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를 신청해야겠어. 너무 힘드네.”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명예퇴직(이하 명퇴)’ 얘기를 하게 돼요. 아이들을 대하는 게 힘들어서, 학부모 응대하는 게 힘들어서 명퇴를 생각하시는 선생님들. 교직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가끔 역대급으로 마음을 부들부들 떨게 만드는 인물이 꼭 등장해요. 막장 드라마처럼 말이지요. 수업을 방해하고 학교폭력 사안까지 일으키는 학생. 일상적인 일에도 ‘내 아이가 상처받았어요’라면서 교사를 공격하는 학부모. 업무를 진행하면서 쓸데없이 감정 소모를 하게 만드는 동료.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터도 여러 사람이 모인 곳.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달라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해요. 감정 소모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문제는 그런 감정 소모 덕분에(?) 우리는 ‘그만두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도 해요. 우리의 생각은 곧잘 ‘명퇴’에까지 다다르게 되지요. 오죽하면 ‘명퇴당한다’라는 말까지 나오겠어요. 내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니까요. 답답한 마음에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눈에 들어오는 구절은 한결같이 이런
2021-09-09 16:10‘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자식 일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으며, 자식이 부모의 뜻과 반하는 결정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부모가 결국 수용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가정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녀에게 맞추려고 애쓰는 부모도 분명히 있다. 사춘기 이후 바뀌는 부모의 태도 자식 앞에서 권위적이고 엄격했던 부모도 자녀의 사춘기 이후에는 조금씩 태도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야단쳐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아이가 더욱 반항하거나 어긋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는 자식에 대해 취했던 강경 노선을 조금씩 완화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 사춘기 이후 자식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을이 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자식에게 을인 부모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식이 부모를 걱정시키고 속을 썩여도 부모는 자식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항상 져주고 받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과연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춘기 자녀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에 서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맞춰주려고 쩔쩔매는 부모들을 보고, 이러한 양육 태도
2021-09-02 16:35러닝머신(Running Machine) 위에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가. 다른 이름으로 트레드밀(Tread Mill)이라고도 하는데, 그 유래가 특이하다. ‘tread (디디다, 밟다)’와 ‘mill (방앗간, 제분소)’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에서 죄수의 처벌 도구로 고안됐다고 한다. 곡식을 빻기 위해 물레방아와 같은 시설을 만들어 놓고는 죄수를 그 위에 올려 쉼 없이 고문 바퀴를 돌리게 한 것이다. 극한의 고통을 맛보게 하는 트레드밀은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면서도 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특한 발명품이었다. 이후 재질과 형태를 바꾸며 변신을 거듭하더니 죄수를 위한 고문 도구는 전 세계 헬스장을 빠짐없이 채운 운동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처벌 도구였던 러닝머신 흥미로운 탄생 비화를 가진 러닝머신은 현재 가장 사랑받는 운동기구 중 하나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면 눈치를 봐가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러닝머신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첫째, 러닝머신 위에서의 '움직임'은 능동적인 형태의 운동이 아니다. 회전하는 쳇바퀴 모양의
2021-09-02 16:31현대사회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장애학생(student with disability)도 다양성의 반영이다. 특수교육학개론 강의 첫 시간에 예비교사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장애학생은 일반 학생에서 '장애'라는 특징을 더불어(with) 가지고 있을 뿐 특별히 다른 학생이 아님을 강조한다. 통합교육의 확대로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 배치돼 통합교육을 받기에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이 중요하다. 특수교사-일반교사 협력 중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제6항에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 및 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로 되어 있음을 설명하면 예비교사들은 일반학교에 특수교사가 모두 배치돼 있는지 질문한다. 특수교사의 부족과 특수학급 미설치 등의 상황 및 특수학급이 있어도 통합교육 추세로 교사들의 협력이 통합교육의 기반임을 설명한다. 미국은 예비교사 양성과정에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같이 4년의 학사과정을 이수 후, 특수교사는 석사과정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현장에 배치되기에 교사들의 협력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
2021-08-26 16:31“국어 쌤이 왜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셨어요? 선생님! 그럼 이번 시간도 자율학습인가요?” 학생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는 고교학점제를 적용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대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수업 시간 줄여 보충 이수시간 부여 교육부는 지난 2년간 ‘마이스터고’라 불리는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대상 학교를 순차적으로 늘리는데, 내년에 특성화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체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대학교 교육과정처럼 본인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교과목의 선택권을 보장해 진로를 스스로 설계한다는 좋은 취지로 탄생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학사 기준을 기존의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꾸면서 졸업 이수 기준을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완화했다. 종전과 비교해 연간 수업 시간이 170시간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최소 학업 성취율(40% 이상)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보충 이수 시간을 일주일간 부여했다. 문제
