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8,05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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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오후. 어둠이 금세 땅으로 내려앉아 길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어렵게 찾아간 낯선 아파트 주차장. 큰 우산 아래에서 반가움과 고마움이 분명한, 그러나 어색함에 어쩔 줄 모르던 한 학부형과의 짧은 조우가 있었다. 어머님 직장 동료의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아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우리 반 아이에게 교과서와 학습꾸러미 주기 위한 만남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연신 울리는 카톡 알림음에 흘낏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니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득 품은 이모티콘과 함께 어머님의 길고 따스한 인사 글이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과한 인사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쑥스러운 웃음이 번지면서 지난 몇 개월의 폭풍 같았던 일들이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새록새록 머리에 떠올랐다. 코로나로 아이들 등교가 미뤄지고 오후 내내 교문 앞에 서서 한 보따리씩 포장한 교과서와 학습 꾸러미를 들고 지나가는 자동차마다 고개를 빼며 낯선 미소를 연신 지었던 일. 온라인 수업을 위해 핸드폰 카메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영상을 찍었던 일. 어떻게든 등교 개학 전에 아이들 얼굴을 익혀보겠다고 학부모님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틈나는 대로 들여다보며 사람 얼굴 기억 잘하는 것도 재주라는 것을 느꼈던 일. 아이들을 만나는 날 그동안 익혔던 사진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적잖이 당황했던 일. 오후 내내 촬영한 영상에 문제가 생겨 동영상 편집하다가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찔끔거렸던 일. 올 한해는 교직 생활 20여 년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롭고 당황스러운 일들의 종합선물세트를 받았던 특별한 해였다. "학교에 오면 내가 너희의 엄마야." 해마다 아이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 이 말이 무거운 책임감의 갑옷이 되어 나를 옥죄었던 것 같다. 1학년 담임교사로 학교생활의 첫 시작을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맞이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찰나도 허락하지 않는 현실은 치열함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밥 먹이는 일을 매일 걱정해야 했고, 열이 나는지 체크하고 수시로 만지작거리며 마스크 끈을 끊어 버리는 아이들의 마스크 관리까지 해야 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집안 살림하듯 매일 교실 구석구석을 쓸고 닦아야 했으며, 아이들 자리를 꼼꼼하게 소독하고, 소독약과 손 소독제가 부족하지 않는지 챙겨야 했다. 다음 날 수업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학습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보내며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처럼 허둥지둥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내가 보육교사인지 방역 담당자인지 영상 편집자인지 교사인지 여러 혼란스러운 정체성 속에서 아수라 백작이 된 기분으로 매일 매일을 보낸 것 같다. 정식 등교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돌봄 아이들은 학교에 계속 나왔다. 긴급 돌봄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격학습 도우미, 돌봄 도우미 등 새로운 인력을 찾기에 학교가 바빠지기 시작했고 학교 안에서도 저마다의 입장과 생각이 달라 충돌했다. 매일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없던 정신이 돌아오자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희 반 긴급 돌봄 아이들은 제가 보겠습니다." 이런 나의 결정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예년 같았으면 당연히 교실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었고, 담임교사도 매일 학교에 출근하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우리 반 아이들을 다른 교실에 있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눈과 마음에 담으면서 수업 동영상에 어떤 것을 담아낼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온라인 수업만 듣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학부모님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학습 결과를 통보받자니 아이들이 나와 부모님 사이 어딘가에 존재는 하는데 손에 닿지 않는 허상처럼 느껴졌다.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아이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실제로 만나고 싶었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줌을 시작했고, 선생님과 ‘영상통화’를 매일 한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듦을 보람이라는 감정 속에 숨기며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긴급 돌봄으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같이 연결해보겠다고 교실에서 같이 줌을 열었다가 아비규환의 시간을 보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함이 가져온 대단한 용기였던 것 같다. 줌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따라오는 정도가 확인되자 제대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모님들께 연락드려 가정에서 함께 돌봐주시기 어렵다면 무조건 학교로 보내시라고 부탁드렸다. 당연히 오는 학교인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렇게 하나둘 교실에 오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줌 화면에서 보이는 아이들 창이 한 페이지로 끝나는 날도 점점 늘어났다. 아이들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급식실에 연락해서 급식을 조금씩 늘려달라고 부탁을 드리는 일도 자주 있었는데, 그때마다 흔쾌히 받아주셨던 학교 영양사님께도 정말 감사했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전략에 익숙해지자 예년과 같이 교실 시스템을 가동하고픈 욕심이 눈을 들었다. 한글교육과 독서교육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기초학력을 잡아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거리 두기를 감안한 밀착지도에 들어갔다. 등교 개학 전부터 학부모님들과 주고받던 단체 카톡방은 개인 카톡방으로 세분화해 각 방에서 거의 매일 알림을 울려댔다. 그렇게 애쓴 결과였을까? 올해 우리 반에서 한글 미해득으로 교육청 보고하는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이를 나 혼자만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매우 뿌듯한 결과라 여기며 잘했다고 격려하고 싶다. 반쪽짜리 같은 1학년 생활이었지만 아이들의 첫 학교생활을 궁금해할 부모님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학부모 상담 기간도 만들었다. 대면 상담을 희망하시는 부모님들은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유지한 채 교문 앞에 서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쭈뼛쭈뼛 멀찍이 서서 나누는 학부모와의 상담이 때론 어색했지만 짧은 만남 속에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이들에 대한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상담을 나누면서 접한 한 어머님의 고백이 2020년의 작은 구슬들을 한 줄로 단단히 꿰어 주었다. "솔직히 올해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어요. 아이들 등교일도 얼마 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시기라 아이의 첫 학교생활에 대한 실망감에 속상함만 커질까 두려웠던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이 와중에 선생님이 해주신 교육 속에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제 아이는 엄청 성장한 것이 보여 감사하고 이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로는 부족한 한해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내년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나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의 사랑 표현도 남다르다. 