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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번역기에 AI까지, 기술이 발전했는데 우리는 왜 영어를 배워야 해요?” 영어를 수업하는 교실에서는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질문입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시대에, 언어를 배우는 일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서,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표현하는 창이라는 것을 수업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았으면 했습니다. 시험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서 나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것을, 그리고 영어학습이 그 역량을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닫기를 원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의 중심이 되어, 협력하고 탐구하며,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소통능력, 문화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술과 사람 사이, 언어와 세계 사이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AI 디지털교과서와 IB MYP(국제 바칼로레아 중등 프로그램)를 기반으로 영어수업을 새롭게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중심의 탐구학습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신장시키고,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세계시민으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AI가 번역을 대신해 줄 수 있어도, 스스로 사고하고 소통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입니다. 영어교육은 바로 그 영역을 키워나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시작된 수업혁신 ● IB를 묻고, 함께 답하다 올해 우리 학교는 IB 탐색학교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에 발맞춰, 수업뿐만 아니라 평가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선생님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IB 프로그램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매월 교수학습공동체 회원들이 모여 IB MYP 교육과정에 대해 함께 탐구하며, 개념 기반 탐구학습이란 무엇인지, IB에서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무엇인지, 또 수업계획에 따라 교과 간 융합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과를 넘어 서로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IB의 교육철학을 함께 읽고 나눈 후, 많은 선생님이 ‘IB 프로그램은 전 세계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공감할 줄 알며,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평생 학습자가 될 것을 장려합니다’라는 부분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배움을 이어가는 것. 우리는 이런 평생 학습자의 길을 향해 학생들이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PART VIEW] ● 수업의 무게 중심을 학생에게로 … AIDT로 구현한 참여 중심 수업설계 수업은 더 이상 교사가 중심이 되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든 교사가 동의합니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 AIDT를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AIDT 기반의 수업설계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수준에 맞춘 개별 맞춤형 학습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AIDT 플랫폼의 학습진단도구(형성평가)와 대시보드 기능은 학생들의 이해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진도에서 앞서 나간 학생에게는 확장 활동을 제시하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보충 자료와 개별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수업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학생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함께 배우는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멘토-멘티 활동을 도입하여, 빠르게 이해한 학생이 느린 학습자를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멘토가 된 학생은 설명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더욱 공고히 하고, 멘티는 또래의 언어로 개념을 다시 들으며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조력자로서 각 팀의 활동을 관찰하며 필요할 때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협력의 결합은 교실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가르침을 받는 존재’가 아닌, 배움의 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완성해 가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의 무게 중심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옮겨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업 활용 Tip 빠른 학습자에게는 AIDT 기능을 활용한 AI 맞춤 과제 부여를 통해 느린 학습자들이 충분히 단원의 필수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고 빠른 학습자는 학습한 개념을 바탕으로 심화학습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는 빠른 학습자를 또래 코칭의 멘토로 활용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또래 코칭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면서 메타인지를 자극하고, 이에 대한 수업 상점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멘토-멘티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 개념으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 … 영어수업, 교과서를 넘어 삶과 연결되다 AIDT는 수업의 여러 순간에서 교사를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수업의 전체적인 설계와 교육과정 재구성의 주체는 여전히 교사입니다. 학생의 삶과 연결된 수업, 그리고 학생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성장시키는 수업을 고민하며, 저는 IB MYP에서 제시하는 ‘개념’을 수업의 중심에 두고자 했습니다. IB MYP의 개념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사고의 틀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수업에 ‘의사소통(Communication)’과 ‘구조(Structure)’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학생들은 글의 형식이 어떻게 독자와의 소통방식에 영향을 주는지, 글의 구조가 메시지 전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단지 영어 지문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즉 언어를 통한 소통의 본질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글의 구조를 분석하고 의도된 메시지를 파악하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국어수업의 읽기·쓰기 활동과도 연결되었습니다. 영어수업에서의 개념 탐구가 다른 교과로의 전이와 융합을 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IB 개념 중심 수업은 학습내용을 영어에 국한하지 않고, 학생들이 다양한 교과 속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삶의 맥락에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깊이 있는 배움을 경험하는 순간은, 교과서를 넘어 삶과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학생이 움직이고, 교실이 반응하다 – 수업 속 이야기 1학기에 진행했던 수업 중에 가장 호흡이 길었던 11차시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IB MYP 프로그램의 개념을 반영했던 쓰기 수업(Writing)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 우리가 만드는 작은 변화 _ 나도 우리 학교의 그레타 툰베리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수업의 문을 연 건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사진을 본 학생들은 “이 학생은 왜 혼자 저러고 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질문은 시작되었고, 그 질문은 곧 수업의 방향이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우리 학교의 그레타 툰베리라면, 어떤 문제를 알리고 싶은가요?” 그날 수업의 주제는 ‘우리 학교의 환경문제를 발견하고, 그린챌린지에 함께 동참할 것을 설득하는 글쓰기’였습니다. 단순히 환경 관련 전달식 수업이 아닌 학생 각자가 학교 안의 작은 운동가·실천가로서 역할을 맡아보고 주인공이 되어 글을 쓰는 활동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함께 ‘내가 시작하는 작은 변화, 그린 챌린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 활동은 학생들의 몰입을 자연스럽게 끌어냈고, 수업 속 탐구와 실천이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어떤 글이 더 설득력 있을까? _ 글의 구조를 비교하며 설득의 힘을 탐구하다 그린챌린지 주제에 대한 관심과 몰입이 형성된 후, 학생들은 본격적인 글쓰기 전에 두 개의 예시 글을 함께 읽고 비교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하나는 주장과 근거가 명확하게 구조화된 글, 다른 하나는 그린챌린지를 설명하는 설명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영어로 된 두 글을 비교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탐구했습니다. •어떤 글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가? •왜 그렇게 느꼈는가? •두 글의 구조는 어떻게 다른가?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글의 구조(Structure)’가 독자와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 더 잘 읽힐 수 있는지 처음으로 생각해 봤어요”라고 말하며, 글쓰기의 목적과 방식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들이 국어수업시간에 배운 설득 글쓰기 구조를 떠올리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국어시간에 배운 논설문인 것 같은데? 주장-근거 순서로 나와 있잖아.” 이러한 반응은 학생들이 교과 간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언어를 넘나드는 전이적 학습경험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활동은 단지 좋은 글을 고르는 것을 넘어, 의견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글쓰기의 본질을 탐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이제 글쓰기를 ‘나의 생각을 구조화해 전달하는 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 지금,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글을 쓴다면 _ Writing GRASPS로 실천과 연결되는 글쓰기 앞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실천의지를 키우고, 설득력 있는 글의 구조를 분석하며 글쓰기의 원리를 탐구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실제 독자와 목적을 설정하고, 학교 안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담은 글을 GRASPS 수행과제 형식으로 직접 작성해 보는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조직하고, 구체적인 독자를 설정하며, 실제 사회적 상황과 연결되는 글쓰기를 경험했습니다. 단순히 쓰기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언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또한 어렵게만 생각했던 영어 글쓰기 구조를 기반으로 진행하면서 한층 더 쉽게 접근하였습니다. ● 번역기는 잠시 멈춤 _ 내 힘으로 쓰고, AI와 함께 다듬기 학생들이 GRASPS 과제에 따라 자신의 주장과 실천방안을 구상한 뒤, 본격적으로 글쓰기 초안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나였습니다. ‘번역기에 맡기지 말고,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해 보자.’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기의 도움 없이 영어사전과 AIDT의 AI Writing 교정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문장을 스스로 한 줄 한 줄 구성하며 영어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서툴더라도 문장을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글쓰기의 본질은 정확함보다 진정성에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능력은 연습을 통해 길러진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AI Writing 기능을 활용해 맞춤법과 문법을 점검하고,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AI가 제시한 수정 제안 내용을 스스로 판단하면서, 단순한 ‘자동 수정’이 아닌 비판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글쓰기 역량을 함께 길렀습니다. 이 활동은 AI가 전부 대신해 주는 시대 속에서도, 언어는 곧 나의 생각이고, 글은 곧 나의 목소리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생각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수업 활용 Tip AIDT의 교육과정 재구성 기능을 활용하면, 교사는 자신의 의도에 맞게 교과서에 제시된 활동 내용을 수정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Writing 활동의 경우에도 종이를 활용해 진행할 수도 있지만, 학습지를 그대로 AIDT에 탑재해 디지털 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배움의 가능성은 교실 안에서 자란다 … 학생의 성찰에서 찾은 변화의 힘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나눈 성찰시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배움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엔 영어 글쓰기에 자신 없어 하던 모습을 돌아보며, “처음엔 막막했는데, 하나씩 내가 쓴 문장이 쌓일 때마다 뿌듯했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기계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라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교사인 저 역시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은 교사가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배움의 주체로 학생을 진심으로 믿고 수업의 중심에 세울 때,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갑니다. 기술은 진화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수업을 설계하는 교사의 마음만큼은 교육의 본질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저 역시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면서, 함께 배우는 사람임을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수업 활용 Tip 성찰일지 작성 시에는 주로 패들렛을 활용하는데, 이때 '고급 설정'의 ‘게시물 필드’ 기능을 이용하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시할 질문을 미리 입력하고, 모든 항목을 필수로 지정하여 학생들이 빠짐없이 답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시물 형식을 통일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모든 성찰 질문에 충실히 답하도록 유도하여 보다 깊이 있는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
IB DP(디플로마)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소논문(Extended Essay, EE)은 학생들이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독립적인 연구를 진행해 4,000단어로 학술논문 형태를 완성하는 자기주도적 프로젝트다.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6개 과목(학교별 선택과목 상이) 중 적어도 한 과목을 선택해 학습내용을 확장한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학생들은 지도교사, 소논문 코디네이터, 사서교사의 도움을 받아 연구방법과 자료활용역량을 키울 수 있다. 소논문 작성과정에서의 사서교사 역할 학생들이 소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연구 및 정보활용능력을 가르칠 수 있는 사서교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학교는 소논문 과정과 연구에 대한 교육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서교사를 소논문 코디네이터로 지정할 수 있다. 소논문 코디네이터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사서교사는 정보 리터러시 교육, DP 교과 교사와 협력 프로젝트 수행, 학문적 진실성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소논문 코디네이터와 지도교사를 도와 학생의 소논문을 지도할 수 있다. 특히 연구 경험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모든 형식의 정보 자료와 이를 선별하고, 평가 및 구성하는 학술적 글쓰기 기초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성공적 소논문 작성을 도울 수 있다. 여기서는 소논문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인 ‘연구주제 선정하기’ 수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연구주제 선정하기 수업의 실제 소논문 수업은 총 17차시로 운영되며, ‘연구주제 선정하기’ 수업은 4차시에 걸쳐 이루어진다. 주제를 정하는 데만 4차시를 할애하는 이유는 주제 선정이 연구의 뼈대를 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연구주제 선정하기 수업은 다양한 참고 문헌과 키워드 탐색 등의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에 해당한다. 연구주제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신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평소 관심 있거나 진로와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면 긴 소논문 과정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 따라서 연구주제는 거창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에서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연구주제 찾기로 시작하는 소논문 수업사례는 다음과 같다. [PART VIEW] ● 1~2차시 _ 연구주제 선정을 위한 개요도 작성 및 개요도 공유하기 연구주제의 소재를 찾는 방법을 설명한다. 연구주제를 찾는 단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교과에서 주제를 찾는 것이다. 평소 흥미롭게 생각했던 과목을 떠올리고, 그 교과과정에서 자신이 특별히 관심 있는 영역을 확인해 본다. 예컨대 예술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예술사나 시대별 작가의 특징 등 구체적인 단원을 중심으로 주제를 탐색할 수 있다. 