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지난달 29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악성 민원의 무거운 짐을 학교와 교육청이라는 기관이 나누어 맡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민원 대응의 책임이 ‘교사 개인’에서 ‘기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교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은 물론이고, 학생 학습권까지 침해하는 악성 민원 해결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법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현장에서 작동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법 시행과 더불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가 요청한 민원에 대해 관할청이 학교에 책임을 되돌리는 관행이 중지돼야 한다. 최근에도 전남광주 목포에서 학교 요청을 외면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교육부도 학교민원 대응지원팀의 설치 여부, 전담 인력 규모, 예산 확보 현황, 학교의 지원요청 처리 절차 마련 등 각 시·도교육청의 법 시행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만약 미진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민원의 시작을 처리해야 하는 학교에도 부담감을 줄여줘야 한다. 긴급 조치의 범위, 조치 후 기록·보고 방법 구체화, 정당한 조치를 한 교직원에 대한 면책 명확화 등을 담은 사례 중심의 매뉴얼 보급이 시급하다.
교총이 촉구하고 있는 교육감 고발·맞고소 의무화,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SPO 확대 등 보완 입법 과제도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야 한다.
그간 보호자의 항의 전화와 방문 등 악성민원을 홀로 감당하다 끝내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이젠 이 같은 비극을 끊어야 할 때다. 교육당국은 법의 선언적 문구에 안주하지 말고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방파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