툭하면 종합장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실물보다 더 젊고 예쁜 모습의 마스크 낀 내 얼굴을 그린 작품을 자주 선사하고 생각날 때마다 여러 가지 종이접기 작품을 선물이라고 내민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주머니에 챙겨온 마이쭈를 강아지 간식 주듯 매일 하나씩 건네는 아이도 있고 어느 날 불쑥 보고 싶다는 영상편지를 카톡으로 보내는 친구도 있다. 올해 아이들의 편지에는 사랑한다는 말과 공부를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특히 더 많이 등장한다. 학교에서는 내가 너희들이 엄마라는 말을 처음 건넸을 때는 "네에?"라며 놀란 토끼 눈을 뜨던 아이들이 이제는 "맞아요. 선생님은 엄마 같아요." 쉽게 인정한다. 자기도 모르게 "엄마. 아, 아니지." 하며 멋쩍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주 본다.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한 모든 순간에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텅 빈 교실에서 나의 유치한 말과 행동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반성하는 날도 꽤 많았다. 하지만 다른 어떤 해보다도 올해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보내주시는 사랑과 감사와 인정의 말들이 더욱 특별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 코로나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던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 힘든 과정에서 시곗바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차곡차곡 시간을 채웠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과의 시간 속에서 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듬어야겠다. 아이들이 힘든 사회가 주는 상처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를,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채우는 시곗바늘처럼 생채기에 대한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쑥쑥 잘 성장하도록 도와야겠다. ------------------------------------------------------------------------------- [수상 소감] 더 많은 열매 맺는 교사 될 것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매우 힘겨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교육계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의 시행으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20여 년의 교사 경력 동안 처음 겪었던 다사다난한 한 해를 기록해보고 싶은 마음이 교단 수기 공모까지 이어졌고 수상의 영광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걱정과 염려 속 한 해의 기록들을 수기라는 형식을 빌려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으로 글을 적었지만, 되돌아보니 여러분들의 큰 도움이 함께 녹아있었습니다. 아이의 첫 학교생활을 혼란 속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학부모님들께서는 걱정의 마음을 뒤로하고 누구보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답답한 마스크 안으로 감추며 지내야 했던 1학년 학생들은 어른들의 걱정을 잠식시키며 누구보다 씩씩하게 한 해를 잘 지내주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힘들고 정신없었던 한 해였지만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는다고 더욱더 많이 성장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교단 수기 수상으로 마지막까지 따스하게 채워주시니 올해가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기억되리라 생각됩니다. 건강하고 힘있게 성장해 더 많은 열매 맺는 교사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올 한해 학교 현장은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분주했지만, 교사들의 열정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의 과학 교사’를 선정하고 8일 시상식을 열었다. 올해 수상자는 총 30명이다. 과학교육 분야에서 초등 13명, 중등 15명 등 28명의 교사가 선정됐고, 과학문화 분야에서는 초등, 중등 각 1명씩 선정됐다. 과학교육 분야는 과학 수업 개선과 과학 활동지도 공로를 인정받은 교사들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고, 과학문화 분야에서는 저술, 교외 활동 등을 통해 과학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업적으로 수상자가 결정됐다. ‘학생’, ‘눈높이’, ‘도전’. 수상자들의 공통점이다. 알고 보면 과학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지만, ‘공부’로 접근하는 순간,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교사들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신경일 경기 삼괴중 교사는 ‘거꾸로 하는 문제중심학습(FPBL)’ 프로그램인 ‘알러지를 쓸어버릴 신통방통 우리만의 학교급식 식단 만들기(2019)’와 ‘빨간 모자와 늑대 이야기(2020)’를 개발했다. 학교급식 식단 만들기는 학교에서 초코 과자를 먹다가 알러지로 병원까지 간 학생의 사례를 계기로 만들었다. 빨간 모자와 늑대 이야기는 미세먼지로 아파서 누워있는 늑대를 위해 빨간 모자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내용이다. 신 교사는 “온라인으로 창의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개발했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어촌에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빅데이터, 네트워크, AI 등을 과학실에 구현해 탐구과학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진현 강원 단관초 교사는 원주초등과학연구회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원주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교실과 여름방학 과학 캠프를 운영했다. 과학 교실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학 실험과 체험 중심 활동으로 구성해 방과 후나 주말에 열었고, 과학 캠프는 2박 3일 동안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여 활동했다. 제1수리과학정보체험센터에 파견돼 학생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과학을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들을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도전하기도 했다. 진영주 제주 한림여중 교사는 인공지능, 코딩, 3D 모델링 등 첨단 기술을 수업에 접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두이노 한 손 악기 만들기’다. 이 수업을 위해 배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을 연결하는 것부터 코딩까지, 공부하면서 익혔다. 교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캠프도 운영했다. 2018년부터 진행한 이 캠프는 열릴 때마다 100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진 교사는 “접해보지 않은 것들이라 처음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배울수록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어떻게든 수업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지금은 교재, 장학 자료를 만들고 보급, 연수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현재 인공지능 융합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학교 메타버스를 구축해보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한편, 올해의 과학 교사상은 과학교육 활성화와 과학문화 확산에 공헌한 과학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2003년 제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 원을 수여한다.
