등의 단어에서 쓰이는 ‘요(要)’자는 원래 ‘허리’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글자의 형태가 ‘서 있는 여자(女)의 허리춤에 두 손이 얹혀 있는 형태의 글자인 덮을 아(襾)’에서 변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要)’자의 원뜻은 ‘허리’이다. 그러나 뒤에 이 글자가 ‘중요하다(essential)’, ‘요구하다(require)’ 등으로도 많이 쓰이자, ‘허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다시 만들어졌다. 그것이 바로 ‘허리 요(腰)자’이다(전광진 교수님의 페북에서). 새 글자 ‘腰’는 허리가 몸에 속함을 ‘要’의 앞에 ‘月(肉을 뜻함)’을 둠으로써, 허리의 뜻이 확실한 새로운 글자를 탄생시킨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B.C 460~B.C 370)의 오래된 명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Life is short, art is long)’라는 말도 그 원뜻을 다시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된다. 그가 말했다는 ‘예술’이라는 말도, 그 원뜻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과는 거리가 있었다. 영어의 ‘Art’는 라틴어 ‘Ars’에서 왔고, 이 말은 다시 고대 그리스어의 ‘Techne’에서 왔다. ‘Techne’는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예술’이라는 뜻보다는 ‘기술’이란 뜻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중에서도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예술(art)이라는 말은 그 뜻이 점점 축소되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예술이란 처음부터 예술로서 존재했다기보다는 일상의 생활에 필요한 기술에서 시작하여 특별히 미적인 자질이 두드러지는 오늘날의 예술 영역으로 진화해 왔음이 유추된다. 더 일반화해서 본다면, 인류의 기술과 지식이 그런 과정을 거쳐서 보다 전문적인 범주로 분화되고, 더욱 독자적인 영역으로 심화해 왔음을 엿볼 수 있다. 말의 원뜻을 거슬러 찾아봄으로써 인간의 정신과 문명의 진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03 말로 이름을 지을 때는 온갖 소중한 뜻이 다 들어간다. 서울의 거리 이름만 해도 그렇다. 세종로를 이름 지을 때는 이 거리에서 세종대왕을 생각하자는 뜻이 담겼으리라. 충무로를 작명했을 때는 이 거리에 오면 충무공 이순신을 상기하자는 뜻이 있었으리라. 을지로에서는 을지문덕을, 퇴계로에서는 퇴계 이황 선생을, 남산 소월로에서는 김소월 시인을 생각해 보자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거리를 부를 때마다 그 위대한 조상들을 가슴에 새겨서 품는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 길들의 위치나 기능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친다. 그 이름들을 그냥 단순 정보로만 처리해 버린다. 지명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각자 이름을 지어 준 분이 기대하였던 그 이름의 원뜻과 관련하여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가. 이름 안에 소중히 심어 준 원뜻은 꺼내어 펼쳐 볼 틈도 없이, 내 이름은 그저 기능적으로만 쓰인다. 어딘가 새로운 사이트에 등록할 때 내 이름이 쓰이고, 훈련이나 회의에 나갔을 때 참석 여부를 확인하며 부르는 내 이름이 있다. 택배 아저씨가 물건을 가져와서 수취인이 맞는지 확인할 때도 내 이름이 쓰인다. 그렇게 기능적으로만 쓰인다. 의미론적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아내가 내 이름을 부를 때는 무언가 경고를 내릴 때이다. 이 역시 기능적 쓰임이다. 이름이나 말이나 그 원뜻은 천덕꾸러기를 면하지 못한다. 말은 생겨날 때 그 뜻도 함께 생겨난다. 그런데 그 뜻이 그 말에 항상 반듯하게 붙어있지는 않는다. 조금씩 바뀐다. 때로는 말이 원뜻에서 멀어질 때도 있고, 원뜻이 말에서 희미해질 때도 있다. 이를 두고 말(記標)과 뜻(記意)이 서로 미끄럼을 탄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이렇게 되는 것은 그 말을 사용하는 인간이 살아가는 생태가 변하기 때문이다. 세상 만상(萬象)과 세상만사(萬事)가 다 변하는데, 그 만상을 지칭하고 그 만사를 지시하는 말이 어찌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언어의 세계는 역동적이다. 말을 배운다고 했을 때는 이런 모습을 모두 배워야 온전히 배운다고 할 수 있다. 말의 원뜻을 거슬러 생각해 보고, 지금 이 말의 쓰임을 조용히 관찰하듯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금 쓰고 있는 말의 뜻도 새롭게 의미를 띠고 살아난다. 그게 어찌 말의 의미로만 그칠 것인가. 사람의 의미, 세상의 의미, 존재의 의미로 번져 갈 것이다. 말의 원뜻을 거슬러 생각해 보고, 지금 이 말의 쓰임을 조용히 관찰하듯 들여다보는 자세, 나는 이것이 곧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실천이라 하고 싶다.
이제 K-컬쳐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한국인 수상자가 배출되었다는 소식이나 전 세계 OTT 업체의 인기 순위에서 우리 드라마가 세계 팬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K-POP 역시 빌보드 상위권에 있고, 각종 클래식 콩쿠르에서 우리의 신예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서 국악·전통무용과 대중예술이 결합한 새로운 예술 융합 장르들도 유튜브 등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고 수많은 아티스트가 스타가 되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예술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예술가가 많아지자 학교교육에서 예술을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할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학교예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입안·실행되고 있다. 학교에 예술교육에 적합한 시설이나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들이 있고, 학교가 예술교육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들도 있다. 또 학교에 전문 예술인을 강사로 보내 예술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들도 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공연을 관람하게 하거나, 직접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 교원들의 예술교육역량을 강화하는 정책들도 있다. 이러한 여러 정책 중에서 교원 예술교육 역량강화 정책은 효과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정책이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교원들에게 예술교육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예산 투입, 정교한 프로그램 개발, 참여 교원들의 학습 열의 등이 모두 필요하다. 더불어 관리자의 적극적인 지원과 예술교육역량을 높이고자 하는 교육당국의 정책적 결단도 필요하다. 그에 비해 결과물은 가시적이지 않고 간접적이다. 교원의 예술교육역량에 대한 예산 투입이 큰 반면 결과물은 학생들의 예술활동을 통해 나타나므로 미미해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예술활동은 부모의 관심이나, 학교의 예술교육 예산 지원 등 다른 변수들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교원들의 예술교육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까? 교원들의 예술교육 역량강화 정책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월등한 효과를 가진 다른 정책이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예술강사 파견 정책이다. 예술강사 파견 정책은 예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예술강사가 학교에 파견되어 교사와 함께 예술교육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교사는 예술수업에서 협력적인 역할을 하므로 수업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관리자와 학부모는 예술교육의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으므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예술강사 파견 정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사업이 확대될수록 교사는 주변인에 머물고, 예술교육의 목표가 예술활동에 대한 흥미 고양이나 기능 숙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예술활동을 통한 인간적 성장을 도모하고 예술과 여타 분야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예술 이외 분야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 능력이 필요하므로 교사가 예술교육에 좀 더 깊게 포함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예술강사 파견 정책 외에 교원의 예술교육 역량강화 정책의 확대가 시급하다. 교원의 예술교육 역량강화는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접근이 되어야 한다. 우선 재직 중인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원연수 및 교원학습공동체 활성화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교사들이 예술교육역량을 추가로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지원해야 하며, 예술교육 전문가들을 통한 집중적인 연수가 활성화 돼야 한다. 