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고난과 선택을 잘 보여줍니다. 고통스러워 방황하는 인턴 양재원에게 주인공 백강혁 선생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너도 너만의 이유를 찾아. 깨져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그런 이유. 이 퍽퍽하고 꺼끌꺼끌한 이 길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걸어가기에는 너무 되다. 넌 아직 그 이유를 못 찾은 것뿐이야.”
교육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우리들에게 던지는 깊은 질문처럼 다가옵니다. 학기 초 학생들의 끝없는 요구, 실시간으로 터지는 다양한 사태에 대응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총알이 흩날리는 전장을 누비는 병사들 같아 보입니다. 퇴직하는 선생님이 전쟁터에 전우를 남겨두고 떠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던 말이 와닿습니다. 그러한 속에서도 버티려면 ‘아무리 깨져도 절대 변하지 않을’ 그런 이유가 하나쯤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내가 이 길을 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여기에 와 있었고, 운명처럼 주어진 이 길에서 만난 제자들을 위해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목표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병원에도 힘든 과와 그렇지 않은 과가 있듯이 학교에도 힘든 반과 업무가 있습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반과 업무를 스스로 찾아가는 선생님이 바로 ‘백강혁’일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자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다는 신념 하나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의 버팀목입니다. 조국의 최전선을 지키는 병사처럼, 생사 앞에서 촌각을 다투며 뛰는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처럼, 많은 선생님은 오늘도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 돌아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제 경험에 비춰볼 때 열정적인 선생님으로 살아남으려면 기초체력, 가르침을 즐기는 마음, 그리고 학생에 대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듯이 연인을 찾을 때처럼 사랑하는 일을 찾아 전념해 보기 바랍니다. 각종 민원과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로 가득 찬 현실이지만, 제약 범위 내에서 학생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때 존재 이유를 찾게 될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도 한 꺼풀만 벗겨내면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임을 30여 년의 가르침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빛나는 이유는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며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때문입니다. 혼자 가기에는 벅찬 길입니다. 마음에 맞는 동지를 만들어 서로에게 기대고 위로하며 나아가기 바랍니다. 앞이 보이지 않고 흔들릴 때면 길을 묻고, 힘들 때면 기대어 울 수도 있는 스승도 필요합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구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힘들기에 더 보람찬 이 길을 후회 없이 완주하길 바랍니다. 어느 삶에서건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외로이 시대를 채찍질하며 그 길을 가는 영원한 스승으로 마주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