“5학년 아이에게 맞았어요. 얼굴을 때리고 도망가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채소연(가명) 선생님이 5학년 아이에게 맞았어요. 수학 시간에 문제를 풀라고 했는데, 학습지를 찢었대요. 그래서 다시 학습지를 줬더니 욕을 하면서 얼굴을 때리고 도망을 갔다고 해요. 맞은 것도 아픈데 ‘씨 XX, 싸이코 XXX’ 욕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는 분들은 ‘설마, 선생님을 때리는 초등학생 아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 학교를 보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에요. 요즘 학생 중에는 덩치가 큰 아이들이 많아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여자 선생님의 경우에는 덩치 큰 아이와 힘으로는 대적하기 어려운 일도 있지요. 그래서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아이이거나, 마음속에 분노가 많은 아이의 경우에는 선생님에게 물리적인 힘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 일 때문에 종종 교실에 가서 아이를 말리는 일도 있어요. 그럴 때는 남자 선생님이라고 해도 아이가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어요. 힘으로 잘못 제압하려다가 아동 학대 신고를 받는 것보다는 그냥 한 대 맞아주는 것이 편한 길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손을 잡고 말리다 보면 입으로 무는 아이들이 있기도 해요. 초등학생이라도 아이가 물면 매우 아파요. 만약,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을 만나면 안 되겠지만, 만약, 이런 일을 선생님께서 만나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①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내버려 둔다. ② 부모와 학생에게 사과받고 끝낸다. ③ 교권 보호 위원회를 열어서 절차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진행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개개인의 판단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 교권을 위하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만약, 에너지가 딸려서, 또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혹은 학부모의 잘못된 사랑으로 교사를 매도하는 것이 두려워서 ①번을 선택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저 체념하면서 교직 생활을 할 수밖에 없어요.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 못한 채 속상한 마음을 꾸역꾸역 참아가면서 말이지요. 만약, ②번을 선택한다면 그나마 나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어찌 되었든 학생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③번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②번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최소한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고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채소연 선생님의 경우는 학교에서 나서서 ③번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셨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라고 말씀해주셨고, 학교에서도 그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했거든요. 학생과 학부모는 절차가 진행되고 나니 일단 선생님에게 먼저 사과하고 처분에 따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채소연 선생님도 사과를 받고 나서는 마음이 좀 누그러지셨고요. 관례상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마음으로 지속돼왔던 것들이 있어요. 교직 생활에 만연한 원칙 없는 온정주의. 그런 온정주의가 낳은 것은 교사에 대한 ‘만만함’이 아닌가 싶어요. 세상은 변했고 학교를 둘러싼 민원과 다른 모든 것들은 법령과 절차에 근거해서 주장하는 사람들 편이지요. 그런데, 교사들이 법령과 절차를 따른다면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교사 스스로 그런 프레임에 갇혀서 보호받을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은 바뀌었고, 이제는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몸으로 체득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관례와는 다르게 법령과 절차가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것만 깨달아도 교직 생활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독서토론 지도 전문인력 배치’ 등을 주요골자로 대표발의한 ‘독서문화진흥법’ 개정안이 교육계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미 독서토론 등 독서교육을 위해 사서교사 등 배치를 하도록 돼있는데 학교 비정규직 추가 양산 우려가 높은 개정안을 내놨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총 정책교섭국은 “독서토론 등 독서교육을 위해 사서교사 배치를 하도록 이미 법으로 명시돼있는데, 전문인력이라는 명목하에 학교비정규직 추가 양산의 우려가 따르는 인원 배치 규정을 새롭게 만드는 것에 대해 학교 현장의 반대가 높아 의견을 냈다”고 6일밝혔다. 교총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아 김종민 의원실,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전달했다. 개정안에는 교육부장관이 독서토론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배치에 관한 사항의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학교의 장이 인력 배치 등 여건을 조성·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학교에서 독서지도를 위한 사서교사 등 인력 배치가 이미 규정된 상황에서 별도의 전문인력 배치 내용을 추가한 것은 중복 규정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학교내 비정규직 직종을 신설·양산하고 구성원 간 업무분장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초·중등교육법에 학교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것은 교사로 명시돼있어 교사가 아닌 경우 학생 교육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총은 “학교에서 독서토론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개정안에 따라 독서토론만을 위한 전문인력이 학교에 추가 배치된한다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기배치된 사서교사 등이 교육과정, 창체활동 등 범교과 교육 내용 안에서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감사원이 부산시교육청의 전교조 해직 교사 부정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채 의혹과 관련해 공소제기를 요구한 데 이어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코드인사’가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18일 부산시교육청 불법 특채 의혹 감사를 결정했다. 곽 전 의원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교사, 학부모단체, 일반인 등 653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지 6개월 여만이다. 곽 전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은 2018년 11월 중등교육공무원 특별채용에 ‘재직 시 교육활동 관련으로 해직된 자’로 자격을 특정해 공고한 바 있다. 해당 전형에는 4명이 지원했고 전원이 합격했는데 이들 모두 전교조 해직자였다. ‘해직된 자’로 특정해 공고한 것은 특정인을 염두해 공고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지원요건’ 청구 내용에 대해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 제22조에 따라 ‘감사실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은 인천시교육청의 2014년 채용에 대해서도 ‘면접시험만으로 진행된 전형’과 ‘특정인을 지목해 특별채용을 진행’한 것 등 해직교사 부당 채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감사원은 청구 기한 5년이 지나 감사하지 않고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강원도교육청이 내년 중학교 진학 예정인 한 장애학생의 근거리 통학 가능 학교 특수학급 폐급을 갑작스럽게 결정해 비판을 받고 있다. 강원교총(회장 조백송·홍천중 교감)은 이를 장애학생의 교육권 침해로 보고 폐급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22학년도 특수학교(급) 신·증설 및 감축, 폐지 계획’을 통해 고성지역의 모 중학교 소인수 특수학급 폐급을 통보했다. 신입생 사전 수요조사가 끝난 마당에 당연히 인근 학교로 진학할 것으로 여겼던 해당 장애학생과 가족들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 학생은 특수학급 설치 학교 진학을 위해 가까운 곳을 놔두고 1시간 거리의 다른 학교에 배치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도교육청이 해당 학생의 학부모 동의도 없이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관내 교육계는 이번 건을 장애학생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교육권이 침해당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 1항 2에는 초·중학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도록 규정된 상황이다. 