재직 중인 교사들이 예술교육 분야 연수나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에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를 장려하는 학교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예술교육과 관련된 교사의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예술교육에 대한 필요성 인식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는 학교예술교육에 대한 관리자 연수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사 교육과정에서 예술교육을 접할 기회를 확대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신규교사 선발과정에서 예술교육역량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 임용시험에 영어수업능력이 반영되면서 신규교사들의 영어교육역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을 볼 때, 예술교육에 대한 교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대나 사대 교육과정에 예술교육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이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임용시험의 한 과목으로 예술교육역량을 평가할 필요도 있다. 다만 모든 임용 대상자에게 예술교육역량을 요구할 것인지, 여러 분야 중 하나의 선택 영역으로서 예술교육 분야를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교원이 예술교육에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가 예술을 즐기고 가까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원의 예술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영어를 잘하는 교사가 영어교육에 능할 가능성이 크듯이, 예술을 즐기는 교사가 예술교육을 잘할 가능성이 높다. 교사가 예술을 쉽게 접하고, 예술을 즐기는 학교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교사들에게는 전시회를 지원해주고, 연극·연주·뮤지컬에 참여하는 교사들에게는 공연을 지원해준다면 그 혜택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연수에서 교사들이 각종 공연을 관람하고 미술품을 감상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예술을 즐기고 예술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예술경험 접근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교원의 예술경험 증진이 예술교육역량과 연계됨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는 J.Dewey의 심미적 경험과 탐구이론을 기초로 하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사·교육행정가·예술강사 재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동 프로그램 내에는 창작자로서 작품을 제작하게 하는 과정과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과 분석과정이 포함되어 있다(백미현과 이희수, 2010). 예술교육자의 재교육에 예술체험활동이 포함된다는 것은 교사의 예술교육역량의 개발에 예술에 대한 체험과 감상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교원의 예술교육역량을 인지적 영역과 심동적 영역, 정의적 영역으로 나눌 때, 인지적 영역과 심동적 영역은 연수나 교원학습공동체 등의 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정의적 영역에서 예술에 대한 흥미, 예술활동에 대한 열의 등은 예술활동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얻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미에서 교원의 예술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교원의 예술교육역량을 입체적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필수 정책이라 할 것이다. 학생에 대한 예술교육은 기능적 측면을 넘어 전인적 측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원의 예술교육역량 증진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며, 특히 교원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예술활동에 교원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로 불리는 태재디지털대학교(태재대학)가 오는 12월 신입생을 모집한다. 캠퍼스 없이 온라인만으로 수업을 듣고 세계 각지를 옮겨 다니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이다. ‘태재(泰齋)’는 주역에 나오는 용어로 ‘Great Harmony’를 추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대학은 세계를 이끌 리더 상위 1%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신입생은 딱 200명만 뽑는다. 그중 한국 학생은 절반인 100명이다. 나머지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외국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100명이 넘는다. 세계 각국 최고의 교수진으로 구성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 등 유명인사들도 특강 형식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태재대학은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3천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학교다. 초대 총장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맡았다. 지난 6월 10일 서울 종로구 태재학원 집무실에서 염 총장을 만났다. - 태재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는? “우리는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를 이해하며 지혜를 모으는 ‘Great Harmony’를 추구한다. 지구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성과 조화를 갖춘 인재양성이다. 세계 문명사는 유럽에서 미국을 거쳐 아시아로 오고 있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2050년까지는 지금 유럽연합과 같이 동아시아 공동체 같은 게 나와야 한다. 그때를 대비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 또 하나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 두 강대국이 충돌하면 한반도가 굉장히 위험해진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부딪히게 되면 ‘투기디데스 함정’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은 중국이 코로나19를 예방한다면서 상하이를 봉쇄해버린 조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교적 전통이 강한 중국은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총기 사용을 허가하고 사고가 빈발하는 것을 지적한다.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해 독립했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못 된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조화로운 공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기에 고등교육이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사명이다. 한국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및 유럽 등의 학생을 골고루 선발해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상위 1%의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 학생 선발은 어떻게 하나. “선발 인원은 국내 학생 100명과 미·중·일·러 학생 100명으로 계획하고 있다. 학생부 등 서류를 바탕으로 5배수를 뽑은 뒤 3단계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면접 1단계는 학업잠재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를 평가한다. 두 번째 단계는 인·적성 면접이다. 공부 잘하고 머리 좋아도 인성이 나쁘면 오히려 사회에 해악이 된다. 이점을 경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도전정신·비전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태재대학에 들어오면 특수부대 온 것처럼 혹독한 학습 트레이닝 과정을 소화해야 한다. 아마 고3 때보다 더 많이 공부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 대학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곳이라는 걸 실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리더가 되겠다는 확실한 도전의지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외국 학생은 온라인과 현지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한국학생 전형일정은 사이버대 신입생 모집일정과 같이 12월 중 실시될 전망이다. 