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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시네마 톡톡톡] 아카데미에서 소지섭까지, 눈과 귀가 즐겁다

 

학교가 분주해지는 개학 시즌이다. 영화팬 시선으로 보면 전 세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이 열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3월에는 어떤 영화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까? <새교육> 3월호 ‘시네마 톡톡톡’에 소개한 영화 중에서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을 영화는 몇 편이나 될까? 그 안에서 깨달음과 정화 그리고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영화는 무엇일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3월에 주목해야 할 영화 4편을 소개한다(개봉일 순). 


<콘클라베>(감독 에드워드 버거) _ ‘교황’ 선출 투표 뒤에 도사린 뒤틀린 탐욕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교황이 선종한다. 새 교황을 뽑는 선거인 ‘콘클라베(Conclave)’를 치러야 한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Con clavis’로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소집돼 새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가 바로 콘클라베! 이 기간에 시스티나 성당은 폐쇄되고, 추기경단 역시 외부와 격리된 채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영화 <콘클라베>에서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단장으로서 선거를 총괄한다. 교회를 이끌 수장을 뽑는 신성한 투표인데, 당선에 유력했던 후보들이 속속 스캔들에 휘말리고, 그 안에서 일반인보다 더욱 교활한 음모와 탐욕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교황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추기경들의 은밀한 계획을 알게 된 로렌스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명 하나 없는 후보는 찾을 수 없다”는 벨리니(스탠리 투치)의 조언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와중에 속내를 알 수 없는 수녀 아녜스(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수상한 행동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급기야 로렌스는 추기경들에게 “우리는 주님께 봉사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겁니다. 비밀을 엿보거나 들추는 게 아니라요. 이건 콘클라베지, 전쟁이 아닙니다”라고 설득해 보지만, “전쟁입니다! 단장님도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하세요”라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과연 새로운 교황은 무사히 선출될 수 있을까?


은밀한 세계 뒤에 감춰진 다툼·음모·배신을 파헤치는 가장 지적이고 영리한 시크릿 스릴러 <콘클라베>에는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랄프 파인즈를 필두로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메소드 연기를 선보여온 쟁쟁한 배우들이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친다. 제작진도 기대를 더한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제95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작년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제작한 ‘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했다. 3월 5일 개봉.

 

<에밀리아 페레즈>(감독 자크 오디아르) _ 외계인 전문 여배우 조 샐다나에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컴백 작품이다. 능력 있는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가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비밀 의뢰를 받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수장을 만나러 가는데, 그의 요청은 “나를 여자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 물론 아내(셀레나 고메즈)도 모르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세팅하라”는 것이었다. 얼마 뒤, 새로운 그녀 ‘에밀리아 페레즈’(카를라 소피아 가스콘)가 나타나면서 모두의 인생에 2막이 오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에서 가장 핫한 감독의 작품답게,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통상 한 영화에 한 개의 상만 수여하는 칸 영화제가 이례적으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여했다. 더 놀라운 건 영화에 출연한 네 명의 여배우인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아드리아나 파스가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슈퍼히어로 무비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가모라’나 SF 영화 <아바타>의 ‘네이티리’처럼 초록색·파란색 피부의 외계인을 10여 년 연기했던 조 샐다나는 이번 영화로 각종 영화제에서 16개 이상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제97회 아카데미시상식 13개 최다 후보로 지명된 <에밀리아 페레즈>는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영화로 비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기존 기록은 <로마>(2018)와 <와호장룡>(2000)의 10개 후보 기록). 게다가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칸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최초의 트랜스젠더 배우가 됐다는 기록도 남겼다. 3월 12일 개봉.

 

<화이트 버드>(감독 마크 포스터)_ 소지섭이 ‘PICK’ 한 영화! 피해자 된 따돌림 가해자에게 필요한 건 ‘다정함’
누구보다 위트있지만,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어기’가 10살 생일을 기점으로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낯선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던 영화 <원더>(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2-17)를 기억한다면, 3월 12일 개봉하는 <화이트 버드>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영화는 어기를 괴롭히며 따돌렸다가 퇴학을 당한 ‘줄리안’(브라이스 게이사르)의 현재 모습으로 시작한다. 