교사들은 “지금까지 진학하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있는 경우 도교육청에서 특수학급을 폐급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편의상 이뤄지는 특수학급 폐급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가급적 근거리의 학교에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부득이 소인수 특수학급의 폐급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도교육청 차원의 과밀학급 대책으로 장애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더욱 잘못된 대처라는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그 대책을 통해 장애학생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원 근무 환경이 더욱 개선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강원교총은 8일 입장문을 내고 “도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특수교육법과 국제 장애인권리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도교육청의 특수학교의 폐급조치는 가뜩이나 어려운 강원 특수교육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모 중학교의 특수학급 폐급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교총 중등교사회는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특성화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6일부터 17일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8일 서울교총 중등교사회에 따르면 ‘특성화고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백구성)’가 ‘특성화고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청원 운동’에 돌입했다. 특성화고 교직원, 학생・학부모 등 교육구성원 및 본 청원에 동의하는 자 등을 대상으로 서명받고 있으며, 서명지(사진)는 서울교총 홈페이지(www.seouledu.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비대위는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로드맵 마련 ▲수준 높은 직업교육을 위해 특성화고의 ‘학급당 학생 수 18명’ 실현 ▲바람직한 직업의식과 가치관 확립을 위한 초중등 진로교육 강화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특성화고, 희망을 향해 날다!(가칭)’준비·시행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로 특성화고는 다시 한번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산업일꾼의 요람, 고졸 성공의 신화라 칭송받던 특성화고는 연이은 현장실습 안전사고를 계기로 부정적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며 "재학 중 계속되는 현장실습 사고의 재발 방지 마련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졸업 뒤에도 열악하고 위험한 직업 환경에 내몰리는 경제·사회적 환경과 이를 내버려 둔 제도 미비가 문제의 본질이지, 교육을 담당하는 특성화고의 탓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앞으로 36학급 이상 유·초·중·고교에는 2명 이상의 보건교사가 배치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월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 보건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동안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 수가 많은 과대·과밀 학교의 경우, 보건교사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학교 방역에 어려움이 따르자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건강증진과 보호를 위해서라도 보건교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늘어날 보건교사 인원은 13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교육부의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36학급 이상 학교 수는 국·공립 1225교(초934, 중99, 고161, 특37), 사립 118교 등 총 1349개교였다. 교총은 환영 입장을 내고 “교총과 보건교사회의 지속적인 요구가 반영됐다”면서 “정부와 교육부는 법령 개정에 그치지 말고 조속한 확대 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학생 건강증진과 과대학교 보건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나아가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근본 방안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에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정규 교과교사 확충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그간 보건교사회와 함께 과대학교 보건교사 추가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 6월 교육부·교육청 대상 공문 전달에 이어 11월에도 국회 교육위원 전원에 보건교사 추가배치 건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5월, 일정 규모 이상 학교에 보건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하는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총은 “갈수록 늘어나는 학생 성 및 정서 문제, 학폭 등에 더해 감염병 확산에 따라 보건교사의 업무와 역할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며 “더욱이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학교당 1명만 배치할 수 있다 보니 보건교사들이 번 아웃을 겪고 방역 활동에도 고충이 심각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규정은 2023학년도 보건교사 배치부터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법령 개정과 상관없이 내년도 보건교사 정원을 500명 확보한 상태”라며 “빠른 시일 내에 나머지 정원도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한부모 가족 등 평생교육 이용권 발급을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해 평생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평생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했다. 평생교육 이용권은 저소득층 성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지급하는 사업으로 내년에는 지원 예산이 74억 원에서 141억 원으로 2배 확대돼 약 3만여 명에게 이용권이 발급될 예정이다. 내년 1월 중 신청 접수를 공고할 예정이며 선정된 이용자는 약 1700여 개소의 전국 사용기관에서 희망 강좌를 자율적으로 수강할 수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유아교육발전을 위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의장 문미옥·서울여대 교수)가 6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유아교육 정책과제’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에 각각 전달했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이번 정책과제 제안 배경에 대해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영유아들은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의 영유아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연대는 또 “교육기본법 제9조 제1항에 ‘유아·초등·중등 및 고등교육을 위해 학교를 둔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여전히 영유아를 위한 교육기관은 어린이집, 유치원 등 명칭에서부터 교육적 가치가 훼손돼 있다”며 “차기 정부는 ‘가족이 행복한 영유아 출발선 교육’을 이뤄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제안한 주요 정책과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0~5세 영유아 완전 무상교육 △교육 다양성 확보 및 공·사립 균형 발전지원 등 질 관리 선진화 △예비 부모 교육 및 맞춤 영유아기 부모 지원 정책 강화 △출산 및 육아휴직 기간, 육아휴직 급여 지급 확대 등 강력한 부모 지원 정책 △영유아 교육기관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영유아 교사 교권 보장 △교육과 보육의 교육부 통합 및 교육·보육 기관의 영아학교와 유아학교 변경 △0~5세 담당 교사 자격관리 체제 일원화 및 교사 양성 교육과정 개선 등이다. 유아교육 관련 학회 및 교육·교원단체 22곳이 모여 구성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유아 공교육의 발전과 관련된 교육 이론과 실제를 토론·비판하고 정부의 유아교육 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하기 위해 2003년 출범했다.
