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n수를 거치면 수능 성적은 다소 높아지지만 더 좋은 대학이나 선호 전공 진학, 대학생활 적응과 역량에서는 뚜렷한 이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재수·삼수생은 고교 때부터 학업성취와 가구소득, 사교육비가 높은 집단의 특성을 보여 n수 현상이 교육격차와 입시정책 측면에서도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3일 ‘KEDI BRIEF’ 12호 ‘N수생의 특성 분석: N수는 입시 결과 및 대학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발표했다. 한효정 연구위원이 2025년 기본연구 ‘2025 한국교육종단연구: 초기 성인기의 생활과 성과(Ⅲ)’ 결과를 토대로 한국교육종단연구(KELS) 2013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는 2021~2023년 조사에 모두 참여한 패널 가운데 4년제 대학에 진학했거나 2023년 현재 대입을 준비 중인 2244명을 분석했다. 현역 입학생이 67.8%였고 재수생 13.7%, 삼수생 4.3%, 사수생 14.2%였다.
n수가 길어질수록 입시만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벗어났다. 다른 대학 재학이나 취업 없이 입시에 전념한 비율은 재수생 74.9%에서 삼수생 52.6%, 사수생 11.6%로 급감했다. 반면 다른 대학에 다닌 경험이 있는 ‘대학 이동형’은 16.9%에서 35.1%, 60.2%로 높아졌고 전일제 취업 경험이 있는 ‘후학습형’도 사수생에서는 13.8%에 달했다.
연구진은 장기 n수가 단순한 입시 재도전의 공백기가 아니라 대학 이동과 취업, 학업 복귀 등이 뒤섞인 복합적 진로 탐색 기간의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n수를 선택한 학생들의 출발선에도 차이가 컸다. 고3 당시 학업성취도는 재수생과 삼수생이 현역보다 높았으며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희망한 비율도 재수생 80.7%, 삼수생 76.7%로 현역 44.7%를 크게 웃돌았다. 정시 집중 준비 비율 역시 현역은 14.8%였지만 재수 42.1%, 삼수 46.8%, 사수 36.4%였다.

경제적 배경의 차이도 뚜렷했다. 고3 당시 월평균 가구소득은 재수생이 766만원, 삼수생 672만원으로 현역 569만원보다 높았다. 월평균 사교육비도 재수생 101만원, 삼수생 111만원으로 현역 68만원과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재수·삼수생을 ‘상위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자원이 풍부한 집단’으로 규정했다.
반면 사수생은 학업성취와 교육포부, 가구소득과 사교육비가 모두 상대적으로 낮았고 직업계고 출신 비율도 20.0%로 높아 반복 도전이나 취업 후 학업 복귀가 섞인 집단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n수 자체가 입시 성과를 높였을까. 연구진은 고교 때의 학업성취와 가정배경 등 집단 간 차이를 통제해 현역·재수·삼수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수능 국어와 영어 성적은 삼수생이 현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았고 정시 입학 비율도 현역 43.2%에서 재수 72.1%, 삼수 74.5%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대학의 위세와 소재지, 대학·전공 선호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수능 점수 상승이 더 좋은 대학이나 원하는 전공 진학으로 뚜렷하게 연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 후 성적과 의사소통·대인관계·자기관리·문제해결 등 역량에서도 현역과 n수생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수생은 입학 이후 대부분의 영역에서 현역과 비슷했지만 삼수생에게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학업태만 점수는 현역 1.56에서 삼수생 1.76으로 높았고 전공-적성 일치도는 현역 3.69보다 낮은 3.32였다. 행복도 역시 현역 8.51에 비해 7.79로 낮았으며 전공 변경 의향은 현역 1.57보다 높은 2.09였다. 장기 N수가 대학생활 전반을 반드시 어렵게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부 적응·정서 영역에서 취약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교육정책 측면에서 재수·삼수생의 높은 정시 입학 비중과 가구소득·사교육비에 주목했다. 수능 중심의 정시가 고교 졸업 후 사교육 등을 활용해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수시와 정시 가운데 어느 전형이 더 공정한가를 단정하기보다 입시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학생들이 사교육 의존 없이 공교육 안에서 입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교 진로교육의 역할도 강조했다. n수 자체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학생이 재도전을 결정하기 전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n수생에게는 반복된 실패로 고립되지 않도록 심리·정서적 지원과 대체 진로 경로를 제공하고 대학 입학 이후에도 학습·정서 지원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효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n수가 일부 학생에게 자신의 진로를 다시 점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실질적 성과의 한계와 심리적 부담을 동반할 수 있다”며 “고교 단계 진로교육 강화와 공교육 내 입시 경쟁력 확보, 장수생을 위한 심리·정서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