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시골 창평중학교에서 근무하던 때다. "우리 학교도 금년부터 특수학급 인가를 받았으니 선생님이 맡아 주십시오." 평소 과묵하신 교장선생님께서 교장실로 부르시더니 신신당부를 하셨다. 특수학교인 광주 선명학교를 찾아가 그곳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듣고 왔지만 그저 생소하기만 했다. 특수학급 학생 중에 환태라는 아이는 우리말로 하나 둘 셋이란 개념은 잘 알면서도 1, 2, 3이란 수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항상 밝은 표정에 심성이 곱고 매우 착했다. 하루는 아이들에게 수개념과 돈계산법을 익혀주기 위해 학교 인근 장터를 찾아가 2천원씩 주며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도록 했다. 두 시간쯤 후, 거의가 생활용품이나 장난감을 사왔는데 환태만은 달랐다. 먹음직스러운 핫도그를 두 개 사와 "선생님, 이것?"하며 한 개를 선뜻 건넨다. 어느날 "환태야,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하고 물었더니 머리만 긁적거리다 씩 웃는다. "저, 저는 핫도그 장사가 되고 싶어요." 너무나 뜻밖의 대답이었다. 다른 애들은 의사니 과학자니 간호사니 좀 거리감 있는 대답들을 곧잘 하는데 생각 외로 너무나 작은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환태와 졸업할 때까지…
2003-09-18 13:30최근 우리 사회는 '주5일 근무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노동 환경의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교는 3년 동안 학교·가정·지역사회의 연계 구도를 갖는 '주5일 수업'의 도입을 위해 서울특별시교육청 지정 실험학교 및 선도학교를 운영해 왔다. 2001학년도에는 실험학교를 운영하여 완전 '주5일 수업'의 단계적 적용을 위한 토요종합학습일과 토요자유등교일, 토요휴업일 모형을 개발·적용했다. 토요종합학습일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활동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단계로, 교육과정을 필수학습요소와 체험학습요소로 재구성한 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필수학습요소를 이수하고, 토요일에는 체험활동 중심의 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토요자유등교일은 학생들이 각자의 수준에 맞는 체험활동을 선택하여 가정 또는 학교에서 활동하도록 안내함으로써 토요휴업일 운영에 대비한 자율적인 선택 능력을 배양하는 단계다. 토요휴업일은 학습의 장을 가정과 지역사회로 넓혀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활동하고 평가함으로써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실천하는 단계이다. 2002∼2003 학년도에는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일은 완전 '주5일 수업' 실시에 대비한 학교교육
2003-09-18 09:509월말 정부예산안의 국회제출을 앞두고 2004 정부예산안도 거의 확정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예산안의 당정협의도 마쳤고 한두 차례의 추가 과정을 거쳐 9월 중순경 대통령 보고와 함께 국무회의 의결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후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은 한 마디로 어려운 나라 살림을 고려하여 긴축 균형예산을 편성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국방비와 서민·취약계층 생활안정 및 10대 신성장 동력 배양을 위한 투자 등에 중점 지원하면서 참여정부의 국정과제를 연차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있다. 이러한 예산편성의 기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8%로 전망한 데 있다. 만약 일부에서 우려하듯 8%의 경제성장률이 달성되지 못한다면 긴축 균형예산의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다. 현 단계에서의 정부예산(일반회계) 규모는 117.5조원 내외로 편성되어 '03년도 당초예산 대비 5.4%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물론 추경과 비교하면 2.1%의 증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예산 중에서 교육예산은 25.9조원 내외로 편성되고 있다. 이는 '03년도 당초예산 대비 6.2%(추경대비 4,1%)가 증가하는 것으로 정부예산의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나고
2003-09-08 13:42사학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돌연 경질됐다. 김상권 전 이사장이 2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고, 교육부는 이를 즉각 수리했으며 한신대 박판영 교수(61)를 후임자로 임명했다. 2001년 7월 8일 취임한 김씨는 3년 임기의 잔여기간을 10개 월 여 남겨두고 있었다. 김씨 사퇴의 변은 표면상 '일신상의 이유'로 되어있으나 그의 퇴진은 진작부터 예고되어 왔다. 김씨는 올 봄, 윤덕홍 장관에게 사퇴의사를 밝히고 '떠날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의 이번 퇴진은 지난 2001년 7월 당시, 차관자리에서 물러날 때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경질 이유 없이, 교육부 조직의 인사숨통을 틔우고 후배들에 기회를 넓혀준다면서 자원형식으로 물러났던 것이 2001년 당시나 이번의 경우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곧 대한교과서 고문에 취임할 예정이다.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된 박 교수는 광주고와 고려대 상대를 나와 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사 교관, 고대 교수를 거쳐 현재까지 한신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쳐 왔다. 박 교수의 임명으로 지금까지 교육부 퇴직관료가 임명되던 연금공단 이사장의 인사 불문율이 깨진 셈이다. 박 신임 이사장은 교육활동 외에…
2003-09-08 13:41정부의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한참 진행 중에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규모를 금년 대비 2.1% 증가한 11.5조원, 교육예산은 1.5조원 증액된 25.9조원 내외로 하고, 공무원 보수는 3% 인상을 기본으로 하여 당정협의, 자문회의, 대통령보고 등을 거쳐 9월말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무원 보수 3% 인상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내년도 국가경제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여 공무원 보수를 동결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원뿐만 아니라 절대다수의 공무원들은 또 다시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올해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6%임을 감안하면, 3% 인상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수삭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면, 공무원들의 주장에 충분한 공감이 간다. 우리 나라는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공무원의 보수예산 점유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IMF 당시에 삭감되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20년간 공무원 보수인상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낮았던 유례가 없었던 점을 볼 때 분명 3% 인상안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그 동안 경제상황 등…