지난 시간에 대한 집착은 허망한 것이다. 또 한 해를 살아 냈다는 안도감과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는 자괴감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교차로에 섰다. 날마다 전쟁 아닌 전쟁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는데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니 무주공산이다. 변명도 합리화도 아닌데 지나쳐 온, 이루지 못한 일들이 자꾸만 걸음을 머뭇거리게 하고 시간의 뒷발에 차인다. 더구나 오상고절이라는 국화꽃도 된서리를 맞았는지 12월 아침에 상처받은 아이처럼 바짝 움츠려 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맘쯤이면 모두가 떠올리는 말이 유종의 미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그 말은 뜻이 무색할 정도로 처마 끝에 달린 풍경소리 만큼이나 마음속에 뎅그렁 하다. 매일 바쁘게 살아왔지만 원하는 것들은 크게 변한 것 없이 아직 그대로인 듯하다. 옛말에 “아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실천하기가 어렵고,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끝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 난다. 대개 우리의 일 년은 년 초 계획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이든 미완이든 간에 마무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지나온 시간 동안 머릿속에 빼곡하게 그려놓은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걸어왔다. 그러나 하나둘 어느 계절, 어느 지점에서인가에서 결심은 흐려지고 놓쳐버린다. 알 수가 없으니 맺을 수가 없는 법, 어쩌면 이 또한 자기 삶인데 과한 반성은 욕심이 아닐까 한다. 삶이 흐르는 물처럼 순조롭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주어진 일에 충실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구속되거나 수동적이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 동기부여를 하고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함이 얼마간의 끝을 마무리해 주는 쓰다듬음이다. 12월이 되자 태양의 고도는 점점 낮아진다. 그런 만큼 낮의 길이는 짧아지고 그림자는 길어진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서 허상이 아닌 실상임을 알고, 고마움과 감사함보다는 아집과 욕심으로 그림자를 더 길어지게 하지 않았는지 경계 해 볼 일이다. 여기 조금 더 자신을 추스를 이야기가 있다. 호두 농사를 짓는 농부가 일 년 동안만 자기 마음대로 날씨를 바꿀 수 있도록 신에게 간청해 허락을 받았다. 농부는 햇볕, 비, 바람, 천둥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나무 그늘에 낮잠만 자고 놀았다. 이윽고 추수할 때가 되어 풍년에 감격한 농부는 기쁨으로 큰 호두알을 깨트렸다. 그런데 호두는 모두 빈 껍데기였다. 왜 그랬을까? 신은 농부에게 고난이 없는 것에는 알맹이가 없고 폭풍과 시련, 가뭄의 고통이 있어야 껍데기 속 영혼이 여문다고 대답한다. 이 이야기를 되새기며 지금 내 삶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는지 매사를 되짚어 본다. 하루하루를 남의 입에 안 오르겠다는 얄팍한 처세술과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보신주의로 살지 않았는지를…. 삶은 유한하며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한 해를 지나오며 자신은 시간 앞에 얼마나 겸손했는지 고개를 들 수 있을까? 흔히 시간을 유수 같다고 말한다. 이 말은 언뜻 시간은 곁눈질도 없이 앞으로만 나간다는 외고집 뉘앙스도 풍긴다. 또한 우리는 세월을 쏜살같다고 표현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보다 훨씬 빠르다. 화살은 재우는 과정이 필요하나 시간은 준비가 필요치 않고, 떨어진 화살은 주울 수가 있어도 시간은 그럴 여지가 없다. 가끔 추억에 잠기는 일이 쏜 살을 줍는 것 같지만 그동안에도 시간은 여일하게 흐른다. 시간은 천금 같은 권력으로도 살수 가 없다. 부자라고 더 주거나 가난하다고 박절하게 덜어내지도 않는 두루두루 공평한 것이 시간의 속성이다. 단지 시간 속에 사는 것 자체가 싸움일 뿐이다. 1분 전만큼 먼 시간은 없으며, 1분을 허비한 사람은 반드시 1분 때문에 후회할 일이 생김을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이 펄럭인다. 그 뒤엔 빈 여백만 남는다. 반성과 겸손, 시간의 고마움을 아는 날들이었다면 조금은 위안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들로 점철된 한 해는 가슴에 회한의 먼지만 일으키고 구멍 난 조롱박으로 퍼 올리는 물처럼 시간은 새고만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잘못으로 인해 기죽거나 책망하지 말고 그것을 발판으로 하여 다시 나아가야 한다. 마치 열매를 달기 위해 아름답던 꽃을 버리는 나무처럼, 벽에 달린 달력도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지난 일들을 떨치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남은 한 장을 건건히 버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마음이 유달리 수수롭다. 반성문은 자주 쓸수록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책보다는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토닥이며 격려하는 응원이 더 필요하다. 올해 못다 이룬 꿈은 새해의 희망으로 남겨놓고 한 해를 정리하는 것도 좋은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빈한해진 마음, 초라한 눈빛 그곳에 깃들은 영혼이 파리할지라도 모든 이의 가슴에 불씨 하나 따스하게 지피며 12월을 보내고 새해를 맞기를 소망해 본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교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8시간 근무 중에 점심 먹는 시간 30분, 화장실 가는 시간 30분을 합해서 한 시간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아마 다른 교감선생님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올라온 공문을 검토하고 확인하고 결재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허리가 아파오고 목이 뻐근해지면 ‘아차, 벌써 두 시간이 지났구나’ 하게 된다. 뒤늦게라도 이때 일어나서 허리도 풀어주고 어깨도 돌리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전화가 걸려오거나 행정실에서 교감을 찾으면 다시 일 모드로 돌아간다. 점심 먹을 때쯤이나 되어서야 잠깐 일에서 벗어나 주위를 돌아본다. 점심먹고 남은 시간에 쉬면 좋겠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생각하면 다시 컴퓨터 앞으로 가게 된다. 오후라고 해서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전보다 바빴으면 바빴지 한가하지는 않다. 선생님들도 수업을 마치고 오후부터 각자 맡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오후 3시부터 퇴근까지는 결재로 올라오는 공문이 많게는 30건이 넘을 때도 있다. 에휴. 교감 생활을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병 날 수 있겠다 싶다. 어떻게든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욕을 불태운다. 신규로 발령받아서 온 교감이 퀭하고 비실비실해 보이면 안 될 테니까. 교무실 안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보았다. 맞다, 스쿼트! 스쿼트는 특별한 공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한 시간마다 스쿼트를 10회씩 3세트만 해보자. 그러면 기분 전환도 되고 장기적으로도 건강에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스쿼트라는 것이 엉덩이를 쭉 빼고 볼일 보는 자세로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해야 해서 교무실 안에서 했다가는 다른 직원들이 보기 영 민망할 것 같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면 된다. 내가 생각해낸 장소는 화장실이다.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보니 일과 중에 빈 공간을 찾기어렵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을 찾기는 더 어렵다. 교무실과 가깝고 아무나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칸이 스쿼트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장소를 찾았으니 이제 실천이다! 단, 문제점이 있다. 우선 냄새가 썩 좋지 않다. 특히 누군가가 큰 일을 보고 난 직후라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천성적으로 후각이 둔하니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양복바지가 너무 타이트해서 자세를 잡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감이다 보니 옷을 아주 편하게 입을 수 없다. 