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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영어수업에 대한 회의 2015 개정 초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영어교과는 학습자와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종합 목표로 삼으며, 동시에 남을 배려하고 돕는 모범적인 시민의식과 창의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인간상에는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양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영어수업은 그러한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상황에서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꾸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영어를 ‘언어’로 배우기보다는 단어와 표현을 따라 외우는 암기과목으로만 생각한다. 또한 영어를 오랜 기간 배워도 실제로는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있었다. 짧은 동영상 자료 감상만 좋아하고 영어로 정보를 생성한 경험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교육 ● 교육과정 프레임워크(Curriculum Pramework)의 흐름 위긴스와 맥타이(Wiggins McTighe)의 백워드 설계(Understanding by Design)와 에릭슨(Erickson)의 개념 기반 교육과정(Concept-Based Curriculum and Instruction)은 여러 국가의 교육과정 설계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등의 교육과정 틀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을 새로운 맥락이나 상황에 적용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을 강조하며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다. 백워드 설계방식은 IB 교육과정이 우리나라 교육에 확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리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도 많은 관련성이 있다. 왜냐하면 IB 프로그램과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개념적 학습을 권장하며, 새로운 지식을 다른 교과군에 적용할 수 있는 통합학습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 미래교육에 대한 담론 2030년까지의 교육개혁을 위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이 ‘학생 행위 주체성’을 지니고 지식·기능·가치·태도를 기반으로 예측·행동·성찰하는 과정에서 ‘변혁적 역량’을 발휘하며 또 강화하기를 기대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추진배경에도 새로운 교육환경 변화에 적합한 역량 함양 교육을 위해 ‘학생 행위 주체성’과 ‘변혁적 역량’을 강조하는 OECD Education 2030를 언급한다. ● 디지털 교육체제로의 전환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라 2022 개정 중점사항에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포함되었으며, ‘디지털 소양(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활용하는 능력1을 제시하여 모든 교과를 통해 함양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에서 디지털 학습환경을 구축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리터러시 교육이 강조된다. [PART VIEW] 영어교육과 미래교육의 만남 교사 교육과정이 강조되고,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현 영어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실에서 학생들의 ‘행위 주체성’과 ‘변혁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교사 행위주체성과 변혁적 역량’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상시 영어 학습환경 구축 우리나라와 같은 EFL 환경에서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와 챗봇을 이용하여 영어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을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가 활발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중점사항에 따라 초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교수·학습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제시되어 있다. 다른 AI 챗봇 서비스와 비교하였을 때 AI 펭톡은 한국인과 초등학생의 발음을 비교적 잘 구현하였고, 게이미피케이션의 장점을 살려 방과후에도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초등영어 교육과정을 반영하여 만들었다. 따라서 본교에서는 인공지능 기능 기반 AI 펭톡를 이용하여 학습을 마무리한 후 총괄평가나 단원을 시작하기 전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결과값을 보고서로 제공하는 부분을 이용하여 피드백을 실시하였다. 또한 자주 사용한 학생에게 시상을 하는 등 학교 밖 영어 상호작용 기회를 넓혔다. ● ‘빅 아이디어(Big Idea, 핵심 아이디어)’ 기반 학생주도 프로젝트 실시 1) 단원 재구성 _ 또 다른 나(another SELF) 프로젝트 본교 6학년은 수업 참여도가 낮고, 친구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N잡러’, ‘부캐 천국’의 시대에서, ‘메타버스’ 세계관을 통하여 다양한 ‘나’의 면모를 드러내며, ‘나’를 표현하는 기본 회화를 익히고 자기주도성을 길러내며 영어과 역량을 신장하고자 하였다. 단원 개관 •단원: 1. What grade are you in? •핵심역량: 의사소통능력, 자기관리능력, 공동체능력 •의사소통기능: 학년 묻고 답하기 / 동아리 묻고 답하기 •성취기준 [6영01-02]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주제에 관한 간단한 말이나 대화를 듣고 세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6영02-07]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주제에 관해 간단히 묻거나 답할 수 있다. [6영04-03] 구두로 익힌 문장을 쓸 수 있다. •단원 개관 •수행과제 아이디어 수업 들여다보기 단원 학습 후의 성찰 수업을 돌아보며 ‘빅.AI.디.어. 수업’은 매일 전개하는 수업에서 학생은 진정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가? 흥미 위주의 무의미한 활동이 넘쳐나지 않은가? 하는 반성적 성찰에서 시작하였다. 목표와 과제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습경험을 설계하고, 학습하며, 스스로 보충·심화활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학생중심 교수학습과 과정중심학습을 이루어냈다. 정해진 목표 영어표현만을 잘 ‘암송’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막상 영어로 말해보라고 하면 말 한마디 못 하는 기존의 영어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생들이 진정으로 ‘이해’하며,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계획·실행하며, 복잡한 맥락에서 다양한 지식과 영어표현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교사의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해야겠다는 다짐을 오늘도 한다.
디지털 이후의 시대 읽기와 쓰기 중심의 전통적인 문식(literacy) 환경에서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현대 사회로 변화하며 최근 교육과정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능력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불과 한두 해 전, OpenAI가 챗봇 기반의 인공지능 ChatGPT를 등장시킨 이래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전보다 빠른 변화가 일고 있다. 스탠포드의 인간중심인공지능(HAI)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향후 의료·과학·문화·예술·교육·사회 등 다방면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적인 연구서적 출판사 슈프링어(Springer)에 ChatGPT를 검색해 보면 2023년 한 해에만 2천여 개의 관련 연구자료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GPT-4를 기반으로 한 AI 응용 사이트가 생겨나고, 이에 더불어 각 교육 부처에서는 AI를 접목한 코스웨어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게 우리 교육에서도 AI의 활용을 멀찍이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AI는 교사에게 위협인가 기회인가? 본고의 취지는 ‘AI를 활용하는 질문이 있는 수업’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는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AI에 대한 인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AI의 사용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식과 문화의 전달자였던 교사의 역할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미성숙한 학생들이 활용해도 될 만큼 안전한가 하는 우려이다. 이와 같은 주제는 사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미국 교육부(Cardona, et al., 2023)에서도 고민거리인 주제이다. AI를 통해 기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제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한편, AI의 예측 불허한 위험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모두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조지아 대학의 교수인 샤오밍 자이는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활성화될수록 학생 개별마다의 적절한 수업 제공이 가능하고, 학생 기록과 관리가 쉬워지면서 다양한 학생의 요구를 교사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AI의 방향성은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도 아니고, ‘인간을 지배하는 도구’도 아니다. 바로 ‘인간과 협력하는 도구’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수행 결과를 효율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모델로 AI를 응용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협력적 관점에서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서 느끼는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겠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배워 왔지만, 실제로는 수업과 실무에 묻혀 제대로 된 채점조차 버거워했던 경험이 한 번씩은 있었을 것이다.[PART VIEW] AI를 어떻게 수업으로 사용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교과에서 생성형 AI로 어떻게 피드백할 것인가?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서·논술형 평가를 예로 생각해본다. 학생들에게 AI를 이용해서 완성된 글을 그대로 대필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글로 완성한 표현에 대하여 질문을 통해 자기 점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여기면 좋다. 그러므로 생성형 AI의 활용은 학생들의 기초적인 문식능력과 비판적사고력을 일깨워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ChatGPT를 활용하는 방법의 기본은 간단한 질문들을 구성해서 원하는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ChatGPT와 유사한 챗봇형 AI에게 ‘평가자’로서의 자격을 부여하고 학생의 쓰기 결과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한 뒤, 교사를 대신하여 글쓰기 과정에 따른 다양한 질문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응답 결과를 재검토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학습을 성찰하도록 함으로써 상위인지를 활성화한다. 이처럼 질문을 통한 내적 피드백 과정은 개별적인 학습전략이나 지식을 점검·조정하여 새롭게 개선해 나가는 상위인지적사고에 도움이 된다. 즉 생성형 AI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만들어지는 의사소통 과정은 ‘학생-AI’로 이루어지는 내적 피드백으로 환원할 수 있다. ● AI를 평가자로 훈련시키기 수업 예시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필자의 경우, 과목이 국어이기에 국어과의 한정된 글쓰기 활동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서·논술형 평가가 과정중심평가의 주요 평가항목으로 언급되는 가운데, 다양한 교과에서 글쓰기를 활용한 학생 활동을 고려하고 있다면 다음의 수업을 참고할 수 있다고 여긴다. 수업의 과정은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 진행된 수업 및 작문 수행평가로 활용되었다. 해당 수업은 2023년 5월 총 6차시에 걸쳐 이루어졌다. 처음 2차시는 ChatGPT를 활용한 고쳐쓰기에 활용할 초고를 작성하는 시간으로 주어졌다. 주어진 작문과제는 성취기준 ‘[12언매04-01] 자신의 국어생활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태도를 지닌다’를 반영한 ‘신조어에 드러난 언어현상과 문화적 가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이다. 학생들은 교실에 구비된 크롬북을 활용하여 구글 설문지로 초고를 작성하였다. 초고를 완성하는 학생들은 남은 4차시에 걸쳐 교사가 제시한 채점기준표를 참고하여 자신의 글을 스스로 재평가(self-assessment)한다. 이때 학생들이 수행한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글을 수정·보완하기 위한 질문(Prompt)을 ChatGPT에게 제시한다. 둘째, 유의미한 결과를 산출한 질문을 선별한다. 셋째, ChatGPT 답변에 대한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글을 고쳐 쓴다. 구체적인 수업 흐름은 다음과 같다. ● AI에게 글을 평가받기 수업 예시 AI에게 질문하는 과정은 어떤 것인가? 앞서 설명한 과정을 따른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반드시 옳은 질문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스스로 자신이 제시한 질문의 유용성을 판단해야 한다. 또한 ChatGPT가 소위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보여 의심스러운 응답을 하지는 않았는지 수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서 원하는 답을 얻어가며 자연스럽게 더 나은 질문을 형성하게 된다. 스스로 ChatGPT의 응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꾸준히 질문을 수정해 나간다. 이러한 질문과 재질문의 과정이 반복되면 어느새 학생들은 교사보다 더 좋은 질문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 ChatGPT에 대한 질문과 평가하기 수업 예시 ● ChatGPT의 응답 유용성 판단하기 수업 예시 꾸준한 재질문과 검토는 더 나은 결과를 완성하는 길로 이어지게 된다. 예컨대 다음 표 2의 학생 답안 예시를 보면, ChatGPT가 새말 형성의 문화적 가치로 제안한 ‘창조성’, ‘창작성’, ‘집단 간 상호작용’ 중 ‘창조성’과 ‘창작성’을 자신의 언어로 변환하여 반영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언어의 가변성과 발전성’, ‘사회 변동에 따른 새로운 단어와 표현의 표현성’을 포함하는 구체적인 문장을 구성하였다. 이는 학생이 ChatGPT의 답변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글의 전체 맥락을 고려해 초고의 내용을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ChatGPT의 피드백이 학생이 수행한 결과물에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해야 유의미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 질문의 유형을 분류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글쓰기 능력이 오른 학생들은 작문 지식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한다. 반면 글쓰기 능력이 크게 변하지 않았거나 떨어진 학생들은 단순히 내용·표현 측면에서 미시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ChatGPT를 교사의 협력자로서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면 이처럼 학생들에게 유용했던 좋은 질문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또 그 길을 알아봐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런 수업을 하는 이유 우선 첫째로, ChatGPT와 같은 AI를 상대로 교사들이 겁을 내거나, 배척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유튜브를 조금만 검색하더라도 ChatGPT를 잘 활용하여 더 나은 결과물을 얻어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에서 진정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핸드폰을 걷고, 정해진 시간 안에 학생들이 종이에 답을 써 내려가는 전통적인 방식이 비단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정보화시대에는 오로지 교과서 내용으로만 성공하기 어려운 때가 올 것이다. 우리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떠한 기술이 시대마다 생겨나더라도 그 기술을 올바르게 그리고 유용하게 쓸 방법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교사의 입장이다. AI 기술이 발달하는 지금, 교사가 프로그래밍 기술을 하나씩 배워서 AI의 원리를 가르치기는 힘들뿐더러, 교과목도 딱 어울리지는 않는다. 코딩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또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어렵다. 대신 시중에 나와 있는 AI 기술을 어떻게 수업에 녹일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직접 선생님들께서 AI 기술을 사용해보고, 유용성을 느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각자의 교과에서 어떤 지점이 유용한지, 어떤 면을 끌어들이면 학습효과가 생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비록 그 시작이 부실하고 미약하더라도, 한 번쯤 사용해보는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쏟아지는 AI 속에서 방향을 잡아줄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필자의 수업이 아주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AI를 ‘나의 교과에 어떻게 녹이면 좋을까’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라고 느낀다.