둘째, 일상에서 흥미롭게 생각하는 요소에서 연구주제를 발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K-pop과 한류 문화 콘텐츠 등 문화적 주제를, 환경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기업의 ESG 경영 등을 소논문의 연구주제로 삼을 수 있다. 셋째, 진로와 관련된 분야를 중심으로 주제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진로 분야를 고민하고, 그 속에서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자신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특징을 나열하고, 이를 속성이 유사한 것끼리 묶어 정리한다. 예를 들어 취미·특기, 관심 교과,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 꿈꾸는 진로 등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항목을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이렇게 정리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여 더욱 세부적이고 방향성 있는 연구주제를 찾을 수 있다. 이때 자신의 관심 분야를 마인드맵 형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 활동은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진로·취미 등 다양한 키워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장 관심 있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내용의 관계를 이어 나가며 원·사각형과 같은 도형과 선·화살표 등의 창의적인 방법을 이용해 개요도를 그려 나간다. 마인드맵은 일차적으로 활동지를 활용해 작성한다. 이후 각자 어떤 연구주제를 탐색하였는지 공유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마인드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요도를 설명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의 키워드 탐색과정을 들으며 키워드를 추가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생각의 범위를 넓혀보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연구주제를 명시화하여 연구 질문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를 점검할 수 있다. 연구주제 정하기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데 주제는 핵심 역할을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학생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주제 작성의 난이도와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선정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수업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주제 선정 시 유의점1은 다음과 같다. •너무 추상적·전문적·주관적인 내용은 피한다. •실험 설계가 너무 복잡하거나 실행하기 어려운 주제는 피한다. •분량 제한이 있으므로 주제 범위가 너무 넓으면 한 가지 측면에 집중하기 어렵다. 시간·공간·대상을 제한하라. •조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한다. 매우 오래되거나 새로운 기술에 관한 주제일 경우 자료가 없어서 조사하기 어렵다.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더 깊은 연구를 할 수 없는 주제는 피한다. 연구주제 선정 수업에서 지도교사와 사서교사의 협업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도교사는 해당 과목의 주제 선택 기준과 주제 처리 방식에 기반해 주제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사서교사는 정보 검색 전략, 선행 연구 조사하기, 인용방법 등의 정보활용교육을 통해 학생의 연구 기반이 되는 연구주제를 확장하고 선택하는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학생들은 소논문 작성과정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실제 연구주제 선정하기 학생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학생❶ _ 사회복지정책과 문학의 연관성 탐구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과 김애란의 비행운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정책적 해결 가능성을,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서 노인 고독과 가족의 변화를 분석하는 주제를 구체화했다. 사회 현상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며, 문학작품 속 인물의 삶을 통해 정책적 메시지를 도출하려는 비판적 사고력이 돋보인 사례이다. • 학생❷ _ ‘한(恨)’과 ‘정(情)’의 문화 번역 및 국제 대응 비교 언어와 국제법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한국 문학 번역에서 ‘한(恨)’과 ‘정(情)’의 전달 방식 및 국가 간 소셜 미디어 테러리즘 대응 정책 비교를 주제로 선정했다. 독자들의 리뷰를 통해 정서적 반응을 분석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의 언어적 관점에서 공통점과 차이를 탐색하려는폭넓은 관점을 보여준 사례이다. ● 3차시_ 연구주제 키워드 확장하기 1~2차시에 걸친 연구주제 선정 및 발표하기 활동 후, 3차시는 연구주제 키워드 확장하기를 진행한다. 연구주제를 정했지만, 추상화되어 떠다니던 키워드를 군집하고 명시화하고 나면 다시 세부적으로 구체화하기 작업을 통해 연구주제를 좁혀야 하기 때문이다. 주제 탐색과 키워드 확장을 위해 학생들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 통제 어휘 사전, 인적 자원 등을 활용해 일반적인 단어 수준의 키워드 범위를 좁히는 과정을 설명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키워드를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연구의 가치가 있는 대상 및 주제를 선택함으로써 소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 질문을 만들 수 있게 된다. ● 4차시 _ 확장한 연구주제 키워드를 연구 질문으로 연결하기 4차시는 확장한 연구주제 키워드를 연구 질문으로 연결하는 활동이다. 연구주제를 정했다고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없다. 연구주제 범위 안에서 연구 질문을 찾는 과정이 이어진다. 연구 질문은 연구주제를 중심으로 한 분명하고 초점이 명확한 형태여야 한다. 연구 질문 역시 마찬가지로 학생이 연구와 소논문 작성과정에서 추구할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며 논문의 전개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K-pop은 왜 인기가 있을까?’가 아니라, ‘2010년대 이후 K-pop이 북미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산업적 요인은 무엇인가?’와 같이 구체적이고 분석가능한 연구질문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주제(예: ‘수학의 역사’)나 구체적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주제, 개인적 경험에 치우쳐 객관성을 확보하기 힘든 주제는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좁고 깊게’ 연구주제에 접근하는 것이 성공적인 소논문 작성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이 연구 대상으로 하는 이슈가 연구주제가 되며 소논문 작성을 위해 초기에 설정한 주제는 향후 연구 질문 설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명확히 연결하여 연구주제 선정의 방향을 효과적으로 좁힐 수 있다. 무엇보다 ‘왜 이 주제를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이 뚜렷할수록 소논문은 더 깊고 의미 있는 탐구로 이어질 수 있다. 사서교사는 소논문 작성의 기초가 되는 연구주제 선정하기 활동을 통해 좋은 주제를 찾는 과정은 결국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며, 이 질문이 학생들의 사고와 글쓰기, 더 나아가 미래 진로의 방향까지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수업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급증 최근 한 교직단체와 교육정책입법포럼이 주최한 ‘딥페이크 등 사이버폭력과 학교’라는 포럼에서 사회를 보면서, 사이버폭력 특히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 제작에 대한 형사처벌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 발전이 교육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그림자 또한 깊어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수와 잘못을 통해 성장할 때도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학교폭력의 하나인 딥페이크 성범죄이다. 2021년 통계 작성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리 건수와 피해자 지원 건수는 5배 이상 증가하였다. 딥페이크 성범죄 경찰 신고 건도 매년 급속히 늘고 있다(관계부처 합동, 2024). 2023년에 180건이던 것이 2024년 10월 현재 964건으로 급증하였다. 학교의 관점에서 심각한 것은 피의자·피해자 중 10대 비중이 73.6%에 달한다는 점이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급증은 우리 교육계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심각한 현상이다. 강력한 처벌을 목표로 한 법 개정 2024년까지는 특히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 처벌이 약했고, 붙잡으려는 경찰의 수사 의지도 약했다. 202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한 사이버폭력실태조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확산 및 재생산 원인’을 묻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처벌이 약해서’와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붙잡힐 염려가 없어서’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골랐다(이선욱, 2024).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장에 따르면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는 청소년 사이에 이미 ‘만연해 온 문제’이고, 10대들 사이에서는 ‘또래들 사이의 장난이나 놀잇거리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이선욱, 2024). 교육부(2024)의 조사 결과에서도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 원인으로 중학생 62.2%, 고등학생 47.7%가 ‘장난으로’를 1순위로 꼽았다(교육부, 2024).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성적 허위 영상이나 사진을 본 적이 있는 경우는 4.7%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이 약하고 붙잡힐 염려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학습한 결과, 사태가 악화되었다. 이를 심각하게 판단한 정부는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정부는 2024년 9월 「성폭력처벌특례법」, 「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방지법」 등을 개정하였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를 구입·소지 또는 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이 만든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 대상이 대부분 또래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교육부 인식조사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미성년자 대상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법 개정 사실을 알고 있는 청소년은 별로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행법상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시청이라 해도, 어린 학생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법은 이렇게 엄한 처벌을 하는 쪽으로 개정되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학생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도할 책임이 있는 학교와 학부모조차 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것이 당일 발표자로 참석한 현직 검사의 이야기였다. 교육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사건을 주제로 부모 등 양육자와 대화해 본 적이 있는 학생은 27.6%에 불과했다. 강력한 처벌이 어느 정도 예방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과 필요한 문화 형성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그 사이에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교육청·학교(교원)·학부모 그리고 시민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서 청소년 비율이 높은 이유 관계부처 합동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관계부처 합동, 2024: 2). 반대로 교육부(2024)가 발표한 ‘학교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관련 청소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90% 가까이가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을 범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사 결과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유,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가 범죄라는 사실은 인식하면서도 이를 가볍게 여기거나 장난처럼 여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머리로 알고 있다는 것과 이를 행동에 반영하는 것 사이의 차이 때문이다. 주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로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사람을 보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그러한 사례를 접하게 되면 아는 것과 행동 사이의 차이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동안 익명성과 낮은 적발률로 인해 실질적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이 피의자일 경우에는 처벌 수위가 매우 약했다. 이러다 보니 적발 가능성은 아주 낮고, 적발되더라도 실제 처벌 수위는 낮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지면서, 인식과 행동 사이의 괴리를 더 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일종의 장난이나 유희로 받아들여지며 퍼진 탓이다. AI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제작이 가능하다 보니 확산 속도도 빨랐다. 적발 비율만이 아니라 처벌 수위 또한 낮은 상황에서 청소년기의 특성인 또래 지향성과 모방 행동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우정이나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나쁜 행동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은 성인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청소년기의 특성인 즉각적 쾌감 추구와 미래 결과에 대한 둔감성이다. 전두엽 발달이 덜 된 청소년은 충동 조절 능력이 낮고, 장기적인 결과 예측 및 그에 대한 두려움 인식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호기심이 범죄에 대한 우려보다 우선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별다른 두려움 없이 했던 행동은 학생의 일생을 망칠 수 있다.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자 중 청소년 비율이 높은 것은 단지 관대한 법 집행 관행 때문만은 아니다. 또래문화, 미성숙한 뇌 발달, 예방교육 미흡 등 여러 이유가 맞물려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강력한 처벌이 곧바로 청소년의 딥페이크 성범죄 감소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 자칫 처벌받는 학생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 강력한 처벌 내용을 담은 법 개정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과 함께 사회문화적·심리적·교육적인 접근을 병행해야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교육 방향 우리 사회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재미’도 ‘장난’도 아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범죄’라는 인식을 청소년이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제력을 실천에 옮기도록 학부모·학교 그리고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5조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학생·교직원·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을 위한 교육을 학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예방교육을 통해 2024년 법 개정으로 ‘단순 시청만으로 실형을 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또한 청소년 대상 실형 선고 사례를 교육적으로 홍보해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국가와 교육청은 기존의 전달 중심 교육이나 단편적 법 교육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입장에 서보는 체험형·감정이입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사이에 만연한 ‘장난 문화’를 깨뜨리기 위한 다른 하나의 방법은 인기 유튜버나 아이돌 등을 활용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학교 내의 ‘또래 자율감시동아리’나 딥페이크 성범죄 장난 문화를 멈추게 하는 또래 리더 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고려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상담 및 신고체계에 대한 정보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 상황을 인지한 교원이 취해야 할 절차를 상세히 안내하고 숙지시켜, 사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길러야 한다. 2024년 법 개정 및 경찰의 수사 의지 강화로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사례가 크게 늘어 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디지털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 피의자와 피해자가 되는 학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또래·부모·교사·사회 모두가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