학교를 찾는 외부인도 있고 간혹 교육청 관계자도 오는데 교감이 편한 차림으로 맞이하면 당혹스럽지 않겠나. 그래서 출근할 때면 늘 정장 차림을 갖춰 입고 나온다. 그런 복장으로 스쿼트를 하려니 정말 조심스럽다. 잘못하다간 엉덩이가 찢어질 수도 있고 무릎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것만 조심하면 화장실 안에서 충분히 스쿼트를 할 수 있다. 참고로 내가 화장실에서 스쿼트를 한다는 것은 비밀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교직원들이 경악할 테니까. ‘참, 취향이 독특한 사람이네’ 하며 이상하게 쳐다볼 수 있다. 그래도 교감 업무를 무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슬기로운 교감 생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이창수 저『교사여서 다행이다』 중에서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무자격 교장공모제(내부형B)’ 전형 과정에서 응시자가 원하는 문제를 사전에 전달받아 출제한 혐의로 기소된 도성훈(사진) 인천시교육감의 전 보좌관 등 연루자전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국교총과 인천교총 등 교육계는 “비리 연루자에 대한 단죄를 넘어 범법으로 얼룩진 무자격 교장공모제 자체에도 실형을 선고한 것”이라며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박신영 판사는 3일 선고 공판에서 공무집행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교육감 보좌관 출신의 A(52)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교장공모제 응시자인 모 초교 교사 B(52)씨에게도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같은 혐의 등을 받은 나머지 공범 4명은 징역 6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공범 중에는 도 교육감의 또 다른 전직 보좌관을 비롯해 교장 공모제를 주관한 시교육청 간부와 초등학교 교사 등도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시교육청이 교장공모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B씨로부터 사전에 전달받은 문항을 면접시험 문제로 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당시 현직 초교 교장 신분으로 출제 위원을 맡아 B씨가 원하는 문제를 2차 면접시험 때 출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해 자신이 교장공모제를 통해 인천 모 초교 교장이 될 당시에도 ‘셀프 예시답안’을 만드는 등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청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방식 다양화 등의 취지로 2007년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코드인사 등에 악용되고, 관련 범행 사례가 이어지면서 교육계는 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6일 입장을 내고 “교장공모제 비리가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사실에 개탄스럽다. 무자격 교장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교장이 됐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우려스럽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자격 교장공모의 절차, 내용, 결과에 비리나 불공정이 없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년 임용되는 무자격 공모교장 중 대부분이 특정노조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미 공정한 제도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현장으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전체 48명 중 30명이 특정노조 출신 교원이었다. 교총은 “능력있는 평교사 임용은 허울일뿐, 이미 지역에서는 공모 때마다 교육감 측근이 내정됐다는 등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자조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대다수 교원을 들러리 세우고 온갖 비리, 폐해의 온상이 된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공무원의 경력을 떠올리면 흔히 호봉경력에 한하여 많이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경력산정의 목적(전보 시 경력, 교육경력 등)에 따라 인정되는 내용이 각각 다르고 구체적인 인정내용은 소관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000경력은 교육경력으로 인정되나요?”라고 질문하기보다는 “000경력은 승진임용 시 인정되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경력산정에 대하여 많이 질문하시는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선생님들의 QA Q. 퇴직포상을 위한 재직경력에 군경력과 임용 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은 포함되지 않나요? A. 퇴직포상을 위한 재직경력 산정은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 +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 + 군인(병역의무복무기간 포함)으로 근무한 경력’을 합산합니다. 이에 따라 병역의무복무기간은 재직경력 산정에 포함되지만 회사근무 경력은 제외됩니다. Q. 휴직기간 중 연금을 납입하면 연금산정을 위한 재직기간에 포함되나요? A. 휴직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육아휴직, 병역휴직, 공무상질병휴직, 고용휴직, 노조전임자휴직, 법정의무휴직은 휴직 전 기간을 연금산정 기간으로 인정하지만, 기타 휴직은 1/2만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Q. 육아휴직은 교육경력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신을 쓸때도 포함이 되나요? A. 육아휴직 시 교육경력은 모든 기간을 산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해당휴직에서 명시하는 교육경력은 내신에 산입되는 교육경력이 아니며 승진반영경력에 포함되는 교육경력에 들어갑니다. 내신에 관한 교육경력은 휴직기간을 제외한 실제 해당학교에서 근무한 기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내용은 시·도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내신과 관련한 교육경력에 대해서는 관할교육청에 문의해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자율연수휴직에서 말하는 재직기간은 어떤 기준의 기간을 말하는 것인가요? A. 자율연수휴직의 재직기간 기준은 「공무원연금법」제25조에 따른 재직기간입니다. 재직기간의 충족여부는 공무원연금공단에 문의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육아휴직 시 휴직기간이 승진경력에 전 기간이 반영되나요? A. 육아휴직기간 중 승진경력의 산정에는 전 기간이 반영됩니다. 승급경력(호봉인정경력)에는 첫째·둘째자녀 최초 1년, 셋째 이후 자녀 휴직 전(全) 기간이 반영됩니다. Q. 원로교사수당에 대한 재직경력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요? A. 원로교사수당에 관한 교육경력은 「유아교육법」제20조제1항, 「초·중등교육법」제19조제1항 및 제19조의2제1항,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25조제1항 또는 「고등교육법」제14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교원으로서 전임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합니다. Q. 승진에 필요한 경력이 산입되는 휴직은 어떤 게 있나요? A. 공무상질병휴직, 병역휴직, 법정의무수행휴직, 육아(입양)휴직, 노조전임자휴직의 경우 해당기간이 100% 반영되며 유학휴직, 연수휴직, 고용휴직(비상근)의 경우 50%의 경력이 인정됩니다. Q. 군인으로 근무한 경력 모두가 승진경력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요? A. 「병역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징집 또는 소집되거나 근무한 경력만 승진경력에 산입됩니다. 자발적 지원에 의한 군 복무경력은 직업선택에 의한 경력으로서 평정대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법치주의란 좁게는 행정, 넓게는 국가가 법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국가의 기본 원리이다. 이에 국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는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만 이루어진다.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고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면서 행정부의 정책을 실현하기도 하고, 행정부를 통제하기도 한다. 21대 국회(2020~2024)에서는 1만 2,432건의 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그중 3,114건의 법률안이 처리(법률안 반영 2,925건, 미반영 189건)되었다. 