이미 수시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이중지원이 가능하다.” - 최근 들어 태재대학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입학문의도 늘고 있다던데. “전화문의도 있고 학부모들이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태재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많이 묻는다. 그럴 때면 책을 많이 읽고 자기 질문이 많은 학생이면 된다고 말해준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성적순으로 안 뽑는다. 공부도 잘 하지만 문제의식이 있는 학생, 도전할 줄 아는 학생을 뽑는다. 로또에 당첨되는 방법은 로또를 사는 것이다. 우리 학교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면 들어올 수 없다.” - 혁신적 대학 모델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모든 수업은 영어를 사용, 온라인 토론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20명 이하로 구성해 플립러닝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매 수업시간마다 사전에 책·논문·MOOC·유튜브 자료들을 통해 학습하고 관련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에세이에 반 페이지 이상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수업 중 학생들의 발언량과 수업 참가 정도를 그래프로 표시,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한다. 과제 제출 등 사전에 학습이 된 학생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수업에서의 발언량 등 참가 정도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학년별 운영을 보면 1학년 과정은 교양과목 위주의 수업으로 설계하고 있다. 교양과목이라고 해서 국어·영어·역사·철학 등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상호관계 ▲글로벌 이해와 공감능력 등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2학년 1학기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떠나기 전, 언어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훈련하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영어는 기본이기 때문에 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외국 학생은 한국어 포함)등 제2외국어 가운데 중 최소 2개의 외국어를 습득해야 한다. 하루 15시간정도 외국어만 공부한다. 파이선(Python)과 같은 컴퓨터 언어도 제2외국어처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습한다. 이후 2학년 2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총 4개 학기를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에서 지내며 현장학습 및 도시 문제해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4학년 2학기엔 서울로 다시 돌아와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마무리한다.” - 4개국 현장학습은 어떻게 진행되나. “주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각국 주요 도시를 순회한다. 예컨대 미국은 실리콘밸리·뉴욕·워싱턴·필라델피아가 꼽히고 있으며, 중국은 홍콩·베이징·상하이 그리고 공산당 대장정의 종착지인 연안을 찾아가 볼 수 있다. 일본은 도쿄와 교토 그리고 삿포로나 오사카 등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톡·상페테르부르그·벨라루스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이들 강대국의 힘은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지 현지에서 생활하며 ‘캡스톤 디자인(창의적 종합 설계)’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게 된다.” - 해외 문명 중심지를 찾아가는 그랜드투어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3월학기 이지만 외국은 9월학기다. 따라서 우리 학생들을 8~10주 정도 스탠포드 대학에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숙사생활하면서 강의 듣고 실리콘 밸리 체험하게 하고 스탠포드 수료증을 받는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할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경비 부담 없이 전액 대학이 지원한다. 또 글로벌 리더로서 자질을 갖추려면 인류 문명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이집트 등의 주요 지역을 순회하는 그랜드투어도 준비 중이다. 모든 경비 역시 대학이 부담한다.” - 대학에서 전공은 안 배우나. “태재대학은 기본적으로 ‘무(無) 전공’ 체제로 운영된다. 학부에서 전공이 중요했던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고 본다.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시절엔 전공만 배워 사회에 진출하여 얼마든지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학 진학률이 80% 수준이다. 대학에서 배운 전공으로 20~30년 먹고살던 시대는 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박사 후 과정은 마쳐야 전공으로 인정해 줄 정도다. 이제 세분화·심화된 전공은 대학원에 맡기고, 대학 학부에서는 학문에 필요한 튼튼한 기초 체력, 생각하는 능력, 비판하는 능력, 상상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길러서 내보내는 게 차라리 낫다. 그리고 이 같은 시스템은 온라인 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미국 대학의 학부는 교양 중심의 리버럴 아트 칼리지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 교수진에 노벨상 수상자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참여한다고 하던데. “국내외 유명 대학에서 우수한 교수들과 접촉하고 있다. 해외 사이트에 교수 채용 광고도 냈다. 먼저 풀타임 교수는 40명 정도를 예상한다. 그리고 해외 대학 유명교수들에게 한 과목씩 강의를 맡기는 겸임교수로 60~70명을 선발한다. 교수진만 110명인 셈이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유명인사를 석좌교수로 임명, 1년에 3번 정도 학생들과 토론하는 기회를 줄 예정이다. 또 ‘글로벌 리더 카운실(Global Leaders’ Counsil)’이라고 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같은 세계적 지도자를 초청, 학생들과 토론하는 계획도 접촉 중이다. 모든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되므로 교수와 학생 모두 각각 다른 장소에 있다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아울러 우리 대학은 교수들을 계약제로 선발할 예정이다. 한 번 임용되면 정년까지 보장되는 게 아니라 2~3년마다 평가를 통해 학생 교육에 우수한 교수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하는 식으로 학생들을 위해 교원의 질을 담보할 것이다.” - 교수혁신센터라는 게 눈길을 끈다.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직이던데. “우리 대학은 또 교수를 가르치는 대학이다. 그래서 대학 행정인력보다 아카데미 스탭이라고 해서 교수들의 수업을 분석하고 지원하는 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모든 교수들은 초임 후 한 달 정도 교수혁신센터에서 트레이닝을 받는다. 매년 2주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워크숍도 갖는다. 또 10명 이상의 교수혁신센터 전문스탭들이 교수가 어떤 과목으로 학생을 훈련시키고 역량개발을 하는지를 평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의 교육을 위해서다. 실제 교수들은 정교한 영화 시나리오처럼 수업 전에 수업계획서 준비를 통해 전체 강의진행의 70%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영화 시나리오처럼 내가 이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무엇을 화두로 던질 것인지, 그럼 학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등을 디테일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수업 역시 지식을 외우게 하는 노동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수는 강의자가 아니라 촉진자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학생도 힘들지만 교수도 힘든 학교다.” - 학비가 연 900만 원 수준이다. 이 정도 등록금으로 기대하는 교육이 가능한가. “오프라인 대학들은조직운영과 시설유지 등 부가경비 지출이 많다. 반면 온라인 대학은 효율적으로만 운영하면 최소의 경비로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 유명대학의 등록금이 한해 5만~6만 달러 정도 되지만 미네르바 스쿨은 등록금이 2만 달러이다. 학교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불필요한 경비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전체 직원의 2~30%만 풀타임이고 나머지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전문직 프리랜서, 퇴직 대학 교직원들을 파트타임 또는 단기 근무 형태로 고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대단히 훌륭한 업무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다. 