만화과 입시를 준비하던 한 학생이 찾아 와 한탄을 했습니다. “선생님 이제 AI가 그림을 다 그려서 저는 먹고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전 세계의 모든 직업군이 AI의 등장으로 휘청인다는데, 그림까지 잘 그린다고 하니 더욱이 앞이 막막해졌을 것입니다. 이미 망연자실해진 학생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린 작가가 되어야 해.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가 되어야 해.” 이 말의 뜻을 이해한 학생은 다시 입시에 집중했고, 결국 만화과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AI의 등장으로 우리들의 삶이 무척 편해졌습니다. 엑셀의 등장처럼 단순한 노동을 줄이게 되었고, 상담소처럼 말 못 할 비밀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그 작가가 그린 것처럼 그려주기도 하고, 내용만 적어서 웹툰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면 4컷 만화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예술뿐만 아니라 견고했던 전문직 분야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 대체되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내린 답은 ‘자기다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자기다움이란? ‘자기다움’은 바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호기심을 느끼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방식,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흔히 ‘ENFP’나 ‘에겐녀’처럼 범주화된 단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개인 본연의 특징을 가리지 않고 세상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요즘 주로 언급되는 퍼스널 브랜딩 또한 자신만의 독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서서히 자신만의 개성을 무기로 사용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효율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의 고유한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통찰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를 알기 위해 필요한 것 그런데 많은 사람이 머리로는 알면서도, 막상 자기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못한다’라는 말보다는 ‘어려워한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드러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요? 인플루언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답게’ 살아야 행복한 삶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왜 나답게 살기 어려운 것일까요? 저는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찾는 가장 확실한 내비게이션, 인문학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나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할 시간이 없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죠. 마치 어딘가에 가고 싶은데 내비게이션 없이 무작정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를 더 잘 알 수 있을까요? 물론 직접 체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만 하기에는 120세라는 수명도 부족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문학을 배우는 것입니다. 인문학이란 언어·문학·역사·철학 따위를 연구하며,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탐구할 수 있는 학문입니다. 대학교 때 들었던 철학 강의에서는 인문학을 ‘무늬’라고 표현했습니다. 인간의 무늬를 드러낼 수 있는 학문,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죠. 학문들을 배우며 고민하고 탐구하며 스스로 답을 내리는 과정에서 나의 무늬가 선명하게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문학은 인간 본연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곧 나를 알아가는 여정입니다. 나답게 살아가려면, 먼저 나를 알아야 하고, 그 출발점에 인문학이 있습니다. 초·중·고 인문학 교육, 이렇게 바뀌어야 학생들은 학교에서 우수한 선생님들에게 국어·영어·역사·미술·음악·도덕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해 배우고 있지만, 이를 깊이 사유하거나 자신에 대해 고민할 기회는 잘 얻지 못합니다. 당장 답을 찾고 외우느라, 고민은 사치인 것입니다. 어쩌면 진도를 나가기 바빠 고민할 시간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해지고,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바쁜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이 학생들의 삶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려면, 학문이 우리 삶에 맞닿아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AI시대에 더욱 필요한 인문학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수업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경험을 주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저는 영화 사조에 대해 가르칠 때 영화 사조를 우리가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배운 사조를 우리가 어떻게 제작 영화에서 응용할 수 있는지 학생들이 고민해서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 얘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시나리오 창작수업을 진행할 때는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어떠한 주제의식을 나타내고자 하는지 학생들이 답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연극영화수업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과수업에서도 이처럼 사유하고 통찰하는 과정을 늘릴 수 있습니다. ● 같은 책을 읽고 인물들의 선택을 이해하기 모두 동일한 책을 읽고 왜 이 인물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토의해 보며, 자기 삶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랑·우정·관계 등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습니다. ● 글쓰기·발표 기회 확대 프랑스 대입 철학시험처럼 ‘정의란 무엇인가?’, ‘예술작품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가?’와 같이 삶의 철학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쓰고 발표하는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고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력을 기르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 체험과 융합 활동 강화 지역 문화 탐방, 박물관 교육, 예술·미디어 활동 등과 연결해 ‘살아있는 인문학’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인문학적 통찰을 현실 세계와 연결하여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책 속의 지식을 현실 속에서 적용하고 경험함으로써, 인문학이 추상적인 학문이 아닌 삶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 AI와 함께 배우는 인문학 AI를 자료 조사나 글쓰기 도우미로 활용하면서, ‘AI가 못하는 생각’을 스스로 고민하게 유도해야 합니다. AI의 도움을 받되, 최종적인 판단과 창의적인 발상은 인간의 몫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게 핵심입니다.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인문학적 질문을 더욱 깊이 탐구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런 방안들을 통해 학생들은 ‘인문학은 시험과목’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알아가는 과정임을 알 것입니다. AI를 ‘기술자’로 두는 ‘진짜 작가’가 되자!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주체적인 나’입니다.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것은 AI가 더 잘할 수 있지만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아는 건 오직 나만 할 수 있습니다. AI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의지와 목적의식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AI시대에는 기술자보다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테크닉만 익히는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AI가 가진 방대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되, 그 결과물을 인간적인 통찰과 가치로 채워 넣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AI는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표현을 더 쉽고 멋지게 도와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AI를 ‘나를 대신하는 작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나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게 도와주는 기술자’로 쓰는 것입니다. 인문학 교육은 바로 그 시작점입니다. AI시대일수록, 학생들이 더 많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나만의 무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걷는 것이, 학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궁극적으로 인문학 교육은 학생들이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확립하고,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기기가 일상적으로 만연한 시대, 어린아이와 외식하는 부모를 보면 아이들을 소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나 조용한 식사를 즐기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패드로 애니메이션 등의 동영상을 보여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손에 스마트폰을 떼어 놓지 못하는 자신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지고, 부모의 동작을 따라서 스마트기기를 만지며 커간다.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에게 부모는 연락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사준다. 부모가 먼저 사주지 않아도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르고 결국 스마트폰을 사주게 된다. 하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모가 사용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혼자서 영상을 보고 메시지를 보내고 게임을 한다.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으로서 개인용 컴퓨터·휴대전화·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환경을 태어나면서부터 생활처럼 사용하는 세대)로 태어났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 적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을까? 이제는 학교에서도 디지털을 활용하여 교육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에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많은 교사가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한다. 모든 교실에 무선인터넷이 설치되고, 교육정책으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학생 1인당 1개의 디지털기기가 보급됐다. 많은 교육관계자와 학부모들이 우려를 표시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은 어떤가? ChatGPT 등을 필두로 생성형 AI가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디지털기기와 함께 업무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피할 수 없다면 디지털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오히려 디지털 역량을 키워 리더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더 나아가, 피할 수 없다면 학생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 변화하는 교육현장, 새로운 도전과 기회 디지털 교육이 본격화되면서 교육현장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업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성하고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많이 늘어났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현세대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변화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가능하게 하며 참여도와 학습동기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학교 수업환경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과거에는 수업자료나 학생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 종이·풀·가위 등 물리적 도구들을 일일이 준비해야 했지만, 이제는 디지털기기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수업활동이 가능해졌다. 또한 학생들 간의 의견 공유도 각자 발표를 통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실시간으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새로운 도전과제도 함께 따라온다. 디지털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분명히 있고, 디지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은 오히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고 느끼기도 한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한지, 산출물을 어떤 형태로 저장하고 관리할지 등 교사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때로는 종이에 쓰는 전통적인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때로는 온라인이 적합할 때도 있기에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진 것이다. AI·디지털 교육시대, 다시 생각해 보는 교육의 본질 “어차피 생성형 AI가 다 해주는 거 아닌가요?” 학교현장에서는 “쌤, 어차피 이거 생성형 AI가 다 해주는데 이거 왜 해야 해요?”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생성형 AI가 대부분의 질문에 답해주고,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주변 학생들이나 선생님보다 훨씬 더 깊이 알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나아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치관의 혼란도 나타나고 있다. ‘이거 AI 한테 맡기면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학생들과 ‘그래도 이거는 내가 배우고 생각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로 나뉘는 현상이 관찰된다. 생성형 AI가 발전하고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해 주면서 학생들은 ‘내가 몰라도 돼, 찾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의 본질은 인간의 사고와 이해에 있기 때문에 그러한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 디지털 교육도 학생들의 사고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활용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또한 학교는 단순히 학습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성을 기르고 인간관계를 배우는 사회화 기관이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에서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도구는 결국 우리가 더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균형 잡힌 디지털 교육 방안 디지털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점이 항상 ‘교육’에 있어야 한다. 기술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학생 한 명 한 명을 보지 못하게 된다. 디지털 교육을 할 때도 항상 ‘왜 이 도구를 써야 하는가?’, ‘이게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니까, 트랜드니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교육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핵심이다. 기술 사이에 사람이 끼어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기술이 끼어있다고 봐야 한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결국은 교사가 학생을 이해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교사의 전문성과 학부모의 신뢰, 그리고 학생의 참여가 잘 어우러져야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비교적 젊은 교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잘 다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경력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디지털 교육을 현장에 적용할 때 보여주는 전문성은 매우 인상적이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도에 맞춘 교육보다는 학생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적절한 기술을 적용할 줄 아는 교사의 전문성이 좋은 교육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교육의 발전이 아날로그 교육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특히 초등교육에서는 글씨 쓰기와 종이접기처럼 손 조작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손이 움직여야 머리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쌓기나무는 에듀테크로도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쌓아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줄자·저울 등 많은 측정 도구가 디지털화되었지만, 아이들이 정작 1m가 어느 정도인지, 1kg이 얼마나 무거운지 체감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학습이 이뤄질 수 없다. 길이감·양감·폭감 등 이러한 감각적 경험은 아날로그 교육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세상의 변화를 통해 발전하는 도구들이 자연스럽게 교육에 접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자들은 항상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교육을 이어왔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디지털과 AI가 자연스럽게 사용될 것이라면, 자연스럽게 디지털과 AI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방법보다 우리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있다. 디지털 교육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활용하면서, 동시에 학생의 주도적 참여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교육이 가능해진다. 변화하는 시대에 교육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균형을 맞춰가는 교육,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가 수행평가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며, 교육현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을 내놨지만, ‘복붙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991년 도입된 수행평가는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며 ‘수행 지옥’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강 대표는 새교육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학업부담 경감 ▲사교육비 절감 ▲교사 업무부담 경감 등을 위해서라도 수행평가 운영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 일문일답. “한 학기 50번 평가? 