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공교육 정책이 사교육에 의존해 있지 않나?” 이 질문은 공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경스럽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 불경스런 질문을 지금 꼭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음지에서 번성하는 것을 양지쪽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놓고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면 문제가 음지에서 곪다 못해 썩어 냄새가 진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썩어 냄새가 시작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매우 조심스럽게 불경스럽다고 말하지만,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미 그런 줄 알고 있는데 웬 호들갑이냐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우리 교육계는 교사들 중에서도 자녀를 사교육 기관에 보내는 사람이 많고, 또한 사교육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교사들을 만나기가 그리 어려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 밝혔듯이 사교육을 영어로 ‘Shadow educ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용어는 사교육이 학교교육의 그림자처럼 학교교육의 향방에 따라 사교육이 진행되고 있음을 특징적으로 포착한 장점을 가진 개념이다. 일리가 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의 여러 모를 보면 사교육이 공교육을 따라 하는 면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2009-10-01 09:00
인간적이면서 초월적인 세계 우리 안에는 이야기 본능이 있다(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 실린 글을 읽어주기 바란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이야기를 지어내고 들려주면서 살아가게끔 되어 있다.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는 일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합리적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거나 해명할 수 없는 현상에 부닥쳤을 때, 이야기로 꾸미는 과정에서 인간은 그것을 알아 나간다. 고난이나 상처로 얼룩진 상황에 빠졌을 때는 이야기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치유하며 구원을 모색하는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야기 속에는 풍요로움이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자기 성찰의 정신도 담겨 있다. 이렇듯 이야기를 향한 욕구는 삶의 구석구석에 촉수를 드리우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는 상상력을 발동하여 개인과 집단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자기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가운데는 인간의 세계를 훌쩍 벗어나 영혼이나 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것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신화와 전설을 꼽을 수 있다. 신화와 전설은 인간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2009-10-01 09:00
“갓 독립한 미국, 남북전쟁에서 어느 편도 승리하지 못해 결국 북부와 남부로 갈라서다.” 물론 가정해 본 이야기다. 주지하듯이 미국은 독립한 지 얼마 안 되어 남북전쟁(1861~1865)이란 심각한 내적 도전을 잘 극복했고, 더불어 초일류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남북전쟁이 북부-남부의 분열을 고착시켰을 경우 오늘의 북아메리카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서쪽과 남쪽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해가던 미국 또한 마냥 순풍만을 노래할 수는 없었다. 미국이 부딪친 내외의 여러 도전 중에서도 흑인노예 문제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을 넘어 드디어 나라가 남북으로 나뉘어 처절한 싸움을 벌이도록 했다. 남부에서는 인구의 5%에 불과한 백인 지주들이 400만 명을 넘어서는 흑인노예를 사역해 담배 • 목화 •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는 이른바 재식(栽植)농업적 대농장을 경영했다. 영국이 선도한 산업혁명으로 원면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는 가운데 새로운 품종의 면화가 들어오고 씨아가 발명되면서 남부의 면화농업은 아연 활기를 띠었다. 초기에는 주로 해안지대에서 이루어지던 담배재배 또한 미시시피강 유역의 주들을 거쳐 마침내
2009-10-01 09:00
본디 인간은 착한 천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부연 설명하자면 인간의 내면엔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함께 자리 잡고 있어 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평온한 상황에서는 대체로 선한 마음이 지배하겠지만, 원치 않는 고난을 당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시련과 사건에 휘말릴 때 인간은 평상심을 잃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꺼내 든 날 선 마음이 어느새 무기가 되어 상대방을 해치고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스스로를 비극의 수렁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집,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곳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필자가 살았던 고향 동네엔 낮은 언덕 하나를 경계로 재래식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요즘의 고급 아파트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4층짜리 아파트였지만, 대도시임에도 아파트 단지가 흔치 않았던 당시로써는 넓은 앞마당과 놀이터가 있던 그 아파트는 주변의 초등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아파트가 지금처럼 부의 척도나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진 않던 때라, 아랫동네 아이들이 윗동네 친구 따라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창피하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드디어 그 아파트에 이사 가던…
2009-10-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