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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별별이 교실상담소]아이가 호소하는 신체증상 의미를 이해하고 수용해줘야

⑥ 신체증상

학기말 시험이 임박할 즈음이 되면 신체증상 호소로 등교를 할 수 없거나 계속되는 지각과 조퇴 등 출결 문제가 누적돼 상담센터를 찾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늘어난다. 이 같은 신체증상은 서서히 진행됐지만 처음에는 내과를 비롯한 다른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받으러 여러 병원을 다니며 고군분투하다가 뚜렷한 의학적 소견이 없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게 되면 상담실을 찾는다.

 

일상에 지장 주는 신체증상과

증상에 대한 불안, 두려움 동반

 

임상적으로 신체증상장애(Somatic Symptom Disorder)는 고통스럽거나 일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하나 이상의 신체증상(예, 두통, 복통, 메슥거림, 구토, 소화불량, 목 이물감, 설사, 어지러움, 심장 뜀, 가슴통증, 오한, 피로감 등)이 존재하며, 이와 관련된 과도한 생각과 느낌, 그리고 행동이 나타난다. 어떤 경우는 ‘증상의 심각성에 대해 계속해서 몰두’하고 어떤 경우는 자신의 ‘건강이나 증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안’해 하며, 또 어떤 경우는 ‘건강 염려에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물론 이 모든 양상이 동시에 나타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나열된 특징을 유심히 살펴보면, 신체증상 자체보다는 이들이 호소하는 고통스러운 신체증상과 이러한 신체증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행동’이 더 두드러진다.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아동,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내과를 주로 찾고 여러 차례 치료받아 온 이력이 있다. 이들은 실제로 증상과 관련된 내과적 진단을 받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다시 말해 신체증상장애는 정신과적 진단이지만 실제 의학적 진단이 내려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잘 알려진 우울이나 불안, 혹은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장애들의 초기 증상이 신체증상인 경우도 있다. 또 우울 및 불안 장애는 신체증상 및 관련장애들을 동반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신체증상이 우울과 불안 장애를 더 심각하고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고, 호전의 가능성을 낮추기도 한다. 그러므로 고통스러운 신체증상과 증상들에 대해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사고와 감정, 그리고 행동이 나타난다면 다른 의학적 진단의 유무와 관계없이 정신과적 진단이 내려져야 하며, 우울 및 불안, 혹은 공황장애에 동반되는 신체증상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신체증상에 대한 심리적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동의 주된 증상 호소는 두통이나 복통, 피로에 국한되며 질병 자체에 대한 걱정은 드물게 나타나는 반면 청소년의 경우는 세부적이고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며 질병에 대한 걱정이 동반되는 양상이 더 흔하다. 그러므로 청소년의 경우에는 신체 증상에 대한 비합리적인 생각과 과도한 감정, 그리고 부적응적 행동에 대해 더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신체적인 질환으로, 혹은 꾀병으로 오인해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대부분의 활동들을 거부한 채, 칩거하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증상과 관련된 요인들은 여러가지다. 지속적인 신체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크게 보면, 실제로 오랜 기간 신체질환을 겪었거나, 우울 및 불안, 공황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 학업 및 또래관계, 학교적응, 부모-자녀 관계 등의 사회적 스트레스, 신체증상 호소로 인해 주어지는 어떤 이득이 강화된 사회적인 요인, 끝으로 개인의 통증에 대한 민감성이나 신체감각에 대한 과도한 몰두, 그리고 신체증상을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해하고 수용하기를 거부하며 의학적 질병으로 받아들이려는 인지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부모도 치료적 도움을 위한

질환에 대한 지식과 식견 필요

 

실제로 이들이 속해 있는 가족문화와 가정 분위기는 정신적 고통을 드러내는 것은 심약한 것이라 여기며 터부시하는 한편, 신체적인 고통은 상대적으로 허용하거나 묵인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이들은 기질적으로 통증에 과민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지속적인 또래관계 갈등이나 폭력과 학대 등 트라우마 경험도 종종 보고한다. 이들은 질병으로 인해 얻게 된 주변의 관심이나 도움이 상당한 지지경험이 된 경우도 있다. 때문에 자신의 신체적 고통이 자신의 심리, 내적인 원인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극도로 거부하고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며, 의학적 소견이 있을 거라 믿고 신체증상의 호전을 위해 병원과 의사들을 찾아 다닌다.

 

한편, 신체증상에 심리적 의미가 있다는 해석을 수용하지 못하고, 심리상담 권유에 불쾌감을 표현하며, 상담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들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신체증상의 심리적 의미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핵심이며 중요한 관건이다.

 

신체증상장애에 관련되는 요인에서 살펴보았듯 아동, 청소년의 증상 호소에 대한 부모의 반응은 증상의 심각성과 지속성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증상이 시작되고 발전하며 지속되는 과정을 통해 증상을 어떤 의미로 볼 것인지, 어떤 의학적 도움을 받을 것인지, 또 학교 출결과 같은 적응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등에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는 당분간 학교를 쉬게 하면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학교를 쉬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 기간 쉰 뒤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를 보면서 좌절과 분노를 경험한다. 이쯤 되면 아프다는 아이와 극심한 갈등이 시작된다. 아이는 쉬는 것만으로 신체증상이 호전될 수 없는, 신체증상이 지니고 있는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신체증상의 의미와 호전을 위한 치료적 도움에 있어 전문가만큼이나 질환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억압된 심리, 정서적 스트레스가 신체증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 아이의 심리적 경험에 대해 인정하고 해소할 수 있는 가정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두려움은 회피하고 나면 더 커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신체증상의 고통 때문에 등교를 거부한다면 교문 앞까지 가서 돌아오더라도 그렇게 시작하여 1교시를 버티고, 보건실에서도 버티고, 학교 상담실에 머물러도 보고, 점차 더 긴 시간을 견디며 신체증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둔감해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의 협력도 중요하다.

 

신체증상=꾀병이란 생각버리고

심리적 고통의 표현으로 이해해야

 

청소년의 경우, 자신의 신체증상에 대해 과하게 위험하고 문제인 것으로 지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설령 신체증상과 관련될 수 있는 경미한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실제 질병 정도보다 지나치게 해당 질병에 대해 걱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증상을 크게 두려워하고 자신에 대해 ‘질병이 있는 사람’, 혹은 ‘유약한 사람’, 혹은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사람’ 등으로 부정적 정체성을 갖는다.

 

또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또래관계를 맺거나 부모와 상호작용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상생활이나 학업과 학교 적응에 기본값을 설정하고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체증상과 관련하여 자기 패배적인 삶이 만연되는 것이다.

 

이들은 ‘신체증상=나’라는 잘못된 정체성의 수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체성이 모든 역할에 대해 무력감을 가져오고 있음을 인식하고 신체증상은 단지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 그리고 아파도, 불편해도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불편하고 아플 뿐이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신체증상에 대해 과도한 몰입을 줄여가고, 신체증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파국적이고 재앙적인 비합리적인 생각과 과도한 느낌을 객관화해 수정하며, 점진적으로 회피를 멈추고 적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신체증상은 꾀병과 다르다. 실제로 상당한 고통을 경험한다. 신체증상은 심리적 고통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방언이며 상징이다. 그렇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신체증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치료의 시작이자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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