우수한 인력들을 정년을 넘겼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태재대학 졸업생들의 향후 진로는 대략 다섯 가지 정도로 생각한다. 애플이나 구글, 삼성과 같은 주요 글로벌기업에 취업하거나 스타트업 등 창업을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또 하버드·스탠포드 등 유수 대학의 대학원 진학과 유엔·월드뱅크 등 국제기구 활동 및 씽크탱크·NGO 활동 등으로 진로를 잡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각 진로 트랙마다 10여 명의 진로담당 전문 스탭을 배치해 학생 한 명 한 명 맞춤형 지원을 하게 된다. 우리는 특히 학생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생 개개인을 교과과정뿐 아니라 비교과과정과 리더십, 경력개발까지 관리할 수 있는 ‘LXP(Learning Experience Platform)’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학생들의 고교 시절 학습경력과 경험은 물론 희망 진로와 이를 위한 활동 등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춰진(customized)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가진 나라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그런데 국내 대학들 중 세계 최상위권 대학은 없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우리나라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게 30년이 채 안 된다. 요즘은 SCI 논문이 흔하지만 1990년대 초만 해도 거의 없었다. 우리가 늦게 시작했지만, 발전 속도는 엄청 빠르다. 이제 20년 정도만 지나면 노벨상 수상자는 일본보다 많을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상위권에 랭크되는 최고의 대학들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 이웃 일본은 우리의 발전 속도에 긴장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10조 엔을 대학 교수 연구비로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도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까지는 국가주도 정책이 효과적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대학에 자율권을 주고 내버려 둬야 한다. 교수가 칠판에 판서하면서 애들 가르치던 시대는 지났다. BTS가 대학에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 스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21세기 교육모델을 태재대학이 보여주겠다.”
7월이면 경기도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서 연꽃축제가 열린다. 이곳의 장점은 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수생식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 가면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이 가시연꽃이다. 가시연꽃은 잎과 줄기는 물론 꽃받침에도 온통 가시가 나 있다. 특히 꽃받침엔 가시가 촘촘하게도 달려 있다. 무심코 가시연꽃에 접근하는 동물들은 상처 입을 것이 분명하다. 멸종위기종 Ⅱ급인 희귀식물이지만, 연꽃축제 등에 가면 단골로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개화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꽃이므로 미리 가시연꽃 개화 여부를 검색해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밤이면 잠을 자는 연꽃, 수련(睡蓮) 연꽃과 수련은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연꽃과 수련을 구분하는 방법은 잎과 꽃이 수면에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보는 것이다. 연꽃은 잎과 꽃이 수면에서 높이 솟아(30cm 이상) 있지만, 수련 잎과 꽃은 수면에 바로 붙어 있다. 다시 말해 수련은 잎자루와 꽃대가 물속에 잠긴 상태다. 둥근 방패 모양인 연잎엔 과학원리가 숨어 있다. 물방울은 연잎에 스며들지 못하고 굴러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연잎 표면의 먼지까지 함께 떨어져 연잎은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연잎 효과’라고 하는데, 잎 표면에 세밀한 돌기 등 특수한 구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연잎을 생체 모방해 방수페인트 제작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수련은 한낮에 꽃을 활짝 피웠다가 저녁이면 다시 오므리는 수면운동을 하는 꽃이다. ‘수련(睡蓮)’이라는 이름도 밤이면 잠을 자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수’ 자가 ‘물 수(水)’ 자가 아니다. 수련의 잎은 딱, ‘팩맨게임’의 입처럼 생겼다. 우리가 흔히 보는 수련은 대부분 미국수련(Nymphaea ordorata)이다(국립생물자원관 2016년 보도자료). 꽃 색은 백색·붉은색·분홍색으로 다양하다. 덕수궁 연못에서 만나는 어리연꽃과 노랑어리연꽃 어리연꽃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노랑어리연꽃이 어리연꽃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 언니인 셈이다. 어리연꽃 지름이 2㎝ 정도인데, 노랑어리연꽃은 5~10cm로 3~5배쯤 크다. 잎은 둘 다 수련 잎처럼 물에 떠 있다. 서울 도심에서 노랑어리연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덕수궁이다.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면 작은 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엔 해마다 여름철이면 노랑어리연꽃이 가득하다. 어리연꽃은 꽃 크기는 작지만, 하얀 꽃송이에 꽃 중심부는 노란색으로 빛나는 것이 참 귀여운 꽃이다. 노랑어리연꽃처럼, 다섯 갈래의 꽃부리 가장자리에는 가는 털이 빡빡하게 달려 있다. 털이 긴 편이라 마치 레이스 같다. 어리연꽃 잎도 물에 뜨며, 한쪽이 깊게 갈라진 둥근 심장형이다. 어리연꽃과 노랑어리연꽃은 둘 다 우리 자생식물이라 더욱 어여쁘게 보인다. ‘어리’가 동물·식물 앞에 붙으면 ‘모자라는’ 혹은 ‘덜 갖추어진’ 뜻으로 쓰이는데, 어리연꽃은 연꽃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 연꽃을 뜻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보랏빛 세 자매, 부레옥잠·물옥잠·물달개비 관곡지에는 보라색 계통의 예쁜 꽃을 피우는 부레옥잠·물옥잠·물달개비 세 자매도 살고 있다. 부레옥잠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부레옥잠꽃은 꽃잎이 여섯 장인데 그중 가운데 꽃잎에 진한 보라색 줄무늬와 둥근 모양의 노란색 큰 점이 있다. 바로 그 점이 봉황의 눈을 닮았다고 ‘봉안련(鳳眼蓮)’이라고도 부른다. 부레옥잠의 영어 이름은 ‘water hyacinth’, 그러니까 ‘물 히아신스’이다. 잎줄기의 중간 부분이 부풀어 올라있는데 식물체를 물에 잘 뜨게 하는 장치다. 생김새나 기능이 물고기 부레와 똑같다. 부레옥잠은 열대 아메리카 원산으로,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많은 관심을 모은 식물이다. 하지만 부레옥잠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날 수 없다. 아무리 오염물질을 많이 흡수해도 그대로 물에서 썩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에 수질정화 효과를 보려면 겨울이 오기 전에 이 식물을 거두어 내는 조치가 필요하다. 부레옥잠은 슬픈 사연을 하나 갖고 있다. 예쁜 꽃을 피워도 우리나라에서는 씨앗을 맺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국 땅에서 온 낯선 귀화식물이라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레옥잠은 포기하지 않고 식물체 일부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영양번식을 왕성하게 해서 빠른 속도로 개체를 늘린다. 한 실험 결과, 봄에 큰 부레옥잠 하나가 1년 사이에 752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물옥잠과 물달개비는 우리 자생식물이다. 둘 다 꽃이 짙은 보라색이라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물옥잠은 꽃대가 잎 위로 쑥 올라오지만, 물달개비는 꽃이 잎 아래쪽에서 핀다는 점이 다르다. 물옥잠은 논이나 연못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식물로, 키가 30㎝ 정도다. 잎은 끝이 뾰족한 심장형 모양이고 꽃은 7~9월 짙은 보라색으로 줄기 끝에 달린다. 물에 떠 있는 부레옥잠과는 달리 물옥잠은 물속에서 살지만,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물달개비도 주로 논이나 연못에서 사는 한해살이 식물이다. 어릴 적 논에서 김매기 할 때 이 물달개비가 미끌미끌해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저 뽑아야 할 잡초라고 생각해 꽃은 물론 식물 형태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키는 20㎝ 정도이고, 꽃은 잎 중간에 3~7개 달린다. 다음은 가래. 잎이 물 위에 나와 있는데, 잎자루는 물의 깊이에 따라 6~10cm 정도로 길거나 짧다.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황록색 꽃이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네가래는 작은 잎이 4개씩 달린 것이 딱 네잎 클로버처럼 생겼다. 연꽃테마파크에서도 한 꼬마가 네가래를 보고 엄마에게 ‘토끼풀’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았다. 네가래는 수생 양치식물이다. 생이가래도 한해살이 수생 양치식물인데, 물 위에 뜬 잎이 가운데 잎 줄의 양쪽에 깃처럼 배열하는 형태다. 