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은 신해년이었다. 1911년생인 북한의 주석 김일성이 회갑을 맞이한 해였고, 그가 회갑 잔치를 서울에서 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어린 학생들을 불안하게 했던 바로 그해였다. 이해에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억될만한 몇 가지 사건과 사고가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시(현 성남시) 철거민 단지에서 1만여 명이 대규모 소요를 일으켰고, 남북적십자사 대표가 분단 후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만났으며, 실미도에서 훈련받던 특수부대원들이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진입했던 이른바 실미도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해 성탄절에는 서울 도심의 대연각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163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라밖에서는 우리가 중공으로 부르던 오랑캐 나라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고, 자유중국으로 부르던 우방 대만이 유엔에서 퇴출당했는가 하면, 독재자 이디 아민이 쿠데타로 우간다의 정권을 장악했고, 바레인과 카타르 등이 독립했다. 핑퐁외교로 미국과 중국이 다가서며 냉전이 완화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대통령 댁의 자녀교육 무엇보다도 큰 사건은 이해 4월 27일에 있었던 제7대 대통령선거였다. 1963년과 1967년, 두 번의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과 연임에 성공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둘째 임기 중반인
2017-04-01 00:00굳이 “한 사람의 충실성과 가치는 독서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그 이상으로 무엇을 읽는가가 중요하다(매슈 아널드)”, “누구든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을 한 시간 동안 읽는다면 반드시 더 나은 존재가 되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존 러벅)”,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르네 데카르트)”는 말을 상기할 필요는 없다. 독서의 중요성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삶은 곧 경험이고 인간은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 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미래로 가는 문도 넓어진다. 문제는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앞서간 사람들의 수많은 경험을 담은 책은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주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양식이자 지혜의 샘물인 책은 그래서 청소년의 지적 성장에 최고의 보약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 독서를 권하지 않는 환경이라는 점이다. 오로지 입시가 모든 교육적 가치를 삼켜버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인한 기계적 학습에 매몰되다 보니 독서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문화
2017-04-01 00:00부산 북구의 신도시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용수중학교는 30학급의 대규모 학교로 우수한 학생, 교육에 관심이 매우 많은 학부모로 구성돼 있다. 불안감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2013학년도부터 자유학기제 운영을 시작했다. 다음 해 어느 정도 정착되기 시작했고, 2015학년도에는 완전히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행사·체험 대신 다양한 선택활동 교사들은 안정적으로 자유학기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학교는 1학년 담임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교사들이 자유학기를 두려워하지 않자 가장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능력 있는 교사들이 1학년 담임을 먼저 지원하게 됐다. 3년간 연속적으로 자유학기 연구학교를 운영했기에 자유학기에 대한 이해와 관련 프로그램 진행의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축적됐다. 그러면서 좋았던 점은 더 발전시키고 좋지 않았던 점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관리자의 포용력과 결단력도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사 간의 끈끈한 정이 쌓이고 서로 불만을 말하기보다는 의논하면서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학교 분위기도 3년간 자유학기를 운영한 큰 효과라 볼 수 있다. 3년쯤 되니 지나친 행사 위주의 프로그램은 정리했고 외부 체험 행사는 2
2017-04-01 00:00국어 시간에 교실 안이 시끌벅적 ‘호호, 하하’ 학생들의 움직임으로 활발하다. ‘완득이와 함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진로융합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자신의 적성을 알고 친구의 적성도 찾아 주는 활동으로 59가지 적성카드 스티커로 서로의 적성을 찾아 붙여주느라 분주하다. 소설 속 주인공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에서 사회적 약자인 난쟁이 아버지와 가난하게 살며 꿈을 가지지 못한 학교의 부적응 학생이다. 그런 완득이가 격투기 선수가 될 꿈을 키워가게 되고 집을 나갔던 엄마가 돌아오면서 다시 희망을 찾아 일어서는 과정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다. 학생들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탐색하는 학생활동 중심 수업에 참여하는 중이다. 이렇게 교과 수업과 함께 그에 따른 진로 탐색 과정을 연계해 학생활동 중심 수업으로 진행하는 수업모형이 학교 현장에서 퍼지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생 참여형 수업과 진로 탐색을 위한 융합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진로 탐색이 전부가 아니다 2016년 1월 21일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앞서 교육부는 2013~2015년 시범운영을 한 42개 연구학교와 2437개 희망학교,…
2017-04-01 00:00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첫해가 지났다. 긍정적인 취지와 우수사례만 주목하면 한없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첫걸음을 뗀 지금의 상태에서는 보완할 점도, 개선할 점도 많이 남아있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자유학기제는 꿈과 소질을 이끌어내고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목표로 도입됐다. 자유학기제가 추구하는 행복교육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다. 자유학기제는 ‘배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려 하기보다는 먼저 먼바다를 꿈꾸게 하라’는 말을 실천하며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으며, 무엇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는 꿈과 소질을 이끌어내고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꿈꾼다. 무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을 참되고 유능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 자유학기제는 교육의 변화를 모색했다. 이를 위해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변화된 것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교육의 변화는 곧 학교의 교육력과 역량 강화다. 핵심성취기준을 토대로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울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하고, 프로젝트 수업 등 창의적 문제해결력 신장을 목표로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 혁신을 이루고, 지필 고사에…