법률 중에는 2015년에 제정되어 학교와 공무원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은 청탁금지법처럼 국민의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법률도 있으나 이런 법률이 있다는 것을 일반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법률도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의 내용과 관계없이 입법 건수가 국회의원의 실적으로 연결되므로 구체성 없는 선언적 내용의 법률도 있으며, 현장과 동떨어진 법률도 있다. 이하에서는 교육 또는 학교와 관련되어 있으나 일반 교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법률을 몇 개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인성교육진흥법 교육기본법 제2조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9조 제3항은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人性)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는 교과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생활지도를 통해 인격을 도야하고 인성을 함양시킨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 교육만으로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 인식으로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사회 전체에 비리와 부패가 만연했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육부는 2020년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21~2025)을 수립하였으며 교육부는 매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교육부가 인증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2년 후인 2017년 한국교총이 교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사의 46%가 인성교육진흥법을 알지 못한다고 답할 정도로 인성교육진흥법은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 인성교육은 법 제정 이전에도 학교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었으며, 인성교육은 법률로 강제할 수 없고 학교의 교육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인성교육진흥법의 존재 이유를 수긍하지 못하며 인성교육진흥법으로 인한 학교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2020년 대한민국의 자살(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는 1만 3,195명이고, 사망률(10만 명당)은 25.7명이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는 점에서 자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2012~2017년까지 자살률 1위를 할 정도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살공화국이다. 이에 국가의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2011년 자살예방법이 제정되었다. 자살예방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살예방시행계획에 따라 게이트키퍼 교육, 자살학생 발생학교에 대한 컨설팅, 정신건강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하여 상담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단위학교는 생명존중위원회 구성, 학생·교직원·학부모 연수 실시(학생 연간 6시간, 교원 연간 4시간, 학부모 연간 1회), 정서행동특성검사 우선관리군 강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3.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2 공교육정상화법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금지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2014년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며,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는 입학전형에 학교 입학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 운영 및 선행교육 또는 선행학습 유발행위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교육감 소속으로 시·도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둔다. 대부분의 선행학습이 학교가 아닌 학원, 교습소 등에서 사교육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공교육정상화법은 학원, 교습소 등에 대해서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금지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선행학습을 억제하고 있는지 논란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는 ‘킬러문항’을 금지하도록 공교육정상화법에 수능도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인성교육진흥법, 자살예방법, 공교육정상화법이 법률의 제정 목적에 맞게 작동하는지, 실제로 우리 사회나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이를 꼭 법률로 강제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 교육청, 학교의 역할과 관심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므로 교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률이다.
“셀소합니다” 글이 또 올라왔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인가, B는 호기심에 이끌려 게시물을 클릭해본다. ‘셀소’는 셀프소개팅의 줄임말이다.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소개팅 말이다. 직장인들의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교사 커뮤니티에도 ‘셀프소개팅’ 하겠다는 글이 자주 등장한다. 글에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린다. ‘보기 좋다, 응원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의 댓글이 다수다. 코로나 시대에도 짝을 찾는 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아직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 ‘셀프 소개팅’이라는 제목의 글이 커뮤니티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 년 되었다. 필자도 2년 전, 한 교사 카페에 올라온 글로 처음 셀프소개팅이라는 신(新)풍속을 접했다. 자신의 근무여건과 신상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자신과 만날 여자 선생님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가 그런(!) 곳입니까?”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소개글도 더 자주 올라오고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지켜보던 ‘자칭 결혼선배’가 “셀프소개팅 글을 보니 내가 다 설레고 응원하게 된다”는 응원글을 쓰기도 한다. 2020년, 2030 남성은 연애를 포기하고 여성은 결혼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다.대면 만남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이 상황을 더 심화시켰다. 그런 슬픈 현실 속에서도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청춘의 고군분투기를 어여삐 여기는 결혼선배들의 응원인지, 아니면 실제로 자신은 포기했으나 포기하지 않은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셀프소개팅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셀프소개팅을 소개합니다 셀프소개팅 글에는 자신의 직업, 키, 외모와 성격에 대한 간략한 설명, 종교, 현재 살고 있는 지역, 연애 가능한 지역 범위, 원하는 이성상 등이 포함된다. 남사스럽게 어떻게 이런 걸 직접 쓰고 ‘연락주세요’로 마무리하냐고? 2030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이미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기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남의 시선과 평판, 명예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익명이 보장된 비대면 환경은 교사들에게 용기를 내게 했다.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이상, 내가 누군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직업을 인증하고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앱도 많다. 커뮤니티는 동종직업이나 같은 취향 등 유사점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익명의 공간이니 더 좋다. TV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결혼중개업체처럼 경제적인 비용을 내야 하거나 횟수 제한, 암암리에 매겨져서 데이트 상대 매칭에 쓰이는 A급, B급 등의 레벨도 없다. 