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교 직업교육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의 교육 확대에 기여하며, K-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는 매력적인 수출 모델이 되고 있다. 자동차 정비, IT, 요리, 간호 등 분야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파독 간호사의 도전정신 이어야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의 도약이라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간호 분야의 확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파독 간호사 91명이 고국을 방문해 서울 영락의료과학고에서 고교 간호과 교사·학생들과 워크숍을 열었다. 60년 전 한국 간호의 첫 해외 개척자들이 보여 준 전문성과 도전 정신이 AI 헬스케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우리 학생들에게 이어졌다는 평이다.
1960~70년대 낯선 타국 땅 독일로 향했던 그들의 헌신과 전문성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일군 밑거름이자, 한국 보건의료가 국제적 신뢰를 쌓아 올린 출발점이었다. 그들은 간호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 현장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간호 전문직, 의사, 보건행정가 등 보건의료 전문가로 성장해 나갔다. 그들의 삶은 ‘성장형 직업교육’의 살아 있는 본보기다.
이제 우리 학생들 차례다. 60년 전 선배들이 타국에서 선진 기술을 익히고 우리나라의 간호 발전에 도움을 줬다면, 이제 미래 세대들이 세계인들에게 ‘K-나이팅게일’의 신화를 써 내려가게 될 순서인 것이다. 고교 간호교육에 주목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고교 간호교육은 제1차(1958년) 국가 교육과정에서 가정계열 실업고교의 ‘간호조산과’에서 시작됐다. 간호사 양성이 전문대학으로 옮겨 가면서 고교 간호교육은 한동안 중단되다, 이후 인구구조의 변화와 보건의료 수요 증대로 간호조무 인력이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7차(1997년) 교육과정 개정에서 ‘간호과’가 신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게 중등 교육에서 기반을 다진 우리나라는 간호과 교육과정과 교육 시설, 교원 양성·연수 프로그램 등을 개발도상국에 전하며 각국 간호교육 현장의 양적·질적 발전을 돕고 있다. 이처럼 고교 간호교육은 취업, 대학 진학, 글로벌화라는 3가지 목표를 향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현재 고교 간호과는 전국 64곳에 개설돼 342개 학급에서 6376명의 학생이 369명의 교사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2025년 졸업생 가운데 20% 이상이 의료 현장에 취업했고, 65%는 간호계열 대학에 진학했다. 고교 간호과 교육이 관련 분야의 취업과 대학 진학으로 유연하게 이어지는 성장 경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가의 과감한 지원 필요한 때
다만 고교 간호교육이 단순한 인력 양성을 넘어 글로벌 보건의료 인재를 키워내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교사 전문성 향상 지원, 현장 실습 시설 개선, 그리고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1950년대 고교 교실에서 첫발을 뗀 간호교육은 이제 세계 무대와 미래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 파독 간호사들이 낯선 땅에서 스스로 길을 냈다면,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행·재정 지원과 정책적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