잎이 마주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3장씩 돌려나는데, 1장은 물속에서 뿌리 역할을 한다. 연꽃테마파크에 가면 파피루스도 심어 놓았다. 파피루스는 지중해 연안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 풀 줄기의 껍질을 얇게 벗겨 겹쳐 놓은 뒤 압력을 가해 매끄럽게 한 다음 그 위에 글과 그림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종이의 영어 표현인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바로 라틴어 ‘파피루스(papyrus)’다. 주말 나들이 장소를 찾고 있다면 관곡지, 연꽃테마파크를 고려해보기 바란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경기 신성고등학교(학교장 조동호)는 7월 5일 끝나는 2차 지필평가 후 방학 직전까지 10여 일에 걸쳐 2022학년도 1학기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1학기 기말고사이후 방학 전까지 학생들이 보다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도록 설계했다. 대회를 운영하는 권영준 창체독서부장은 “기존의 경쟁방식경시대회를 지양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활동의 기회를 보장하는 대회"라며 "특히 우수한 활동 과정을 보이거나 결과를 보인 학생들에게는 생활기록부에 반영해 자기 관심 분야 및 강점을 더 경쟁력 있게 지속할 수 있도록 좋은 학습 자극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학기말 컨퍼런스는 7월 7일~12일 신성고 교내의 다양한 공간에서 개최된다. 7일에는 백일장 대회(2교시)와 영어 에세이 쓰기 컨퍼런스(3교시)가 개최된다. 그리고 10일까지 상반기 독서삼품제와 함께 북클럽 베스트도 선정, 마감할 계획이다. 11일에는 인문분야인 지리(1교시), 경제(2교시), 생활과법(3교시)가 진행되며,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나의 미래 로드맵 만들기(3교시)와 과학프론티어페스티발(융합과학영상포럼 제출 형식)이 각각 개최된다. 같은 기간 신성고 1, 2학년 학생들은 각 부문 담당 교사의 안내에 따라 자기 관심 전공의 컨퍼런스에 참가 신청을 하고, 해당 주제에 따라 그동안 준비해 온 자기의 실력을 펼칠 계획이다. 각 부문 우수자에게는 학교장 표창과 포상이 주어진다.
EBS는 ‘2022학년도 교육급여 학습특별지원금’ 사용을 위한 전용 페이지를 29일부터 서비스한다. 운영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다. ‘교육급여 학습특별지원금’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습 공백으로 인한 저소득층 학생의 학습 결손과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장학재단이 교육급여 수급 학생에게 교재 및 EBS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학습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에 EBS는 지원사업 취지에 걸맞은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교육급여 학습특별지원금 전용 페이지를 개설하고, EBS 맞춤형 쿠폰 발급, 파격 할인가가 적용된 패키지 상품을 구성해 제공한다. EBS 맞춤형 쿠폰 활용 시 정가 대비 최대 80% 할인이 적용된다. 학습특별지원금 전용 콘텐츠는 EBS ‘중학프리미엄’, ‘EBS 초목달 영어’, ‘EBS 전체 방송 이용권’ 등이다. ‘중학프리미엄’은 자기주도학습,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EBS 대표 온라인 전용 유료 강좌다. 학교 교과서 강의와 여러 출판사별 베스트셀러 참고서 강의를 제공한다. ‘EBS 초목달 영어’는 미취학 아동부터 예비 중학생까지 단계별 스토리텔링 학습 강좌다. ‘EBS 전체 방송 이용권’은 EBS 오리지널 콘텐츠, 방송, 다큐, 어학, 애니, 경제/경영 등 EBS가 제공하는 모든 유무료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EBS Play+ 멤버십 이용권이다. 교육급여 학습특별지원금은 교육급여 학습특별지원금 신청 누리집 (edupoint.kosaf.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한국교총 제38대 회장에 정성국 부산 해강초 교사가 당선됐다. 제33대 이원희(잠실고 교사) 회장에 이어 교총 75년 역사상 두 번째 평교사 출신 회장이자 최초의 초등교사 회장이다. 정성국 신임 회장의 임기는 6월 20일부터 3년이다. 전 회원 우편투표로 진행된 이번 회장 선거는 20일 개표 결과, 총 10만4714명의 선거인단(휴직‧명예‧평생‧예비‧준회원 등 제외) 중 8만8320명이 투표해 84.3%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이중 기호 1번 정성국 후보가 무효표(2853표)를 제외한 유효투표(8만5467표)의 39.3%(3만3613표)를 얻어 최종 당선됐다. 기호 2번 조대연 고려대 교수는 26.8%(2만2878표), 기호 3번 권택환 대구교대 교수는 33.9%(2만8976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된 부회장은 △이상호 경기 다산한강초 교장(수석부회장) △여난실 서울 영동중 교장 △김도진 대전보건대 교수 △손덕제 울산 외솔중 교사 △고미소 광주 월곡초 교사다. 정 신임 회장은 ‘준비된 현장교사’를 강조하며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20대 대표 공약을 제시했다. △연금 개악 저지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을 위한 교원증원 △방과후학교 및 돌봄 지자체 완전 이관 △교원행정업무 전격 폐지 △교원능력개발평가 및 성과급 폐지 △교육활동 침해 및 악성 민원 즉각 현장 출동 등이다. 또 유치원의 ‘유아학교’ 명칭 변경 및 국공립유치원 50% 확대, 사립교원 신분보장 대책 수립, 수석교사 정원 확보, 보건인력 확충 및 보건교육지원센터 설치, 영양교사 정원 확보 및 일정규모 이상 학교 2인 배치, 특수교사 교육활동보호 및 특수교육지원 인력 확충, 사서교사 증원, 전문상담교사 의무 배치, 대학 평가 부담 완화 등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신임 회장은 “교사 회장을 선택한 것은 이제 교총이 변화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간절한 요구가 표출된 결과”라며 “현장을 읽어내고 대변하며 행동하는 교총으로 새 바람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교원들이 자긍심과 열정을 갖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권 강화와 권익 신장에 앞장설 것”이라며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교육 발전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보수든 진보든 잘하는 건 박수치고 못하는 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20대 대표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 새 정부와 교육청, 국회를 상대로 당당히 요구하고 관철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국 신임 회장은 1971년(만 51세) 출생으로 부산교대, 부산교대 교육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부산토현초, 성북초, 동원초, 남천초, 교리초에서 근무했다. 한국교총-교육과학기술부 교섭협의위원 초등대표, 제28회 ACT(아세안교원협의회) 총회 한국대표, 교총 전문위원 등 교총 활동 경험도 풍부하다. 또 신라대학교 사회교육원 자격증과정 전임교수,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강사, 부산초등영어교육연구회 부회장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펴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다. 연두로 빛나던 신록은 짙은 초록색으로 바뀌며 더운 날씨와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맘때면 대학 때 답사를 준비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여름방학은 가을 정기답사를 준비하던 시기였다. 지역은 정해져 있는 편이라 그 안에서 답사 갈 장소와 주제를 선정했다. 그럴 때 조금 어렵던 지역이 경기도다. 서울의 서남쪽은 교통이 복잡해 버스 이동 동선이나 시간을 잡기 어려웠고 동북쪽은 도로 상황이나 행정적인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민통선, 곧 DMZ 접경지역으로 들어가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왠지 긴장감이 느껴져서 조심스러웠다. 그런 곳 가운데 하나가 연천이었다. 실제로 답사 도중 곳곳에서 만난 군부대와 군인들의 모습은 여전히 한반도가 긴장 상태에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사람 손 덜 탄 수려한 자연 답사를 다녀온 뒤 다시 가고 싶은 지역으로 손꼽는 곳도 연천이었다. 전곡리 선사시대 유적을 포함해 여러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과 유물이 많기도 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놀랐기 때문이다. 사람의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편안하고 사람의 손을 덜 탄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의 연천은 그때 분위기와 많이 달라졌다. 20여 년 전, 출입하는 사람의 신분증을 검사하던 초소는 일찌감치 사라졌고 예전에는 아예 가볼 수 없던 곳도 이제는 많이 개방됐다. 또 몇 개의 임시 전시 공간으로 사람을 맞이하던 전곡리 구석기 유적엔 유려한 우주선의 모습을 닮은 박물관이 들어섰다. 그래도 무언가, 연천만이 주는 느낌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DMZ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 많아서일까. 그래서 조금은 한적하게 답사를 할 수 있는 연천의 역사 유적 몇 곳을 살펴본다. 본격적인 연천 답사에 앞서 먼저 DMZ와 휴전선(군사분계선)의 의미를 잠시 살펴보자. 