학교도서관 활용(협동)수업 용어의 정의 및 이론적 배경 도서관 활용수업은1 학교도서관을 이용하여 교과수업을 전개함으로써 교수·학습의 효과를 높이려는 교수방법이다. 도서관 활용수업이라는 용어는 2002년도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에서는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4대 중점 과제 중 도서관 활용 프로그램 강화 방안의 하나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들고 있다. 여기에서 도서관 활용수업은 ‘각 교과에서 도서관 자료와 시설을 활용하여 교과의 학습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는 교육활동이며, 사서교사나 도서관 담당교사가 타 교과의 교수·학습활동을 도와주는 개념으로 학교도서관 담당자와 일반교사가 수업활동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협력하는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국내외 학교도서관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자료중심학습 혹은 자원기반학습과 도서관 협력수업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원기반학습은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수업에서 탈피하여 학교도서관의 다양한 자원(자료와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학생 중심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구현하기 위한 교수·학습방법을 말한다. 반면에 도서관 협력수업은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상호협력하여 수업설계-전개-평가에 이르기까지 공동으로 수업을 전개하는 교수·학습방법을 말한다. 도서관 활용수업은 도서관 자원기반학습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도서관 협력수업은 사서교사와 교과교사 간의 협력 수준이나 정도에 따른 구분이다. 사서교사와의 협력 없이도 자발적으로 교과담당교사가 학교도서관을 이용하여 수업을 전개한다면 이 또한 도서관 활용수업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도서관 활용수업은 사서교사와 교과교사와의 협력에 의한 수업을 전제로 한다. 도서관 활용수업의 협력수업은 사서교사의 지원이나 참여가 없으면 도서관 활용수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서관 협력(협동)수업은 교육학에서 말하는 팀티칭 또는 통합교육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팀티칭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둘 이상의 교사가 동일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계획-진행-평가하는 과정으로 협력수업과 동일한 개념이다. 콜린스(Collins)는 팀티칭의 유형을 크게 리더-보조교사 모델, 다수교사 모델, 외부강사 모델, 합동교수 모델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리더-보조교사 모델은 리더교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수업을 계획-전개-평가하고, 보조교사는 장비 및 자료 등의 준비를 단순히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교과교사가 학교도서관에서 수업을 전개하고자 할 때 교과교사는 리더교사가 되고, 사서교사는 보조교사로서 교수매체의 준비 혹은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PART VIEW] 다수교사 모델은 여러 명의 교사가 협력하여 공동으로 계획하고, 상황에 따라서 수업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여, 전개하는 방식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의 관점에서 보면 교과와 관련된 독서교육이나 정보활용교육과 연계하여 교과교사로부터 교과 관련 영역을 지도하고, 독서 및 정보활용교육과 관련된 영역은 사서교사가 지도하는 방식이다. 외부강사 모델은 한 명의 교수자가 수업을 전담하며, 필요에 따라서 그 수업의 일부분을 외부강사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의 관점에서 보면 수업에 대한 계획이나 설계 등의 사전 협의 없이 사서교사가 강사 형식으로 도서관 이용지도 등을 지도하는 형태이다. 교과교사가 주도적으로 수업을 전담하고, 교과교사로부터 도서관 이용지도나 이용안내 등의 요구가 있을 때 이를 사서교사가 담당하는 형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합동교수 모델은 동일한 수업내용이 전개되는 학급을 하나로 합하고, 수업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는 교과교사와 사서교사의 협력보다는 동일계열 교과목 간의 합반수업에 적용할 수 있고, 앞서 언급한 다수교사 모델과 유사하다. 한편 전통적인 교육은 지나치게 분과 학문으로 세분화되어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는데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통합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통합교육은 시간적·공간적 혹은 내용영역에 있어서 각기 다르게 체험하는 학습경험을 상호 의미 있게 연결하여 전체로서의 학습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고,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체계이다. 통합교육은 개별적인 교과영역을 보다 큰 통합주제로 선정하고, 통합주제에 적합한 학습활동을 제공하여 지식이나 사물을 총체적인 상황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공통과학’과 ‘공통사회’를 통해 통합교육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통합교육은 단순히 가르쳐야 할 내용을 하나의 교과서로 재편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과 간의 특정한 주제·단원·개념을 상호 연관 지어 교육과정을 재편성함으로써 상호 간의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통합교육의 이념은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도서관 협동수업을 통한 통합교육의 구현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교과와 교과 간의 통합 지원이다. 통합교육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자료와 융통성 있는 수업환경을 필요로 한다.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자료와 융통성 있는 수업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교과와 교과 간의 통합을 계획-전개-평가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학교도서관의 교육과정과 교과교육과정 간의 통합이다.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는 미국 학교도서관 기준(Information Power)에서 천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교사로서 학생들의 독서능력과 정보활용능력 신장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독서교육과 정보활용교육은 일반교과와 같이 단독 교과목으로 사서교사가 지도하기보다는 일반 교과교사와의 팀티칭 혹은 통합교육 차원에서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서 지도해야 한다. 독서교육이나 정보활용교육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문제해결능력이나 학습하는 방법, 종합적 사고능력을 신장하는데 목적이 있고, 이러한 능력은 학생들이 학습하는 상황과 연계 지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교사는 교과의 교육과정과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고, 사서교사는 독서 및 정보활용능력 신장을 위한 교육과정과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다.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상호협력하여 교육과정 간의 중복되는 원리, 공통 이슈, 공동의 관심사를 상호 관련지어 교육과정을 재편성하고, 공동으로 수업을 계획-전개-평가함으로써 교과교사는 교과 학습목표 달성을 극대화하고, 사서교사는 독서 및 정보활용교육을 위한 학습목표의 달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사서교사와 교과교사 간의 학교도서관 협동수업은 학생은 물론 교사 그리고 사서교사 모두에게 장점이 있다. 학교도서관 협동수업의 과정 서울영상고등학교에서는 위와 같은 이론적 배경을 근거로 하여 도서관 협력(동)수업을 위해 사전에 교과(한국사)교사의 요구를 조사하여 일정을 조정하고, 교과의 교육과정과 독서 및 정보활용능력 교육과정을 통합 조정하여 교육과정을 재편성했다. 그리고 교과와 관련된 도서자료들을 구입하였으며, 이에 따른 교수설계전략을 구상하였고, 도서관 협력(동)수업을 사서교사의 관점과 교과교사 관점에서 실험정신을 발휘하여 새로운 전개과정으로 수업을 설계하였다. ● 사서교사(정보활용) 관점 2022년 4월 사서교사로 교생실습을 진행하게 된 ○○대학교와 ○○대학교 교육대학원 문헌정보학과와 사서교육학 전공자 교생들이 정보활용을 중심으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실시하였다. 학습주제는 고려와 조선을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도서관 정보매체(도서·전자자료 등) 자료들을 활용하여 반별로 모둠별 활동을 진행하였고, 학생들은 새로운 정보들을 비교·분석하는 일련의 과정들과 영화를 감상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마인드맵과 서평 쓰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새로운 정보를 재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 교과교사(교육과정) 관점 2022년 7월 서울동행프로젝트의 지원으로 ○○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도서관 협력(동)수업을 실시하였다. 주제는 독립운동의 3가지 관점(무장투쟁론·실력양성론·외교운동론)으로 나누고, 이를 반별로 모둠으로 나누어 3가지 관점을 비교·분석하고, 이를 CEDA(Cross Examination Detate Association)토론의 강점을 살려서 3가지 관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모든 학생들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서평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새로운 정보를 생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 학교도서관 협동수업의 효과(사서교사 관점) 2022년 서울영상고등학교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교과교사의 관점과 사서교사의 관점으로 실험정신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수업의 길로 안내하고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장래의 사서교사가 되려고 준비하는 학생들(2명)과 장래의 한국사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4명)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학습자에게는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으나, 학습을 담당했던 미래의 교사들에게는 만족도 조사를 실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학습을 받았던 학생들만큼이나 학습을 촉진(지도)했던 교사들이 즐겁게 수업을 진행했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새로운 실험정신을 가지고 ‘예비교사들의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인식 및 필요성 연구’라는 주제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족도 조사 결과 종합의견(한국사 교사 관점) 도서관과 한국사 협동수업으로 학생 중심의 자기주도학습과 역사현장학습을 경험함으로써 즐거운 한국사수업이 됐다.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 106명 중 92% 이상이 만족하였다. 또한 학생들의 학습결과물과 사진을 담은 책자를 발간하여 배부함으로 9개월간 진행해 온 학교도서관과 한국사 협력수업을 종합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조정하는 능력 _ 질문의 힘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누구에겐가(어디엔가) 묻는다. 이것이 질문이다. 좀 건조하고 평범한 설명이지만, 질문의 원초적인 뜻은 그러하다. 그러나 이 설명 속에는 매우 중요한 함의가 숨어 있다. 질문하는 학생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학생이다. 비록 지금 아는 것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은 질문할 수 없다. 무엇을 질문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질문의 콘텐츠가 머릿속에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교과학습에서 어떤 특정 단원(unit)을 학습할 때, 그 단원의 내용 범주와 연관하여,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학생은 자신의 앎에 대해서 상당한 초인지(超認知, meta-cognition)가 발달한 학생이다. 질문의 동기가 늘 뻗쳐오르는 학생이 초인지도 더 발달한다. 이런 학생은 자신의 학습을 자기 힘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안으로 지닌 학생이다. 이를 우리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이라고 말한다. 비록 지금 아는 것이 많아도 자기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학생은 그 앎이 확장되지 않는다. 그 앎이 다른 앎과 융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지도 못한다. 물론 질문도 죽어 있다. 그러니까 ‘죽어 있는 앎’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학습심리학에서는 자기 힘으로 자신의 ‘학습전략’을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말한다. 학습전략이 없다는 것은 공부계획이나 시험 준비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가 없음을 뜻한다. 설령 세웠다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러니 공부가 재미있을 리 없다. 이 악순환의 모든 단계마다, 모든 연결고리마다 질문은 어디에 있었는지를 짚어 보아야 한다. 질문하기는 순기능만 있다 _ 학습을 추동하는 엔진이다 이런 악순환의 바탕에 ‘질문의 부재’가 있다. ‘질문 불능’이 있다. 질문은 학습을 밀어 올리는 중심 동력이다. 질문 없이 학습은 의미 있는 진전을 할 수 없다. 질문은 학습자의 학습의욕을 보여 주는 바깥 증거이다. 그러므로 학습과정에서 질문을 빼버리면 그 어떤 탐구도 일어나지 않는다. 질문 활동에 내재하는 그 본질과 순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질문은 학습발달의 동력이며 동인이다. 질문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학생의 경우, 학습의 엔진이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학생이 모르는 부분과 아는 부분이 무엇인지(학생의 앎의 지도)를 교사가 먼저 파악하고, 학생이 알고 있는 부분으로부터 모르는 부분을 향하는 방식으로 질문의 형성을 도와야 한다.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출발점행동진단검사나, 학습 중간 과정에서 형성평가 도구를 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교사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학생이 질문의 효능을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이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만들어 주는 질문만으로는 의미 있는 질문 능력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학습자의 질문 행동은 학습 사태에서 자기주도성이 발현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전략을 발동하고 의지를 실행하는 일이다. 즉 현재 나의 인지적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해결전략이고, 어찌해서든 학습을 앞으로 진전시키겠다는 의지의 실현이다. 그런 점에서 질문 행위에 들어 있는 자기주도성 학습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학습동기를 일깨우고 강화하는 매우 중요한 싹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학생의 질문 행동에 대해서 교사가 강화와 칭찬의 피드백을 충분히 건네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질문 행동을 칭찬해 주는 데에는 상당한 전문성이 녹아든 세심한 기술(skill)이 필요하다. 그 칭찬 안에 질문이 요구하는 문제해결의 단서를 내장하면서, 교수자와 학습자의 친화적 신뢰를 도울 수 있는 교수 화법 소양(instructional communication skill)도 담보되어야 한다. 셋째, 질문 활동을 통해서 학습자는 자신의 지식·기능을 융합하는 데로 나아갈 수 있다. 즉 질문 행위는 학습에서 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기제를 마련해 준다. 학습이 진전하고 학습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은, 현재의 지식·기능에서 새로운 지식·기능을 조금씩 발견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발견은 사고든 언어든 지식이든 이전의 것과 융합하여 학습자의 인지 지도를 질적으로 양적으로 확장하고 심화해 가도록 한다. 융합은 창의의 발생을 돕는 기제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질문이 융합적 사고를 돕는 구도를 이해할 수 있다. 질문이 수평적 대화 프로세스로 되어야 하는 이유 질문 활동의 중요한 특성으로 질문 활동이 ‘대화의 과정(dialogic process)’을 수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질문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학습의 생산성을 발휘하며, 질문을 통해서 학습전략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질문 활동이 내적·외적으로 대화의 과정 위에서 운용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질문 활동이 대화과정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은 교수·학습차원에서 다음 몇 가지를 시사해 준다. 1) 질문이 갖는 대화의 프로세스에서 질문하는 학생을 상대하는 교사는 학생에게 질문을 하거나 학생의 질문을 응대할 때, 수평적 대화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도 그가 제자들에게 수직적 하달에 의한 직접 가르침으로 전하지 않고, 수평적 대화방식으로 묻고 답하는 방식을 취한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대화적 프로세스는 학습자를 강박하지 않고 사고와 질문을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끌어내도록 한다. 2) 질문 활동이 대화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질문이 단발성 질문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질문이 어떤 계열적 구성을 이루어 학습내용과 활동에 호응하여 이루어지도록 입체적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잘 설계된 질문 활동은 학습범위와 학습내용의 위계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일정한 계기와 연쇄를 내장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질문 활동에 참여하는 학습자와 교수자의 정서적 유대감도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곧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가 갖는 질서의 원리라 할 수 있다. 3) 질문 활동이 대화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질문 대화의 생성과 소통이 작위적이지 않고, 그야말로 자연스러워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질문 대화의 내용과 학습자의 경험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은 자기의 경험 기반 위에서 질문 활동할 때가 자연스럽고 편하다. 학습환경에 질문 대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고립되면 질문 활동은 대화 프로세스로 흘러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4) 그래서 질문 대화가 이루어지는 학습현장은 가능하면 어떤 문제의 현장이거나 학습자의 체험과 결부된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의 현장이 될 때,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의 생성과 교환이 활발해질 수 있다. 또 학습자의 체험과 결부된 현장이 될 때, 학습자는 자기가 몸으로 감득하고 있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고 질문을 더 다채롭고 개성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래서 교과학습이든 비교과학습이든 체험학습을 기획할 때 질문 활동을 더 다채롭고 의욕적으로 설계할 것을 권하는 편이다. 질문 능력과 질문 의욕에 따른 학습자 유형 학습지도에서 질문 활동을 기획·설계할 때는 학습자를 유형에 따라 나누어 지도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질문 능력’과 ‘질문 의욕’, 이 두 조건을 활용하여 학습자를 범주화해 보면, 학습자 유형에 따라 질문을 활성화하고, 질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몇 가지 교수·학습의 아이디어를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교사에게는 ‘지금 여기’의 내 학생들에 대한 경험적 통찰이 중요하게 개입해야 한다. 먼저 현재 학습자가 보유하고 있는 질문 능력에 따라 등급을 매겨 범주화할 수 있다. 예컨대 ‘질문할 수 있다’와 ‘질문할 수 없다’ 사이에 몇 개의 질문 능력 등급 유형을 둘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학습자가 지닌 질문 의욕에 따라 그 정도를 매겨 범주화할 수 있다. 예컨대 ‘질문하고 싶다’와 ‘질문하고 싶지 않다’ 사이에 몇 개의 질문 의욕 수준을 둘 수 있다. 질문 의욕 여부는 질문 내용 때문인지, 질문 상대인 교사에 대한 불만족인지에 따라 다시 세분할 수 있다. 이를 크게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학습자 범주가 만들어진다. 그 밖에 다른 조건과 방식으로 질문 활동 지도를 위한 학습자 유형을 나누어서 지도함으로써 교수전략의 다양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하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고 질문하는 자아에 대해서 긍정 의식과 자기효능감을 가지도록 하는 정의적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질문이나 발언을 많이 하는 학생을 동료 학생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려는 언어문화는 질문교육의 보이지 않는 장애이다. 질문 활동 자체를 모든 수업에서 하나의 수업 장치로 인식시킨다든지 질문 활동 자체를 교육연극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도 고려함직하다. 이 경우 역할을 부여할 때, 위에서 마련한 학습자 유형을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질문 활동과 토론 활동을 별개의 활동으로 다루지 말고, 강한 상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에서 도식화된 토론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말고, 이를 자유롭고 유연하게 변용하여 질문 활동 강화 모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의 창의를 발휘할 것을 주문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 질문하는 학생과 응답하는 교사 사이에 언어적 발화가 오가는 것으로만 질문의 형태를 상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도식이다. 질문은 학습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종류의 물음들을 다 포괄하는 걸로 봐야 한다. 그중에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질문’이 많다. 물론 그런 보이지 않는 내면의 질문들이 안에서 자라다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질문이 중요하다. 그것을 체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질문 지도의 역량도 중요하다. 학습역량을 바람직하게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질문 활동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들이 많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 활동이 존재함으로 해서 아이들은 어느 날 선생님에게 대단히 명시적인 질문을 마침내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질문이 존재하는 데에도 세 차원이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는 내가 사물 현상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중앙박물관 전시장에서 어떤 유물에게 질문할 수 있다. 사막에 가서 밤하늘에 총총한 별에게 질문한다. 물론 이 질문은 언어화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을 품는다고 한다. 두 번째는 내가 텍스트(책)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춘향전을 읽고 작중 인물에게 질문할 수도 있고, 여러 각도에서 책의 가치를 질문할 수도 있다. 사실 교과서를 가지고 교실에서 하는 수업의 내적 기제가 ‘텍스트에게 질문하기’일 수 있다. 수업은 그것을 공식적인 활동으로 구현하는 것일 뿐이다. 이렇듯 학습자가 텍스트에게 하는 개인적이며 내적인 질문도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세 번째는 내가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내가 질문을 하고서도 그걸 질문이라고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인간은 스스로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한다. 다만 그것이 내적인 언어조차로도 번역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인간적 성숙을 포함하여 인간이 이루어 내는 인지나 정의나 도덕성 등의 발달은 내 안에서 ‘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것이 의식의 수면 위로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데에 질문을 포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이다.