2003-09-04 15:54정부는 주 5일 수업을 2005년부터 월 1회 실시한 후 그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학생의 교육력 저하, 사교육비 증가, 사회 시설의 부족에 따른 청소년 비행 증가 등의 부작용을 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방침은 주 5일 수업의 본질적 취지를 망각한 것이다. 교육력 저하를 내세우고 있으나 21세기가 요구하는 교육력은 수많은 정보를 스스로 찾아서 조작하고 창출할 수 있는 이른바 자기학습 능력이다. 단순히 학교에서 장시간 체류하게 하고 많이 가르쳐야만 교육력이 신장된다는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가뜩이나 부실한 공교육으로 학원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우려는 학교의 학생 보호기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다. 사교육비는 획일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입시위주 교육, 학벌지향의 사회구조, 공교육 부실 등에 그 원인이 있다. 주 5일 수업이 아닌 지금도 사교육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검토되는 것이 부모와 가정의 역할이다. 부모가 학생의 부족한 교육을 분담하는 것이다. 주 5일 수업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짐으로써 과외에 의존하는 학습지도의 일정부분을 학부
2003-09-04 15:52교사의 주요한 임무는 가르치는 일이다. 학교가 교육의 장이라면 당연히 교사의 생명은 수업에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 하고 훌륭한 수업을 위해 교재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로 교사잡무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는 더 심하다. 수업보다 잡무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면 그것은 교사가 아니라 사무직이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사의 잡무를 없애야 한다고 외쳤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왜 그런가. 우선 지역사회가 떠맡아야 할 행사나 활동이 힘없는 학교의 몫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우트, 아람단, 해양소년단, 우주단 등 청소년 단체활동은 아동의 전인교육 측면에서 바람직한 활동이지만 교사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단체가 맡아야 할 활동을 교사가 떠안고 신음하고 있다. 그것은 학교를 힘없는 하부 말단기관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1년 동안 날아오는 각종 공문서는 수천 건에 이른다. 그중 필수 공문서의 비율은 20%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각종 공문서를 비롯해 유관기관, 청소년 단체활동, 각종 감사나 평가 등의 업무가 여전히 학교와 교사를 옥죄
2003-09-04 12:01얼마 전 모 TV 방송에서 방영된 두 젊은 남녀의 혼전 동거를 다룬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작년 고려대 학보인 '고대 신문'이 고려대생 2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70%)이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00년 설문 조사 당시 계약 동거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65.5%에 달한 것과 큰 대조를 이뤘다. 동거 경험을 묻는 질문에 100명 중 5명(5%)이 '동거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결국 과거에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함께 사는 일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져 대부분 은밀하게 이루어졌으나 요즘은 교육 수준이 높은 층을 중심으로 개방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동거를 이미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학생들은 집 값과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동거는 대개 호기심이나 성적 욕구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경제력을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몇 푼 안 되는 생활비를 아끼려고 동거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견(異見)도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대학 사회의 개방된 성…
2003-09-04 12:01"선생님, 혜진이 오줌쌌나 봐요." 혜진이의 걸상은 진한 나무색으로 변해있었고 걸상 밑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공부시간과 쉬는 시간에 할 일은 다르다"면서 오늘따라 심하게 했던 것이 후회가 됐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어렸을 때 그런 적 있는데…. 괜찮아, 흉보면 안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잖아."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자기의 실수담을 자랑까지 한 덕분에 위기는 넘어갔지만 혜진 엄마께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엄마한테 전화 걸어 새 옷 가져오라고 할까?" 혜진이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척 물었으나 혜진이는 "엄마 집에 안계세요"하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교실에 있던 수건을 깔아주고 마침 긴 외투가 있길래 겉에 입혀 전혀 표시 나지 않게 해서 다른 친구와 함께 집으로 보냈다. 근 후 저녁을 먹고 망설이다 9시가 좀 지나서 전화를 걸었다. "혜진 어머니, 선생이랍시고 애도 하나 제대로 못 보살피고 미안하군요." 깜짝 놀란 혜진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애 맡겨놓고 한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청소도 한번 못해드렸는데….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오늘 혜진이 아무 일 없었나요?" "학교에서 돌아오자
2003-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