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는 적어도 월1회 토요휴업일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동안 OECD회원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주6일수업을 해왔지만 각 직장에서 주5일근무제로 전환되면서 학교교육도 사회변화에 따라가게 된 것이다. 6일간 학교에서 공부하는 생활이 수십년 동안 습관화되어 있던 터라 올해 처음 도입하는 학교나 학생 그리고 가정을 비롯한 관련기관들은 당황하는 면도 없지 않다.
우선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개념과 철학을 바꾸어야 주5일수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 동안 온 국민이 생업에 매달리던 시대에는 학생들의 모든 교육을 학교에 위탁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간적 여유를 되찾으면서 자녀들과 교육권 일부를 가정이 학교로부터 되돌려 받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정과 지역사회 등은 그 권한을 되돌려 받음과 동시에 교육의 책임도 지는 것이다. 즉, 이제는 학생들의 교육을 모든 국민이 동시에 책임지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개념을 넓게 보면, 학생들이 접하는 모든 경험을 교육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많은 경험들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모두 다룰 수 없다. 또한 우리교육의 중앙집권적 성격 때문에 시대변화에 따른 교육내용들을 순발력 있게 학교교육과정에 담을 수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역사유적지 탐방, 과학박람회나 각종 문화행사 참가, 심신단련행사 등을 학생과 가정 사정에 맞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습자들의 학습활동에서 체험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게리 필립(Garry Phillips)이라는 학자에 의하면 학생들이 듣기만 하는 학습은 10%, 보면서 하는 학습은 15%, 듣고 보는 학습은 20%, 직접 체험하면 60%, 체험하고 반성해 볼 때는 80%, 학습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때는 90%의 파지(기억)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5일제수업의 근간은 사실 일본의 연구결과를 상당부분 도입한 것이다. 교육과정 편성방법(표준시수계산, 시수부족분 해결방법)이나 실시방법이 흡사하다. 심지어 매월 2주와 4주에 실시하는 시기도 같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주5일수업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광고문구에 ‘우리학교는 주5일수업을 하지 않음’이라는 문구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일본이 먼저 실시해왔던 것처럼 학교주관이나 사회단체 주관의 학교 또는 학년 단위의 대규모 체험학습 행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모든 학교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학습인프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연구하던 시대는 본격적으로 정보화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던 시점이다. 정보화시대에 맞게 학습에서도 민첩한 기동력이 최고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 대규모의 학생들이 이동하기까지는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가정단위로 학생의 특성에 맞는 체험학습 테마를 선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정보사회의 특성상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다만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체험학습을 떠나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학교와 자치단체, 또는 관련기관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새로운 제도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쪽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