새 학교로 전학해 온 줄리안은 예전처럼 친구들과 소통이 쉽지 않다. 부모님들끼리는 서로 아는 사이기에, 자녀들에게 새로 온 친구 줄리안을 잘 대해 주라고 부탁하지만, 아이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며 줄리안을 따돌린다. 따돌림 가해자가 순식간에 피해자가 되고, 줄리안의 마음에는 친구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 


“더 이상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며 힘들어하는 줄리안을 구하기 위해 할머니 사라(헬렌 미렌)가 집으로 찾아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치가 세상을 통치하던 시절,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은 쫓기다가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은 어린 사라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건 손주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줄리안’(올란드 슈워드)!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줄리안은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라를 자신의 집 창고에 숨겨준다. 전쟁 속에서도 서로에게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비추는 유일한 빛이 된다. 현재의 할머니는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줄리안에게 “살면서 많은 것을 잊게 되지만 다정함은 결코 잊지 못한단다”라며 힘을 주는데….


학교폭력 가해자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상황을 상정해,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액자식 구조로 보여주는 <화이트 버드>는 배우 소지섭이 ‘PICK’ 한 영화로도 알려져 있다. 예술영화·독립영화 등 의미 있는 영화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힘을 보태 한국 관객에게 알리고 있는 그가 <화이트 버드> ‘공동제공’에 이름을 올렸다. ‘끝까지 희망과 다정함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는 마치 영화를 사랑하는 소지섭 배우의 다정함을 닮은 것만 같다. 3월 12일 개봉.

 

<호조>(감독 권혁만) _ 안창호 선생과 손정도 목사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난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 오직 독립을 위해 뜨거운 투쟁을 이어나갔던 안창호 선생과 손정도 목사의 이야기를 그린 항일투쟁 대서사시 영화 <호조>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항일투쟁을 그린 작품으로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호조>는 항일독립운동단체 ‘신민회’와 민족운동단체 ‘흥사단’을 결성한 민족의 스승 도산 안창호 선생과 독립을 넘어 동포들의 이상촌 건설을 꿈꾸다 일제의 고문으로 끝내 49세에 순국한 손정도 목사의 삶과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제목인 ‘호조(互助)’는 ‘서로 돕는다’는 뜻으로,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손정도 목사가 만주에 흩어진 난민 동포를 구제하며 건립하고자 했던 이상촌을 의미한다.


영화는 그동안 단편 다큐멘터리조차 없었던 독립 영웅 안창호 선생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임시헌장 선포, △길림 대검거 사건 등 역사적 순간을 최초로 뮤지컬화하고 조명해 주목받았다.
권혁만 감독은 사랑과 헌신의 삶을 살다 간 순교자 손양원 목사를 다룬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2014)>, 일제강점기에서 신앙을 지킨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 <일사각오(2016)>, 조선인 최초의 목사 김창식을 다룬 <머슴바울(2022)> 등에서 독립운동가와 목회자들을 꾸준히 조명해 왔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안창호 선생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호조>를 제작했다.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가슴을 먹먹하게 울릴 뮤지컬 넘버를 선보일 정지현 음악감독은 제10회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장 담그는 날>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실력파 작곡가다. 


안창호 선생 역에는 장정식 배우, 손정도 목사 역에는 최민우 배우, 두 사람을 쫓는 일본인 이시이 역에는 이환의 배우 등 뮤지컬 공연에서 활약해 오던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작품 내 다채로운 뮤지컬 넘버들을 소화하며 스크린 너머로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할 예정이다. 


<호조>에 수록된 뮤지컬 넘버는 총 21곡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겪어왔던 굵직한 현대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양한 안무로 표현했다. 냉혹하고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대, 고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찬가를 불렀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울림과 위로가 될까? 3월 12일 개봉.

 

 사진제공 ● <콘클라베> _ 디스테이션 / <에밀리아 페레즈> _ 그린나래미디어 / <호조> _ ㈜권필름 / <화이트버드> _ 찬란, (주)올랄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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