2017-04-01 00:00사후세계에 대한 관심과 우리와 다른 존재들이 공존한다는 생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는 의식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사후세계의 존재들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니나 귀신은 사람을 해치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드라큘라, 미라 등 영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들만 봐도 이런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전통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조금은 다른 모습과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 특이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바로 ‘도깨비’다. 지난겨울 ‘도깨비 열풍’이 불었다. 깊은 한이 서려 있는 우수에 찬 눈빛,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헌신, 잘 생긴 외모. 드라마를 통해 현대판으로 등장한 도깨비의 모습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험상궂은 도깨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드라마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도깨비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동화나 동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때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착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내려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다. 드라마 도깨비는 최근에
2017-04-01 00:00문제행동은 다의적이고 그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동·청소년의 문제행동에는 수업 중 문제행동, 교사와의 갈등, 생활규정 위반, 학교폭력, 성폭력, 우울증 및 자살, 미디어 중독, 약물 중독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행동을 예방하려면 우선 문제행동의 원인과 목적을 최대한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어떤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들러(Adler) 학파의 드라이커스(Dreikurs)는 1930년대에 수업 중 문제행동의 목적을 네 가지 ‘잘못된 목적(Mistaken Goals)’으로 파악한 바 있다. 관심 끌기(Attention), 힘의 추구(Power), 앙갚음(Revenge), 실패의 회피(Avoidance of Failure)가 그것이다. 이는 21세기 한국의 교육상황에도 잘 들어맞는다. 여기에 송형호 서울 천호중 교사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최근의 경향을 고려해 방과후 준비(Preparation after School)를 추가했
2017-04-01 00:00공감의 시대, 공감능력이 필요한 사회 막스 셸러(Max Scheler)는 ‘공감’을 ‘타인의 느낌에 대한 느낌’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느낌을 나도 고스란히 느끼는 것,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공감’이라고 한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마치 나의 상황처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공감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경우는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때와 상대방의 슬픔을 위로할 때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미래 사회를 좌우할 핵심 역량으로 ‘사회적 지능(SQ, Social intelligence)’을 꼽았다. 사회적 지능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인데, 그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수준 높은 사회성을 들었다. 이 사회지능의 핵심 요소가 바로 ‘공감’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고 그 아픔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공감한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공감은 느끼는 것이므로 감성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감성이 곧 공감은 아니다. 나와 관련이 없는 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
2017-04-01 00:00논어가 논어인 이유 지난 시간에 스승 공자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최초로 ‘사제’라는 인간관계의 모형을 만든 사람이라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요. 네, 공자는 사제관계를 만든 사람, 스승입니다. 그런 교육자 공자가 생각하는 제자의 존재란 무엇이었을까요? 아니면 그가 원하는 제자의 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와 제자들의 대화를 보면 그의 제자상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런데 그에 앞서 텍스트의 이름부터 이야기해 보고 싶네요. 묵자, 맹자, 장자, 순자 등 우리가 흔히 고대 중국의 고전이라는 제자백가 시대 텍스트는 대부분 특정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관자나 한비자도 그렇고요. 그런데 유독 논어만 공자가 아니라 논어입니다. 도덕경도 있지 않냐 할 수 있지만, 도덕경은 노자로 많이 부르기도 하고 그 이전에 노자 자체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설도 있어 경우가 다릅니다. 하지만 공자는 엄연히 실존인물이고 논어라는 텍스트는 공자라는 사람의 사상을 오롯이 담고 있는데도, 공자가 아니라 논어입니다. 논어의 뜻은 뭘까요? 한자 그대로 보시면 됩니다. 논(論)하고 어(語)한 책입니다. 인(仁)이란 가치에 대해서 논했고, 군자란 존재는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군자가 될 수…
2017-04-01 00:001983년 방송평론가로 데뷔했으니 어언 35년째다. 그 장구한 세월 내내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집필을 전제로 사전에 미리 작정한 맞춤형 시청을 해와서다. 미리 작정하지 않았어도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보고나서 비평하는 것이 나름 드라마 시청 패턴이라 할까. 3월 30일 끝난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제7회부터 보기 시작한 경우다. 1월 25일 SBS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와 동시에 방송을 시작한 영향이 컸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이런저런 피해를 당한 ‘사임당’은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다. ‘김과장’ 따위는 경쟁조차 안될 것이라는 그런 분위기였다. 아니나다를까 첫 방송에서 ‘김과장’은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15.6%의 ‘사임당’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과장’이 5회 만에 첫 방송 시청률의 두 배인 15.5%를 기록한 것. ‘사임당’은 초반 기세와 달리 5회에서 10.7%로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역전의 승부가 난 것이다. 이후 여기저기 신문에서 ‘김과장’ 소식을 볼 수 있었다. 평론가로서 그런 소식에 무심할 수
2017-03-31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