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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선생님,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보고할 교무 행정업무가 많아서 작업을 마친 어느 늦은 밤, 학교 복도를 홀로 지나가던 A교사는 걸음을 멈추었다. 학년 교무실에 불이 아직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자, 같은 학년의 동료 교사가 아이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있었다. 피곤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 책상 한쪽에 놓인 식지 않은 커피, 그리고 그가 꾹꾹 자판을 눌러 쓴 학생에 대한 진심 어린 기록들이 컴퓨터 화면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요즘 교사의 길은 외롭고 고된 길임을 우리는 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반복되는 생활지도, 그리고 점점 교사에게만 기대어지는 아이들의 정서적 책임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과 후에 교실 문이 닫히면, 학교는 교사에게 모든 것이 돌아오는 작은 우주가 각자에게 펼쳐진다. 그런 공간에서 교사는 때로 무력감을 느끼고, 벽에 부딪힌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가끔은 그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어느 선생님은 말했다. “학생 앞에선 항상 밝고 단단한 어른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수업 도중 목소리가 떨리는 걸 느꼈어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 순간이 너무 외롭더군요.” 이 말은 요즘 단지 한 교사만의 고백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교사의 정서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철밥통이란 옛날식 고정관념에만 휩싸여 있으니까.

 

이 시대에 이런 이야기들은 결코 예외적인 경험이 아니다. 많은 교사가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그 외로움을 터놓고 말하지 못한다. 교사의 품위, 사명감, 그리고 ‘내가 흔들리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인간적인 마음이 교사들을 더 조용히 만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A교사와 같이 복도 위에서 같은 무게를 견디고 있음을 말이다. 누군가는 당신과 똑같이 지친 눈으로 퇴근길에 오르고, 누군가는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을 것이니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 길이 맞는 걸까?” 생각에 생각으로 꼬리를 물지라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그것은 선생님,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서로의 이름은 모르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대가 분명히 존재한다. 당신이 흔들리는 순간, 그걸 이해하는 또 다른 교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 외로움과 고됨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첫째,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이 시작점이다.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된다. 때로는 쉬어가도 된다. 아이들 앞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가장 순수한 인간적인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어도 괜찮다. 당신이 보여주는 솔직함과 회복력은 오히려 아이들에게도 큰 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연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점심시간,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에게 먼저 “오늘 좀 힘들었어요”라고 말해보는 것, 그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교내에 동료 교사들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소모임이나 커뮤니티, 즉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교사는 말이 적은 존재가 아니라,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셋째, 자신이 일궈낸 작은 기적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문제아라 불리던 아이가 “선생님 덕분에…”라며 남긴 쪽지 한 장, 교무실에 조용히 놓인 커피 한 잔, 수업 끝나고 남아서 질문하던 한 아이의 눈빛, 이 모든 것이 지금껏 당신이 만들어낸 ‘사람의 변화’라는 사실을.

 

눈물과 고통이 없이 지나는 사람은 없다. 교사도 힘들고 외로운 시기, 누구나 겪는다. 그러나 그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교실 문을 여는 당신의 용기가 결국 교육을 움직이게 된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고, 더 잘할 필요도 없다. 그대로의 당신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의미니까. 오늘 하루도 애쓰셨다. 선생님,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 옆에는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름 모를 연대가,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게 해줄 것이다.

 

2학기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더불어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아이들은 아직도 방학 중에 습관화된 자유로운 행동들로 가끔씩 눈에 거슬리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아이는 아직 아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역지사지하시기 바란다. 아이들은 그렇게 커가고 실수와 잘못을 통해서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듯이 모든 것은 선생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당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님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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