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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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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텃밭가꾸기

필자는 은퇴 후를 위해 텃밭있는 작은 집을 마련하였다.  매우 잘한 선택이다. 텃밭가꾸기를 생각한 이유는 운동이다. 햇볕과 바람이 있는 공간에서 온몸을 사용하며 조졸한 먹거리도 얻을 수 있다.

 

재직동안 짬짬이 굵은 돌, 작은 돌 걷어내어 밭을 만들고, 은퇴 1년 차인 올해는 상추 몇 개, 고추 몇 개를 넘어 콩도 팥도 심었다. 콩씨 80개를 심었는데 수확이 제법 있었다. 팥은 실패하였다. 때가 되어 고개숙인 잎과 가지를 들어내어 천막지 위에 콩꼬투리를 널어놓았다. 이웃은 꼬투리가 바싹 마르면 막대로 탁탁 털라고 말씀해 주었지만 필자는 많은 양이 아니므로 손가락 운동을 겸하여 꼬투리를 열고 까만 열매를 손으로 받기로 결정하였다.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노라면 어느새 새벽이다. 피아노 치는 거와 마찬가지로 뇌운동이 되겠지.

 

                                                           

맷돌호박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먹고 남은 음식물이 있을 때마다 한 곳에 모아 두니 좋은 거름이 되어 모종 3개를 심었는데 크고 작은 결실이 30개나 달렸다. 가족과 친지에게 나누어주고도 꽤 남았다. 어떻게 요리를 하면 좋을까? 보편적인 것이 호박죽이다. 이웃은 말려서 만두속을 하라고 알려준다. 필자는 곰곰이 생각한 결과 조청을 만들어 우유에 넣거나 국에 넣어보기로 하였다. 호박을 썰어 마트에서 구입한 조청을 넣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낮은 불에 마냥 고았다. 우유에 넣어도 좋고, 국에 단맛을 내기도 좋고, 호박조청 우유아이스크림을 만들어도 엄지척, 따봉이다. 요리법을 위해 인터넷 찾아보고, 이웃에 의견 구하고, 그마저도 마음에 안 차면 스스로 구상해보느라 머리도 손도 바쁘다.

 

이웃에서 귀한 조선오이 다섯모를 주었다. 멜론같은 박오이가 주렁주렁열렸다. 과육이 많은 오이를 오래 저장하기 위해 김치를 만들었더니 시간이 지나며 시큼하고 덜 맛있었다. 풍부한 과육과 시원한 수분을 모두 활용하려면 오이지를 하면 될까? 내년에 시도해 보아야겠다. 유기농이라 저장이 문제이다. 수분 많은 채소를 아삭하게 오래도록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이 있나? 찾아보아야겠다. 요리전문가와 식품과학자의 융복합노력이 필요하지않을까.

 

산 밑에 있는 텃밭에는 생각지 못한 선물도 있다. 지인이 필자를 방문하여 곰보배추와 고들빼기가 많다고 알려주었다. 그 간 잡초로 알아 열심히 뽑아내었다. 인터넷에서 집주변에 흔한 약초들을 찾아보나 비슷한 풀들이 너무 많다. 시골집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는 약초에 대한 지식과 독을 다스려 먹는 방법 등 대면 강의하는 곳을 찾아 수강신청해야겠다.

 

작은 텃밭이라 노동의 강도는 높지 않으나 돌 고르고, 잡초 뽑고, 거름주고, 파종시기에 맞게 작물 심고, 수확하고, 요리법 생각하는 동안 뇌근육을 비롯한 모든 근육이 합심하여 필자는 건강을 얻었다. 햇볕좋은 날 농사의자에 앉아 두세 시간 잔돌 골라내고 잡초뽑고 있으면 가족들은 오랜시간에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은 잡초가 별로 없음에 또 놀란다. 그래도 소쿠리엔 상추, 깻잎, 고추, 부추가 가득하여 가족뿐 아니라 친척, 친구들에게도 나눠준다. 등 뒤를 비추는 따사로운 햇살과 훈훈한 바람, 사람을 피하기커녕 곁으로 다가오는 개념없는 작은 개구리, 톡 쳐도 움직이지 않은 사마귀 또한 심신에 활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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