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육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방송교육이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보건선생님께 한 가지를 부탁했다. “방송실에 학생 몇 명만 앉혀 주세요.”
교육은 상호작용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강당에서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면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강의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 보이면 다시 설명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질문을 던진다. 웃음이 터지면 잠시 기다렸다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것이 살아 있는 수업이다.
하지만 방송교육은 다르다. 한 번에 천여 명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강사에게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교실의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는지, 내 말을 이해했는지, 어느 대목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알기 어렵다. 자칫 40~50분 동안 강사 혼자 화면을 향해 말하는 일방적인 교육이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방송실 안에 ‘작은 교실’을 만들기로 했다.
여섯 명의 학생이 의자를 펴고 내 앞에 앉았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오늘 선생님이 여러분을 보면서 이야기할 거예요. 여러분 얼굴은 방송에 나오지 않지만 대답하는 목소리는 친구들에게 들릴 수 있으니 잘 듣고 대답해 주세요.”
학생들과 먼저 라포를 형성하고 오늘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간단히 설명했다. 방송실은 어느새 스튜디오가 아니라 작은 학습장이 되었다. 방송이 시작되었다. 나는 카메라보다 눈앞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대답했고, 그 반응을 받아 다시 설명했다. 방송을 보고 있는 각 교실의 학생들도 마치 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처럼 느끼기를 바랐다.
자료 구성에도 변화를 주었다. 긴 영상은 사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30초 안팎으로 편집했다. 짧은 영상이 끝나면 설명하고, 실제 사례를 제시한 뒤 다시 질문을 던졌다. 5~7분마다 강의의 방식을 바꾸었다. ‘영상-설명-사례-질문’이 반복되면서 화면 너머의 학생들에게도 현장감이 전달되도록 했다.
흡연·음주·마약의 위험성을 단순히 “나쁘다”, “하지 마라”고 말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초·중학교를 거치며 이미 많은 예방교육을 받았다. 오히려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놓칠 수 있는 부분, 새롭게 등장하는 유해물질과 광고 전략, 약물 오남용처럼 생활 가까이에 숨어 있는 위험을 짚어 주려고 했다.
방송을 운영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지도교사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각자 맡은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며 방송을 진행했다. 개교한 지 오래되지 않은 학교라 시설도 좋았다. 교실의 화면은 예전의 대형 TV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선명했고, 칠판 자체가 수업자료를 보여주는 스마트 화면이 되어 있었다. 내가 학교에 근무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교육환경은 참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보건교육을 바라보는 학교의 열정이었다. 올해 이 학교에 부임했다는 보건선생님은 학생들의 건강과 유해물질 예방을 위해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다양한 교육을 기획하고 있었다.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 열정의 연장선에서 나 역시 이 학교에 초청받은 것이리라.
대규모 학교에 복수의 보건교사가 배치되어 함께 학생들의 건강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내가 현장에 있을 때는 한 명의 보건교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 참 컸다. 학생 수가 많아도 혼자였다. 더 나은 보건교육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도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냈었다.
교육은 교실 안에서 수업만 잘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도 교육이다. 누군가 현장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제도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그렇게 조금씩 쌓인 변화가 오늘의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교육을 마치고 교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받아보았다. 화면을 바라보며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방송실에서 만난 여섯 명의 학생과 각 교실의 천여 명 학생들이 하나의 수업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방송교육은 많은 학생에게 동시에 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강사에게는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화면이 선명하다고 교육까지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영상과 훌륭한 시설도 중요하지만 결국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말과 반응이다.
이번 교육에서 내가 찾은 방법은 단순했다. 방송실 안에 작은 교실 하나를 만드는 것. 눈앞의 여섯 명에게 질문하고, 그들의 눈빛을 읽고, 대답을 들으며 수업했다. 그러자 천여 명을 향한 방송강의에도 사람의 온기가 생겼다. 교육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카메라가 그 사이에 놓여 있어도 그것만은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