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은 학교에 남아 있는 사진과 기록, 교가 등 교육의 흔적이 인공지능(AI)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폐교를 새로운 시설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와 지역의 기억을 교육·문화 콘텐츠로 보존하는 새로운 폐교 활용 모델이 추진된다.
충남교육청은 교육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추진한 ‘폐교를 활용한 교육청-지방정부 공동 협력 지원사업’에 선정돼 특별교부금 18억원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학령인구 감소로 늘어나는 폐교를 교육·문화·산업 등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교육부와 행안부가 올해 처음 공동 추진했다. 교육청과 지방정부가 함께 마련한 사업을 대상으로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확장성 등을 심사해 전국 7개 사업을 선정했다. 전체 지원 규모는 특별교부금 100억원과 특별교부세 20억원 등 120억원이다.
충남교육청이 제안한 사업은 ‘폐교-AI로 다시 여는 충남 학교’다. 폐교에 남겨진 기록물과 사진 등을 디지털화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학생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전시·체험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은 올해 1월 개원한 충남교육청기록원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폐교 자료를 전산화하고 오래된 교육 사진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다. 학교별 기록을 바탕으로 학교의 역사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AI 화자’도 구축한다. 폐교 관련 자료를 누구나 찾아볼 수 있도록 공공자원 공유 기반의 웹·모바일 서비스도 마련한다.
졸업생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폐교된 학교의 교가를 함께 되살리는 ‘다시 부르는 교가’, 학교가 문을 닫을 당시의 기록과 기억을 공유하는 ‘마지막 학교의 날’ 등을 통해 사라진 학교의 역사를 새로운 교육콘텐츠로 활용한다.
사업 대상에는 예산의 옛 대률초와 장신초가 포함됐다. 특히 대률초는 충남교육청과 예산군이 폐교를 공동 활용해 온 곳이다. 두 기관은 2022년 대률초 부지를 분할·연계 활용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교육청은 이곳에 충남교육청기록원을 조성하고 예산군은 전통주 체험단지를 구축했다.
이번 사업은 이 같은 지자체 협력 경험을 디지털 기록 보존과 교육콘텐츠 분야로 확장하는 형태다. 기존 폐교 활용이 건물이나 부지를 다른 시설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면 학교가 품고 있던 기록과 구성원의 기억까지 보존·활용 대상으로 넓힌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도 폐교 활용 방식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모에는 충남을 비롯해 경북 영천 화산중, 전남 여수 나진초 분교, 나주 문평남초, 경기 파주 신산초 분교 등 교육청 소유 폐교를 활용한 5개 사업과 지방정부 소유 폐교를 활용하는 2개 사업이 선정됐다. AI·디지털 교육시설을 비롯해 체육·문화시설, 지역산업 연계시설 등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사업이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