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과 학습, 진로와 삶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시대에 우리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미래세대는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
교보교육재단은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에서 「AI 불안주의보: 정답이 사라진 시대, 미래세대 생존법」을 주제로 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AI 전환기에 부모와 청소년, 청년들이 경험하는 불안의 실체를 살펴보고, 정해진 답을 따르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에서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을 진단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발표는 이상욱(한양대, AI학과) 교수가 「AI 시대의 불안, 살아남기 대신 번영하기」였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존의 지식과 능력이 더 이상 경쟁력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를 단순히 살아남아야 하는 위기의 시대로만 바라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AI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며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AI가 인간의 지적 활동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까지 기술에 맡길 수는 없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목적을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발표로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한 사회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지를 만들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 가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첫째, 백아름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대표의 「정답 대신, 시행착오 수집」이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실패를 피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움을 축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시행착오는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결과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돌아보고 다음 선택을 준비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체험을 발표하였다.
둘째, 권동환 알고리즘스코퍼레이션 대표의 「정답 대신, 다음을 다시 묻다」였다.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처음의 질문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달라진다. 따라서 AI 시대에는 답을 빨리 얻는 능력만큼이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답변의 타당성을 검토하며, 더 나은 질문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셋째, 교육분야에서 이명철 경기 복정고 교사의 「정답 대신, 질문을 가르치는 공교육의 진화」였다. 이 발표는 AI 시대의 학교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학교는 교과서의 지식을 이해하고 정해진 문제의 정답을 찾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AI가 방대한 지식을 검색하고 문제의 답을 제시하는 시대에는 지식을 기억하는 능력만으로 학생의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이제 교사는 정답을 전달하는 사람에서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도록 돕는 사람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학생 역시 교사가 제시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검색에서 끝나는 질문에서 멈추지 말자. AI가 답을 빠르게 만들어도 판단하는 경험은 학생의 몫이라며 수업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하여 듣는 자 입장에서 잘 전달되었다.
3발표는 서로 다른 현장의 사례를 통해 한 가지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정답을 잘 찾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에서, 새로운 질문과 선택지를 만들어 가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였다.
2부에서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과 미래세대를 지원하는 사회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 발표는 임창현( SK mySUNI Research Fellow)의 「실패를 설계하는 사람들: AI 시대의 생존무기」였다. 실패를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도전이 위축되기 쉽다. 특히 교육에서 실패가 성적 하락이나 능력 부족의 증거로만 평가된다면 학생들은 정답이 보장된 문제에만 도전하려 할 수 있다. 반면 실패를 학습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경험을 분석해 다음 시도를 준비하도록 돕는다면 실패는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AI 시대에는 이미 알려진 문제의 답을 찾는 능력뿐 아니라,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해결책을 개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패를 설계한다는 것은 무작정 실패를 권장한다는 뜻이 아니다. 도전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시도에서 얻은 배움을 축적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안전한 학습 환경을 마련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발표는 이희수 중앙대 명예교수의 「기성세대 역할 재정의: 트랙설계자에서, 안전망 제공자로」였다. 미래세대를 둘러싼 불안은 청소년과 청년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진로와 직업의 변화가 빨라지고 기존의 성공 경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기성세대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안정된 직업을 얻는 일련의 경로를 제시하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성공 경로를 미리 설계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정해진 경로로 미래세대를 이끄는 역할에서 벗어나, 청소년과 청년이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자신의 선택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를 바꾸더라도 배움과 성장이 이어지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미래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성공의 정답을 대신 알려주는 어른만이 아니다.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어른이다.
AI 시대는 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 일자리의 핵심변수는 기술이 아니라 인재준비도에 의해 결정되며, 노동시장의 양극화 가능성이 커져 임금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발표 주제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AI 기술 자체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와 교육의 역할에 있다. AI는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과거에는 오랜 시간 공부하고 경험해야 얻을 수 있었던 정보와 해결책을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얻는 일이 쉬워졌다고 해서 올바른 판단과 책임 있는 선택까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며, 자신의 생각을 근거에 따라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학교교육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첫째, 정답 중심의 교육에서 질문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이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인정해야 한다. 학생이 자신의 시도와 결과를 돌아보고 다음 도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평가와 수업의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AI를 활용하는 능력과 AI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사실에 근거하는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 그 결과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학생 개개인의 선택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학생을 하나의 성공 경로에 맞추기보다 각자의 관심과 경험을 존중하고,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기성세대는 미래세대가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에게 변화에 적응하라고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패와 전환을 경험하더라도 다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보교육재단이 마련한 이번 교육 심포지엄은 AI가 인간의 능력을 어디까지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AI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다.
심포지엄의 제목에 등장하는 '정답이 사라진 시대'는 정답이나 지식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지식과 정해진 문제의 답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를 충분히 준비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AI가 답을 제시하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인간에게는 질문을 선택하는 판단력, 경험을 통해 배우는 태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가 더욱 중요해진다.
교육의 목표 역시 달라져야 한다. 학생을 정해진 길로 이끄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지키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가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AI가 답을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교육은 인간이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정답을 알려주는 교육에서 질문하는 교육으로, 실패를 두려워하는 교육에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교육으로, 정해진 성공 경로를 제시하는 교육에서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의 불안을 넘어 미래세대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 교육의 새로운 방향임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