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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


교육부가 내년 2월까지 66개교를 시범운영하고 2007년부터 새 교원평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조사했는지 국민의 80%가 교원평가를 찬성한다고 하며 주요 신문들도 찬성 쪽으로 사설과 기사를 싣고 있어 교사들이 왕따 당하고 코너에 몰려있는 참담한 분위기다.

더욱이 교육부가 앞장서서 여론을 몰아가고 있어 더 슬프다. 다면평가를 한다며 교사라는 시체를 뜯어먹기 위해 사자, 이리, 하이에나, 독수리 떼들이 몰려들고, 인민재판식 몰이로 몰고 가는 느낌에 울분을 참을 수 없다.

학부모와 국민들은 교원들이 평가를 안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교원 선발제도와 평가제도는 이미 존재하고 시행되고 있다. 이런 제도를 만든 것도 교육부이고 잘못 이용되게 한 것도 모두 교육부이다. 우선 교육부는 교원 근평제도의 운용에 있어 자신의 무능과 잘못을 시인, 사과하고 이를 고치는 일부터 했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현 근평제는 폐지한다는 것인가?

우선 새 교원평가의 목적이 ‘능력개발’인데 평가를 통해서 능력을 개발한다는 부정적 접근방식은 목적달성은 커녕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교원이 평가가 무서워서 능력을 개발하겠는가? 능력개발을 위해서는 연수, 장학 등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돌려야 한다. 한국의 교사는 능력이 모자라서 문제라기보다는 있는 능력도 쓰고 싶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신바람’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평가는 ‘근거 자료에다 가치를 매기는 가치판단’으로 지식→이해→적용→분석→종합→평가의 위계에서 최고의 고등정신 기능을 요하는 것이다. 그만큼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이다. 그런데 전문직 교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맡기겠다닌 이게 과연 교육부가 할 일인지 개탄스럽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평가를 위한 ‘근거 자료’로 참고가 가능하지만 ‘가치판단’은 어디까지나 전문가가 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평가자에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수능문제 하나 제대로 출제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교육부가 언제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를 평가전문가로 양성하였는가? 학생의 평가를 받아 교사의 능력을 개발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을 알면 세계가 비웃을 일이다. 대한민국 교사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

교사의 능력개발 책임자도, 그리고 평가와 인사의 책임자도 학교교육의 책임자인 교장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앞으로 학교교육의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맡기고 평가결과를 교육부장관이 활용해 능력개발을 할 요량으로 보인다. 학교를 교장에게 맡겼으면 능력개발도 평가도 교장에게 맡겨라.

교원평가는 원래 계획․실천․평가의 과정이므로 교육청마다 학교마다 그리고 해마다 달라야 한다.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교원평가를 꺼내 놓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지방교육자치를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원평가 문제의 원인제공에 일부 교원의 잘못이 있다. 교원이 노동자로 자처한 결과 노동자라면 학생도 학부모도 평가해 능력을 고무줄처럼 늘릴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것이다. 교장에 대한 불만 표현도 교원을 모두 초라하게 만들었다. 제발 불법, 부정, 무능, 부적격교사는 골라내라. 그러나 국민교육을 교사에게 맡기려면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

지금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서는 교사부족과 교장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외국에서 교사를 수입해다 쓴다. 모두 교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다그친 결과다. 이제는 나갔던 교사를 돈을 주면서 사정사정 불러들이려 해도 한번 돌아선 교사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대한민국 교사라면 가치 판단력이 약한 어린 학생과 비전문가 학부모의 평가와 실험에 비굴하게 응하면서 월급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 ‘수업공개’와 ‘평가’라는 용어는 엄연히 다르다. 교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교육은 국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교육이 무너지면 그 나라 그 민족은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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