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을 들어가며 모르게 속으로 되뇌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길.’ 아이들을 가르치러 가는 길에, 설렘이나 기대가 아닌 무사함을 바라야 한다는 것이 교사 스스로도 낯설고 또 먹먹하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수많은 교사가 매일 아침 되풀이하는 현실이다.
반복되는 외침에도 변화 없어
이번 달에만 해도 경기 광주의 한 선생님이 교실 안에서 폭행당해 응급실로 실려 갔고, 충남에서는 교사가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를 보며 ‘저건 남의 일이 아니다. 내일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깊이 괴롭히는 질문이 있다. ‘왜, 위와 같은 일은 매년 반복되는가.’ 2023년, 2024년 그리고 2025년에도 우리는 “교권을 보호해 달라.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외쳤다. 또 촛불을 들었고, 성명서를 냈고,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또다시 같은 요구를 들고 기자회견장에 섰다. 수년째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또 부끄러웠다.
교총의 긴급 설문조사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1년간 교원의 86%가 교권 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악성 민원이 두렵다는 교사는 85%,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가 두렵다는 교사는 81.8%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 신고한 비율은 고작 13.9%였다. 신고해봤자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불신, 오히려 더 큰 보복이 돌아온다는 두려움이 교사들의 입을 막고 있다.
지금도 교권보호 매뉴얼은 있다. 각종 교권위원회와 법령도 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선생님들은 폭행당하고 흉기에 찔리고 있다. 사건이 터진 후의 처리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을 막지 못하는 제도는, 아무리 두꺼워도 교사의 방패가 될 수 없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중대 교권침해의 학생기록부 기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법적 장치 마련, 악성 민원 맞고소 의무제의 즉각 도입을 요구했다.
안심하고 가르치고 싶은 바람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며, 교실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을 떠올렸다. 두렵지만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 상처받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는 선생님들, 그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는 모든 선생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우리는 교직을 포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교사라는 이름으로 온전히 아이 곁에 서고 싶을 뿐이다. 그 당연한 바람이 이뤄지는 날까지, 우리는 함께 걸어가야 한다. 더 이상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교실을 향해, 같이 나아가고 싶다. 내일 하루도 무사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