서론 최근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질문하는 학교’ 사업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학교현장에 학생 질문교육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본고에서는 교실수업현장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외의 학생 질문교육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고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먼저 질문교육의 해외사례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학생 질문의 가치와 그 중요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다음으로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질문이 있는 수업을 위한 교수·학습방법 해외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질문을 배우기’로 질문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례로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Right Question Institute)와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The 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의 사례를 소개한다. 또 다른 하나는 ‘질문으로 배우기’로 질문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례로 핀란드의 현상중심 교수·학습방법(Phenomenon-Based Teaching and Learning)과 미국의 호크니스 방법(Harkness method)을 소개한다. 학생 질문의 가치 학생이 생성한 질문은 여러 측면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먼저 학생이 질문하는 것은 학습에 대한 동기, 태도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학생이 가진 의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기 때문에 질문과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있어 소유의식과 책임감을 더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학생들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학습참여를 돕는다. 따라서 학생이 질문하는 것은 곧 학생의 지식 구성에 도움을 준다. 교사의 입장에서 달리 말하면 학생의 질문을 통해 학생의 이해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해력·탐구력·의사소통능력 등과 같은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삶과 관련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질문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명료화하는 것과 관련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발달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질문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질문을 활용하여 학습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질문을 배우기 학생 질문교육의 시작은 질문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질문 배우기’는 질문이 무엇인지, 질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질문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배우는 것을 포함한다. 본고에서는 질문 배우기의 사례로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Right Question Institute)와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The 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의 사례를 소개한다. ● 바른질문연구소 먼저 질문을 배우는 사례로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의 질문형성기법에 대해 살펴보겠다.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는 교육·소득·문해력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더 나은 질문을 하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더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략을 가르쳐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교육기관이다(Right Question Institute, 2023). 바른질문연구소에서는 질문교육을 위해 질문형성기법(Question Formulation Technique)을 개발하였는데 이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교사가 아닌 학생이 질문하며, 교사는 학생의 질문형성과정을 돕기만 한다는 점이다. 질문형성기법은 ‘질문초점, 질문 생성 규칙, 질문 분류 및 개선하기, 질문의 우선순위 정하기, 성찰’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질문초점단계에서 교사는 언어적 진술이나 시청각 자료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집중시켜 학생의 질문형성을 촉진한다. 이때 확산적 사고로부터 시작해서 수렴적 사고로 마무리하도록 연습한다. 다음으로 질문 생성 규칙단계에서는 네 가지 질문 생성 규칙에 맞춰 질문 생성을 연습한다. 네 가지 질문 생성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가능한 많은 질문을 한다. (2) 어떤 질문이라도 토의·판단·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3) 진술된 대로 정확하게 모든 질문을 적는다. (4) 진술을 질문으로 바꾼다. 다음으로 질문 분류 및 개선 단계에서는 생성한 질문에 대해 ‘예, 아니오 또는 한 단어’로 대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과 ‘예, 아니오 또는 한 단어’로 대답할 수 없으며 설명이 필요한 ‘개방형 질문’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의 장단점을 토의한다. 이어서 폐쇄형 질문을 개방형 질문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바꾸는 연습을 수행한다. 다음 단계는 질문 우선순위 정하기로 학생들이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함께 우선순위 질문을 정하도록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과제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등이 있다. 보통 3개의 우선순위 질문을 선정하며,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학생들은 그들이 만든 질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며 마지막 성찰단계에서 자신의 사고와 학습과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이러한 질문형성기법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학습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력 계발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본인이 생성한 질문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질문을 활용할 방법까지 고민하면서 학생들은 보다 자기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학습에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궁극적으로 바른질문연구소가 강조하는 바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질문하는 방법을 배운 학생은 민주적 숙의방식을 연마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민주주의 실현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 중학교문제연구소 다음으로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The 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의 질문교육 사례이다.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에서는 글을 읽을 때, 중요 정보나 사실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독해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 주목하여 질문생성 교수법을 제안하였다(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 2023). 이 방법은 크게 (1) 글 읽기, (2) 중요정보 파악하고 질문 만들기, (3) 질문에 답하며 글 안에서 근거 찾기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세부질문’과 ‘폭넓은 질문’을 생성하는데, 세부질문은 글에서 한 단어나 문장으로 대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등과 같은 질문형식을 가진다. 폭넓은 질문은 글 안팎의 정보들을 활용해서 답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이다. 또한 폭넓은 질문은 광범위한 핵심 아이디어에 관해 묻는 것으로 글의 다른 부분, 다른 글, 이미 배운 내용 등에 답이 있을 수 있다. 질문 생성 교수법은 수업 전, 중, 후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Stevens et al., 2020). 수업 전 교사는 질문교육활동에 활용할 적절한 글을 선정하는데 이때 학생들에게 익숙하거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며 읽기 수준에 부합하는 글을 선정하여 질문 생성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음으로 글의 내용과 흐름에 따라 글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나뉜 부분들에 대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한다. 수업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사고구술 방법을 활용하여 ‘세부질문’과 ‘폭넓은 질문’을 생성하는 방법을 시범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의 특정 정보를 활용하여 세부질문을 만드는 방법, 또는 글의 여러 위치를 활용하여 폭넓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시범을 보인다. 폭넓은 질문의 경우 학생들이 더 어렵게 느끼므로 여러 차례 시범을 보이는 것이 좋다. 수업 후에 교사는 학생들이 개인·짝·소집단 등 다양한 규모로 질문 생성활동을 연습하도록 장려한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길이의 글과 글·만화·영상 등의 다양한 양식을 활용할 수 있다. 교사는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진행하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질문을 생성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질문으로 배우기 다음으로 살펴볼 내용은 ‘질문으로 배우기’이다. 학생들이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면, 본격적으로 질문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방법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질문을 통해 학습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학생 질문 중심 탐구활동의 사례로 핀란드의 현상중심 교수·학습방법(Phenomenon-Based Teaching and Learning)과 미국의 호크니스 방법(Harkness method)을 소개한다. ● 현상중심 교수·학습 핀란드는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여 교육체계와 방법에 대해 많은 주목을 받는 국가이다. 2014년 핀란드는 전통적인 학교교육이 실제 문제와 연결되기보다는 이론적이고 단편적인 학습이 많이 포함된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국가핵심교육과정을 개정했는데, 이때 강조된 것이 현상중심 교수·학습(Phenomenon-Based Teaching and Learning)이다. 핀란드 교육과정에서는 학습을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자기 규제적인 역할을 갖고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독립적·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누적적인 지도과정으로 개념화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 환경이나 경험에 나타나는 관찰 및 탐구 가능한 ‘현상’을 중심으로 하는 다학제간 학습모듈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Kangas Rasi, 2021; Symeonidis Schwarz, 2016). 현상중심 교수학습은 학생들의 인식·경험·질문으로부터 시작하며, 지식이 실제 현상과 연결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현상중심 교수학습에서 탐구하는 정보와 지식은 단일사례나 문제보다 더 광범위하며 학생들의 생활과 경험,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Kangas Rasi, 2021). 구체적으로 핀란드 북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섹슈얼리티의 묘사’라는 다학제간 과목을 대상으로 현상 기반 학습이 이루어진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Kangas Rasi, 2021). 교사들은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기초하고, 학생들의 삶과 관련 있고, 충분히 개방적인 질문 생성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선정하였으며, 심리학·역사, 언어 및 문학, 보건교육 및 예술 등의 교과들을 연계하여 주당 2시간씩 5주 동안 진행되는 강의를 구성하였다. 이때 주요 주제 지식 학습 외에도 학생들의 다중문해력 향상을 주요 학습목표로 삼았다. 학생들은 섹슈얼리티라는 주제에서 자신이 관심있는 현상을 선택하고 주제에 관한 탐구질문을 생성했다. 학생들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출처와 다양한 양식의 정보자료들을 분석했고, 또한 다양한 양식(에세이·발표·비디오·블로그·동영상 등)으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현상중심 교수·학습의 특징은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학습과정 중에 협력적으로 지식을 구성하는 것이 장려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은 실제 현상과 연결되고,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도하는 학습의 촉진자 역할을 하게 된다. ● 호크니스 방법 다음으로 호크니스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호크니스 방법은 1930년대 미국 동부의 필립 엑스터 사립 고등학교에서 개발한 교수법으로 그 당시에 새롭고 혁신적인 교수방법을 제안할 경우 학교에 재정적인 후원을 하겠다고 나선 에드워드 호크니스(Edward Harkness)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호크니스 방법은 여전히 여러 명문 보딩스쿨이나 대학교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소규모의 학급에서 학생중심의 토론을 강조한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학생들은 명확한 규칙 아래 토론에 임하며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며 수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데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크니스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내용 지식 제공자에서 학생을 지원하는 관찰자와 학생의 성찰과 자기 개선을 위한 안내자로 변화한다(Bedford, 2020). 호크니스 방법은 질문을 활용한 교수·학습방법일뿐만 아니라 학생 질문 장려에도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학생들의 지적 위험 감수(intellectual risk-taking) 수준을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 위험 감수란 잠재적 오류나 판단과 관계없이 생각·질문·창의적 생각에 기여함으로써 학습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적 위험 감수 능력을 가진 학생들은 수업에 더욱 온전하게 참여하고, 학습을 즐기며, 보다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Soutter Clark, 2023). 지적 위험 감수 수준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오류나 실수를 허용하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호크니스 방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기, 정답에 도달하는 것보다 문제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학생 중심으로 생각하기가 있다. 또한 교사가 나서서 실수하는 방법을 시범 보이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생각하는 등 학생들이 교실을 안전하게 느끼게 만들기가 있다. 다음으로 유일한 정답이 없다는 점을 학생들이 체감하도록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의견 충돌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유익한 것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경쟁보다 협력을 우선시하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서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것을 장려하여 학생들끼리 서로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만약 이해되지 않고 어렵다고 느끼는 지점을 포착했다면 그 상황을 그냥 넘기지 말고 질문하는 것이 학습의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수업시간에 함께 공유하는 것은 학습하는 특권을 함께 누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학생은 평소 과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어떤 질문이라도 허용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며(예를 들어 왜 세포는 분열할까요?) 학생들과 소통하다 보니 과학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언급하였다. 마무리 이상 해외사례를 통해 질문이 있는 수업을 위한 교수·방법의 예시들을 살펴보았다. 본고의 내용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교실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학교와 교실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적절하게 적용한다면 충분히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지면의 한계로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의 질문 장려를 위해서는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 외에도 질문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문화가 조성되는데 본고의 내용이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질문이 있는 수업자료집을 만들면서 나는 학창시절 어떤 질문들을 받았고,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을 얼마나 하느냐를 돌이켜 보았다. 학창시절 나는 수업시간 선생님들께 질문을 많이 받아보진 못했고, 한 번씩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확인하거나,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을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형태의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수학시간에는 오늘 날짜와 같은 번호를 가진 친구들이 호명되어 칠판에 나가 문제를 풀곤 했다.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나 역시 그때의 선생님들처럼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묻거나 내가 알려준 것들을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지 늘 질문으로 확인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과연 한 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질문을 얼마나 할까? 평균 70회 정도의 질문을 하는데 모든 질문이 단순 배운 지식을 확인하는 형태의 질문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 이상 단순한 지식을 확인하는 형태의 질문을 넘어 학생들끼리의 질문을 통해 배우고 익히고 깨치는 과정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도달해야 하는 학습목표 또는 성취기준과 관련된 핵심질문으로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하고 수업단계별, 즉 도입·전개·정리단계에서 학생들 수준에 맞는 질문을 통해 교사가 학생에게, 학생이 교사에게, 더 나아가 학생들끼리 서로 질문하는 문화를 수업에서 실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없고 질문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연수나 실습을 해 본 경험이 없는 교사들에게 좋은 질문으로 학생들끼리의 배움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여기저기 질문과 관련된 책을 보고 연수를 찾아 듣기도 하였지만, 막상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한 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생각해야 하는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의도와는 달리 질문의 반응이 긍정적일 때도 부정적일 때도 있었다. 또 교사의 기대를 넘어 좋은 질문을 만들 때도 있었다. 질문이 있는 수업을 적용하면서 ● 학습목표를 핵심질문으로 바꾸기 질문이 있는 수업의 첫 단추는 학습목표를 핵심질문으로 바꾸어 제시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오늘 배운 내용을 바로 제시하지 않고 질문의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목표를 핵심질문으로 바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아 학습목표를 단순 질문으로 바꾼 후 핵심질문으로 바꾸어 보았다. 학생들에게 학습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핵심질문으로 제시하여 오늘 학습에 대한 안내를 했는데, 이미 선행학습을 해온 학생들이 답을 미리 말하여서 수업 흐름을 끊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업방법에 대한 안내를 했다. 그러자 ‘다 알고 있는 걸 왜 물어볼까?’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고, ‘그냥 핵심만 말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개념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를 많이 풀어주기를 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교 수업은 더 이상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꺼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미 학습을 다 해온 학생들에게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 도입질문으로 흥미 유발하기 질문이 있는 수업은 핵심질문뿐 아니라 수업 전개 흐름에 맞는 단계별, 개인 수준 맞춤형 질문을 하도록 설계하였다. 예를 들면 도입질문은 다음과 같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 전개질문으로 학생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질문하기 이어 전개질문은 핵심질문에 도달하기 위해 하는 질문으로 다음의 예시와 같이 학생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도입질문은 평소에도 교사들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많이 하고 있으나, 전개질문은 단순 사실 확인 위주의 닫힌 질문들로 수업을 해오고 있어서 질문을 만들기가 어렵고 특히나 단계별로 수준에 맞는 질문을 구상하기가 힘들었다. 학생들은 평소 선생님들이 수업 도입 시에는 뭔가 궁금하고 굉장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도입만 흥미 있지 갈수록 수업이 지루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질문하는 수업을 하면 오히려 선생님께서 단순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야 하는 질문을 계속하는 바람에 긴장하고 집중하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 정리질문으로 수업 전반적 내용 점검하기 정리질문은 수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점검하는 형태였는데 소인수가 뭔지는 모르는데 소인수분해는 완벽하게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질문의 방법과 형태를 조금 바꾸어 보았다. 본인이 수업 후 궁금한 점을 직접 적어보고, 검색을 통해 알아보거나 실생활과 관련하여 질문을 하여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고자 하였다. 모둠별로 ‘보석맵’을 활용하여 자신이 궁금한 것을 적고 모둠이 협업하여 뤼튼 등을 활용하여 직접 검색을 통해 답을 찾아 나가도록 하였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소인수분해를 왜 하는지,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신기해하였고 참여도도 높았다. 또한 서·논술평가가 강조되고 있어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도록 평가의 방법에도 변화를 주었다. 질문이 있는 수업의 과제 질문이 있는 수업은 학생들의 사고를 촉진시키고 참여를 이끌어 학생들 스스로 배움을 익히고 깨우칠 수 있는 좋은 수업방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좋은 질문을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끼리 할 수 있는 모둠활동·프로젝트활동, 멘토·멘티활동 등을 한다면 더더욱 좋은 수업이 될 것이다. 학생이 배운 내용을 잘 이해했을 경우는 이해한 내용을 토대로 심화된 내용을 질문하고,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는 모르는 내용을 질문할 수 있는 교실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를 통해 학생들의 배움은 살아날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 학생들에게 단순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에서 질문을 통해 꺼내는 교육을 실현하는데 질문이 있는 수업은 꼭 필요하다. 