외국인과 함께 이 지역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외국인에게 군사분계선과 38선을 구분해 설명하느라 시간을 썼던 기억이 난다. 한반도 현대사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 두 용어가 헷갈리는 모양이다. 사실 38선은 ‘북위 38도선’을 가리키는 것으로 광복 이후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할 때 편의적으로 나눈 선이다. 그렇지만 남과 북에서 각각 미군과 소련군의 군정이 실시되고 그 영향 속에서 남과 북에 정부가 들어서며 마치 국경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것만으로도 비극인데 더 일이 일어났으니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다. 3년간의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많은 상처를 남긴 채 정전에 들어갔다. 이때 남과 북의 경계로 정한 선이 지금의 휴전선 또는 군사분계선이다. 군사분계선의 표시는 200m 간격을 두고 세운 1292개의 표지판으로 북쪽을 향한 것은 한글과 영어, 남쪽을 향한 것은 한글과 한자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정전을 유지하고 남과 북의 우발적인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만들었으니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 각 2㎞에 들어오지 않기로 협정을 맺은 것이다. 당시 보통의 총과 포의 사거리를 염두에 둔 거리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보통 우리가 사진이나 매체를 통해 보는 철책선은 휴전선이 아니라 비무장지대의 남쪽 경계, 곧 남방한계선이다. 전쟁의 흔적이 주는 긴장감 이렇게 설정된 지역이 비무장지대, 곧 DMZ다. 처음 설치할 때는 그 면적이 약 900㎢ 정도였지만 남과 북이 그 영역을 잠식해 지금은 약 570㎢로 줄었다. 그리고 DMZ를 설치할 당시 남쪽 10km 정도를 민간인통제선, 다시 그 남쪽에 접경지역이라고 해서 일정한 제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접경지역과 민간인통제선이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있다. 이 DMZ, 그리고 민간인통제선 일부가 연천을 지난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DMZ 인근의 역사 유적을 살펴볼 때 약간의 긴장감이 드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현실, 혹은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연천 답사는 역사 유적 외에도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런 생각에 도움을 줄 만한 유적이 바로 고랑포구 역사공원, 호로고루성, 그리고 경순왕릉이다. 고랑포구 역사공원에는 조금 익숙한 지명이 있다. 바로 ‘고랑포’다. 1960년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으니 그 배경에는 바로 ‘땅굴’과 ‘간첩’이 있다. 제1땅굴이 발견된 곳으로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한 북한의 124군 부대 소속 31명의 특수부대 요원이 이 고랑포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이 밝혀졌다. 곧 ‘1·21사태’가 시작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고랑포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고랑포구’다. 임진강에서 배가 닿는 여러 포구 가운데 하나다. 조운선이 드나들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었다. 임진강의 수심이 얕아지고 주변 지형이 험해지기 때문이다. 이 포구의 동쪽, 곧 상류는 걸어서 건널 정도의 얕은 여울이 있어서 임진강을 건너려면 이 장소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1사단이 고랑포 일대를 통해 남침했다. 포탄 사이로 물자 나른 군마 '아침해' 여기에 한국전쟁과 관련된 역사공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공원 마당에는 군인이 아닌 ‘말 조각’이 세워져 있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말의 동상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말 동상을 세워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동상의 주인공, 말의 이름은 영어로 레클리스(reckless)이며 한국 이름으로는 아침해다. 이 말은 미 해병대의 실제 계급을 갖고 있다. 연천 지역 전투에서 활약한 뒤 받았다. 1953년 3월, 이 지역을 지키던 미 해병 1사단은 중공군의 강력한 공격에 직면했다. 고지를 지키던 미 해병대는 유리한 위치였지만, 고지전의 특성상 적과 맞서는 군인들에게 계속해서 무기를 공급해야 했다. 그런데 보급기지와 전쟁터가 애매하게 떨어져 있고, 적의 공격이 격심해 사람이 나르기도, 차량으로 옮기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대의 에릭 패터슨은 군수품 보급에 말을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당시 ‘아침해’로 불리던 말 한 마리를 사 왔다. 패터슨의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겁이 많은 말의 특성, 그리고 전마(戰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아침해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5일 동안, 51번에 걸쳐 포탄을 나른 것이다. 레클리스는 길을 거의 외워서 다녔으며 포탄이 떨어지는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을 본 미 해병들은 ‘무모함’을 뜻하는 ‘레클리스’란 이름을 지어줬다. 임무 수행 과정에서 레클리스가 작은 부상을 입자, 병사들은 자신이 입고 있던 방탄조끼를 벗어서 덮어주기도 했다. 결국 미 해병은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냈으며 레클리스는 이 부대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1954년, 미 해병 1사단이 귀국할 때 레클리스도 같이 귀국했는데 이때 레클리스는 이미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미국으로 간 레클리스는 1959년 훈장과 함께 하사로 특진하고, 1960년 전역하며 군마에서 벗어났다. 1968년, 레클리스가 죽자 미 해병대는 레클리스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들었다. 그 동상을 다시 여기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재현해 놓은 것이다. 한 마리 말에 대한 이야기지만, 당시 연천에서 벌어진 전투의 치열함과 말에 감정이입 했던 병사들의 절실함이 함께 느껴진다. 삼국의 길목 지킨 '호로고루성' 이제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고랑포구 역사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로고루성’이 있다. 이 성은 삼국시대, 이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고구려가 쌓은 성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근처의 임진강은 걸어서 건널 수 있어 남과 북을 잇는 길목이었다. 그런 전략적 중요함을 염두에 두고 고구려가 쌓은 성이다. 처음 이 지역을 차지했던 것은 백제인데, 지금 호로고루성은 그 백제를 밀어낸 고구려가 쌓았다. 그리고 이 지역을 마지막으로 차지한 것은 신라였으니 하나의 공간에 쌓인 역사는 이렇게 서로 다른 나라의 켜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천여 년, 이 지역은 전방에 속하는 곳이 아니었으니 그 전략적 가치는 낮아졌고 그 기억도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찾아낸 호로고루성은 다시 전쟁의 기억을 소환한다. 삼국시대 세 나라가 마주하던 국경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 남과 북이 경계하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런 이유로 호로고루성의 아름다운 풍광보다는 임진강의 전략적 가치, 성곽의 효용성과 전쟁의 긴장이 느껴진다. 사실, 이 성은 고구려 기와 박물관으로 부를 정도로 많은 기와 관련 유물이 발견됐으며 이 지역의 현무암으로 쌓은 유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역사 유적이다. 검은빛이 도는 성벽은 단단하고 강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드문 고구려의 귀한 유적 가운데 하나다. 삼국 경쟁의 최종승자는 신라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호로고루성 바로 옆에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무덤이 있다. 신라는 삼국시대 전쟁에서는 승자였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 위치가 달라졌다. 천년 왕국 신라는 그 역사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새롭게 자신의 품에서 태어난 신생국가, 고려에 항복한 것이다. 그래서 신라의 경순왕은 자신의 마지막 생을 신라 도읍지가 아닌 고려의 도읍지 개성에서 마쳐야 했다. 그리고 이곳에 무덤이 남았으니 신라 57명의 왕 가운데 경주 일대를 벗어나 묻힌 유일한 왕이 됐다. 이런 이유로 연천에서 신라의 승리를 얘기하는 게 어색하다. 