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이 움트는 계절, 나무에 뜻을 담아내는 작가들의 예술 세계로 들어가 보자.
전시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分二分一)>
호암미술관에는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조각이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작업이다. 회고전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分二分一)>은 70여 년에 걸쳐 쌓아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돌아보는 자리다.
한국 미술계에 모더니즘 조각의 시대가 열리던 1970년대에 김윤신 작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조각가들이 새로운 재료와 기법에 도전하던 추상조각의 시대, 김윤신은 수직으로 쌓아 올린 듯한 나뭇조각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냈다.
전시 제목인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평생에 걸쳐 쌓아온 작업 이념으로, 작가와 재료가 하나가 되어(合) 작품이라는 또 다른 하나가 탄생(分)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가 나무를 관찰하고 그 안에 담긴 형태를 이끌어내는 작업 과정을 반복해가다 도달하게 된 통찰로, 그 바탕에는 동양의 음양사상이 깔려 있다. 이러한 정신은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하며 꽃을 피우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압도적인 스케일의 자연에 매료된 작가는 전기톱을 들고 육중하고 단단한 남미의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작가가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작품 ‘합이합일 분이분일 1987-88’도 그중 하나다. 아르헨티나 이주 4년째에 제작한 작품은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번에 특별히 공개된다. 이 밖에도 1960년대 파리 유학 시절의 판화부터 이후 실험적인 평면 작품, 60대에 작업한 회화까지 장르를 뛰어넘는 17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3월 17일~6월 28일
호암미술관
전시 <En attendant: 기다리며>
이배 작가는 '숯의 작가'로 불린다. 30여 년간 숯이라는 물질에 천착해온 덕분이다. 작가에게 숯은 인고와 기다림을 품은 물질이다. 가마 속에서 불에 타며 본래의 형태를 잃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식으면 새로운 물질로 탄생하는 덕분이다. 이배 작가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생성과 소멸, 그 사이 인고의 시간에 대한 사유가 담겨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En attendant: 기다리며> 역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응축하는 능동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30여 년의 작가 작업을 돌아보는 자리다. 숯을 매개로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회화부터 조각, 설치, 영상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뮤지엄 산’에서는 실내 전시관뿐 아니라 야외에도 작품이 설치되어 자연과 예술, 건축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불로부터(Issu du feu)>는 거대한 스케일로 눈길을 끈다. 2023년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선보인 작업의 확장된 형태로, 높이 8미터, 폭 5미터, 무게 7톤에 달하는 대형 설치 작업이다.
청조갤러리 로비에 설치된 16점의 회화 <붓질>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이 그림 위로 내려앉으며 매번 변화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근원'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Becoming>은 경북 청도에서 농부의 아들로 성장한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청도의 흙을 옮겨놓은 논이 설치되고, 9미터 높이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는 청도의 논 위에서 붓질하는 작가의 모습이 상영된다. 전시 기간 동안 논에서 성장하는 식물과 영상 속 작가의 모습은 사람의 신체와 땅, 시간의 순환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4월 7일~12월 6일
뮤지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