아울러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생성형 AI를 경험하며 미래를 대비하기에 좋은 수업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매시간 매 단원을 질문 활용 수업으로 하기에는 수업연구를 위한 교사의 엄청난 노력과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한다. 또한 나날이 늘어나는 각종 업무와 학생들의 생활지도 등으로 교사들의 수업 준비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이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단순 지식 확인 여부를 확인하는 닫힌 질문만 해오던 교사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구상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정해진 진도를 고려하면 질문하는 수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답하는 학생이 소수라는 점, 굳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수업하는데 지장이 없어 질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교사가 많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질문하는 수업에 어려움은 존재한다. 선행학습을 해 온 학생들에게는 너무 잘 아는 내용을 질문해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몰라서 문제다. ‘너무 나선다’ 혹은 ‘저 아이는 저것도 몰라’, ‘잘난 척하는 거 아니냐’ 등의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질문을 하거나 답을 했을 때 교사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등 요인이 다양하다. 이러한 과제들 외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과 집중력 부족이다. 중요한 전달사항이나 지시사항을 집중력 있게 듣지 않아 같은 질문을 무의미하게 반복하게 하거나,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고 다양한 사고를 유발하기도 힘들었다. 최근 서·논술평가 확대와 다양한 평가방법 개선 등은 질문이 있는 수업을 위한 좋은 기반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확장하도록 좋은 질문을 만들고 이를 수업과 평가에 적용하도록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기획과 관점 기획은 관점이다. 관점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 고민은 분석을 위한 프레임을 만들어준다. 관점과 프레임이 없으면 수많은 자료를 하나로 통일성 있게 꿰지 못하고 조각내서 나열해 놓은 자료에 불과하다. 기획은 자기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 일상의 변화를 지나치기보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변화의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변화에는 항상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획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은 ‘왜(why)’이다. 기획은 현상을 이해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다. 현상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자료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나 현상 속에 담겨 있는 본질에 대한 이해와 함께 ‘내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관점이나 시각이 더욱 중요하다. 기획은 퍼즐처럼 전체적인 그림에 맞게 여러 자료를 짜맞추는 것이다. 자료의 짝 맞추기, 퍼즐 맞추기의 핵심은 큰 그림, 틀(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기획에는 논리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친 기획안이라야 독자를 쉽게 설득할 수 있고, 창의적 아이디어도 포함시켜야 차별화된 기획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기획을 할 때 수많은 자료를 수집·분석하는데 이때 프레임과 맥락이 매우 중요하다. 정보를 곧이곧대로 분석하면 숨어 있는 행간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자료에 담긴 실제 의미를 파악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작성된 자료를 제대로 파악하여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지 않으면 잘못된 분석을 하게 되고, 올바르지 못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기획의 재료가 되는 좋은 아이디어는 3B에서 나온다. 3B란 목욕(bath)·침대(bed)·버스(bus)로 기발한 아이디어는 목욕탕에서 샤워하거나, 잠들기 전 잠자리에서, 버스를 타고 무념무상으로 창밖을 보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르게 됨을 경험한 바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무심코 나오므로 일상을 모르면 좋은 기획은 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아이디어나 기획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고,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시선이 어떤가에 달려 있다. 일상을 관찰하는 자기만의 시각이 필요하다. [PART VIEW] TIP① _ 기획의 자료 - 풍성할수록 좋다: 음식재료가 풍성하면 좋은 음식을 만들기 쉽다. - 적합할수록 의미가 있다: 음식에 맞는 재료가 적당해야 한다. 카레요리에 짜장재료는 안 어울린다. - 출처가 분명해야 한다: 음식을 만들 때 믿을 만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가짜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 싱싱할수록 좋다: 음식재료는 제조일이 최근 것일수록 좋다. - 색다른 것이면 더욱 좋다: 재료가 새로우면 더욱 맛이 있다. 출처: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기획과 문제해결 기획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다. 기획을 통해서 계획이 나온다. 기획 이전에는 단순히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다. 기획은 생각하는 일이다. 기획자는 다양한 자료를 찾고 분석하면서 정보를 얻는다. 파편적인 정보가 연결되어 지식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의 얼개(뼈대)를 만든다. 깊은 생각은 정보의 양,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 생각한 시간에 비례해서 나온다. 다양한 관점으로 정보를 비교하고 분석해야 보다 나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기획자는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것까지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배경과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와 가설까지 준비해야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도 해결방안을 찾지 않고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문제만 지적하는 사람, 불평만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요인과 배경을 정리하고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기획은 시작된다. 러셀 아코프는 ‘기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정확한 문제에 대해 잘못된 해답을 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된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문제를 발견하고 인지하는 단계는 기획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 인식은 기획의 첫 단계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면 기획의 질도 높아진다. 기획의 성공 여부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였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자가 문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설명하고, 문제가 발생한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고, 핵심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단계가 기획의 문제 인식 단계가 된다. 문제 인식을 토대로 문제를 잘게 쪼갠 다음,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대략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 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정리하는 단계가 기획의 문제분석과 해결방안 제시 단계이다. 마지막 실행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추진방안과 문제해결 추진계획을 세우고 정리한다. 문제해결의 3단계는 첫째, 문제가 어디서(where) 발생했는지 생각한다. 문제가 발생한 범위를 좁혀야 그곳에 역량을 집중해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를 막연하게 정의하면 문제 있는 곳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모든 것이 문제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둘째, 문제가 발생한 원인(why)에 대해서 생각한다. 문제가 발생한 범위를 좁혔다면 이제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왜(why)’를 다섯 번 반복하면서 깊게 파고들면 원인이 드러난다. 경험에 기초하여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단정 짓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왜’를 반복하면서 진짜 원인을 찾는다. 셋째, 어떻게(how) 대처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찾는다. 여러 가지 해결책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빨리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선별한다. ‘어디서’,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해결책부터 찾으면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 문제를 정의하지 않은 채로 해결책부터 생각하면 돈·시간·인력뿐만 아니라 노력과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심리학자 길포드는 기획하는 과정을 ‘인지, 기억, 발산적 사고, 수렴적 사고, 평가’의 다섯 가지 과정으로 구분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메모하고 관련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떠올린다. 이 과정이 발산적 사고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내서 구체화하는 것이 수렴적 사고이다. 길포드는 아이디어 개발과정을 발산과 수렴으로 나누고 따로 실행하라고 하였다. 제임스 웹 영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자료수집, 소화, 망각, 발상, 적용’의 다섯 가지 단계로 구분하였다. 자료수집 단계에서는 아이디어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수집한다. 자기 생각은 물론 책·인터넷에서 본 것이나 들은 것, 쓸 만한 모든 것을 수집한다. 소화 단계에서는 수집한 자료를 검토하고 관련 있는 정보끼리 분류한다. 그런 다음 기획 내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한다. 망각 단계는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면서 머릿속에 저장한 내용을 비우는 것이다. 망각 단계의 목표는 이전 단계에서 얻은 정보를 무의식으로 보내는 것이다. 기획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다른 일에 몰두하면 된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쉬어도 상관없다. 발상 단계에서는 망각의 시간을 거친 뒤에 예기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아이디어 적용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다듬고 구체화해서 정말 실행할 가치가 있는가, 실현 가능한가 등을 판단하여 기획에 적용한다. TIP② _ 기획의 얼개(뼈대) 유형 기획의 얼개(뼈대)는 글을 쓸 때 길을 잃지 않게 해주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분량을 안배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기획의 골격(얼개)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며, 앞에 나온 이야기가 뒤에 또 나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 좋은 얼개의 구상은 기획안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해 준다. • 유형① - 기: 일반론 서술 - 승: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밝히고 배경 설명 - 전: 이유, 근거, 사례 서술 - 결: 주장의 긍정적 효과, 미래상 제시 • 유형② - 서론: 주장 내용과 배경 설명, 문제 제기 - 본론: 예시, 인용, 수치, 기대효과 총동원, 메시지 전달 - 결론: 요점 정리, 본론 재강조 • 유형③ 1) 주장→ 근거(이유)→ 예시→ 재강조 2) 현상 언급→ 원인 규명→ 해결책 제시 3) 다른 사람 주장 소개→ 문제점 논박→ 대안 제시 4) 관심 끌기→ 주제 제시→ 구체적 진술→ 마무리 5) 본인 주장 제기(정)→ 반대 입장 의견 피력(반)→ 종합적 결론과 해법 제시(합) 6) 현황→ 미래 제시→ 과제→ 해법 출처: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서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한 정책안을 분석해 본다. 지난 호에서는 2024년 교육부의 주요 정책 중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2023)의 정책 추진 여건 진단 및 추진방향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는데, 이번 호에서는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검토해 보고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시사 받을 수 있는 핵심개념 및 내용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소개하는 기획안에서 고딕으로 표기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기획안 작성 시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1. AI 기술 및 데이터 과학을 활용한 디지털교과서 개발 ■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개발 방향: AI 기술을 활용하여 해당 교과의 효과적인 학습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과목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되 핵심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AI 기술은 지정 •도입 과목: 수학, 영어, 정보+α ※ ‘수학: AI 튜터링으로 맞춤학습 지원/ 영어: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듣기·말하기 중심 교육 실현/ 정보: 교육과정 내에서 코딩 체험·실습 제공’ 등의 방향 검토 •적용 학년: (2025) 초 3·4, 중 1, 고 공통·일반선택 과목→ (2026) 초 5·6, 중 2→ (2027) 중3 ※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년간 AI 디지털교과서와 서책형교과서를 병행하되, 운영 성과 및 현장 의견 등을 고려하여 2028년 이후 전면 전환도 검토 •데이터 표준 마련: 공유 대상 학습데이터의 범위와 항목, 기록 방식 등을 구체화한 ‘학습데이터 표준화 가이드라인’ 수립·안내 ■ AI 디지털교과서 개발과정에 현장 의견 반영 •테스트 요원 활용: 디지털 선도학교 소속 교사, 에듀테크 소프트랩의 전문 테스트 요원(교원), 선도교사단, 학생 서포터즈 등을 활용해 AI 디지털교과서에 피드백 제공 •오픈 플랫폼 운영: AI 디지털교과서 개발과정에서 교사·학생 등의 다양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도록 오픈 테스트 플랫폼 운영 검토 2. 역량을 갖춘 교원양성을 위한 집중 연수 ■ T.O.U.C.H 교사단 선발 및 연수 •개념: 교육 디지털 대전환과 학교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적 지도를 통해 수업을 혁신하는 교사 그룹 ※ T.O.U.C.H(터치, Teachers who Upgrade Class with High-tech) 교사단 •선발방안: △선도학교 소속 여부 △학교급·지역 △디지털교과서 적용 과목 등을 고려하여 시·도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선발하되, 전문적학습공동체·AIEDAP 마스터교원·지식샘터 활동 교원 등 우선 선발 •연수방식: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여 공공-민간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연수로 운영하며, 방학 중 약 2주간 부트 캠프(Boot Camp) 형식으로 추진 ■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교과 교원연수 •추진방식: 시·도교육청별로 연수계획 마련, 교육부 지원 •연수설계: 시·도별 T.O.U.C.H 교사단을 연수 강사로 적극 활용하고, 민간기업의 연수과정과도 연계하며 온·오프라인 방식 활용
영화 덩케르크 _ Where the hell were you?(당신은 대체 어디 있었나?) #1940년, 덩케르크 철수 작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5월, 독일군은 파죽지세였다. 프랑스·벨기에 국경지대에서 연합군의 방어선은 처참하게 깨졌고, 독일군은 그대로 영국해협을 향해 돌진했다. 퇴로가 막힌 수십만의 연합군은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독 안의 쥐처럼 갇혔다. 몰살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영국 육군 원수 고트 경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일단 병사들을 살려야 했다. 덩케르크에 고립되어 있던 연합군의 대부분은 영국군이었고, 이들은 당시 영국 지상군의 실질 주력이었다. 이들이 몰살당하면 영국군은 재기불능이 될 터였다. 독일 공군의 비행기가 끊임없이 폭격을 퍼붓는 가운데, 마침내 연합군의 철수작전이 시작되었다. 하늘에서는 연합군의 비행기가 독일 공군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동안, 4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지상에서는 목숨을 건 대규모 탈출이 감행되었다. #33만 8천 226명. 이 작전으로 당시 유럽에 파견되었던 영국군 22만 6,000명과 프랑스·벨기에 연합군 11만 2,000명은 믿기 어려운 최소한의 희생만 치르고 영국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연합군은 이후 전력을 재정비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다.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철수 작전은 영국 역사에서 두고두고 ‘덩케르크 정신’으로 되새겨지고, 훗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영화 덩케르크로 되살아난다. #죽지 않고 귀국한 공군 장교에게 일개 병사가 던진 조롱 9일 동안의 철수 작전을 통해 영국에 도착한 군인들은 열렬한 귀국 환영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승리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 기적과도 같은 철수로 30만 명이나 되는 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무사히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영국 국민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영화 덩케르크에서는 이 역사적인 장면을 다음과 같이 그린다. 영국으로 귀국하던 군인들의 행렬 안에서 한 육군병사가 장교 콜린스(배우 잭 로던)의 공군 군복을 본다. 그 병사는 대놓고 콜린스에게 비아냥댄다. Where the hell were you?(당신은 대체 어디 있었나?) 우리 육군이 죽을 똥을 싸며 고생하고 있을 때, 너희 공군이 한 건 대체 뭐가 있느냐고 이죽거린 것이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귀국했다고는 하지만 콜린스는 엄연히 장교였다. 소속은 다르다지만, 장교의 면전에서 일개 병사가 조롱한 것이다. 빼도 박도 못하는 하극상. 일개 병사의 눈에 비친 공군은, 모두가 죽기 살기로 싸우던 지옥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조롱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교사의 ‘위대한 일상’은 보이지 않는다. #덩케르크의 하늘엔 공군이 있었다. 눈앞의 총탄과 독일군의 폭격이 공포스럽기만 한 덩케르크 해안에서는 먼 하늘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가 보일 리 없다. 만약 독일 폭격기가 영국 공군기를 격추시키고 해안으로 달려와 폭탄을 떨어뜨리면 육군은 몰살당하고 차가운 바다는 잠수함의 무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영국 공군이 하늘을 지키는 동안은 사방이 평화로울 수 있다. 그걸 모르는 병사가 콜린스에게 욕을 한다. 심지어 콜린스는 연료가 바닥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독일 폭격기를 막아내다 바다에 불시착했고, 불시착한 비행기가 폭발하기 전 탈출해 천우신조(天佑神助)로 목숨만 건져 돌아온 영웅인데 말이다. 우리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을 때, 너희 공군은 ‘그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때 덩케르크에서 자신의 선박 문스톤(Moonstone)호를 몰고 군인들을 구조했던 도슨 씨(마크 라이런스)가 콜린스의 어깨를 다독인다. “괜찮아. 내가 알고 있네.” 도슨 씨의 말처럼 대부분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덩케르크의 하늘엔 공군이 있었다. #뭐든 학교교육이 문제라고 한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무슨 일만 터지면 학교교육이 문제라고 한다. 뭐든지 학교에서 안 가르쳐서 그렇단다. 그러니 일만 터지면 ‘교육 분야’만 빼고 다른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께서 나서서, 유독 자기 전공이 아닌 ‘교육’문제를 놓고, 행여 자기만 빠질세라 숟가락을 얹어가며 침을 튀긴다. 이것도 가르치고 저것도 가르치라며 온갖 것을 끼워 넣으라고 내려 보내니, 현장의 교육과정은 온통 누더기로 변한다. 학교현장에 문제라도 생기면 ‘선생님들은 뭐 하고 있었느냐’고 인터넷 댓글창은 쑥대밭이 된다. 막상 진짜 원인으로 작동하는 가정이나 사회 그리고 유관기관은 팔짱끼고 느긋할 때가 많은데 말이다. 그러면서 정작 정책을 만들거나 전문가 의견이 필요한 자리에는, 설령 그것이 초·중·고 현장과 관련한 문제일지라도 교수나 사교육 종사자를 부른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현장 선생님들을 불러 의견을 묻는 경우는 그다지 본 적이 없다. #교사의 위대한 일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늘도 아침을 거른 채 헐레벌떡 출근해 학급 조회부터 들어갔다. 출결부터 확인하고 교실에서 나오자마자 등교하지 않은 아이들 부모님에게 전화 거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도 부모님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1교시 수업이 있으니 하는 수 없이 신호음만 울리는 전화는 끊고 수업부터 들어갔다. 연속으로 두 시간 수업을 하고 나오니, 한 아이가 울면서 교무실에 와있다. 성적 문제인가 싶어 달래가며 물어보니 부모님이 자꾸 원하지도 않는 간호대에 가라고 이공계 진학을 강요한다는 거다. 자신은 수학도 싫고, 과학도 싫고, 간호대는 죽어도 가기 싫단다. 그러고 보니 1차 과목 선택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방과후에 다시 상담하자며 일단 수업에 들어가라고 달랬다. 기억하기로 이 학생은 진로검사에서도 인문계열, 그것도 어문계열이 나왔던 걸로 안다. 부모님 상담까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을 쉬며 연 컴퓨터 업무시스템에서는 굴비 두름처럼 공문이 주르륵 쏟아진다. 어째 공문이라고 하는 것들은 해마다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는 않고 보태지고 늘어나기만 하나, 머리가 어지럽다. 오른쪽 창에 띄워놓은 쿨메신저에서는 붉은색 숫자가 열 몇 개를 표시하고 있다. 그 잠깐 사이에 읽어야 할 업무관련 메시지가 최소 열 개는 넘게 들어와 있다는 말이다. 첫 번째 메시지는 중간고사 시험 문제지를 언제까지, 어떻게 제출하라는 안내다. 3월 시작하자마자 계속된 학기 초 학생상담으로 매일 야근까지 하면서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늘어져 퇴근하던 게 며칠 전 겨우 끝났다. 그런데 중간고사 시험문제 출제가 코앞으로 닥친 거다. 스승의 날, 오히려 나는 도슨 씨가 그립다. 이렇게 하루하루 분초를 다투며 살아도, 입에서는 단내가 나게 뛰어도, 나는 일개 평범한 교사다. 특별히 주변 동료교사들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도 아니고, 더 뛰어난 능력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교사로서 주어진 일상을 겨우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로 눈에 띄지 않고 근무하다가, 은퇴하면 모두의 기억에서 조용히 사라져 갈 것이다. 이런 내게 ‘스승의 날’을 맞아 지금의 우리가 본받을 만한 위대한 스승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잠시 눈을 감았다. 인류의 스승이라 할 만한,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많은 이들이 스쳐 갔다.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사표(師表)로 떠오르는 분들은 많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발붙이고 있는 학교현장, 바로 내 옆에 있는, 나와 같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동료교사들보다 그들이 더 위대한지 확신할 수가 없다. ‘위대한’, ‘존경받을 만한’, ‘영웅’이라는 말은 언제나 ‘일상’을 기반으로 한다. 그 일상을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는 자가 곧 영웅이다. 덩케르크 해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공군의 활약으로 역사적인 철수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듯, 위대한 대한민국의 기반은 평범한 선생님들이 일구어 지탱하는 학교현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현장이 무너지는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그나마 우리 사회의 건강함은 공교육에서 나오고, 공교육은 교사들의 헌신을 먹고 버틴다. 아침부터 늦잠 자서 학교에 오지 않는 학급 아이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옆자리 동료보다 더 위대한 스승을 찾는다는 건 어쩐지 부질없다. 그러니 스승의 날을 맞아 본받을 만한 위대한 스승이 그리운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도슨 씨가 그립다. 한 명의 도슨 씨가 아닌, 여러 명의 도슨 씨, 아니 수많은 도슨 씨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깨를 다독이며 우리 선생님들에게 이 말을 해주는 도슨 씨가 그립다. 괜찮아. 내가 알고 있네.
