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운동장에서 울려오는 까치소리가 유난히 정겹게 들려왔다.
‘무슨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수업을 하다가도 밖을 자주 내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기대감조차 묻혀버린 오후, 예상치도 못했던 소포를 받았다.
‘아! 이것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설레었구나.’
하루 종일의 막연한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사탕, 과자, 책, 십자수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한 쪽에 예쁘게 포장된 한 통의 편지가 보였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늦게까지 남아서 저희를 돌봐주셨지요. 그때의 고마움은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의 말씀대로 열심히 살아갈게요.”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올랐다. 교직에 들어선지 큰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막연하게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첫발을 내딛은 교직생활이 아이들 앞에 부끄럽게 비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학기 초가 되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부탁한 것은 다름 아닌 ‘대화’였다. 그런데 결국 번번이 먼저 그 약속을 깨버렸다. 단순히 바쁘다는 핑계로….
퇴근시간 전 운동장에 올라갔다. 넓은 운동장과 푸른 하늘을 보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연이 나무에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에 걸려 있지만 높이 떠있는 멋진 방패연을 보며 얇은 실에 의지해 자신의 몸을 세찬 바람에 맞서며 유유히 떠오를 수 있는 용기가 참 대단하게 보였다.
나도 이제부터 저 연처럼 내 몸을 부딪쳐서 더 높이 떠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생활 속의 권태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처음의 그 마음으로 세찬 바람과 맞설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고 있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선생님으로 남고 싶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