이건 학생에게 일상이 아니라 고통입니다.” Q. 수행평가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는 지점은 무엇인가. “먼저 평가 횟수 자체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과목당 수행평가가 평균 3번 정도라고 보는데, 중간·기말고사까지 합치면 학기당 5번의 평가가 있다는 얘기다. 과목이 10개면 50번의 평가를 치르는 셈이다. 두 번째로 평가 일정이 몰려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학기 초에는 진도가 적어서 수행평가를 하기 어려우니까 대부분 중간·기말고사 전후로 집중된다. 그래서 하루에 3~5개의 수행평가를 치러야 하는 날도 있다. 세 번째는 과제의 난이도와 현실성이다. 영어로 연극 대본을 쓰고 직접 뮤직비디오를 촬영·편집하거나, 영어로 과학 에세이를 쓰는 과제도 있더라. 어떤 예체능 수행평가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악장 수를 맞추거나, 저글링을 해야 하기도 한다. 물론 의미 있는 과제도 있겠지만, 이게 지금의 중·고등학생에게 현실적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Q. 학생들은 수행평가의 공정성을 문제 삼기도 하는데. “평가기준의 모호함 때문인 것 같다. 예컨대 창의성 점수라는 게 정확한 기준이 있을 수 있나. 누군가에겐 ‘창의적’인 과제가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조별 과제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친구와 조가 되면 결국 혼자 다 하게 되는 데, 점수는 같이 받는다. 또 ‘절대음감 테스트’처럼 특수한 능력을 요구하는 수행평가는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준다. 선생님들이 일일이 최선을 다해 채점하지만, 자칫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 쉬운 구조다.” Q. 강 대표에게 수행평가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6시간 자면 사치’라는 말을 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에너지드링크와 커피 없이는 수업시간에 눈을 뜰 수 없다는 학생도 있었다.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댓글 중에는 ‘교육부장관과 대통령에게 수행평가를 시켜야 한다’라는 얘기도 있었다. 매일 같이 담당 업무에 대해 직접 보고서 쓰고, 영작하고, 관련 동영상 제작하고, 팀프로젝트에 중간중간 평가까지 받으라고 한다면 아마 당장 사표 쓰고 나갈 거라는 이야기였다. 학생들이 진짜 벼랑 끝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청원이 올라가자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책을 발표했다. “처음엔 솔직히 감사했다. 이렇게 빠르게 반응해 주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고는 더 놀랐다. 왜냐하면 제가 유튜브에 2019년 대책 발표 뉴스와 이번 2025년 발표 영상을 비교해서 올렸는데,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똑같더라. 심지어 대책 내용은 ‘수업시간 안에 평가하겠다’라는 것이었는데, 이미 대부분 수행평가는 수업시간 중에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교육부가 현실을 여전히 모른 채 대책을 낸 것 같아 실망했다.” “하루에 몰린 수행만 조정해도, 학생들 숨통이 트인다” Q. 어떤 식으로 개선하면 좋을까? “현장 선생님들이 제일 잘 아실 것이다. 감히 말하기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 하루에 여러 과목 수행이 몰리지 않게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학생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 선생님들도 일부러 그날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진도상 어쩔 수 없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학교 내부적으로 조정 시스템을 마련해, 일정이 겹치지 않게 관리하면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일률적인 40% 수행평가 반영기준도 과목별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수행평가가 부담돼 정시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던데. “실제로 수행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차라리 정시’로 도피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정시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서울대도 2023학년도부터 정시에서 내신을 20% 반영하고 있고 게다가 입시의 불확실성은 정시라고 해서 덜하지 않다. 결국 수행평가 자체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정시로 간다고 해도 본질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임태희 교육감,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작게라도 바로 개선하겠다고 했어요.” Q. 최근 임태희 경기교육감과도 만났다고요. 분위기는 어땠나? “제가 청원을 올리고, 교육부에서 대책이 나오자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줬다. 그 자리에 현직 교사·교장·장학관 등 10여 명도 함께 있었는데, 교육청도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임 교육감은 ‘시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개선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라는 자세였다. 그 말이 인상 깊었다.” Q. 사교육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니 묻고 싶다. 학생 수는 주는데 왜 사교육비는 30조 원에 육박하는 등 매년 사상 최고치를 찍는가. “이유는 명확하다. 입시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 그때마다 학부모들은 정보를 따라가기 힘들고, 불안해지니 결국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만 봐도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대입에 유리할지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자체가 새로운 사교육이다. 결국 제도가 불안정하니 사교육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27과목 개설? 고교학점제는 학생도, 교사도 힘들게 합니다.” Q.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비판을 많이 하던데. “과목 선택이 입시와 직결되다 보니, 입학 전부터 진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꿈이 자주 바뀌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어른도 수시로 꿈이 바뀌는데, 중·고등학생 때야 오죽하겠나. 그런데 그때 진로를 결정하라고 압박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무전공 입학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전공을 정하라고 강요하고, 대학에선 공부 좀 해보고 전공을 정하라고 하니 웃픈 현실아닌가.” Q. 고교학점제는 교사들에게도 고통스럽다. “충분히 이해한다. 제가 알기로는 심지어 127개 과목이 개설된 학교도 봤다. 과목이 많으면 교사 배치, 행정 관리가 어려워지고, 학생도 유불리를 따지며 과목을 고르느라 지친다. 선생님들도 자신이 가르쳐본 적 없는 과목을 맡아야 하니,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피로감과 현장 혼란은 매우 크다. 얼마 전 선생님들께서 반대 성명은 물론 고교학점제 폐지를 요구하며 집회하는 것을 봤다. 교사라면 저라도 그랬을 것이다.” Q. 소위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데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공들였던 것은 스마트폰을 멀리하게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아예 스마트폰을 안 쓰게 했다. 저는 스마트폰이 학습과 집중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본다. 어느 통계를 보니 하루 평균 2,800번 이상 터치를 한다는데, 이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중독이다. 저는 이게 마약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선생님들 덕분이다. 그분들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저를 부를 때 ‘선생님’이라고 하면 절대 못 하게 한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아무나 붙일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교권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선생님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우리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드려야 할 존재는 선생님뿐이다”라고 학생들에게 늘 말해준다.”
바다에서 찾는 여유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의 1869년 작품 해변 풍경은 해변가의 아이들을 묘사한 작품으로, 그는 미국 수채화를 회화적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와 아이들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던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는 19세기 미국 미술사에서 사실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 이행하는 전환기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호머는 남북전쟁 시기 삽화가로 활동하면서 현장성과 사실성을 기반으로 한 그림을 다수 남겼으며, 이는 미국적 사실주의 미술의 중요한 유산이 되었다. 특히 그는 도시와 산업보다는 농촌·해안·전쟁의 흔적 같은 일상의 심층에 주목함으로써 미국인의 정체성과 민중의 감정을 포착했다. 호머는 전 생애에 걸쳐 아이들과 학교, 그리고 일상적인 어린이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 시골 학교 앞에서 소년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린 채찍놀이(Snap the Whip)를 비롯하여 교실 수업 장면 속 교사와 학생을 담은 작품들에는 학교생활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바닷가 파도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해변 풍경(Beach Scene)은 수채와 연필을 혼합한 작품으로, 호머가 초기 회화세계에서 어떻게 자연을 관찰하고 해석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연필과 흑연 드로잉 위에 수채를 얹는 방식으로 채색하여, 윤곽선과 색채 효과가 동시에 돋보이도록 했다. 수채화 특유의 은은한 혼색 효과도 뚜렷이 드러난다. 호머는 젖은 종이에 물감을 번지게 하는 습식(wet-on-wet)기법과 마른 종이에 강한 색을 얹는 건식(dry brush)기법을 교차 활용함으로써 풍부한 질감과 리듬감을 창출하였다. 특히 파도나 바람처럼 움직임이 느껴지는 장면에서 이러한 대비가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불필요한 배경 묘사를 자제하고, 화면의 여백을 감정의 여운이 머무는 공간으로 남겨 둔다. 하늘이나 수면, 인물의 주변을 흐리게 남기는 방식은 시적 정서와 응시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미술평론가 로이드 굿리히(Lloyd Goodrich)는 “호머는 수채화에서 ‘그리지 않은 부분’을 회화의 중심으로 만들 줄 아는 화가였다”라고 평하며, 그의 구도에서 여백의 접근방식을 높게 평가하였다. 화면은 수평의 삼분할 구조로 구성되며, 상단에는 뿌연 하늘, 중단에는 잔잔한 수면, 하단에는 물가와 아이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 삼단 구성은 단순하지만 안정적이며, 각 레이어는 하나의 의미 층위를 형성한다. 그림의 오른편에는 세 명의 아이가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여아로 보이며, 옅은 드레스와 보닛을 쓰고 해변을 걷거나 앉아 있다. 호머는 이 아이들을 화면의 중심선보다 낮게 배치함으로써 하늘과 물의 공간을 더욱 넓게 확보하고, 인물들을 배경에 감싸지는 존재로 제시한다. 이는 자연이 주체가 되는 풍경 구성 방식으로, 인간은 그 일부로 포함된다. 아이들의 발아래에는 젖은 모래와 얕은 물이 흐르는데, 특히 물 위에 비친 아이들의 반영(reflection)은 작품의 핵심 시각 요소다. 이 반사는 아이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만나는 교차지점을 의미한다. 호머는 이 반사를 정확히 대칭하지 않고, 살짝 번진 수채의 흐름 속에 섞어놓음으로써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색채의 사용은 절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회백색, 잿빛 하늘, 짙은 회청색 물결, 아이들의 옅은 크림색 의상 등 부드럽고 중간 톤의 색들이 조화를 이룬다. 호머는 강렬한 색을 피하고, 대신 빛의 투명한 질감과 물 위의 반사 효과로 공간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색채 구성은 오히려 감상자로 하여금 미묘한 감정선에 집중하게 만든다. 미국적 인상주의의 전조 호머의 해변 풍경은 미국 회화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인상주의가 한창 발전하고 있었고, 미국 화단은 이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모색하고 있었다. 호머는 유럽 유학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수채화에서 보이는 색의 투명성, 순간 포착의 구성, 일상의 장면을 다룬 접근은 인상주의와 유사한 미감을 공유한다. 특히 해변 풍경은 유럽 인상주의자 부댕(Eugène Boudin)의 해변 장면을 연상시킨다. 아이들의 구성과 수평 구도, 하늘과 물의 색층이 간결하게 요약된 방식이 모더니즘의 전조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후대 미국 화가들, 예컨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나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초기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형태가 흐릿하고 인물의 비례가 왜곡되었다”라며 혹평하였다. 이에 호머는 원래 하나의 캔버스였던 이 작품을 두 폭으로 잘라 각각 On the Beach와 Beach Scene이라는 제목으로 나누어 전시하였다. 이후 이 두 조각은 2019년 Cape Ann Museum의 전시에서 약 150년 만에 재결합되었고, 이는 하나의 작품이 시간과 비평의 흐름 속에서 재탄생하는 이야기로 미술사적 주목을 받게 되었다. 휴식 속의 새로운 시작 이 작품은 여름 방학을 떠올리게 한다. 해변을 걷거나 바라보며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교실을 떠나 드넓은 자연 속에서 새로운 배움을 시작할 기회를 의미한다. 교사 역시 학교를 벗어나 휴식을 즐기며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너무나 바쁜 요즘의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여름 방학은 귀중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시원한 파도 속에서 반사된 자신의 형상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과의 첫 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비추어보는 여유는 귀중한 기회이다. 파도에 부서지는 물방울 속에서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며 성장한다. 반사하는 흐릿한 물결을 살펴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면 위에 번지는 잔물결을 바라보며,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만나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학의 쉼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다. 올여름에는 모두에게 휴식을 통한 여유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다사다난한 교직 첫해를 보낸 뒤, 지독한 진로 고민에 휩싸였다. 한 해가 겨우 저물어 갈 때쯤, 어디로든 떠나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18L짜리 배낭에 한 달 치 짐을 욱여넣고 훌쩍 떠났다. 경유지 마카오, 다시 비행기를 타고 태국의 방콕, 3등석 기차를 타고 태국-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씨엠립으로, 12시간 야간 침대 버스를 타고 베트남 호치민으로, 다시 하노이로, 하노이에서 태국 치앙마이로, 태국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도시 빠이로, 다시 방콕으로. 총 한 달간 홀로 떠나는 여행을 한 뒤, 나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지면 관계상 가장 기억에 남는 국가, 캄보디아의 에피소드를 써보려고 한다. 태국 방콕에서 캄보디아로, 육로로 국경을 넘는 새로운 경험 현지 유심조차 준비하지 않았던, 패기로 똘똘 뭉쳤던 내가 가진 것은 가이드북 하나였다. 가이드북에서 방콕에서 육로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말에 매료된 나는 바로 다음 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소개해 준 네덜란드 출신 아주머니, 폴란드 출신 청년과 함께 방콕역에서 캄보디아행 3등석 기차에 올라탔다. 3등석 기차답게 열차 바닥과 창틀이 나무로 되어 있었고, 창문에는 유리가 없었다. 3등석 기차는 보이는 모든 역에 정차했지만, 처음 만난 이들과 대화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네덜란드 아주머니는 몇 달에 걸쳐 동남아 여행 중이었는데, 친구들은 이미 은퇴 후 동남아시아 중 마음에 드는 국가에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다 나무 창틀 너머로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차와 기찻길을 바라보는데 멀리 지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창문 없는 기차에서 다가오는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자, 갑자기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뭔가 퐁! 하고 터지며 간질간질한 것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아, 이게 내가 바라던 여행이었지. 떠나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에 행복감이 몰려왔다. 뻥 뚫린 나무 창틀 너머로 달리는 기차와 기찻길, 저 멀리 아스라이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그 열기와 빛은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기차를 탄 지 거의 5~6시간이 되어서야 캄보디아 국경 근처 역에서 내린 뒤, 간단한 수속을 밟고,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생각보다 별것 없었다. 생각보다 시시한 육로로 국경 넘기가 전혀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자 조금 마음이 시큰했다. 캄보디아 국경에서 우리는 영어 소통이 가능한 기사분의 툭툭을 타고 씨엠립으로 이동했다. 앙코르 문명과 오늘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 씨엠립 캄보디아 씨엠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앙코르와트를 품은 도시로 유명하다. 앙코르(Angkor)는 ‘왕도’, 와트(Wat)는 ‘사원’을 뜻하며, 12세기 초 크메르 왕조의 전성기를 만든 수리야바르만 2세가 ‘신의 궁전’을 표방하며 건립하여 비슈누 신에게 봉헌한 대표 힌두교 사원이다. 9~15세기 크메르 왕조는 캄보디아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왕조인 만큼, 앙코르와트에는 석조건물임에도 화려한 문양들이 가득하다. 영국의 지리학자 던컨은 앙코르와트를 힌두교 바탕의 고대 남아시아 우주론을 잘 반영한 우주 모델링의 뛰어난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직사각형의 도시 구조와 중앙의 왕궁, 해자, 중앙의 탑 모두 힌두교 상징과 연결된다. 200m 너비의 인공호수로 된 해자는 우주의 바다를 의미하며, 중앙의 탑은 우주의 중심에 있는 신화적인 산 메루 산을 의미한다. 씨엠립에는 앙코르와트 외에도 많은 사원이 있다. ‘여인의 성채’라는 이름처럼 핑크빛 사암 위에 세밀한 조각들이 새겨진 10세기 힌두교 사원인 ‘반떼아이 스레이’, 크메르의 미소를 띤 얼굴상들로 유명한 13세기 불교사원인 ‘바이욘’, 거대한 스펑 나무뿌리가 잠식해 버린 12세기 불교사원인 ‘타 프롬’ 등 힌두교와 불교의 사원, 여러 시대의 사원들이 공존하고 있다. 사원을 관람하다 보면 관광객이 들어서는 순간, 관광엽서를 들고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이 몰려든다. 이름 없는 조용한 사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관광객이라곤 나와 일행, 미국인 4인 가족뿐이었다. 