22대 총선이 끝났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여당의 국정과제 추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정과제 추진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보통합 정책은 어떨까? 작년 12월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 이후, 논란 많은 유보통합 정책은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언론에서 고요히 침잠해 왔다. 교육정책이 실종되어 유감이었던 지난 총선 이슈에서 유보통합 정책은 거론되지 않았으며, 돌봄청·교사정치기본권 등 법안 신설이 여야 총선 공약 등에 가려졌다. 이후 정책의 우선순위는 인구소멸과 저출생·고령화 정책으로 변화되었고, ‘교육개혁’ 유보통합 정책은 ‘저출생 난제 해결’ 정책으로, 지자체는 이제 돌봄과 고령화 대책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모든 영유아가 차별 없이 질 높은 보육·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정과제로 유보통합을 추진해 왔다. 유보통합 정책은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고 유아교육과 보육의 제도 정비를 통해 미래 유아교육과 돌봄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정책이다. 정책의 목표와 가치는 미래 영유아교육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추진현황에 대해서 필자는 유감이다. 이에 성공적인 유보통합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유보통합 추진현황 지난 12월 8일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2023.12.26 공포된 법률 제19840호)의 본회의 통과로 2025년도로 예상되었던 관리체계 일원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법률안은 강제성도 없는 부대의견 충족을 조건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3개월 이내 국회에 보고되어야 할 부대의견 4가지는 유보통합의 안정적 실현을 위한 국가재정투자계획, 지방자치단체 영유아보육 사무(조직·정원 포함), 예산의 이관 방안, 통합기관의 교원 자격기준·양성계획·처우개선 및 시설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통합모델 시안,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무상지원 확대 등 학부모 부담 경감 방안이다. 이상의 4가지 부대의견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총선을 앞둔 3월 27일, 표지를 제외하면 다섯 쪽의 간략한 형태로, 국회에 보고되었다. 당위적 주장이 담긴 요약 보고자료에서 어느 누구도 유보통합의 구체방안을 해독해 낼 수 없었다. 통합모델 등을 담은 시안은 애초 2023년 12월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총선이 지난 지금까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조직과 법령 개정은 어떤가? 정부 중앙조직은 2024년 7월 복지부의 인력이 교육부로 이동하고 국고예산이 이관될 예정이고, 「지방교육자치법」과 「지방교육교부금법」 등은 2024년 하반기 개정추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방 추진단을 중심으로 이관 대상 업무 등을 협의하고, 사무이관 범위(안)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일선에 배포해야 한다. 올해 안에 지방조직에 관한 법률들이 통과되어도 시행까지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은 어떠한가? 악화된 지방교육재정 여건, 지자체 예산 5조원(국고 대응 3.1조원 및 자체 지원 1.9조원)이관 대책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은 지자체의 보육사무에 관련된 재원을 모두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지자체는 대체적으로 자체사업은 물론 국고투자사업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유보통합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첫째, 우선 무엇보다도 유보통합에 대한 중앙정부의 방향과 유보통합 설계도가 제시되어야 하고, 이를 현장과 소통하여 합의점에 도달하는 정책숙의과정이 필요하다. 유보통합은 모든 영유아의 차별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에 목표를 두고, 모든 정책 영역을 물리적으로 완전 통합하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의 완전 통합을 이룬 스웨덴도 재정통합을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 관할부처를 통합한 상태에서 영유아 지원을 중심으로 격차를 맞추며,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단 교육부-교육청 산하의 큰 우산 하에 유치원·어린이집·지원기관들이 함께 상생하며, 「지방교육자치법」 등이 개정되고 시행될 때까지 현행을 유지하며 천천히 변화를 추진해나가야 한다. 유보통합에 관한 합당한 법령과 방향을 제대로 세워놓을 수 있다면, 실행에서 10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들은 함께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자체-교육청 공동협력체계 마련으로 유보통합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감과 지자체장의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중앙 단위의 「정부조직법」은 통과되었지만, 「지방교육자치법」 등의 실질적 실행은 최소 2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존의 보육사업들은 현행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현장의 혼란과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보육 사무를 교육청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협력방식으로 유아교육과 보육을 지원한다는 마인드로 정책 기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경우, 지자체 국고대응 투자사업과 자체사업 등이 교육청으로 완전 이관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합이라는 명분아래 무작정 교육청으로 옮겨놓으면 어떻게 될까? 교육청은 감당이 어려울 것이고, 지자체는 손을 놓을 것이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그동안 보육정보센터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온 자생력과 강점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자체와 교육청의 공동협력 구조로, 지자체와 교육청 협력방식의 유보모델을 교육청-지자체 수준에서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자체-교육청 공동협력사업으로 지자체 소속, 교육청 어린이집 지원 기능 위탁 등 협력적 체제 마련은 충분히 가능하다. 셋째, 교육청-지자체의 조직·재정·인력 문제해결에 대한 중앙정부의 현실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령 개정과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되어야, 지자체와 교육청은 실질적으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 지자체 이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재정부담기관과 사업계획·실행 주체 간 불일치로 인해, 지속적인 재정부담 주체에 대한 논쟁이 발생하여 사업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일정 기준을 마련해주고, 이를 조정해 지방교육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교육청-지자체 협력·연계를 장려하는 것만으로는 교육청-지자체의 실질적 성과 도출은 불가능하다. 이에 우선 중앙 단위에서 행안부-교육부 간 협의를 통해 이관사무에 대한 세부범위와 기준 마련, 유보통합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보방안 마련(국비 재원 확보(교육비 특별회계 신설 등), 지방비 교육청 부담 전제 교부금 (내국세 교부율 인상), 국·공립어린이집 공유재산 이관 기준 마련, 국고대응사업의 국가사업 전환, 국고대응 및 자체사업에 대한 공통기준 마련 등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 넷째, 시안 없는 유보통합과 직접적 관련성이 부족한 모델학교 등의 정책들은 지양하고, 유보통합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교육발전특구를 중심으로 한 모델학교가 유보통합으로 논의되며, 현장에 혼란을 주는 양상이다. 유보통합은 애초 단기간 성과가 나와서 주목받을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유보통합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제도를 정비해서 영유아 최선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체제 기반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단기성과에 집착하여 유보통합의 가치와 비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생략된 상태로 체제 통합과 직접적 관계없는 모델학교 등을 추진하게 될 때, 결국 재원만 투자하고 기관별 격차를 벌리는 정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유보통합 정책의 가치와 비전 제시는 영유아 중심으로 다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유보통합의 가치와 비전은 영유아를 어떻게 이롭게 하는지가 정부의 정책계획과 방향 속에 드러나야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영유아를 바라보면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천천히 호흡하는 정책결정과정을 대한민국에서는 과연 실현할 수 없는 것일까? 정부의 국정과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게 교육과 돌봄의 국가책임을 강화한다’는 문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김할 때이다. 유보통합에 대한 정부의 정책계획에 정치논리가 아닌 영유아의 삶·발달·학습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사랑이 듬뿍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IB 고등학교 과정, 디플로마 프로그램(DP)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의 운영기간은 총 2년이다. 2년간 6개의 교과와 핵심영역1을 IBO에서 제공하는 지침에 의거하여 일정 수준 이상 성취한 경우 전체 디플로마(full diploma)를 취득할 수 있다. DP 운영과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관련지어 논하자면 ‘평가 전문성’으로 주제가 좁혀진다. IB에서는 교과별 지침만 제공할 뿐 교과용도서를 명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설계하여 운영하는 제반 과정에는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므로 기존의 교실-수업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교사들에게 알려진 많은 교수 기법이 그대로 적용될 여지가 높다. 다시 말하면 IB 수업에서 관찰할 수 있는 교수-학습기법이 특이하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술형·논술형·구술형 평가가 주축을 이루는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평가과정에서는 현재 고등학교 수업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과는 상이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지속적인 피드백 제공 DP 이수를 위해서는 교과별로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를 치러야 한다. 내부평가는 주제나 소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선택이 중요하게 반영되며, 동시성을 확보하여 시행하기 어려운 유형인 구술형·논술형 평가가 주축이 된다. 내부평가의 특성상 학생 개개인의 개별화된 답안이 산출될 수밖에 없으며, 학생-교사 간 상호작용이 없으면 보고서 형태의 논술형 평가를 준비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DP 교과 내부평가는 준비 및 시행과정이 긴 호흡으로 이뤄진다. 언어 습득군(그룹 2)에 속하는 영어 B 교과(HL)의 내부평가는 구술형으로 진행된다. 수업 중 학습한 문학이나 비문학 발췌문(300단어) 중 1개를 즉석에서 선택한 후 작품의 사건·인물·상징·메시지 등을 해당 언어로 3분간 발표한다. 발표 전 교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준비시간이 20분 주어지며, 간단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표내용을 메모할 수 있다. 발표 이후에는 4~6분간 심화토론, 이어서 5~6분간 일반적인 주제와 관련지어 토론을 마치면 영어 B의 구술형 내부평가는 종료된다. 실제 내부평가의 유형으로 출제한 모의평가를 수차례 시행하고 연습하며, 내부평가 채점기준에 의거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과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대비하기 어려운 유형이다. 외부평가는 동시성을 확보하여 시행할 수 있는 유형으로 서술형·논술형이 대부분이며, 교과 특성상 단답형 및 선다형 유형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지도 중인 지식이론(TOK, Theory of Knoweldge) 교과에서는 외부평가로 1,600단어 분량의 지식이론 에세이를 작성하여야 한다. 에세이 제출 기한 6개월 전 IBO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6가지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작성하며, 수업 중 10시간 정도를 에세이 작성에 할애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에세이 채점에 반영되는 평가기준에 의거하여 학생들이 작성한 글을 끊임없이 다듬을 수 있도록 피드백을 제공하여야 하며, 공식적으로 3번의 교사-학생 상호작용을 기록하여 IBO 제출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IB 교과를 이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찰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교사와의 피드백 교환은 필수로 이뤄진다. 비교과 영역인 CAS 활동에서도 7가지 학습성과를 도출하는 과정 중 학습자의 성찰록 작성은 필수이며, 성찰록을 기반으로 CAS 지도교사와 주고받은 피드백이 CAS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야 한다. 진정한 과정형 평가가 시행되는 교수·학습환경에서 효과적인 피드백 제공을 위한 교사의 노력은 평가 전문성 신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 영어 B 교과를 다시 한번 예로 들어본다. 영어 B 교과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학생들이 학습하는 ‘외국어’에 해당하므로 교수 목적의 첫 번째를 ‘언어 기능의 발달’에 두고 있다. 따라서 정답이 정해진 유형의 청해 및 독해 평가점수가 전체 점수의 50%를 차지한다. 나머지 50%는 쓰기와 말하기에 각각 25%씩 할당되며, 특히 말하기 시험의 경우에는 수업 중 학습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동시성 확보가 어려운 유형이므로 내부평가의 형식으로 결과를 산출한다. 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동일한 비중으로 최종 성적에 반영되는 평가계획에 의거하여 수업을 설계한다면 어떤 수업이 구상될까? 고등학교 교사들이 다양한 교수전략을 자신의 수업에서 구현하기 위하여 고민·노력, 심지어 실행하더라도 결국 수능유형의 문제풀이 방식 수업에 대한 학습자 요구를 이겨내기 어렵다. 그러나 DP의 교과에서처럼 최종 도달하여야 할 지점에서 수행되는 평가의 종류가 서술형·논술형·구술형인 경우에는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평가 전문성 서·논·구술형 평가가 진정성 있게 시행되는 교수·학습환경을 가정한다. 이어질 자연스러운 큰 고민은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 확보일 것이다. 정량적인 평가지표가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교육수요자의 ‘불만 없는’ 채점결과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필자의 학교에서는 2023년 11월 DP 첫 외부평가를 시행하고, IB DP 1기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IB 학생 중 전체 디플로마 이수율 94.12%로 전 세계 DP 이수율인 80.01.%(2023년 5월 평가기준)를 14%포인트 이상 넘어선 결과였다. 이수생 모두 교과별 서·논·구술형의 유형으로 진행된 내부 및 외부평가에 응시하였으며, 최종 결과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큰 무리는 없었다. 내부평가의 출제 및 채점은 수업 교사에 의해 이뤄지고, 외부평가는 IBO의 전문 채점가에 의해 이뤄진다. 학교에서 제출한 내부평가 결과와 교과별 무작위로 추출되는 내부평가 샘플 또한 IBO 채점가의 채점을 거쳐 필요한 경우 점수가 조정(moderation)되어 학생들에게 최종 점수가 부여된다. 최종 점수에 대해서는 기한 내 재채점을 요청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되기도 한다. 수업 중 누적되어 온 피드백은 교과별 평가기준에 의거하여 제시되어 왔으며, 학생들은 평가요소에서 자신의 어떤 부분에서 강점과 약점이 확인되는지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학생들이 부여받은 최종 점수는 개개인에게 갑작스럽게 통보된 결과이기보다는 어느 정도는 학생 스스로가 알고 있던 자신의 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이러한 평가체제이므로 처음 우리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던 예상 점수(PG, Predicted Grade) 산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IBO 채점관 사이에서도 특정 결과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형성되고, 토론을 통해 점수를 표준화(standardization)하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평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 한다면 우리 학교현장에서는 아직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피드백을 제공하고 평가결과를 토론하여 표준화할 수 있는 협업을 수행할 절대적인 시간 확보, 개별화된 지도가 가능할 수 있는 적절한 학급당 인원수 배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표면적 객관성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내려놓고 정성적 평가의 가치를 공감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교직을 천직 삼아, 학생을 자식 삼아 생활해 온 선생님들이 마음의 굴레와 현실의 짐을 조금 덜고, 사랑하는 아이들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해 주세요.” 지난 3월 춘천 퇴계초중학교 이경란 교장은 최근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인해 재판 중인 인솔 교사 두 분을 위한 탄원’을 법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이 교장은 “다양한 사전 준비와 안전교육 진행, 대비책을 마련했음에도 안타깝게도 한 아이를 체험학습에서 잃었다”면서 “어떠한 위로의 말과 표현으로도 부모님의 가슴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 했다. 이어 “학교에서 성실히 생활하는 두 선생님이 이제는 사고의 아픔에서 벗어나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아이들 앞에 힘을 내어 설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 속초시 노학동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10대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은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테마파크에 방문했다가 움직이던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검찰은 당시 학생을 인솔하던 교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돌발변수까지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한 처사 이 교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탄원서 작성을 앞두고 굉장히 망설였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우선 유족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자식 잃은 비통함이 오죽하겠는가 싶었고, 그런 심경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탄원서 쓰는 것을 많이 주저했다. 