2021-08-26 16:27“선생님! 선생님 때문에 업무가 진행이 안 돼요. 내일까지 수행평가 기준안 수정해주세요.” “네? 지금 퇴근해서 집이고 내일은 토요일인데 월요일에 드리면 안 되나요?” “선생님, 연수 안 받았어요? 어떻게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요? 양식 하나도 못 맞춰요? 내일 오전까지 얼른 정리해서 주세요.” “선생님, 저는 2주 전에 파일 드렸고 그 기간에 충분히 검토하실 수 있었잖아요. 왜 하필 금요일 저녁에 전화해서 주말에 달라고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민우(가명) 선생님과 승열(가명) 선생님. 업무 때문에 옥신각신이에요. 평가 담당인 민우 선생님은 수행평가 기준안을 보고 양식이 안 맞는다며 전화를 했어요. 그것도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요. 수화기 너머로 자신은 토요일에 출근해서 업무를 정리할 예정이니 토요일 오전까지 처리해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승열 선생님은 갑자기 ‘뜨아~!’하는 마음이에요. 2주 전에 메신저로 파일을 보냈는데, 갑자기 금요일 저녁에 전화해서는 내일까지 해 놓으라고 명령을 하는 민우 선생님. 덕분에(?) 편하게 쉴 수 있는 주말에 마음 불편하게 업무를 하게 생겼어요. 안타까운 갈등 상황. 누구의 잘
2021-08-19 12:16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감염병 위기 단계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 현재까지 심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건교사는 코로나19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보건소와 공공의료기관 의료종사자는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언제 어디서 학교에 전파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5분 대기조의 심정으로 학교 감염병 대응 관리, 학생건강관리, 보건교육 등 보건교사 본연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 의료지원에 동참 살얼음판을 디디는 것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가을, 고양시 보건교사회(회장 권은숙)로 연락이 왔다. 덕양구보건소 소장님이 보건교사 의료지원 협조를 요청해왔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고양시 보건교사들이 지원했다.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을 반납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 의료지원에 동참했다. 그 이후 지난 겨울방학, 올해 7월 백신 접종 지원까지 고양시 보건교사회에서 3차 의료지원이 있었다. 경기보건교사회(회장 천아영)에서도 지난 겨울방학과 올해 여름방학에 2차에 걸쳐 의료지원에 나섰다. 이에 필자는 고양시 보건교사회와 경기보건교사회가 주도한 의료지원에 힘을 보태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 의료지원은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등 선
2021-08-19 12:13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꽃 같은 시기를 지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학교에 숨은 위협요인은 없는지 쉼 없이 찾고 또 개선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교 화재 긴급지원 현장에서 만났던 A 교사에게 연락을 받았다. 안전원 덕분에 학교도 아이들도 모두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본인의 마음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혹시나 다시 불이 나면 저는… 저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쩌죠?”라는 울음 섞인 고백에 머리가 울렸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그 마음만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복구되지 못한 마음 A 교사와의 통화는 상당한 충격을 남겼다. 재난 후 빠르게 복구돼야 할 것은 비단 시설뿐만이 아니었다. 이로 필자는 ‘재난 트라우마’라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재난 상황이 계속해서 떠올라 일상이나 수면에 어려움을 겪거나, 예민해지며 이유 모를 짜증이나 화도 경험하는 복합적인 심리적 후유증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후유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에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방해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좌시할…
2021-08-19 09:33영국 작가 ‘앤서니 브러운’의 동화 한나와 고릴라에는 일 중독 아버지가 나온다. 어린 딸과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일 때문에 계속 핑계를 대고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동화 속의 이야기지만 현실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일 때문에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다. ‘체육대회가 끝나면’ 혹은 ‘공개수업 끝나면’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가족과 보낼 시간을 하루 이틀 미룬다. 그러다 보면 선생님도 동화 속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일 중독 넌 누구냐? 일 중독이란 ‘생활의 양식이어야 할 직업에 사생활을 많이 희생해 일만 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 중독자는 자신의 가치를 일이나 성과를 통해 찾으려 하고 삶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 ‘마스킹효과’처럼 일에 대한 욕구로 인해 건강을 잃거나 주변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도 잘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일 중독자는 일하는 것 자체가 나를 치료해주는 보약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페터 베르거’에 따르면 일 중독자와 열심히 일하는 건강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루어
2021-08-12 17:38교육 당국을 중심으로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코로나 이후의 언택트 수업을 위시한 교육환경의 변화와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또 이런 변화를 견인할 교원양성을 위한 교원양성체제의 개편 등이 현안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수석교사의 역할 더욱 중요해져 필자는 오랫동안 수석교사로 근무하면서 ‘미래 교육에 대한 고민’에 익숙해 있어서인지, 이러한 논의가 전혀 생소하지 않다. 미래 교육에 대한 고민은 수석교사 모임이나 연수회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됐던 이야기이고, 우리 교육 현장에 닥칠 미래의 환경변화에 대비해서 수석교사 활성화를 무수히 건의해오고 있었던 터이다. 미래 교육을 위한 제도의 수립과 실행을 위해서는 필요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행조건 중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적자원이다. 다시 말하면 이 과제를 추동할 역량 있는 교사들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필요한 연수와 연찬이 필요하다. 이들의 연수와 연찬을 지원하고 과제수행을 이끌어 줄 수석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도록 수석교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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