그곳에도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5~6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이었다. 나는 처음엔 한두 번 아이들에게 1달러를 주었는데, 캄보디아 가이드가 그러지 말라며, 자꾸 관광객들이 돈을 주게 되면 아이들이 돈을 바라고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가방에 간식이 있으면 주곤 하였다. 그날은 하필 미국인 가족 중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우람한 어린이 하나가 ‘1달러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엽서를 사고, 말을 붙이는 것이었다. 막상 어린이가 다가오니 1달러를 외치던 아이들도 주춤하였다. 하필 또 1달러를 외치던 깡마른 캄보디아 어린이 옆에는 그의 엄마도 있었는데, 미국인 어머니가 가서 말을 걸며 인사하더니 알고 보니 두 아이가 같은 나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방긋 웃으며 친구라며 반가워하였다. 미국인 가족이 반갑게 인사할수록 1달러를 외치던 캄보디아 어린이의 얼굴은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민망하게 되었다. 사실 둘 다 8살, 초등학교 1학년 나이였는데, 미국인 어린이는 한국 아이 10살 정도로 보일 정도로 너무나도 크고 우람한 반면, 캄보디아 어린이는 5살 정도로 보일 정도로 너무 깡마르고 작았다. 미국인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방학을 즐기러 10시간도 넘게 걸리는 머나먼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왔지만, 캄보디아 어린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1달러를 받기 위해 엽서를 팔고 있었다. 2016년 기준, 캄보디아 1인당 GDP는 1,269달러로 1달러는 캄보디아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꽤 큰 돈이다. 이미 오래전 기억이지만, 그 순간의 감정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 후 앙코르와트 투어에서 만난 캄보디아인 가이드는 나에게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영어 단체 투어에는 남미·미국·유럽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던 가이드는 캄보디아 사람으로 키가 150cm도 되지 않는 아담한 남자분이었다. 그 깡마르고 작은 체구로 영어를 어찌나 잘하는지, 또 영어 유머들도 익혀서 다국적의 관광객들을 한꺼번에 웃기면서도 사원에 대한 설명을 척척 해내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와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놀란 사실은 그의 직업이 가이드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캄보디아의 한 대학교에서 석사·박사까지 마친 대학교수였지만, 10명이 넘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가이드 일까지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학교수 월급보다 영어 가이드 수입이 훨씬 많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의 당당한 태도와 실력이 이해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더 여건이 좋은 국가에 태어나 더 많은 지원을 받았더라면 이 사람의 삶은 또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53개의 수상마을이 있는,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 씨엠립의 수많은 사원을 둘러본 뒤, 펍스트리트에서 알게 된 한국인 일행과 함께 톤레삽 호수로 향했다. 톤레삽은 우기를 기준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며, 무려 53개의 수상마을을 품고 있다. 톤레삽 호수와 인근에는 캄보디아 인구 1/7이 살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호수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며, 여기서 나온 어획량의 상당수가 캄보디아 전역으로 팔려 나간다고 하였다.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타고 수상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호수 위에서 수상가옥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고, 가게·학교·식당·교회 등 여느 마을의 기능을 갖춘 수상가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아이들은 보트를 타고 학교에 가고, 건기에 수위가 낮아지면 부모님이 집 전체를 끌고 이사를 가기도 한다. 왜 살기 편한 육지를 놔두고 호수 위에 살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호수 위에 거주하면 세금이 따로 없다고 한다. 호수에서 열심히 물고기 잡고 돈을 모아 육지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톤레삽 호수 투어의 절정은 맹그로브 숲 탐방이다. 맹그로브(mangrove)란 열대 및 아열대의 하구 또는 기수에서 주로 자생하는 숲이다. 나무뿌리가 거꾸로 치솟아 물 밖으로 나와 호흡하기도 하며, 여러 종류의 수목이 밀생하여 이끼나 지의류, 동물들에게도 좋은 삶의 터전이 된다. 맹그로브 탐방은 톤레삽 호수 사람들에게는 좋은 투어 상품이 되기도 한다. 내가 톤레삽을 방문한 1월은 캄보디아의 건기라, 호수의 수위가 낮아 맹그로브도 비교적 많이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조금 더 늦게 왔으면 맹그로브의 수위가 너무 낮아 배를 타고 들어가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작은 배를 타고 맹그로브 사이를 요리조리 노 저어 가며 구경하는 것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낭만적이고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캄보디아가 내게 남긴 것 앙코르와트에서 본 일출과 일몰, 그 위엄, 맹그로브 숲의 낭만, 톤레삽 호수 위에서 느낀 삶의 생동감까지. 동남아시아 배낭여행 중 만난 캄보디아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남겼다. 씨엠립에는 수많은 사원의 뿌리 깊은 역사, 그리고 21세기의 사람이 산다. 역사와 유적을 기반으로 관광에 기대어 살아가는 도시와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기회와 미래가 있기를, 주어진 직업 외에 꿈꾸는 직업을 가질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교육은 아직 삶을 바꿀 수 있는 단단한 뿌리임을 느꼈다. 나는 다시 한번 교육의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우리끼리니까 말인데, 그 얘기 들었어?” 둘만 모여도 뒷담화(gossip)가 시작된다. 출근길에 만난 지하철 민폐 승객과 SNS에 새롭게 올라온 화제의 인물부터, 말도 안 되는 걸로 트집 잡은 부장님과 사사건건 마음에 안 드는 동료·후배까지 뒷담화 대상은 차고 넘친다. 매일매일 빠르게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뒷담화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뒷담화는 말 그대로 뒤에서,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 가십거리로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다. 긍정적인 이야기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인 내용이다. 우리 주변엔 입만 열면 뒷담화인 사람도 있고, 그 자리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즐기며, 어떤 사람은 대충 호응하면서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 있기도 한다.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도대체 왜 그들은 뒷담화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유발 하라리의 뒷담화 이론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언어가 진화한 것은 소문(뒷담화)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기 위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보다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협력은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개별 남성이나 여성이 사자와 들소의 위치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보다는 무리 내의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누가 누구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지, 누가 정직하고 누가 속이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중략…)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중략…) 뒷담화 이론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무수히 많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의사소통의 대다수가 남얘기다. 이메일이든 신문칼럼이든 마찬가지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의 언어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중략…) 소문은 주로 나쁜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언론인은 원래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언론인들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서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한다.- 유발 하라리, 호모 사피엔스, p.46~p.48 하라리에 따르면, 인간은 뒷담화를 통해 누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누가 위험한지 파악했다. 사회적 정보의 공유가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말하자면, 수다는 생존의 도구였다. 실제로 인간은 신체적으로 약한 존재였지만, 언어를 통해 협동하고 조직화하며, 다른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공동체와 국가를 형성해 왔다. 결국 뒷담화는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끼리’,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수단이었다. 소속 욕구와 ‘우리 편’ 만들기 “나만 그렇게 느낀 거 아니지?” 이 짧은 말 한마디에 우리는 위안을 느낀다. ‘우리’의 생각이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관계는 단단해진다. 사람 사이의 공통점은 관계를 빠르게 접착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생존 욕구와 안전 욕구 다음으로 ‘소속 욕구’를 꼽았다. 뒷담화는 집단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접근방식이다. 뒷담화를 통해 우리끼리만 아는 이야기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결속력과 유대감이 강화된다. 특히 친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뒷담화가 친구 관계를 맺는 주요 전략이 되기도 하며, 이로 인해 친구끼리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도 다반사다. 상담을 하다 보면 친구 사귀기에 서툰 아이들일수록 뒷담화로 관계를 시작하려는 경향이 짙다. 이 아이들에게 뒷담화는 일종의 ‘사회적 생존 전략’인 셈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뒷담화를 즐길까? 물론 아니다. 어떤 사람은 뒷담화는 귀소본능이 있어서 결국 돌고 돌아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올 위험을 알고 거리를 둔다. 반면, 뒷담화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왜 뒷담화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뒷담화의 유혹에 더 쉽게 빠지는 사람이 있는 걸까? 어떤 사람이 뒷담화에 더 빠질까? 뒷담화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시기와 질투, 사회적 비교, 불안감, 관계에 대한 통제욕 등은 뒷담화를 부추기는 감정적 토양이다. ●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겠지!’ _ 시기와 질투심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폄하하고, 부정하려는 심리를 우리는 시기·질투라고 한다. ‘시기·질투’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투란 ‘타인이 지닌 것을 내가 갖지 못해 슬퍼하는 것’이고, 시기란 ‘내가 갖지 못한 좋은 것을 타인이 가졌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것’이라고 했다. 질투는 ‘나 자신’에게, 시기는 ‘타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질투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시기는 내가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남을 깎아내리거나 스스로 못난 사람으로 몰아가게 된다. 나와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보다 잘 되면 ‘왜 나는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좌절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가졌다는 시기심이 들 때, ‘운이 좋았겠지! 사실은 별것도 아니야’라며 상대방의 성과를 깎아내리며 심리적 균형을 맞추려 한다. ● ‘나는 저 사람보다는 나아’ _ 사회적 비교와 자기 확신 우리는 집단 내에서 내가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알고 싶어한다.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사회적 비교는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며 동기를 얻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상향 비교, 또 다른 하나는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며 위안을 얻거나 자신감을 키우는 하향 비교이다’라고 설명했다. 뒷담화는 이런 ‘사회적 비교 욕구’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승진한 ○○씨 소식에 ‘그거 라인 잘 타서, 아부를 잘 떨어서 된 것뿐이지, 사실 능력이야 별거 없잖아’라며 상대의 성공을 능력이 아닌 ‘아부’로 깎아내리면서, 좌절감에 대한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또한 ‘아부가 아니라 실력이었다면 ○○씨의 승진 어림없지. 난 라인을 타고, 아부나 하면서 승진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라는 자기확신도 포함되어 있다. 자신은 승진에서는 누락되었지만, ‘적어도 ○○보다 더 뒤처지지 않음’을 확인받음으로써 불안과 자존감을 안정시키고 싶어 한다. 자존감을 지키는 방어기제로 뒷담화를 택하는 것이다. ● ‘그럴 줄 알았어!’ _ 불안감 사람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예측할 수 없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불안감이 올라온다.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카더라’ 통신은 마음의 공포를 잠재운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정보의 진위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알고 있다’라는 안도감이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낳고, 뒷담화는 이 공백을 채워주는 임시방편이 된다. ‘이번 인사의 중점사항은 지난 프로젝트 내용이었다던데?’, ‘지난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못 낸 B팀은 해체될 수도 있다던데’ 등의 정보에 마음이 홀린다. ‘그럴 줄 알았어!’, ‘어째, 좀 돌아가는 상황이 싸하더라고’, ‘그래서 ○○씨가 그렇게 행동한 거구나’라며 유발 하라리가 말한 ‘사회적 정보의 공백을 차곡차곡 채운다. 불안감이 높을수록 타인의 말에 흔들린다. 불안감이 높을수록 확인하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뒷담화는 불안감을 등에 업고 집단 내에서 더욱 가속화된다. ● ‘그 얘기 들었어?’ _ 통제욕구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우리는 뒷담화를 하거나 당하며, 적자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후손이다. 즉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해 상대가 사기꾼인지, 친구인지 알아낸 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혹은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며 자신이 속한 조직의 가치와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들인 셈이다. 그래서 뒷담화에 참여하는 우리는 입을 모아 특정 대상을 뒷담화하면서 스스로 성찰하는 기회를 얻는다.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 뒷담화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면서 사회를 통제할 수 있었던 수단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덧붙이자면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에겐 종종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나에게 정보를 얻으려면 잘 보여야 한다’라는 심리가 숨어 있다. 정보는 힘이다. 특히 뒷담화를 먼저 퍼뜨리는 사람은 관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그 얘기 들었어?”로 시작되는 수다는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니라,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일종의 전략이며, 집단 내 주도권을 쥐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거부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 스트레스를 날려줄 행복 호르몬 4총사 뒷담화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지 나쁜 습관 때문만은 아니다. 뒷담화의 심리적 보상은 강력하다. 특히 직장 상사 혹은 평소 눈엣가시 같았던 동료에게 쌓였던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면서 좀 살 것 같다. “말도 마, 나는 이런 적도 있었어.” 그에게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너도? 너도?” 결속력을 다지며, 마치 대나무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듯, 한참을 떠들다 보면 뇌에서는 도파민·옥시토신·세로토닌·엔도르핀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즉 감정의 해소다. 뒷담화하는 동안 다량 분비되는 호르몬은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이다. 친밀감·편안함·안도감을 느끼도록 하여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뒷담화의 유혹을 거부하기 힘든 결정적 이유이다. 하지만 옥시토신에겐 부작용이 있다. 편애와 편견이다. 즉 자기가 속한 집단에는 친밀감이 높아지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집단에 대한 거부감은 더 심해지며, 높아진 친밀감은 오히려 대인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상대방이 더 이상 나의 뒷담화를 듣고 싶어 하지 않거나, 관심이 줄어들었을 때 심리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뒷담화의 귀소본능,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뒷담화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이라지만, 그렇다고 옳은 것은 아니다. 뒷담화로 맺어진 관계는 위험하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뒷담화는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소속을 위한 도구였던 수다가, 나를 고립시키는 칼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 것인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소속감을 원한다. 하지만 그 욕구를 해로운 방식으로 충족할 필요는 없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타인의 성취를 인정하고, 상대방이 성취과정에서 노력한 것에 손뼉 쳐주며, 상대방의 성공을 쿨하게 인정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진화한 인간,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일 것이다. 진심 어린 공감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굳이 뒷담화라는 우회로를 택할 이유는 없다. 진화한 인간은 단지 말을 많이 하는 존재가 아니라, ‘말의 힘’을 바르게 쓰는 존재일 것이다.