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성실한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관리자로서, 선배교사로서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또 이번 사건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였기에 교사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에서 선처를 호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현장체험학습 한번 가려면 교사들이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너무 많다. 사전 준비부터 사후 보고까지 쉴 틈이 없다. 게다가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상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 교장은 “특히 어린 학생들이다 보니 어디로 튈지 모르고 돌발변수가 수시로 발생하는데 그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다면 너무 가혹하다”면서 “이런 상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누가 체험학습을 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뜨거운 격려 속에 진행된 전국 교원 탄원 서명운동 탄원서 내용이 공개되자 반응이 뜨거웠다. 전국에서 수만 명의 교사들이 동참했다. 격려 전화도 많았다. 교원단체 등에서도 돕겠다는 연락이 있었다. 그는 “강원교총은 학교에서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하더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국 교원 탄원 서명운동을 펴고 있는 교총은 “현장체험학습 사고 시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종용하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교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안전사고의 책임과 민원을 교사가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해당 교사와 아픔을 함께하고,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교사에 대한 확실한 보호대책이 없다면 현장체험학습을 비롯한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고 “「학교안전법」 개정을 위해 전국 교원들과 함께 총력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교총이 지난해 9월 전국 초등교사 1만 2,154명을 대상으로 체험학습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사고로 인한 민원·고소·고발이 걱정된다는 응답이 97.3%에 달했다. 본인이나 동료교원이 민원·고소·고발을 겪었다는 응답도 30.6%를 차지했다. 여타 교원단체들도 “명백한 가해자가 있는 사건임에도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거들었다. 유가족 아픔 이해하지만 제도적 보완은 반드시 필요 전국적인 호응에 이 교장은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 같은 열기가 혹여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들춰내고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몹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속 학교와 직위를 밝히고 탄원서를 공개한 것은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이 교장은 소규모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체험학습에 동행하면서 안전관리를 할 수 있지만, 대규모학교는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안전요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학교 행정실 직원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그들 역시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문제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교사가 안전요원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선 손 쓸 길이 없다”며 “교육현장의 특수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론 누구도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교사가 마음의 짐을 덜고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도록 이 교장은 지난 1년이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유족의 슬픔에 비할 바 못 되지만, 교직원 모두가 죄인이라는 심경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앞둔 두 선생님은 평생토록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만 속죄의 마음으로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탄원서에서 두 교사는 사랑으로 학생을 대하고, 교사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번 사고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병가·휴직·타학교 전출도 신청하지 않는 채 본교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것도, 아이들의 얼굴을 대하며 수업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고 아픈 순간이겠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생활하는 참 스승들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교직을 천직 삼아, 학생을 자식 삼아 생활해 온 두 교사가 마음의 굴레와 현실의 짐을 조금 덜고, 사랑하는 아이들 앞에 설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어차피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강산 지음, 알토북스 펴냄, 240쪽, 1만7,800원)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통해 각박한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직접적인 목적은 괴로움”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따뜻한 위로가 담긴 책은 아니다. 원래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차 있고,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꼭 즐거워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차갑디 차가워 보이는 생각이 되레 위안을 가져다준다.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김누리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36쪽, 1만8,500원) 한국 여행 후 “나는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미국 유명 작가의 말이 최근 화제가 됐다.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우리는 왜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있을까? 이 책의 저자 김누리 교수는 경쟁 교육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경쟁, 능력주의, 공정’ 이데올로기로 이뤄진 ‘야만의 트라이앵글’을 깨뜨릴 교육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초기 문해력 수업의 스펙트럼 (김미혜 등 지음, 교육공동체벗 펴냄, 424쪽, 2만3,000원) 초기 문해력 수업과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초등교사들의 수업 경험과 다양한 실천 모습을 담았다. 아이 눈높이에서 문해력 발달단계를 파악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부터 개별화수업과 교실수업, 가정과의 소통·협력방법 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에듀테크의 시대 (이진우 지음, 다산스마트에듀 펴냄, 432쪽, 2만2,000원) 코로나 이후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현장에서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명확한 교육적 목표 없이 보급 자체에만 매몰되는 현상이 적지 않아서다. 이 책의 저자는 교육에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부터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기존 교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웠던 개인화 교육이나 학교의 장소적 한계 극복 등 기술 도입이 필요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 수단으로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녕 선생님 (소향 등 지음, 생각학교 펴냄, 224쪽, 1만3,500원) ‘선생님의 자살’을 마주한 서로 다른 네 인물의 관점에서 풀어낸 소설이다. 선생님을 지키고 싶은 학생, 진실을 밝히려는 학부모, 힘이 되겠다고 결심한 동료교사, 은폐된 이야기 안에 감춰진 사실을 밝혀내려는 사이버 레커 등의 이야기를 통해 선생님의 죽음 뒤에 놓인 복잡한 현실을 드러낸다. 누군가를 탓하기보다는 이해를 공유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응원하는 이야기다. 세상 끝의 고래 (크리스 빅 지음, 정주연 번역, 곰곰 펴냄, 400쪽, 1만6,700원) 고래잡이였던 증조할아버지, 환경운동가이자 해양과학자로 성장하는 아비, 그리고 기후난민으로 살아가는 아비의 외동딸 톤예까지 3세대의 청소년기가 교차하는 에코 스릴러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한 인공지능이 점차 자의식을 가진 존재로 진화하는 이야기를 통해 미래사회의 변화를 상상해 볼 기회를 준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생겼대요 (우리누리 지음, 이창우 사진, 길벗스쿨 펴냄, 160쪽, 1만3,000원) 속담의 배경이 된 설화나 당시 사회상에 대한 설명을 통해 속담의 뜻과 쓰임새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안내한다.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무쇠도 갈면 바늘 된다’나 사람의 욕심을 풍자한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채운다’ 같은 속담을 통해 삶의 지혜도 전한다. 초등교과서와 일상생활에 자주 등장하는 속담을 가려 뽑아 학습자료로도 활용할 만하다. 철학 안경 (스가하라 요시코 글, 나가시마 히로미 그림, 오지은 번역, 아울북 펴냄, 132쪽, 1만9,800원)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어린이 철학책. ‘왜 학교에 갈까?’ 같은 평범한 의문에 ‘왜 학교에 가는 건 당연한 걸까?’, ‘만약 학교에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도대체 학교는 어떤 곳이지?’ 같은 질문을 더해가며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안내한다. 1부에서는 내 생각을 곱씹으며 확인하는 방법을, 2부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나는 언제까지 당하고 있어야 할까?” 철학자 세네카(기원전 4?~65)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스스로 되뇌던 말이 있다. “나는 오늘도 만나게 될 것이다. 욕심으로 가득하고, 감사할 줄 모르고, 탐욕스럽고, 야망의 노예가 된 수많은 사람을.” 선생님의 하루도 이와 다르지 않을 듯싶다. 교사의 일상은 감정 노동의 연속이다. 성적 1점을 더 받겠다며 억지 논리를 펴는 학생들,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학부모,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동료 등등, 하루에도 감정의 날을 서게 만드는 일들이 몇 번씩 벌어진다. 애써 참고 삭히려 하지만 쉽지 않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은 퇴근해서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터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상황이 내일도, 또 다음 날도 계속 이어질 듯싶다. 해가 바뀌면 교사는 언제나 미숙한 학생들, 불안한 학부모, 거듭되는 업무에 지친 동료들과 다시 만나야 한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고 있어야 할까? 내 미래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있을까? 화와 막막함이 끓어오른다. 이 격한 가슴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는 ‘일시적 광기’다” 이런 답답함에 가슴 치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세네카의 화에 대하여를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로마의 철학자이자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는 우리같이 분노와 화를 주체하지 못할 상황을 수없이 겪었을 듯싶다. 그의 가르침에는 몸소 겪으며 깨달은 화와 분노에 대한 처방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세네카는 화를 ‘일시적 광기’라고 말한다. 화가 났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래서 할 말, 못할 말 있는 데로 쏟아내며, 상대에게 서슴없이 감정의 칼을 휘두른다. 그 결과는 어떻던가? 속이 후련하며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던가?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후회와 자책으로 마음이 더 안 좋아질 뿐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이들도 있겠다. 상대는 내가 던지는 모욕을 받아 마땅한 자이며, 나는 결연하게 할 말 했을 따름이다. 내가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 세네카는 차분하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미친 사람은 자기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화에 휘둘리는 이들도 그렇다. 그들은 자기가 화를 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정당화하려 한다. 이러면서 그들은 문제를 크게 키운다. 자신은 정의를 세우기 위해 상대를 응징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다른 이들 눈에 그들은 속 좁고 허세 가득한 불쌍한 사람일 뿐이다. “잠깐만 기다려 보자” 세네카는 화가 올라올 때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충고한다. 분노가 솟구칠 때, 미루기만큼 좋은 처방은 없다. 화를 꼭 지금 터뜨릴 필요는 없다. “진실은 시간을 두고 살펴볼수록 점점 분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그러니 조금 더 살펴보고 내가 진짜 화를 낼 만한지를 따져보자. 세네카는 이렇게도 말한다. “일렁이는 물결 위에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감정이 널뛰는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생각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니 자극과 반응 사이에 거리를 두자. 지금 당장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다. 그 자리를 피하거나, 일단은 감정을 다독이며 조용히 견뎌보자. “과거 말고 미래를 보라” 최고의 격투기 선수는 화난다고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다.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어서 가장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주먹을 날린다. 그는 경기의 목적이 이기는 데 있음을 잊지 않는다. 그렇기에 상대의 약 올림과 조롱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화를 낼 때는 ‘성을 내는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가다듬어야 한다. 세네카의 말을 들어보자. “구부러진 창을 똑바로 펴기 위해 열을 가하고 비틀림을 바로잡으려고 쐐기를 박는 것처럼, 우리는 삐뚤어진 마음에 고통을 주어 몸과 정신을 바로잡는다.” 화가 나서 하는 앙갚음은 최악이다. 그 순간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모욕당한 상대는 나에게 앙심을 품을 터다. 나에게 달려들지 모를 적이 세상에 또 한 명 늘어난 꼴이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 좋을 리는 없다. 그래서 세네카는 화를 낼 때는 “과거 말고 미래를 보라”라고 조언한다. 복수를 꿈꾸지 말며, 상대를 더 낫게 하거나 세상을 좋게 하는 방향으로 화를 이끌라는 의미다. 상대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가, 그냥 치솟는 감정대로 상대를 치받도록 자신을 내버려두는가? 교사는 당연히 ‘교육을 위해’ 엄하게 질책할 뿐,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세네카가 “꾸짖되 화를 내지는 마라. 자신이 고쳐야 할 환자에게 화를 내는 의사가 어디 있는가?”라고 가르치는 이유다. “나는 그런 적이 없었는가?” 세네카의 주장은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기란 무척 어렵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화병이 나서 미칠 것 같다. 그래도 세네카는 운동으로 몸을 가꾸듯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을 꾸준히 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화와 분노가 안기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화는 자신의 무력하고 지친 마음을 드러낼 뿐이다. 병들어 피부가 곪았을 때는 누가 스치기만 해도 신음 소리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강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지질한 상대가 아무리 자신을 성가시게 해도 모욕이 다가오지 않는 까닭이다. 아이의 칭얼거림이 성숙한 어른에게 상처가 되는지 떠올려 보라. 우리는 마음이 강하고 담대해지도록 열심히 정신을 가꾸어야 한다. 세네카는 우리 마음을 물이 쉴 새 없이 새어 들어오는 선박에 빗댄다. 배를 지키려면 바닥의 물을 끊임없이 퍼내야 한다. 왜 배가 이 모양이냐고 화를 내 봐야 소용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가슴에 찾아드는 삿된 감정들을 주의 깊게 살피며 덜어내고 또 덜어내야 한다. 세네카는 병들었으면서 동시에 건강할 수 없듯, 화를 내면서 동시에 선한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치미는 화를 다스리며 애써 마음을 다독이라. 이러는 가운데 나는 더 훌륭하고 좋은 성품을 갖추게 될 터다. 이는 마치 무거운 덤벨을 들어 올리며 근육을 가꾸는 일과 같다. 쉽지는 않아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화가 치솟을 때는 이렇게 되물어 보라. “나라고 저런 잘못을 한 적이 없을까?” 누구에게나 사춘기가 있었고, 치기를 자랑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지나온 인생은 후회투성이이기 마련이다. 분노로 흉해진 상대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옛 표정이 어떤지를 떠올리며 감정을 가다듬어 보라. 지금도 여전히 과거의 흉측한 모습 그대로여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일상은 쉽지 않다. 그러나…” 로마 시대 존경받던 정치가 소(小) 카토(기원전 95~45년)는 어느 날 로마의 목욕탕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다. 상대는 흥분해서 그에게 다짜고짜 손찌검을 날렸다. 시비가 벌어지자 카토는 곧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자리를 피했다. 화가 가라앉은 후, 상대방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그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카토는 사과를 받지 않았다. “괜찮아요. 저에게는 맞은 기억조차 없습니다.” 카토가 한 말이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이들의 가슴에는 분노가 자리 잡을 곳이 없다. 온갖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선생님의 마음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꾸준히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한다. 세네카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은 당신 마음의 악한 면 중에서 무엇을 고쳤습니까? 어떤 나쁜 마음에 맞서며 어느 점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졌습니까?” 선생님의 일상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근력을 키우는 운동이 힘들고 버겁게 느껴질 때만 근육은 자라난다. 우리 영혼도 마찬가지다. 매일 부딪히는 화낼 만한 상황을 내 마음을 튼실하게 가꿀 기회로 생각하며, 앞의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며, 감정을 다스려 보자. 어느 순간 인자하고 인품 깊은 선생님의 표정이 내 얼굴에 찾아들 것이다.
