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교육계에는 10대 뉴스가 아닌 '정년단축 파문`이라는 '1大 뉴스`만이 존재했다 할만큼 학교 현장이 그 여파와 부작용에 시달렸다. 급기야 전국 교사들은 교육황폐화의 책임을 물어 사상 초유로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울분으로 세기말을 보낸 교육계를 되돌아본다.
▲교원 정년단축=교원 정년을 62세로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1월6일 여당의 변칙처리로 통과됐다. 이에 일선 교사, 교장, 교총의 헌법소원이 이어지면서 장관 퇴진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고령교사를 무능력자로 모는 정부와 학부모, 촌지·체벌과 관련한 교권추락, 연금법 불안에 못이겨 8월말 1만8천명의교사가 일시에 퇴직해 학교공동화가 초래됐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중초임용과 기간제교사 임용 등 땜질식 수급으로 일관, 교단의 비난을 받았다. 또 전국 교대생들도 10월5일 중초임용을 반대하며 무기한 수업거부에 들어갔고 정년환원을 요구하는 교총과 일선 교단의 요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이에 정치권도 정년환원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정년단축 후유증은 새천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해찬 장관 퇴진 서명=교육황폐화의 책임을 물어 한국교총과 일선 교사들은 4월21일부터 이해찬 교육부장관 퇴진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일선 교사들이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위해 서명을 실시한 것은 유래없는 일이었다. 1만2천여 초·중·고교에서 2주일간 실시된 서명운동에는 23만명의 교사가 참여해 분노한 교단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교총 회장에 김학준씨=11월2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9대 한국교총 회장 선거에서 김학준 인천대 총장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분회장 1만여명이 투표인단으로 참여해 대표성에 한층 무게를 더했다. 한편 선거 직전 열린 '학교바로세우기실천전국교육자결의대회`에서 1만1천명의 교사들은 대회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과 3당 총재에게 '교육재정 GNP 6%확보` '정년 환원` '연금기득권 보장`을 요구했다.
▲교원노조 합법화=1월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7월1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교원노조가 출범했다. 양대 교원노조인 전교조와 한교조는 7월1일 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합법노조로서 활동에 들어갔다. 교원노조의 교섭내용은 근로조건, 임금, 후생복지 등 신분 및 경제적인 사안에 한정되며 교육정책과 교육과정 분야의 협상은 한국교총이 담당, 정부와의 교섭창구는 이원화됐다.
▲학교 붕괴와 교권추락=초중등교육법의 체벌금지 조항과 교육부, 교육청의 체벌 규제로 학생들의 112 전화 신고가 유행처럼 번졌고 급기야 수업 중이던 교사가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어느 해보다 많았던 학생·학부모의 교사폭행도 학교붕괴와 교권추락의 단면을 보여줬다. 촌지 악몽에 시달리던 교단은 '스승의 날 휴교조치`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연초부터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겨야 한다는 정부와 학부모의 주장이 제기됐고 서울, 부산, 대구 등 많은 시·도는 스승의 날 행사를 휴교로 대신했다.
▲씨랜드·호프집 화재 참사=우리 사회의 교육적 기능이 온통 무너진 단면을 보여준 이 사건은 업자의 안전불감증과 불법영업, 官-警의 수뢰비리와 직무유기가 빚어낸 참극이었다. 6월30일 경기도 소재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유치원생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9월30일 일어난 인천 인현동 상가 호프집 화재에서는 109명의 학생이 죽거나 다쳤다. 한편 씨랜드 화재 현장에서는 김영재교사(경기 마도초)가 20여명의 제자들을 구해내고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고 이후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김영재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BK21 논란=올 한해 대학가를 강타한 사건은 '두뇌한국 21사업`. 오는 2007년까지 1조4천억원을 들여 세계수준의 대학원과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전국의 대학들은 "대학 학문 지역간 서열화를 초래할 뿐"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전국의 대학교수 1천여명도 4.19 이후 최초로 거리시위를 가질만큼 진통을 겪던 이 사업은 선정 대상이 확대되는 등 당초 계획안에서 크게 변질돼 '나눠먹기식' 사업으로 전락했다.
▲교육재정 4.3%로 후퇴=97년도에 GNP대비 4.6%던 교육재정이 IMF사태 이후 계속 감소해 작년도 4.5%에서 올해는 4.3%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학교운영비가 IMF 이전의 절반으로 떨어져 모든 학교가 복사도 마음대로 못하는 궁핍한 살림을 꾸려야 했다. 97년말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GNP 6% 확보는 요원한 형편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진통=5월27일 교육부는 2002년까지 학생수 1백명 이하(분교는 20명 이하)의 농어촌 소규모 학교 2055개를 연차적으로 통폐합하고 올해 718개교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생존권 침해와 교육권 침해"라며 집단시위와 등교거부 운동을 벌였고 '작은 학교를 살리는 사람들`이 조직돼 대정부 투쟁에 나서 충돌을 빚었다. 이에 경기, 경남, 충북, 인천 등 130여개 학교의 통폐합이 백지화 되거나 유보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수행평가=교실 개혁과 2002 대입 무시험 전형과 맞물려 올해 초중학교와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수행평가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을 실패를 낳았다. 단순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실험관찰 보고서, 토의과정, 논술·서술 등 다양한 학생 평가방법을 도입해 기존 수업에 큰 변화를 몰고온 것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학교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실패의 원인이 됐다. 과다한 학생수로 인해 교사들의 업무는 폭증했고 학생들도 쏟아지는 과제물 때문에 '고행평가`라는 불만을 터뜨렸다. 학교평가에 수행평가 항목이 포함돼 교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많은 과제를 부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보습학원들은 돈을 받고 과제물을 대신 해 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