들어가는 말 최근 학교장을 만나면 교장의 역할이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심지어 어떤 학교장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고생을 생각하여 1~2년만 더 버티고 명예퇴직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CEO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두가 힘들고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은 있는 것일까? 한 번뿐인 인생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과 준비가 필수다. 그러나 종종 아무런 준비와 노력 없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는 마치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지 않고도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것과도 같다. 토머스 제퍼슨은 ‘나는 운의 존재를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운은 내가 노력하면 할수록 내게 달라붙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운보다 노력이 먼저임을 강조하며, 노력한 사람에게 행운이 함께함을 말한다. 준비의 중요성 ● 준비의 의의 준비란 일이 닥치기 전의 예비 상태다. 평상시 준비역량이 곧 개인의 역량이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서이초 사태라는 초유의 학교 위기를 겪으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준비가 학교장에게 매우 중요한 일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은 계속 발생할 것이며, 오직 준비된 사람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나는 새는 오래 엎드려 있고, 나중에 끝까지 남아있는 꽃은 그만큼 준비기간이 길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 문장은 학교경영에서 중장기적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현대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늘날 많은 학교장이 빠른 성공을 바라고, 충분한 준비 없이 학교경영을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본다. 반면 오랜 시간에 걸쳐 탄탄하게 준비한 학교장은 단기적인 성공은 물론, 지속적인 성공을 거둔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역사 속 사례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정유재란이라는 국난 속에서 모든 면에서 절대적 열세였던 조선 수군으로 왜군을 상대하여 23전 23승을 거두었다. 특히 단 13척의 배로 약 130척의 일본 수군을 격파한 명량해전은 철저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준비는 단순히 미래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세상은 철저히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준비는 단지 성공을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과 자세는 철저한 준비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이다. ●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 … 학교경영 환경의 변화 최근 학교경영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의 빠른 속도라 두려움을 넘어 무서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빠른 변화는 학교장 연수의 주체가 ‘교육청 주도’에서 ‘자기 주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눈치가 빠르고 수용성이 높은 ‘준비될 자’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준비된 자’를 찾는다. 그렇다면 ‘준비된 자’가 대접받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첫째, 변화 속도이다. 과거의 변화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산술급수적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덧셈 방식의 산술급수적 변화는 다소 늦더라도 대처할 수 있었고, ‘준비될 자’는 교육청 주도의 연수·훈련을 통해서 환경의 요구에 어느 정도 대응하고 문제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곱셈 방식의 기하급수적 변화는 적기를 놓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고, 심지어 개인의 생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즉각적인 대응이 매우 어렵다. 최근 학교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경험하고 있으며,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조차 하기 힘든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둘째, 학부모의 인식 변화이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학교교육의 중심축이 공급자인 학교에서 소비자인 학부모로 바뀌고 있다. 공급자 우위의 학교 중심 교육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으며, 이제는 소비자인 학부모 우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우리나라도 최근 선진국형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공동체주의보다는 ‘내 자식 중심주의’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우리’라는 이타적인 가치보다, ‘나’ 중심주의가 강해지며, 4세·7세 의사 대비반 등 극단적 이기주의 현상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셋째, 불확실성의 심화다.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안은 그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 후를 예측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조차도 확신하지 못하는 변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불확실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디지털 전환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고려해야 할 변수도 훨씬 다양하고 전방위적이어서 예측을 더 힘들게 한다. 변수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예측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어제의 지식으로 내일을 예단한다는 것이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챗GPT도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장기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으며, 급기야 학교도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여 수립했던 중장기 경영계획을 폐기 처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30일의 준비가 학교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 발령 후 부임 시까지의 준비 요즘 많은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장의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2월 초와 8월 초에 발령을 낸다. 발령 후 부임까지 약 한 달의 기간은 매우 중요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을 잘 활용하여 근무하게 될 학교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준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학교경영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에 파악해야 할 주요 사항들을 지면 관계상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파악이다. 학교교육과정은 건축물로 말하면 설계도와 같다. 따라서 발령받은 학교의 교육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정밀히 살펴야 한다. 특히 전년도 교육과정 평가에 대한 것들을 아주 상세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직원들의 요구사항과 현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활용해 학교를 방문하고, 학교 주변 환경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때 위험 통학로와 우범지역·유해업소 등 학교 외부의 잠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 정보를 얻고 싶으면, 학교 주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학부모끼리 대화하는 것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장으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것이 좋다. 학교장만큼 현 학교의 현황과 현안, 문제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넷째, 학교장을 만나 인수인계를 받은 후 교감·교무부장·연구부장·행정실장 등에게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들은 학교의 업무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기 때문에 빠른 업무보고를 받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할 점은 기존 학교장이 2월 말 혹은 8월 말까지 재직하고 있기에 학교에서 업무보고를 받기보다는 커피숍 등 학교 외부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보고받을 때는 최근의 주요 학교 현안뿐 아니라, 특히 9월 발령자의 경우 보고일 기준의 예산 집행 현황도 함께 요청해야 하며, 부임할 학교의 교직문화와 분위기에 대한 설명도 반드시 요청해야 한다. 업무보고를 받은 후 학교장은 이를 바탕으로 학교경영 준비를 해야 한다. 지면 관계상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첫째, 학교장은 경영관을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한다. 학교장 경영관이 먼저 준비되어야 이에 맞춰 다른 것들을 준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장 경영관에는 학교의 비전, 학교 교육목표, 학생상·교사상·학부모상, 학교 특색사업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3월 발령의 경우, 신학년도 학교교육과정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각종 인사말을 준비한다. 홈페이지에 게시할 인사말, 학부모께 드리는 인사말, 개학식·입학식·신입생 인사말, 교직원 대상 취임사, 비공식적 모임인 동창회 인사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인사말에는 학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과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로 부터 도움을 받을 내용 등이 포함되는 것이 좋다. ● 부임 후 준비할 것 3월 1일 또는 9월 1일 부임 시 준비해야 할 사항을 간단하게 약술하면, 첫째, 학교에 부임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본인의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할 것을 권한다. 둘째, 교감·교무부장·연구부장 등에게 사전에 요청하여 교직원회의 이전에 학교장이 알아야 할 유의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셋째, 부임 후 빠른 기간에 교육지원청 내 대표 교장과 지구 교장, 그리고 동장(면장)·파출소장·소방서장·농협조합장 등 유관 기관장에게 전화하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직접 방문하는 것이 좋다. 나가는 말 21세기 학교장은 학부모와 교직원의 입장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줄 알아야 한다. 사교적인 열정이 넘치고,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더라도 거절의 바다에서 꿋꿋하게 다시 도전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학교장만이 성공적인 학교경영을 할 수 있다. 비록 학교장이 기업가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학교장도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 CEO로서 성장하고 성숙해져야만 이 힘겨운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 이제 최고 경영자의 길을 가면서 항상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할 것은 ‘나는 현재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근본적으로 공짜는 없다.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관계의 아주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가진 경쟁력이 과연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학교경영을 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뿌린 작은 씨앗이 미래의 풍성한 결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학교장님이 발령 후 30일 동안의 혼을 담은 준비와 노력으로 성공적인 학교장이 되는 내일의 꿈을 실현하길 바란다.
“입시 대신 나와 세상을 배우는 1년, 여러분을 새로운 배움과 도전의 길로 초대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공립형 대안학교 오디세이학교(이하 오디세이)의 소개 책자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뒤 올해로 11년째를 맞는다. 전환기 교육프로그램으로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모방해 만들었다. 중3 졸업생들이 1년간 공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과정이다. 가치관 혼돈과 불안 등을 느낄 시기에 스스로 치유하고 자신을 발견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오디세이에서 1학년 과정을 마치면 원래 배정받은 일반고 2학년으로 복교하거나 다시 1학년으로 재입학이 가능하다. 서울 시내 5개 캠퍼스에서 운영되는 오디세이학교는 입시 위주의 일반 학교와는 확연히 다른 교육철학과 학습방식으로 주목받는다. “단순히 노는 학교 아니냐”라는 편견과 달리, 오히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치열하게 소통하고 성장하는 공간이다. ‘소통하고’, ‘교류하고’, ‘토론하는’ 수업방식 먼저 교육과정은 보통교과와 대안교과로 나눠지는 데 보통교과는 고1 공통과목으로 구성되며, 대안교과는 학생들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다. 예컨대 여행, 예술활동, 책 만들기 등이 있다. 오디세이 수업은 모두 토론과 발표 중심으로 진행된다. 칠판 앞에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대신, 학생들이 서로 마주 보며 의견을 주고받는 ‘소통형 토론수업’이 주된 방식이다. 수업공간도 독특하다. 디귿(ㄷ)이나 미음(ㅁ) 모양의 자리 배치로 모두가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 수업은 매일 아침 30분간 ‘하루 열기’로 시작된다. 이 시간엔 나의 몸 상태와 감정, 주변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생들의 정신적 스트레칭과 집중을 돕는다. “오늘 기분은 어떤가요?”와 같은 ‘아침 소감’ 등 소소한 주제 발표를 통해 경청과 표현능력을 키운다. 모든 수업이 끝난 후에도 30분간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도 마찬가지,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학교 때까지 거의 경험해 보지 못했던 ‘소통하고’, ‘교류하고’, ‘토론하는’ 수업방식에 처음엔 어색하고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한 학생은 “처음엔 발표가 무섭고 어려웠지만, 여기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어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교사들 역시 쭈뼛대던 아이가 어느 순간 또래 앞에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오디세이 1년은 자신의 삶을 위한 답을 찾는 기간 오디세이에서는 기존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재구성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국어수업에서는 문법을 별도로 강의하지 않고, 문학작품과 토론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또 인문학·역사 등은 대안교과로 운영하며 현장체험과 연계한 심화학습이 이뤄진다. 종전에는 수업 시수가 부족해 수학 등에서 진도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1년 단위로 수업 시간을 조정하면서 이를 개선했다. 신지영 교감은 “수업량은 일반 학교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주입식이 아니라 자기주도적·탐구 중심 학습이라 학생들의 학습 준비량이 오히려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오디세이 1년 과정을 마치고 2학년으로 원적교에 복귀해도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모든 교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국어·영어·수학이나 사회와 같은 과목들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는 게 학교 측의 귀띔이다. 무엇보다 생활기록부의 독창성과 자기표현능력이 수시전형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오디세이 3기 출신으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한 홍은지 씨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배운 내용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며 “오디세이 1년은 자신의 삶을 위한 답을 찾는 기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경인교대에서 교사를 꿈꾸는 이시원 씨는 “오디세이 같은 교육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대를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교사건 학생이건 서로가 학교에서 별칭을 부른다 오디세이는 서울 시내 다섯 개 캠퍼스에서 운영된다. 각 캠퍼스는 거주지 인근 중심으로 배정해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한다. 민들레 캠퍼스는 정독도서관 내에 위치해 문학과 독서 중심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하자센터 캠퍼스는 청소년 직업훈련과 창의활동을 중심으로 목공·책방 운영 등 특화된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외에 지하철 동묘앞역 앞에는 오디세이 꿈틀 캠퍼스가, 옛 덕수고 자리에는 오디세이 혁신파크, 서울교육연수원에는 오디세이 이룸 캠퍼스가 운영되고 있다. 모든 캠퍼스는 교육청과 민간 기관 간 협력으로 운영되며, 교사들은 여러 캠퍼스를 오가며 수업과 행정을 병행한다.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순회하며 수업해야 하는 교사들로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루에도 여러 캠퍼스를 이동해야 하는 탓에 점심을 거르기 일쑤다.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날도 많다고 한다. 수업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 행정업무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 그럴 때면 고스란히 교감 몫이다. 신 교감은 “교무생활을 많이 해 행정업무는 거뜬하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처럼 힘들어도 오디세이에 몸담은 교사들은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승진 혜택이 있는 것도,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고생을 자초한다. 국어를 담당하는 이고운 교사는 올해 오디세이 5년째다. 하지만 근무 상한선인 3년을 더 있을 생각이다. 학생들과 문학작품을 토론하고, 여행하고 소설을 쓰는, 꿈에 그리던 수업을 해볼 수 있어서라고 한다. 이 교사는 “교사로서의 성장과 학생들의 성장을 같이 본다는 게 오디세이에 계속 머물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오디세이에는 일반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또 있다. 