다만, 신라의 항복은 다시 평화를 가져왔으니 고려, 그리고 조선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임진강, 연천 일대는 평범한 삶의 터전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한국전쟁의 긴장감이 남아있는 이곳을 살펴보는 우리에게 고민해야 할 숙제가 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경순왕의 항복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있지만 치열한 후삼국의 전쟁이 끝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경순왕과 경순왕릉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적어도 평화를 먼저 생각한다면 그렇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표집평가로 전환된 2017년 이후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특히 수학 미달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대도시와 읍면지역 격차가 크게 나타났는데, 계속되는 학력 저하 현상에 교육부가 올해부터 평가 대상 전면 확대를 추진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9월 중3과 고2 78만여 명 중 3%인 2만2297명을 대상으로 국‧영‧수 학력을 조사했고 성취도는 우수(4수준), 보통(3수준), 기초학력(2수준), 기초학력 미달(1수준)로 분류된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특히 고2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모든 과목에서 전년보다 소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는 6.8→7.1%, 수학은 13.5→14.2%, 영어는 8.6→9.8%로 늘었다. 중3은 국어 6.4→6.0, 수학 13.4→11.6%, 영어 7.1→5.9%로 오차범위 내에서 줄었지만 5년 전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도농격차도 심각해졌다. 대체로 모든 과목에서 대도시보다 읍면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았고 수학에서 특히 차이가 컸다. 중학생의 경우 국어과목 미달 비율은 대도시 5.4%, 읍면지역 7.3%, 영어는 각각 5.2% 7.5%였지만 수학의 경우 대도시 9.6%, 읍면지역 16.4%로 격차가 컸다. 고등학생도 마찬가지로 대도시(12.5%)보다 읍면지역(16.1%)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훨씬 높았다. 성별로는 중‧고교 모두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고2 국어의 경우 여학생이 74.7%인데 비해 남학생은 54.4%로 20%포인트 이상 낮았고 수학도 여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남학생보다 소폭 높았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모든 교과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높았다. 특히 고2 국어는 여학생의 미달 비율은 2.9%인데 비해 남학생은 11.1%로 월등한 차이가 났다. 학력저하가 계속 커지는 모양새에 교육부는 올해 9월부터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입하고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는 초6, 중3, 고2가 대상이지만 내년에는 초5와 고1을 추가하고 2024년부터는 초3~고2 모든 학년이 평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교총은 “학생들의 학력이 더 저하되고 성적 중간층 학생들의 붕괴도 심화된 것으로 우려된다”며 “모든 학생들이 교과별, 영역별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고 구호성 대책이 아닌 정규 교원 확충,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 행정업무 경감 등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교 희망’에 의존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학력은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갈 소양이라는 점에서 기본권이기 때문에 기본권 보장이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학교의 희망에 따라 들쭉날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평가‧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에 따른 맞춤형 학습지도”라며 “학교와 교사에게 무한 책임과 업무만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가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교실 환경 구축과 교육 전념 여건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경기교총(회장 주훈지)은 2일 경기도의회에 제출된 ‘영어회화 전문강사 인력풀 운영 조례안’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라는규탄성명을 15일 내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임채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에 따르면 교육감이 일정한 자격심사를 실시해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선발해 인력풀에 등재하고, 학교는 이 인력풀 내에서만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채용할 수 있다. 아울러 인력풀 등재 인원은 매년 5% 이상은 증원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교총은 강사 채용과 관련한 조례가 상위 법령을 위배하는 문제점이 있다고지적하며 조례 제정을반대한다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 제2항은산학겸임교사를 비롯한 학교 내 다양한 강사 채용을 국공립학교는 학교장이, 사립학교는 법인 및 학교경영자가 임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인력풀에 등재된 영어회화 강사만을 학교가 채용하도록 하는 것은 “강사 채용에 있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인력풀 등재 인원을 매년 5% 이상 증원할 수 없게 제한하는 것은 전·현직 영어회화 전문강사에게만 사실상의 채용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이로 인해 "신규 영어회화 강사는 출발선상에서부터 불이익을 받고 시작하는 불공정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채철 의원은 지난해에도 현직 영어회화 전문강사에게 우선 채용의 특혜를 주는 ‘경기도교육청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안정 및 권리보호 조례안’을 대표발의 했다가 경기교총과 학교 현장에서거세게 반발하자 이를 철회한 바가 있다. 그 후로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인력풀 운영이라는 우회적인 형태로 전·현직 영어회화 강사에게만 채용의 우선권 및 기득권을 유지해주는 내용의 조례안을 재차 발의한 것을 교육계는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이다. 디지털과 AI 등 역량을 갖춘 신산업·신기술 분야 핵심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SW·AI교육 기반을 조성, 이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먼저 초·중·고 교육과정에 SW·AI교육이 필수화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 중심으로 정보교육시수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기반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개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 SW·AI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재학교 및 마이스터고 지정을 늘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교원수급과 관련해서는 정보교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전국적으로 2,100여 명에 불과한 정보교사를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교사들에 대한 디지털역량 강화연수를 확대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시설을 스마트환경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교수·학습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디지털 경험을 누적·반영하는 디지털 배지 정책도 추진한다. 학교에 설치되지 않는 교과목을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온라인 고등학교 신설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 교육의 키워드는 디지털 인재 양성인 셈이다. 이번 호 특집은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의 핵심이 되는 SW·AI교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교육구성원들의 관심이 높은 SW·AI교육 필수화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또 SW·AI교과를 대입 수능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현실성 여부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디지털 교육의 새로운 세계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미래도 다룬다. 메타버스가 본격 도입됐을 때, 교육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가늠해본다. 