들어가며 정서적 학대로 신고·고소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아무리 잘 가르치고 생활지도를 잘하던 교사라고 하더라도, 순간 자제력을 상실하여 소리를 치거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 경우 자칫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전 한 고등학교에서 고 3 학생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가 학생의 목을 조르고 뺨을 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강수환, 2023). 이는 2023년 8월 하순에 발생한 문제로 10월에 기사화되었다. 발생해서는 안 될 정서적·신체적 폭력은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교사가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상실한 결과 발생한다. 이는 교사만이 아니라 학생에게도 큰 상처로 남게 된다. 이글에서는 교사가 교육활동 중 자제력을 상실하는 사태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제력 강화 훈련의 하나인 ‘가상 상황 대응훈련’, ‘개인별 ‘뜨거운’ 촉발 요인 찾기’, ‘미래 결과 체험’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상 상황 대응훈련이라는 용어는 심리학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내가 만든 용어임을 밝힌다. 가상 상황 대응훈련 ‘상상 축구’라는 말이 있다. 머릿속으로 축구 상황을 상상하면서 그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마음속으로 연습하면 실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길거리에서 낯선 어른이 너에게 사탕을 주면서 따라가자고 하면 어찌하겠느냐’는 상황을 주고 바람직한 대응방식을 미리 연습시키면 유사한 상황을 접했을 때 그런 훈련을 하지 않은 아이들보다는 더 나은 행동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훈련이 일종의 가상 상황 대응훈련이다. 바람직한 행동을 실행계획으로 정해놓고 관련된 상황적 신호가 발생하면 그것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도록 연습을 통해 강화하는 방안을 미셸(Mischel, 2015: 78-87)은 ‘만약에 계획(if then plan)’이라고 명명하였다. 미셸은 돛대에 묶여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오디세우스처럼 유혹에 저항하기 위한 계획을 사전에 세운다면 유혹에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전훈련을 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다. ‘만약에 계획’으로 무장된 아이들은 광대 아저씨 상자의 다양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재미없는 나무못 박기 과제에서 158개를 달성한 반면, 그렇지 않은 집단은 97개만 달성했다(Pinker, 2003: 84. Mischel, 2015: 84에서 재인용). 이 연구를 토대로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와 동료들이 1990년대 초에 강력한 가상 상황 대응계획, 즉 ‘만약에 실행계획(if-then implementation plan)’을 만들었다. 이 계획은 학생들이 학업을 방해하는 유혹에 굴하지 않고 공부하게 하고,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간식을 포기하게 도우며, 주의력결핍장애 아이의 강력한 충동적 반응을 억제하도록 돕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Mischel, 2015: 85). 그렇다면 이 방법은 유혹 앞에서 자제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강한 자극 앞에서 분노를 조절하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 상황 대응훈련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급학교 교실에서 교사들이 자제력을 잃고 폭력을 행사했던 사례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각급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화를 참기 어려웠던 상황을 서로 공유하면서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각각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실행할 바람직한 반응을 만들고 분노조절이나 자제력 발휘 연수를 통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사작용처럼 신속하고 자동적으로’ 바람직한 대응 반응을 보일 수 있게 훈련을 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두어 가지 상황에 대해 훈련받은 후에는 교사 각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 반응을 만들고 미리 충분한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대응 반응이 무의식적·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는 자동화된 상태(뜨거운 충동시스템 상태)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시뮬레이터를 통해 상상의 수준을 넘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며 상황 대처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학(University of Central Florida)에서는 아바타가 등장하는 혼합현실 교실 시뮬레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교사양성 및 연수를 하고 있다(Ferrante, 2017). 시뮬레이터를 켜면 눈앞에 교사의 말을 듣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나타난다. 교사가 문제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AI가 모니터링하다가 적절하지 않은 반응을 보이면 중단시키고, 적절한 반응 예시를 제시하면서 이에 맞춰 다시 지도하도록 훈련한다. 혼합현실이지만 아주 생생한 상황 속에서 교육과 연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상상 훈련이나 과거 사례 회상형 훈련보다 효과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계가 많지만, 조만간 더욱 진화된 문제학생 대처용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제력 고갈로 인한 분노폭발 상황을 연출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반복훈련을 하면,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처하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강진이 발생했을 때 성인만이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대부분 대피요령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행동한다고 한다. 바람직한 반응행동을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도록 지속적인 반복훈련을 한 결과라고 한다.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으면 감정적 흥분과 스트레스가 증가할 경우 ‘만약에 실행계획’이 아니라 자동적인 본능인 ‘충동’ 반응이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Mischel, 2015: 86). 개인별 ‘뜨거운’ 촉발 요인 찾기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음식이 다르다.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있는 사람, 땅콩·계란 등 특정 음식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사람, 다양한 종류의 음식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장기적으로는 몸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그런 반응이 오는지 기억했다가 이를 피하는 것이다. 분노를 폭발시키는 ‘뜨거운’ 촉발 요인도 개인에 따라 다르다. ‘역린’은 왕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요인을 의미하는데 이는 왕에 따라 다를 것이다. 쇼다와 동료들(Shoda, Mischel Wright, 2004. Mischel, 2015: 240-241에서 재인용)에 따르면 ‘뜨거운’ 촉발 요소에 대해 특정 개인이 보이는 행동패턴에는 일관성이 있다. 이를 토대로 유사 상황에서의 미래 반응을 예측하고 대처하도록 이끄는 심리치료나 교육이 가능하다. 개인별 뜨거운 촉발 요인을 찾는 것은 개인 맞춤형 가상 상황 대응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교실상황에서 쉽게 그리고 자주 화가 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유사하다. 심하게 화가 날 때마다 그 촉발 요인이 무엇인지 기록하면 자신의 ‘뜨거운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특정한 심리적 상황과 그 각각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행동반응을 날마다 일기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당신의 뜨거운 충동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상황을 종이 위에 정리해 본다면 너무나 예상 밖의 결과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상황별 행동방식의 특성을 정리해 보면 당신만의 뜨거운 자극 상황을 명료하게 인지할 수 있고,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은 반응을 ‘언제’ 그리고 ‘어디서’ 나타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뜨거운 자극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그런 상황들을 재평가하고 식히기 위한 첫 단계가 될 수 있다(Mischel, 2015: 244). 뜨거운 요인별로 가상 상황 대응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과 함께 필요한 것이 있다. 자기 학급에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되도록 학급경영계획을 수립하고 학생들을 훈련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교사의 특성을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래 결과 체험 약간 다른 접근이기는 하지만 자기 행동이 가져올 미래 결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어도 현재의 욕구를 자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이 장기적으로 폐암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결과에 생각을 집중하도록 하면 흡연 욕구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으로 검게 된 환자의 폐 사진을 자주 대하는 의사들의 흡연율은 현저히 낮다. 이처럼 ‘흡연 유혹이 훗날 나타날 부정적 결과에 대한 생각을 자동으로 자극하도록, 지금의 욕구를 잠재울 만큼 미래의 결과가 뜨겁고 생생하게 다가오도록 하면’ 욕구조절이 용이해진다(Mischel, 2015: 160). 분노폭발이 가져올 미래의 결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도 자제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이다. 분노를 참지 못한 결과 심각한 문제상황 즉, 파면을 포함한 법적 처벌과 함께 윤리적 비난에 봉착한 교사들의 사례, 교사의 분노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를 찾아 함께 논의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분노폭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의 사례로 역할극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 원명초등학교 5학년 교실, 담임교사 책상 옆에 조그만 세탁기 크기의 디지털 기기 보관함이 놓여있다. 학생들이 정규수업에 사용한 크롬북을 보관하는 곳이다. 담임교사가 보관함 비밀번호를 누르고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30여 대 크롬북마다 파란 충전선이 꽂혀있다. 서울시교육청 지정 디지털 선도학교인 원명초는 올해부터 5·6학년 모두에게 크롬북을 제공하고 디지털 활용수업을 진행한다. 5월부터는 AI 코스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을 실시, 학생들의 학습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AI 코스웨어는 학생들은 그동안 잘 몰랐던 문제나 개념들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학업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교사도 학생의 강점과 약점, 학습태도와 이해도 등 여러 데이터를 ‘대시보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수학·영어·정보과목 등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 뒤 2028년 전 과목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교육현장에 AI 바람이 강하게 몰려온다. 디지털 교육혁명시대, 원명초는 한발 앞서가는 학교다. 원명초의 성공비결은 ‘열정’ 사실 원명초가 디지털 선도학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에듀테크 활용교육을 목표로 설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인프라를 갖춘 탓이다. 지난 2022년부터 AI 튜터 마중물 학교를 운영하며 수준별 맞춤학습 환경을 조성했다. 교실마다 전자칠판을 설치하고 학생수에 맞게 스마트기기를 확보하는 등 디지털교육 기반을 조성했다. 교사들도 마찬가지. 다양한 연수와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으로 AI 및 에듀테크 활용능력을 높였다. 담당부장교사가 중심이 돼 여러 차례 교사들 대상 연수를 실시했고, 그것도 모자라면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실전연습을 가졌다. 젊은 교사와 경력 많은 교사가 함께 AI 교육시스템을 배우고 익혀 나갔다. AI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에듀테크 수업은 교사 입장에서 예전보다 수업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이 사실. 학생 개개인의 학습상황이 실시간으로 파악돼 그만큼 교사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 특히 학습부진학생에 대해서는 더 섬세한 교사의 손길을 요구한다. 하이테크보다 하이터치가 더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성준 교감은 “교사들 모두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며 “이제는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AI 교육역량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학교 측은 에듀테크와 AI 코스웨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는 학부모 공개 수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오표 교장은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교육활동”이라면서 “특히 앞으로 모든 교과에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게 돼 학생들로서는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문명이 어린 학생들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면서 인터넷중독이나 사이버폭력 등 오남용 우려도 있어 다양한 예방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학교 원명초는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학교다. 한때 공립 초등학교 중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학력을 인정받았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초·중학교를 표집해 국어와 수학교과 등을 중심으로 우수학력·보통학력·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을 파악하는 조사다. 원명초는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적고, 학업우수학생은 가장 많은 학교로 꼽힌 것이다. 영재학급을 운영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것도 눈길을 끈다. 시험을 통해 선발된 영재학급에서는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활동이 펼쳐진다. 학습수준과 창의성·집중력이 매우 뛰어나 외부 강사들이 진땀을 흘릴 정도다. 명성은 학력만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 농구대회에서 남자 초등부 우승에 도전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서울시 학교스포츠클럽 초등부 농구대회에서 남자부 우승을 차지해 전국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원명초 농구부는 말 그대로 순수 학생선수로 구성됐다. 외부 스카우트 없이 재학생들로만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아침시간과 방과후시간 틈틈이 연습을 통해 실력을 길렀다. 그리고 지난해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출전, 전승을 기록하며 결승에 올라 멋진 승부를 펼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성과는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둔 학교 측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교장은 원명초의 성공비결을 ‘열정’이라고 했다. 그는 먼저 학교를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부모들의 열정을 첫손에 꼽았다. 교육에서 가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지금, 학교와 학부모의 신뢰는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의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열정도 원명초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기특한 학생들이 있기에, 교사들도 힘들지만 가르치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 원명초 교사들은 수업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학생들이 주는 만큼 쑥쑥 성장하니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영재학급이건 스포츠클럽 활동이건, 디지털 선도학교이건 모두 “한번 해보고 싶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이뤄진 것들이다. 학교구성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학교. 원명초가 대한민국 교육 1번지의 으뜸인 이유가 여기 있다.