교사건 학생이건 서로가 학교에서 별칭을 부른다는 점이다. 국어를 담당하는 이 교사의 별칭은 ‘라온’이다. 기쁨과 즐거움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신지영 교감은 ‘신지’로 불린다. 학생들 역시 되고 싶은 사람이나 꿈을 상징하는 별칭을 사용한다. 별칭 뒤에 선생님이란 호칭도 붙이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라온, 이게 무슨 뜻이에요”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낯선 문화에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다. 교사와 교사 간, 학생과 교사 간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방식인데 호응이 너무 좋단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이란 말 대신 ‘길잡이’로 부르는 것도 오디세이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교육의 틀을 넘어 ‘삶 중심 교육’의 가능성 오디세이의 또 다른 강점은 체험활동이 무척 활발하다. 지난해 춘천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 학교마다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지만, 오디세이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소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씩 체험학습을 떠난다. 특히 연 3회 실시되는 ‘여행형 체험학습’은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부터 예산, 멘토 섭외까지 전면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학습이다. 단순히 노는 여행이 아니다. 조벽 교수 등 유명인을 학생들이 직접 섭외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갖는가 하면 일본의 서머힐로 불리는 키노쿠니 학교를 방문한다. 교육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오사카 대학을 찾아 교수와 대담을 갖기도 했다. 덴마크와 교육교류는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오디세이 학생과 덴마크 애프터스쿨콜레 학생이 12월과 1월에 열흘씩 상호 방문해 홈스테이·공동수업 등에 참여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얻는다. 학비는 무료이지만, 체험활동 등에 들어가는 경비는 수익자 부담이다. 일반학교와는 확연히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장단점이 뚜렷하다. 오디세이 취지를 정확하게 알고 입학한 학생들은 적응을 잘한다. 만족도가 높다. 학부모 민원이나 학교폭력도 거의 없다. 형제가 나란히 오디세이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를 오디세이에 보낸 한 학부모는 “권위가 아닌 길잡이이자 동료로 함께 해주는 선생님들을 만났고, 미숙함과 모자람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을 만났다”라며 “그 과정에서 실수와 좌절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디세이학교를 통해, 입시 중심 교육의 틀을 넘어 ‘삶 중심 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신한다. 1년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인생을 설계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문제 된 사안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파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에 대한 고소가 있었다면 고소를 당한 사람은 수사기관에 제출되어 있는 고소장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혐의 내용을 파악하고 방어를 위한 자료들을 준비한다. 그런데 학교폭력 사건에서 신고당한 학생은 신고자가 누구인지, 신고된 내용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의 일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 방법이 없는 경우가 상당하다. 또 학교마다, 개별 사안마다 제공되는 정보의 양에도 일관성이 없다. 어떤 학교에서는 신고된 내용의 요지를 문서로 제공하기도 하고, 학생을 통해 구두로만 알려주는 경우, 심지어 아무런 정보제공 없이 신고당한 학생에게 잘못한 사실을 스스로 생각해서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라고 하는 일도 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은 학교에 대한 불신, 학교폭력 절차에 대한 의문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각종 민원을 초래한다. 이렇게 학교나 교육청이 정보제공을 꺼리는 이유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비밀누설금지 의무 때문이다. 이러한 비밀누설금지 의무에서 말하는 비밀의 범위는 어디까지를 말할까. 구체적 학교폭력 사안에서 학교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게 어디까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학교폭력예방법령상 비밀누설금지 규정 학교폭력예방법령은 비밀누설금지 의무와 범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비밀누설금지 등) ① 이 법에 따라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였던 사람은 그 직무로 인하여 알게 된 비밀 또는 가해학생·피해학생 및 제20조에 따른 신고자·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 따른 비밀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제16조, 제16조의2, 제17조, 제17조의2, 제18조에 따른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피해학생·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회의록의 열람·복사 등 회의록 공개를 신청한 때에는 학생과 그 가족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위원의 성명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한다. 제22조(벌칙) 제21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학교폭력예방법시행령」 제33조(비밀의 범위) 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비밀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개인 및 가족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 2.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심의·의결과 관련된 개인별 발언 내용 3. 그밖에 외부로 누설될 경우 분쟁당사자 간에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사항 이러한 규정을 살피면 먼저 비밀누설금지 의무는 학교나 교육청 등의 학교폭력에 관한 업무수행자의 의무이므로 피·가해학생 측은 이러한 의무가 없다. 예컨대 피해학생 측에서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사건 결과에 대해 외부로 알리더라도 이는 비밀누설금지 의무 위반은 아니다. 물론 그와 별개로 명예훼손죄가 문제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규정에서 제공이 금지되는 신고자·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신고한 사람의 정보가 담긴 자료를 의미한다. 특히 피·가해학생 측이 아닌 제3자의 신고가 있을 때 신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비밀의 범위에 관한 내용 중 ‘그밖에 외부로 누설될 경우 분쟁당사자 간에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사항’에 대한 내용은 너무도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학교폭력 사안 담당자로서는 정보의 적극적인 제공을 꺼리게 될 것이다. 관련된 학생들의 이름을 숨기거나 익명 처리해야 하나? 위 규정에 따르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개인 및 가족의 성명’이라고 하므로, 관련된 학생들의 이름도 누설이 금지되는 비밀의 범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예컨대 학교폭력을 신고한 피해학생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는 가해학생의 보호자를 상담하며 굳이 피해학생 이름을 가명으로 부를 필요가 없고, 교육청 등 상위기관에 대한 보고 등에 있어서도 실명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누설’이란 ‘비밀을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2486 판결). ‘비밀을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의 실명을 이미 알고 있는 학생과 보호자에 대해서 상대의 실명을 거론한다고 비밀의 누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임의’란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행동을 말하므로, 학교가 「학교폭력예방법」과 학교폭력사안처리 가이드북 등 지침에 따라 교육청 등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교내 학교폭력 사안의 공식적인 업무처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굳이 학생들의 성명을 가명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무분별한 익명처리는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교육청 담당자의 확인 작업과정에 불필요한 불편을 발생시키는 등 원만한 사안 처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경찰이나 법원에 대한 학교폭력 관련 자료의 제공은? 피해학생 측이 학교폭력 신고 외에 경찰에 별도의 신고를 한 때,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때 등 종종 해당 기관들로부터 학교로 학교폭력 관련 자료 일체를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받게 된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조사와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형사소송법」 제199조), 법원은 학교로 그 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사 또는 보관 중인 문서의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94조). 학교가 이런 경찰이나 법원의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관들의 적법한 요구에 대해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관련 자료를 제공한다고 하여 ‘임의’로 제공한다고 할 수는 없겠다. 따라서 경찰이나 법원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금지하는 비밀의 누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입장과 학교의 업무처리에 대해 어디까지 알려줄 수 있을까?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해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의무(「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제4항)가 있고, 신고를 받았음을 보호자에게 통지할 의무도 있다(「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 제2항). 결국 학교는 이러한 업무처리 과정에서 피·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그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문제 된 사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의 설명이 불가피하다. 즉 ‘임의’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 학교폭력 발생 시점, 발생 장소, 문제가 된 행동, 피해학생의 의견이나 입장’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상세히 알려주고 그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히거나 학생확인서로 작성하게 하는 것은 비밀의 누설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피해학생이 진단서를 제출하였는지에 대해 가해학생에게 알려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도 많았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가 발급되었다면 학교장 자체해결이 불가능하다(「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 제1항). 이에 근거하여 가해학생 측에게 피해학생이 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제출하였기에 학교장 자체해결이 불가능함을 안내할 수 있겠다. 다만 이때 피해학생의 상세한 부상의 부위나 병명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비밀누설로 인정될 우려가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피해학생에게 가해학생의 사실인정 여부, 화해에 대한 의사 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가능할지에 대한 문의도 많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학교장 자체해결은 피해학생 측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다. 그와 같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가해학생의 사실인정 여부나 화해에 대한 의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알려준다고 하여 비밀의 누설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피해학생의 입장이 담긴 학생확인서는 신고자의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고, 가해학생에 대한 높은 수준의 처벌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목격학생에 대한 정보 등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분쟁당사자 간에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피해학생이 작성한 문서를 그대로 가해학생 측에게 전달하는 것은 비밀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목격학생의 신상이나 구체적인 목격 내용은 피·가해학생에게 알려질 경우 목격학생이 별개의 학교폭력 문제에 휘말리게 하는 방식으로 압박하거나 피·가해학생이 회유하려고 들 수 있으므로 엄격히 관리하고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학교장 자체해결에 관한 전담기구의 심의 결과에 대해서는 해당 사안이 종결되었는지, 혹은 이후 교육지원청에서 진행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절차를 거치게 될지에 관한 것으로 피·가해학생에게 설명해 줄 수 있고, 학교장 자체해결이 불가능했던 사유도 비밀의 범위에 포함된 ‘심의·의결과 관련된 개인별 발언 내용’은 아니므로 역시 비밀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겠다. 정리하자면 학교폭력에 관한 피·가해학생 진술과 입장에 대한 상대방 전달, 학교의 사안처리 과정에 대한 대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은 넓은 범위에서 가능하고, 그것은 피해학생의 의견진술권, 가해학생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안의 내용이 많고 복잡하다면 신고된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한 문서로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를 직접 상대방이 작성한 문서로 제공하는 것과 학교나 전담조사관의 조사 내용이 담긴 사안조사보고서 등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10대 유의사항’이라는 이름으로 ‘가·피해학생과 목격자의 진술서 등은 당사자 보호를 위해 절대 공개해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하였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비밀누설 금지에 관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8. 선고 2021노1821 판결 교사인 생활지도부장이 피해학생의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 결과 등을 가해학생에게 직접 전달한 사례이다. 교원은 가해학생 측에서 이미 피해학생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으므로 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 결과가 이미 가해학생 측에게 알려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위 결과가 추상적인 소문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수치와 함께 상세한 내용이 기재된 서면이 제공됨으로써, 비로소 가해학생이나 가해학생의 학부모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비밀누설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본 사례는 학교폭력 사안에 관련된 문서가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부적절함을 보여준다. ● 의정부지방법원 2018. 12. 18. 선고 2018노530 판결 이 사건은 2016년 당시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되던 시기 자치위원회 학부모 위원이 심의 중 알게 된 내용을 기반으로 학교의 편향된 사안조사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배포한 사례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글의 내용이 학교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관련 학생이 누구인지 특정이 가능하고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그 목적이 어떠하였더라도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본 사례는 비밀누설이 단순히 피·가해학생 측 사이에 대한 문제가 아닌 제3자에 대해서도 문제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수원고등법원 2021. 3. 24. 선고 2020누13741 판결 이 사건 역시 2019년 당시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되던 시기의 사례로, 자치위원이 자치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가해학생의 보호자에게 가해행위와 자치위원회 회부 사실을 알린 것이 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례다. 법원은 가해학생의 보호자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고지했다고 하더라도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의 관계나 고지내용 등에 비추어 관련법령이 금지하고 있는 비밀을 누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례에서 이에 대한 더욱 상세한 검토는 없으나, 가해학생의 보호자에게 학교폭력에 관한 내용이나 심의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가해학생 측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질병휴직은 교원이 재직 중 신체상·정신상의 장애로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질병치료의 기회를 부여하여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질병휴직의 기본적인 사항과 운영 원칙 등 선생님께서 꼭 알고 계셔야 할 사항을 안내해 드립니다. ■ 법적 근거 「교육공무원법」 제44조(휴직) 및 제45조(휴직기간 등)의 각 제1항 제1호 ■ 질병휴직과 공무상 질병휴직 비교 자주 묻는 질문 QA Q. 질병휴직기간이 끝난 뒤, 동일 사유로 병가 승인이 가능할까요? A.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라 질병휴직은 질병·부상의 완쾌 등 휴직사유가 소멸된 경우에 복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질병휴직 종료 직후 동일 사유로 연속하여 병가를 승인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복직 후 정상근무 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된 후 재발한 경우에는 병가 승인이 가능합니다. Q. 1년(부득이한 경우 2년)의 휴직기간이 만료된 후 복직하여 정상근무 중에 동일 질병이 재발한 경우 어떻게 처리하나요? A. 복직 후의 근무가 완전하고, 정상적인 상태에서 상당기간 지속되었다면, 재발한 질병의 정도, 요양기간, 요양 후 정상적인 근무수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새로운 휴직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복직 후의 근무상태가 불완전하고, 비정상적인 상태여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만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직권면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질병으로 인하여 최초 1년간 휴직 중인 자가 동일 질병이 완치되지 않았으면 휴직 연장이 가능한가요? A. 「교육공무원법」 제44조 제1항 제1호 및 제45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면 ‘교육공무원이 신체상·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하여야 하며,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최초 1년 질병휴직한 이후 1년 범위 안에서 휴직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단, 최대 2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Q. 질병휴직기간 중 해외에 나가려고 합니다. 이 경우 법령에 위배되나요? A. 교원에 대하여 질병휴직 중 해외 출국을 금지하거나 해외 체류 가능 기간 등을 명시한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공무원임용령」 제57조의 5에 따라 휴직자가 휴직목적 달성에 현저히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복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휴직사유에 반하는지 아닌지는 해당 교원의 해외 체류시 질병치료 여부, 해외방문 기간·목적, 동반자, 체류지 등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임용권자에게 사전에 보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질병휴직 후 복직한 교사가 정상적인 상태로 학급담임을 맡아 근무하다가 다른 질병이 발생하였다면 새로운 질병휴직을 명할 수 있나요? 휴직 후 질병이 완치되어 정상적인 근무상태가 가능하다면 복직을 명할 수 있나요? A. 질병으로 인하여 휴직한 교사가 복직하여 정상적인 상태로 근무하던 중 다른 질병이 발병한 경우에는 새로운 휴직사유의 발생으로 보아 최대 2년(1년 + 1년 연장) 범위 내에서 휴직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질병휴직은 임용권자가 본인이 제출한 의사의 진단서에 의하여 직권으로 휴직을 명하는바, 본인이 질병휴직기간 중이라도 질병이 완치되었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하여 복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그 진단서에 의해 복직 후 정상적인 직무수행 가능 여부를 판단하여 복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휴직기간이 만료되었거나 남아있다 하더라도 복직 후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복직시켜야 합니다.