또 AI가 교사들의 업무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보조재로써의 역할을 가늠해 본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서부터 각종 행정서식까지 AI를 활용,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현실 타당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 및 맞춤형 교육을 위해 AI 보조교사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상황인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결조건이 요구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올해 들어 ‘AI 튜터’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부터 곧 치르게 될 지방선거까지, 다양한 교육공약들이 제시되면서 AI 튜터 도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흘러 나온다. AI가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우리 생활 속에 차츰 들어오면서 학생들의 교육도 AI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제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에서 나온 공약으로 생각된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이미 시중에는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AI 튜터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고, 공교육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정책이 시행 중이다. AI 튜터링을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 AI 튜터란 AI를 이용하여 학생의 학습상태를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의 원인을 찾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조언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학생의 학습상태를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을 찾아 조언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란 문제해결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I 튜터링을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은 학생의 학습이력을 특정 기준으로 계산하여 각 부분별 그리고 종합적 평가를 진행한다. 그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진단한 후,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해결방법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쇼핑몰을 많이 이용해 본 독자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여 필요한 상품을 검색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에게 필요한 상품들을 자동으로 추천받아 본 경험들이 흔하게 있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각 고객의 상품 구매 이력을 철저히 분석한다. 구매 이력을 통해 각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 또는 자주 검색하는 상품의 기능·디자인·색깔·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하여 그 고객의 취향을 정의한다. 그리고 그 고객이 다시 상품을 검색할 때 이미 계산되어 있는 고객 취향에 알맞은 상품들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신속히 제공하며, 고객이 상품을 사고 싶도록 욕구를 자극한다. 이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추천전략이 바로 AI 튜터링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과 유사한 형태이다. 학생의 학습이력을 종합적이고 다양하게 계산하여 학생의 학습수준을 정의하고, 이 학습수준에 적합한 학습내용과 방법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은 이미 보편화된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더욱 더 정확한 학습 튜터링 알고리즘을 개발해 내는 것은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개발된 많은 알고리즘들이 공개되어 있고, 현재 이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 튜터링 시스템 구축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AI 튜터링에 추천 알고리즘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습이력을 분석하고, 학습을 모니터링하며, 추천할 콘텐츠를 분석하는 다양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알고리즘을 통해 학생 개개인별 학습코칭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는 AI 튜터 시스템들을 살펴보면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능들이 많이 개발되어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몇몇 기업들이 AI 튜터를 개발해 사교육과 공교육에 보급하고 있으며, 공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EBS에서도 AI 튜터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EBS의 AI 튜터는 진단평가, AI 문제추천, AI 강좌추천, 시험문제 만들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각 과목별로 몇 개의 학습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있다. EBS의 AI 튜터를 이용하면 학생 개인별로 과목별 학습지수를 분석하여 제공하고 AI 문제추천 정답률, 시험지 정답률, 총 풀이시간을 모니터링하여 제공해 주고 있다. AI를 학습시켜줄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튜터 개발에 필요한 두 번째 문제는 AI를 학습시켜줄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다. 아직까지 EBS나 몇몇 기업들에서 제공하는 AI 튜터 시스템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상세한 학습코칭과 분석을 수행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정교한 학습분석과 추천 알고리즘이 개발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AI가 학생의 학습상태를 판단하고 추천 학습을 결정하는 기능을 학습시켜줄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AI는 이름 그대로 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즉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판단능력이 정확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학습용 데이터라 함은 AI가 특정 문제에 대한 정답 혹은 가장 타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참조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의미한다. AI에게 필요한 학습용 데이터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과 대국을 두었던 AI 알파고의 학습과정이다. AI 알파고는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바둑이라는 게임을 이해하고, 그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행할 수 있는 게임전략들을 기존의 사례들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였다. 이것을 기계학습이라고 하며, 기계학습은 AI가 판단과 추천 기능을 갖추게 하는 매우 중요한 알고리즘이다. 그런데 기계학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학습용 데이터 없이 기계학습 알고리즘만으로는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AI 알파고에게 제공되었던 바둑 학습용 데이터는 그동안 프로 바둑기사들이 두었던 바둑 기보였고, AI 알파고는 약 16만 개의 기보를 통해 3,000만 가지의 게임전략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만약 바둑 기보가 AI 알파고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면 대국에서 이세돌 기사를 이기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AI에서 학습용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AI 튜터에서 현재 영어교육을 제외한 다른 교과에 대한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매우 적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I 튜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 급선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바둑과 같은 게임의 학습용 데이터는 그 규칙이 명확하기 때문에 판단기준을 비교적 쉽게 정의할 수 있지만, 특성이 모두 다른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판단과 추천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어려운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현재 많은 곳에서 공약으로 제안하고 있는 AI 튜터 도입은 외형만 갖추고 실속이 없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AI 튜터 도입을 위해서는 단순히 공약만 외치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아주 세밀한 추진계획을 마련해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