세계화의 한가운데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집에서 있으면서 세계 속에 있는 것 같고, 세계 속에서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The World at Home and at Home in the World?)” ‘세상에 있는’ 혹은 ‘집에 있는 세상’은 모순되거나 심지어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집’과 ‘세상’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요? 집은 편안함·안전함·소속감을 느끼는 곳입니다. 반면에 ‘세상에서’는 새로운 장소나 다른 장소, 즉 정의상 ‘집 밖에서’를 의미합니다. 저는 자신의 집과 다른 공간에서, 두려움이나 판단 없이, 열린 마음과 인종적·언어적·문화적으로 다양한 이들의 ‘가정’이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배워서, 드디어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글로벌 사고방식을 통해 가정과 세계의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 속의 집’에 있는 것을 고대 그리스어로 코스모폴리탄이라고 부릅니다. 코스모폴리탄적인 사람은 글로벌 마인드와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새로운 사람·경험·아이디어에 열려 있습니다. 코스모폴리탄은 안전지대인 자신의 집을 나와, 국경을 넘어,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고 배웁니다. 이들은 자신의 집 공간에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른 인종,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배우고 경험함으로써 국경을 넘어 집에서도 여행 중일 수 있다는 말인 거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지역적 정체성이나 국가 시민권을 세계시민권(Global Citizenship)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정체성을 추가하는 사람들입니다(Song et al., 2023). 유색인종(Korean American)인 저는 처음 10년은 한국이 집(Home)이었고, 미국이 집 밖 혹은 세상(World)이었고,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한국을 넘어, 미국을 넘어 글로벌 정체성을 추가해 나가고 있는 코스모폴리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린 마음을 가진 글로벌 시민으로서 실제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전 세계의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종과 인종 정체성, 특히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정의하고 있느냐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이민역사가 긴 미국역사 속에서 인종·언어·문화의 문제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고, 그중 인종과 인종 정체성은 사람들이 제일 피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이지만, 다인종·다중언어·다문화화되어 가는 글로벌 시대에 첫 화두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종 인종은 신체적·사회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집단을 의미합니다(Kubota Lin, 2006). 콜버트는 인종은 백인·흑인·아시아인 등으로 분류되며, 신체적이고 생물학적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른 사회적 구성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800년대 미국에서는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은 백인으로 간주되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온 이민자들만 백인으로 간주했고, 그 당시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출신 사람들은 백인 인종범주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아랍계 미국인 연구소 재단(Arab American Institute Foundation)과 같은 그룹은 별도의 인종범주 생성을 위해 로비 활동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자들은 서로 다른 인종이 별개의 범주가 아니라는 점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인종이 겹칠 수 있고 범주 간의 경계가 때때로 불분명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종에 대한 생물학적 또는 유전적 지표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부색과 머리카락 질감, 눈 모양과 같이 개인의 필수적인 신체적 특징을 기준으로 인종의 정의를 내리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흑인으로 식별되는 사람이 아시아인으로 식별되는 사람보다 피부색이 더 밝을 수 있고, 아시아인으로 식별되는 사람이 백인으로 식별되는 사람보다 피부색이 더 밝을 수 있습니다. 피부색, 머리카락 질감, 눈 모양은 개별적으로 유전되는 유전자이며, 인종 간 변이만큼 인종 내 변이도 많습니다. 이는 임의의 두 한국인이 한국인과 이탈리아인만큼 유전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유전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왜 인종이 계속해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까요? 관행적으로 미국인들은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열악한 대우를 정당화하는 것을 찾고 있었고, 인종이라는 것을 이용해 차별의 개념을 영속시켰던 것입니다. ‘호모사피엔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 한 인종으로 여러 인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제도적 인종차별은 현실입니다. 제도적 인종차별 담론 중 색맹(color-blindness)이라는 말은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쓰는 말로, 유색인종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하며(색맹 인종차별), 이는 ‘용광로(melting pot)’ 개념과 다소 유사합니다. 교육자들이 논의를 기피하는 ‘인종’ 담론은 유색인종 자녀에 대한 교사들의 암묵적인 편견을 가리는데 기여합니다(Bonilla-Silva, 2003). 색맹 인종론은 특정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명시적으로 평가절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색으로 녹여 색맹으로 만들어 제도화된 인종차별을 영속시킵니다. 이를 통해 교사는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들의 다양한 문화를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이분화함(either-or, 백인 or 유색인)으로써 불평등한 교육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에 그 영향이 형평성 교육에서 멀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Kreamelmeyer et al., 2016; McCarty Lee, 2018). 교사는 ‘문제의 일부이거나 해결책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방관자가 될 수 없습니다(Derman-Sparks Phillips, 1997, p. 24). 교사는 (사회적) 인종이 교육과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고 이해해야 하며, 그 한 가지 방법은 인종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인종 정체성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특정 인종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인종 정체성을 표시하고 전달합니다. 자기의 다양한 인종 정체성을 인식하고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사우디에서 이민 온 태라(Tara)의 이야기가 그 예입니다. 태라는 직장에 있을 때는 전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특정한 방식이나 미국 중심적인 방식으로 옷을 입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직장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태라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신체적으로 편안하고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옷(차도, chador)을 입습니다. 이는 그녀에게 중요한 또 다른 인종 정체성 가치이기 때문이지요. 현대 미국의 백인문화는 다른 인종 정체성의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우리 대 그들(we vs they)’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그들’의 언어·문화·행동은 품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게 됩니다. 인종 정체성과 관련된 특권 중 하나가 백인특권(White Privilege)이라고 합니다. 백인특권에는 어울리는 메이크업 컬러를 찾을 수 있는 편리함, 같은 인종사람들의 긍정적인 묘사를 볼 수 있는 이점 그리고 정직하다는 가정이 포함됩니다. 백인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반대하더라도 그들은 확실히 혜택을 받습니다. 백인의 인종 정체성에 대한 취약성은 종종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백인의 침묵으로 이어지며, 침묵은 현상 유지, 체계적인 인종차별을 유지합니다. 백인과 유색인종의 인종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은 반인종차별 활동의 중요한 토대입니다. 우리는 인종차별주의 세계에서 인종차별화된 존재로서 그 세계를 헤쳐 나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San Pedro, 2018). 인종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면 개인의 실제 경험이 다른 인종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인종정체성 담론은 언어적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이는 그들의 제1언어(모국어) 및 제2언어(제2외국어) 능력을 바라보고, 비지배 혹은 소수인종집단을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바라보게 됩니다(Rosa, 2016). 지배적인 백인담론과정은 단일 언어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백인 주류 미국 영어를 정상적으로 구성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악센트나 문법에 결함이 있거나 열등한 것으로 여기게 만듭니다(Shuck, 2006). 인종 정체성(racial identity)은 이렇게 언어 정체성(linguistic identity), 나아가 문화 정체성(cultural identity)과 연결이 됩니다.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의 정의, 인종 정체성, 그리고 한국인 우월성, 혹은 특권의식으로 형평성 있는 코스모폴리탄이 되는데 방해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교원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등에 근거해 경조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 따른 특별휴가 1. 교육활동 침해 피해 학교장은 피해교원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5일의 범위에서 특별휴가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 5일의 특별휴가를 모두 사용했는데도 추가 요양기간이 필요한 경우 학교장은 공무상병가를 6일 이내에서 추가 승인할 수 있습니다. 2. 순회교사 학습휴가 교육감은 순회교사에 대해 연 5일의 범위에서 학습휴가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따른 특별휴가QA Q.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인한 특별휴가를 승인했는데 추후에 교권보호위원회가 해당 사안이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복무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미 사용한 특별휴가를 병가나 연가로 정정하면 됩니다. Q. 가깝게 지내온 이모가 돌아가셨을 경우에는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지요? A. 본인 및 배우자 부모의 형제·자매의 장례식, 본인 및 배우자 형제·자매의 배우자 장례식에 대해서는 특별휴가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 따라 수업일 중 연가 사용이 가능한 사유에 해당되므로 연가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Q. 토요일에 부모가 사망하신 경우에 경조사휴가를 토요일부터 써야 합니까? A. 사망으로 인한 경조사휴가의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사망일 또는 장례일) 또는 사망일 다음 날부터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토요일·공휴일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제외하고 해당일 다음 주 월요일부터 5일간 경조사휴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결혼식은 6월에 하지만 신혼여행은 방학 중에 가려고 하는데 특별휴가 사용이 가능한지요? A. 결혼식 휴가에 대해 사유 발생 즉시 사용하지 않고 결혼식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결혼휴가 마지막 날이 30일 범위 내에 있어야 하므로 이를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Q. 산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출산예정일에 맞춰 복직신청을 했는데 예정일보다 7일 일찍 출산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출산일에 복직신청을 바로 변경하지 않아, 당초 출산예정일로 복직과 출산휴가 처리가 됐습니다. 출산휴가 90일을 모두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맞나요? A. 출산휴가는 실제 출산일로부터 90일까지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직일이 실제 출산일보다 7일 늦어져 처리된 경우 출산휴가를 83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출산일에 맞춰 복직처리를 하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Q. 육아시간 2시간을 사용하고 퇴근했는데 긴급 사안이 발생해 다시 학교에 복귀해 시간외근무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육아시간 사용일에는 시간외근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육아시간·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한 날에는 근무시간 전후에 시간외근무를 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해당 일에는 육아시간 사용을 취소하고 조퇴나 외출 등 연가(2시간)로 변경해야 합니다.
교원양성제도는 교육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합대학에서는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원에서 일반교육 관련 전공과 교과교육 전공을 통해 유아·중등·상담 등의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배양하는 학사·석사·박사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교육대학교에서는 초등교원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사·석사·박사과정을 제공한다. 이러한 한국의 교원양성제도는 교육봉사와 학교현장실습 등을 포함한 교육 전 과정을 포괄하여 교사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원양성과 관련된 정책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개선되어 왔다. 교원양성과정에서 실제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실습제도 등이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디지털·AI 등 역량을 갖춘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의 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으로, SW·AI 및 디지털 교육기반 조성을 목표로 교육분야 주요 과제와 사업으로 실시, 관련 교육과정이 강화되고 있다. 특별히 교원양성제도와 관련하여서 교원 SW 및 AI 역량 제고를 위해 예비교원을 위한 교·사대 AI 교육과정 개발, 현장 교원에게는 생애주기별 디지털 맞춤형 연수를 시행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정보교과의 교원 수급 증원, 첨단분야 전문가 활용을 위한 교직이수 과정의 개선이 교원양성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총신대학교에서도 디지털 관련 교직과목 개설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가와 대학, 실제 단위학교에서의 새로운 교원양성제도의 도입 및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는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동, 높은 업무부담과 스트레스, 사회적 지위 하락과 미흡한 보상 등으로 교원의 직업만족도는 급격히 하락하였다. 또한 가속화되는 교권추락 상황을 비롯하여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예비교원의 수 감소, 직업 이탈현상 등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고에서는 교원양성제도와 관련된 선행연구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해 온 교원양성정책에 대해서 시기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향후 우리나라의 교원양성제도의 발전과 질 높은 교사양성을 통한 교원의 전문성 향상, 사회적 인식 제고, 교원의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교원양성정책 관련 선행연구 그동안 이루어진 교원양성정책과 관련된 선행연구(정민주, 2022: 전세경·김신호·이명주, 2021: 안홍선, 2019: 박영숙, 2017: 이부하·정경욱, 2015: 박상완, 2009 :황영준, 2005: 조동섭, 2004)를 살펴보면 교원양성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관한 연구, 교원양성 및 채용과 관련된 연구로 구분하여 범주화할 수 있었다. [PART VIEW] 또한 그 외에도 정부정책과 연계한 교원양성정책 및 해외의 교원양성정책에 대한 사례 연구 등 다양하게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본 절에서는 특별히 관련 주요 선행연구로서 교원양성정책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2023년 추진하고자 했던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관한 연구, 교원양성 및 채용에 관한 연구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였으며, 이는 아래의 표 1과 같다. 시기별 교원양성 정책 본고에서는 안병영·하연섭(2015)을 바탕으로 교육개혁의 측면에서의 교원양성정책의 특징과 주요 정책을 아래의 표 2와 같이 정리하여 작성하였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본고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시기별 교원양성 관련 주요 정책 및 특징과 2000년대 이후 진행된 연구에 대해 살펴보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원양성정책은 사회적 상황 및 시대적인 변화, 각 정부에서의 국정 과제 등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교원양성정책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통해 2000년대 이후 교원양성정책과 관련한 연구동향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교육부에서는 2021년 12월,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에서 학교·교실현장에 대한 이해 제고, 교원의 전문성 확장 및 지속적 발전 지원, 교원양성규모 적정화에 관한 방향을 발표하였다. 이에 기반하여 교직소양영역에 디지털 교육과목을 포함하도록 교육과정 개편을 지원하였다. 또한 2022년 8월에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이 발표되었는데. 이는 예비교원의 AI·디지털 역량 강화 등에 관한 것으로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실행과 적용을 위해 교원의 다교과 역량 함양을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교원의 다교과 역량 제고를 위해 현재 시·도교육청에서는 각각 중등 및 특수(중등)의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부전공 연수 기회부여를 권장하고 있다. 더불어 정보수업시수 증가로 인해 필요한 정보교과 교원수급을 위해 4년간 한시적으로 중등 정보·컴퓨터 교원양성의 증원이 가능토록 교원양성과정이 추가 승인되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사회환경의 변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교육현장에 불어닥치는 다양한 문제점들 속에 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예비교원을 어떻게 양성해 나가고 현직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제도와 연수, 필요한 역량에는 무엇이 있을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교원양성정책의 변화와 관련 선행연구를 살피는 학문적 배움과 이론적 지식의 습득을 통해 교육정책에 대한 사고의 폭과 인식의 깊이를 더하여 실제적 교육현장에서 배움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다. 연령이나 성별, 장애, 신분, 인종, 문화, 국가를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하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교원도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과거 훈육과 교육이라는 이름의 체벌이나 인권 침해적인 학교문화도 사라졌다. 최근 충남,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서 학생인권법 제정 찬반 논란이 거세다. 찬성 측은 ‘천부적 권리인 인권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시·도와 없는 시·도간 교권침해 건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교권을 추락시킨 장본인은 학교를 시장화하고 교육을 서비스업으로 전락시킨 정부와 교육 당국’이라고 주장한다. 교실 붕괴와 교권침해의 모든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일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법을 반대한다고 해서 학생인권 자체를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학생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권리와 의무에 대한 불균형 심화 초래 ‘교권 5법’ 무력화 가능성 우려 더해져 가장 큰 이유는 현행 법령으로도 충분히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원은 법령이 금지한 학생인권을 침해하거나 아동학대 행위를 하면 14개가 넘은 아동학대 관련 법령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는다. 학생인권법이 없는 현재도 학생 상당수가 이미 학교가 인권 친화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2023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초‧중‧고생 8796명 대상)를 한 결과, 초등생 95.5%, 중학생 93.5%, 고교생 93.1%가 ‘학교에서 인권을 존중받고 있다’고 답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둘째, 자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권리와 의무에 대한 균형 잡힌 교육과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는 권리와 의무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 학교는 다수의 학생과 교직원이 생활하는 공동체이자 수업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장소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에게 책임을 의무화하고 학교에 징계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저마다의 권리만을 내세우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학습권은 침해받는다. 학생인권조례에는 선언적인 의미로 책임 조항 하나만 있고 나머지는 권리만 나열돼 있다. 학생인권법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시의 ‘학생 권리 및 책임 장전’은 학생의 권리뿐만 아니라 24개 조항의 책임을 적시해 균형을 기하고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현재 학교는 오히려 왜곡된 과잉 인권 의식으로 어려움이 많다. 수업을 방해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지도하면 바로 112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교권5법 개정과 교원의 생활지도권이 보장됐어도 학교폭력이나 문제행동 지도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교사도 매일 한두 건씩 발생한다. 셋째, 힘들게 개정한 교권5법과의 충돌과 무력화도 걱정된다. 현재 추진 중인 학생인권법안은 특별법으로서 학생인권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해 교권5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 또 초·중등교육법에는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강제조항이 존재하는 반면, 학생인권법안은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학교 및 교직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책임은 외면하고 권리만을 내세울 때 갈등과 문제가 발생한다. 교사와 학교는 학생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현재 학교는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법령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권리만을 내세우는 잘못된 권리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상호 존중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시작부터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열띤 공방이 있었으며,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결국 지난달 24일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다. 이틀 후에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충남 및 서울교육청이 이에 반발하면서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교육계는 주목하고 있다. 조례 폐지에 찬·반 엇갈려 2010년을 시작으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성별이나 나이, 종교, 성별 정체성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권리, 사생활의 자유와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을 담고 있다. 조례안은 학생에 대한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등 학교 내 폐단을 변화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관련 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부각하고, 책임과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자율성을 부여해 일부 학생이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일탈을 조장하며, 교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충남의 경우 조례 폐지 결정 이후 이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고교를 졸업한 A씨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이 많아졌다”라며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고교에 재학 중인 B학생은 “교권과 학생 인권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중학교 학부모는 “어렵게 추진된 조례인 만큼 폐지보다는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C초등교사는 “제정이나 폐지 모두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의회와 교육청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올해 충남교육청에서 실시한 ‘2023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 보장에 도움이 되는지 질문에 초등생 80.4%, 중학생 64%, 고교생 54.4%가 '매우 그렇다',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조례에 대한 긍정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현 고교생의 경우 지난 4년간 시행된 조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총이 지난해 3만2천여 명의 유‧초‧중‧고 교원을 설문조사 한 결과,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무려 84.1%에 달했다. 교육 당사자 의견 수렴 필요해 그동안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공동체의 협의보다 정치 진영 다툼으로 결정되는 모습을 보여왔고, 충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인권조례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당사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조례를 제정할 때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교육청의 잇따른 재의 요구뿐 아니라 법정 대응 역시 교육공동체와 함께 논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또한 기존에 제정했던 조례를 보완해 ‘학생권리와 의무조례’, ‘학생인권과 책임조례’, ‘교육공동체 인권조례’ 등으로 개정해 교육기본법 제2조에 나와 있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우리 모두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