5일 AI 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용 도서(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그동안 교과용 도서를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서 정의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교과용 도서를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고, AIDT를 포함한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은 즉시 입장을 내고 성급히 추진된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며 AI 활용 교육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총은 “이번 법개정은 AIDT가 지나치게 성급히 추진되면서 교원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킨 결과이며, 교원의 참여가 배제된 교육정책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교총이 발표한 현장 교사 설문에 따르면 초중고 교원78.9%가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해야 한다고 답한바 있다. 또 87.4%가AIDT 도입을 위한 준비와 지원이 부족했다고 답했으며, 실제 사용하는 교원의 79.7%는오히려 업무가 증가했다고 응답해 당초 수업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계획과 다른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AIDT의 효과성을 묻는 질문에는 55:45정도로 부정과 긍정 응답이 혼재된데다 중학교 교사 중 62~69%는 긍정적으로 평가해 AIDT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함께 나왔다. 교총은 개정안 의결로 AIDT의 법적 지위 논쟁은 일단락됐다고 평가하고, 학교 현장에서 AI를 활용한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사의 업무부담 가중, 실효성없는 연수, 불안정한 인프라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제시하고 교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기술도입에만 매몰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이제 형식적인 지위논쟁을 넘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AI 활용 교육방법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는 교원단체를 교육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현정과 소통하며 실효성있는 디지털 교육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세종고(교장 서정선)는 지난달 30일 대만 현지에서 가오슝시 샤오강고(교장 쉬 위친)와 자매학교 MOU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샤오강고가 아시아 지역 내 교육 네트워크 강화와 청소년 간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안해 이뤄졌다. 서 교장과 장서윤 인솔교사, 10명의 학생은 7월 29일부터 8월 2일간 대만 가오슝시를 방문해 5일간의 교류 일정을 소화했다. 방문단은 샤오강고가 준비한 하카 전통 요리 체험, 수제 레이차 만들기, 원주민 음식 시식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했으며, 특히 현지 가정 방문을 통해 대만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방문단도 K-pop 댄스 공연을 준비해 선보였다. 서울세종고의 방문은 대만 현지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양교는 지난 6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SDGs, 기후위기, 청소년 삶 등 다양한 주제를 영어로 토의하며 교류를 이어왔다. 서정선 교장은 “양교 관계는 단순한 호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것”이라며 “앞으로도 양교 교직원과 학생간 우정이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교는 앞으로도 STEAM 교육, AI 기반 수업, 온앤오프 국제공동수업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글로벌 역량과 문화 감수성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경기교총(회장 이상호)은 7월 31일~8월 1일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소피아그린 컨트리클럽에서 ‘제12회 경기교총회장배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경기교총 회원 96명, 24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남자부는 전현석 과천여고 교감, 김영강 경일관광경영고 교사, 최병안 안양공고 교사가 1~3위를 차지했다. 여자부는 신혜란 안양중앙초 교사가 1위, 유미용 정배초 교장, 이금숙 세류중 교장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 이상호 회장은 “교총회원의 건강 증진과 화합, 조직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대회가 잘 마무리돼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회원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총은 정부 및 정치권을 대상으로 교육공무원(사립교원 포함)에 대한 특별사면(징계사면)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교총은 1일 대한민국 교육의 재도약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특별사면 추진 요청 건의서를 대통령실, 법무부, 인사혁신처,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에 전달했다. 교총은 건의서에서 “특별사면은 이재명 대통령의 ‘신뢰받은 공교육, 미래를 여는 교육혁신으로 K-교육 완성’이라는 과제 달성을 위해 교육 주체인 교원의 자긍심과 열정을 회복시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될 것”이라며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맞아 교육계의 화합과 사기 진작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총이 제안한 사면 대상은 적극적으로 능동적인 교육활동과 공무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 하자나 행정 미숙, 착오 등으로 징계를 받은 교원과 공식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심리적 위축과 인사상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경고·주의·훈계’ 조치 등이다. 반면 성폭력, 금품·향응 수수, 성적 조작, 학생 상습폭력 등 4대 비위를 저지를 경우와 파면·해임 처분, 불법 집단행동 관련으로 징계받은 경우는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교총은 현재 교단에 대해 ‘교권 추락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남발,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한 사기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 지난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가 4234건이었으며, ‘교권5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효과가 부족하다’는 교원 대상 설문조사 응답률이 79.3%에 달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해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는 법률 개정,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하루에 2회 이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되고 있다. 이는 교직 선호도 하락으로 이어져, 우수 인재가 교직을 기피하고, 20~30대 교사의 86%가 이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조사돼, 교육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주호 교총회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교원에 대한 특별사면이 실시된다면 교사들이 행정 미숙, 경미한 착오 등 사소한 실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소신껏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적극 교육’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천명하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교육계의 어려움을 헤아려 교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미래인재 양성에 헌신할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경기 신장초(교장 최진성)는 2025학년도 여름방학을 맞아 하남역사박물관과 협력하여 특별한 독서교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7월 29일, 3~4학년 학생 15명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나의 소중한 물건에 관한 글쓰기’를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학생들은 박물관의 ‘애지중지’ 특별전과 연계하여 역사와 애착의 소중함을 배웠다. 하남 역사와 문화재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전시해설사의 생생한 스토리텔링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했다. 사전 활동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표현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독서교실 당일, 학생들은 전시를 관람하며 우리 선조들의 애장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감상과 느낀 점을 나누며 소통을 활성화하고,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특히, 지역의 공공기관과의 협업은 학생들의 몰입과 이해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남역사박물관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우리 지역의 역사적 의미도 함께 배우며 학생들은 보다 쉽게 역사적 맥락을 접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쉬운 해설로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고 뿌듯했다"며 긍정적인 후기를 남겼고, "옛날 물건을 봐서 재미있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번 독서교실은 단순한 박물관 관람을 넘어,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 자신의 소중한 물건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행사 기획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디지털 매체에 매우 익숙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디지털 원주민(Digtal Natives)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유튜브나 SNS에서 정보의 파편을 모으며,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운다. 그러나 기존의 신문활용교육(NIE)은 종이신문 중심, 정답 중심그리고 낮은 참여율로 인해 갈수록 학생들의 현실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신문 활용을 디지털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을 강화하는 새 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 중심 신문활용교육(NIE)의 재구성 첫째, 디지털⋅멀티미디어 기반 플랫폼을 통한 신문활용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신문의 기사, 영상, 인터렉티브 데이터 등을 활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분석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사건별로 다양한 뉴스 플랫폼의 관점을 비교⋅분석하는 과제를 통해 뉴스 리터러시를 강화할 수 있고, 기사 내 인포그래픽, 시각 데이터, 영상 인터뷰 등을 함께 읽고 해석하는 활동은 정보 통합력과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다. 둘째, 프로젝트 기반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단순 기사 요약보다는 학생들이 실제 주제(예, 지역 이슈, 환경 문제, 청소년 정책 등)를 선정하고, 관련 기사를 수집하고 비교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하거나 영상으로 제작하도록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보 수집력, 협업능력, 발표력, 디지털 제작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다. 예컨대, '우리 지역 교통 문제'라는 주제 아래 기사, 통계, 온라인 여론 댓글 등을 수집해 ‘미니뉴스 보도 영상’이나 카드 뉴스로 제작하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제작자로서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 비판적 사고 및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강화가 필수다. 학생들이 기사의출처, 작성자, 의도, 왜곡 가능성 등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할 수 있다. 팩트 체크 사례를 분석하여 어떤 단서가 거짓을 가릴 수 있는지 토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뉴스 콘텐츠 소비자는 물론 미래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성찰할 수 있다. 넷째, 교사⋅언론사⋅지역사회 협업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교사가 수업 설계를 하고, 언론사에선 기사 제공 및 기자 멘토링을, 지역사회에선 실제 이슈 발굴과 해결 과정을 연계할 수 있다. 예컨대, 지역신문사 혹은 온라인 뉴스 플랫폼과 함께 ‘청소년 뉴스 프로젝트’를 진행해 학생들이 실제 공간 취재, 인터뷰, 기사 작성, 보도까지 전체 과정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습의 현실성과 몰입도를 높여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객관식 중심이 아니라, 발표, 제작물, 토론 참여, 피드백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학생들이 만든 카드 뉴스, 영상 리포트, 수업 내 토론 기록, 피드백 노트 등 다양한 결과물을 수업 성과로 인정하고, 자기 성찰 형식의 평가 척도를 도입할 수 있다. 시대에 적합한 교육의 새로운 지평선 열기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뉴스를 단순한 정보 수단이 아니라. 사고⋅표현⋅참여 역량을 키우는 도구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기반, 프로젝트 중심, 비판적 사고 강화, 협력 네트워크 구축, 평가 혁신을 아우르는 새로운 NIE는 학생들이 정보 홍수 속에서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현대적 교육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NIE는 더 이상 과거의 형태로 머무르지 않고, 미래지향적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21세기 디지털 대문명 시대에 보다 적합한 NIE로 새로운 교육의 지평선을 넓혀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찾아 퇴임식(사진)을 가졌다고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사임 표명에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퇴임식에서 그는 “5년 단임제 정부에서 임기 내에 많은 일을 해내기 힘든데 하물며 3년여 동안 변화를 일궈 내기란 쉽지 않았다”며 “저출생, 지역소멸, 디지털 대전환의 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교육혁신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임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던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한번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돼 2022년 11월 7일 취임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년 9개월 동안 유보통합, 늘봄학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대학 사업, 의대 정원 증원 등 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가 이어지면서 국무위원 서열에 따라 지난 5월 2일부터 6월 4일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념이나 정파와 무관하게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시급한 교육개혁 과제들을 추진하려 노력했다”면서 “특히 정부 교체나 정치 상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도 교육정책이 자생적인 혁신 역량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소회했다. 한 달여간 대통령 권한대행 수행에 대해서는 “비상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다만 서이초 교사 사태 등과 관련해추진했던교권 회복 정책에 대한 소감은 남기지 않았다. 그는 이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연구와 차세대 인재 양성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주호의 퇴장으로 이제 교육부 장관은 공석이 됐다. 차기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을 첫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으나, 자질 부족 등 논란 속 여론 악화에 지명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