셀프소개팅과 일반소개팅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 셀프소개팅은 참여자의 자발성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최대한 객관화하여 소개말을 적어야 하며 자신이 올리지 않으면 만남은 없다는 점에서 일반 소개팅(주선자가 있는 소개팅을 편의상 여기서는 일반 소개팅이라고 하자)을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준비과정을 거친다. 이런 부담과 성찰과정을 겪은 만큼, 자신이 올린 셀프소개팅 글을 읽고 접촉해오는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마련이다. 일단 자신의 조건이 그 사람의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셀프소개팅이란 어찌 보면 ‘내 조건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만 만나겠다’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본인이 선택하기보다는 선택받기를 선택하는 심리적 기저에는 만남에 조건이 중요해진 시대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마음 또한 자리하고 있다. 셀프소개팅 문화가 보여주는 사회의 변화 소개팅 문화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주선자가 빠진 개인 사이에 비대면으로 만남이 결정되고 대면 만남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온오프 블렌디드 수업 못지않게 온오프 병행 인간관계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자기 길은 자기가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남까지 확장되었다는 점, 객관화가 불가능한 자기소개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도 ‘PR시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분명한 변화다. 실제로 모 데이트 매칭앱에서는 단순한 프로필이 아니라, 아주 성의 있는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니 앞으로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라인상으로라도 부단한 자기성찰과 객관화, 글쓰기 기술이 필수겠다는 씁쓸한 예감이 든다. 셀프소개팅은 또한 주선자가 개입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 없다는 점에서 훨씬 간편하고 부담이 덜한 선택이다. 주선자가 있으면 ‘주선자 얼굴을 봐서’ 피상적으로라도 있었을 ‘예의 표현’이나 형식적인 행위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원하지 않는 감정소모, 시간소모가 적고 정리도 빠를 수 있다. 실제로 20,30대 젊은 교사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배 교사들을 통해 소개팅을 주선받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주선자와의 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소개팅을 주선했는데 후배가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면 이런 사회상의 변화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만남에 직업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셀프소개팅 앱이나 커뮤니티에서 직업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소개글에는 직업과 연봉, 복지, 미래 전망까지 적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부모님은 부부교사여서 노후 대비도 문제없다”고 부모의 직업과 재산까지 소개하는 글이 많다며, 부모의 직업과 노후 준비도 만남을 위한 ‘스펙’이 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만남은 깊이가 없다는 선입견 셀프소개팅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쪽지나 댓글, 메신저 등을 통해 외모 사진도 주고받는다. 만날 만한 사람인지 소개말로 1차 평가(?)를 하고 사진으로 2차를 통과한 후 만나니 실제 소개팅이 성공할 확률이 더 클까? 수많은 커뮤니티에 최근 많이 등장하는 ‘셀소후기’들을 보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조건에 근거한 평가’가 소개말이나 외모 사진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직접 만나서 시간을 보낼 때만 발견할 수 있었던 매력이 발굴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한계를 만든다. 그러나 ‘온라인 만남은 인스턴트다, 책임감과 깊이가 없다’는 말은 이제는 선입견일지 모른다. 만 2년을 채워가는 코로나 시대, 이제 대학교 2학년이 된 첫 코로나 시대의 새내기들은 랜선 조모임, 랜선 새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만남이 너무나 익숙하다. 할 수 있는 만남이 대부분 비대면, 랜선 만남인데 그중에는 분명 진심이 담긴 만남도 있지 않겠는가. 온라인으로 시작된 만남이 늘 피상적이고 무책임하다면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과 학급경영, 사제관계에는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 이미 학생들은 온라인상으로 관계맺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인연을 글과 앱으로 찾는 행위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미래의 어른인 그들이 그러하고, 이미 어른으로 살고 있는 2030 교사들도 변화한 사회에 적응 중이다. 교사 커뮤니티의 인기글 중 하나가 ‘셀소합니다’라면, 혀를 찰 것인가? 이것은 이미 인간의 관계맺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온라인 만남은 모두 인스턴트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손영배 지음, 생각비행 펴냄, 332쪽, 1만6000원) 명문대- 대기업- 정년퇴직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진로 선택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저자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직업을 찾고,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진짜 공부’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한다. 대기업, 외국계 회사를 거쳐 특성화고 교사가 된 저자는 고교 졸업 후 취업, 창업 후에도 학습을 이어가는 제자들의 사례를 수록했다.
14가지 빛깔의 그림책 수업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332쪽, 1만8000원) 14가지 수업 방법과 14가지의 주제에 따라 선생님들이 실천한 그림책 수업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해준다. 그림책 창작, 연극, 미술, 음악 창작, 시와 자서전 쓰기부터 게임과 놀이를 접목한 수업, 온라인 협력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권과 생명존중, 평화, 협력, 정의 등의 주제를 풀어낸다. 수업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목록들도 제시하고 있다.
질문으로 자기주도성 UP! 과학탐구 프로젝트 수업 (남현정, 강창원 지음, 북랩 펴냄, 206쪽, 1만5000원) 전국과학전람회에 10여 년 동안 학생지도와 교원연구로 참여해 국무총리상과 장관상을 9차례나 수상한 두 교사가 수상작 중 다섯 가지를 추려 책에 실었다. 학생의 사소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했던 질문들이 과학탐구 프로젝트 수업으로 이어지고, 그 프로젝트들이 전국과학전람회 출품작이 돼 각종 상을 휩쓸게 됐다. 과학탐구를 지도하는 교사들과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로 여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최규홍 외 4인 지음, 꿈과희망 펴냄, 208쪽, 1만3000원) 2021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책으로, 최규홍 진주교대 교수와 4명의 초등 수석교사가 모여 시를 활용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부터 실제 수업 현장의 이야기, 수업 후의 성찰까지 담아냈다. 시와 연극이 함께 하는 읽기 수업, 시와 이야기가 함께 하는 읽기 수업, 동시집과 함께 하는 읽기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메타버스 교육 프로젝트 (변문경 외 3인 지음, 다빈치북스 펴냄, 250쪽, 2만2000원) 교육에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적용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쉽게 만들 수 있고 유지 비용도 들지 않는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교육에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게더타운은 줌(Zoom)에 아바타를 더한 메타버스 구축 플랫폼이다. 게더타운을 통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업공간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 교육행사를 기획·운영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