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학력신장방안’의 하나인 ‘대학생 보조교사제’가 사전 준비 부족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학생 보조교사제는 교․사대생이 각급학교 현장을 찾아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특별보충수업을 담당하기 위해 1학기부터 도입되는 제도. 시교육청은 “일선학교에서는 담당교사의 업무를 덜고 대학생들에게는 교육실습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 기초학습부진학생 제로(Zero) 운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3월 30일 서울교대 및 서울대를 비롯한 5개 사범대학과 협약식을 가졌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설명과는 달리 중학교에서 국어, 수학, 영어과목 특별보충과정을 담당하게 될 사범대생 보조교사제는 참여대학 부족으로 사실상 1학기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형편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대학들이 이미 1학기 시간표를 모두 작성한 상황이라 1, 2개 학교밖에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참여 학교에서도 얼마만큼의 학생들이 참여할지 예측을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1학기 참여 학생수는 5월이 돼야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며 “3, 4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특별히 가산점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임용고사 준비로 바쁘기 때문에 얼마나 신청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기초조사 및 수요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적에 급급,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초등생 기초학력 부진 학생지도를 위한 교대생 모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신청이 저조하자 기간과 대상학생 범위를 확대하는가 하면 일선학교와의 사전 협의 미흡으로 신청학생들도 중도 포기해야할 상황이다.
시교육청과의 협약에 따라 교대측은 당초 부진학생 지도에 참여할 경우 교육실습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지만 학생들이 오히려 교육실습 쪽을 선택, 실습과 부진학생 지도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변경하는 한편 대상 학생도 2학년에서 3, 4학년까지 확대했다.
교대측은 공고문을 통해 “신청 인원이 너무 적으면 서울시교육청의 당면 교육정책에 차질이 있게 돼 우리 대학과 학생들이 교육청의 당면 교육시책에 너무 무관심한 것으로 오해 받을까 우려되므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교대측은 또 “2학기에 부진학생 지도교사를 하려고 미루는 학생은 2학기에 시간표상의 문제로 지원이 불가능 할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1학기에 신청할 것”을 권장했다.
부진아 지도를 신청한 한 학생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관찰실습에 참가해 현장의 분위기를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1차에는 17명 정도밖에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106명이 최종 신청을 했지만 지난달 22일 문제가 다시 터졌다. 교육청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일부 학생의 경우 주소지 인근이 아닌 곳에 배정해 일부 학생들이 신청을 포기했다. 또 다른 10여명은 다른 학생과 근무지를 바꾸는 소동을 빚었다. 또 모집당시 평일 하루와 토요일 하루 근무를 공고했지만 정작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토요일 지도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수업을 듣지 못한 채 부진아 지도에 나서든가 아니면 부진아 지도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서울교대 2학년 김지훈 군은 “애초에 시작하기로 계획했다던 3월을 두 달이나 넘겨버린 시점에서 굳이 촉박하게 제도를 강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수업에 불참하면서 부진 학생 지도를 나가라는 말인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참여희망 학생에 대한 사전조사는 없었고 시간상의 문제 때문에 홍보가 부족했다”며 “학교 측과 학생 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조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동일한 사업을 1학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교육청(교육감 설동근)은 200명 가까운 사대생들이 이미 지난달부터 현장에 투입돼 서울시교육청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대에서 106명, 신라대에서 80여명이 신청을 해 연수교재 작성과 사전교육을 완료하고 25일부터 현장학교에 투입됐다. 부산교대는 한 학기당 60시간, 신라대는 연간 60시간을 참여하게 된다.
부산시교육청 중등교육과 박경옥 장학관은 “1학기 시행을 목표로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예산 확보, 학생 참여도 조사, 협약 체결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며 “내년에는 부산대학교가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최소한 300명 이상이 현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