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초등학교에 ‘열린 교육’이 도입되면서 시작된 것 중에 하나가 수행평가다. 이러한 교과별·영역별 수행평가를 할 때마다 난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아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변화무쌍한 아이들이기에 평가에 있어서만큼은 조심스럽다.
95% 이상은 일년 가야 선생님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이 과연 교사들을 제대로 평가해낼 수 있을 것인가. 사고의 분화도, 객관적인 시각도 확보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 손에 교사 자신을 평가의 객체로 내맡겨도 괜찮을지 의구심도 든다.
근무평정이 교사의 공과와는 무관하게 승진서열 순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승진제도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학교장의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교사 상호간 평가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풍토와 학교장의 경영 성격에 따라 같은 교사의 행동도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고, 학년이 다르고 교과가 다르고 업무가 다른데 동료교사들에 대한 질적·양적인 평가를 강요한다면 그것 또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이다. 그 가치를 창조하는 데는 교사 각자가 갖고 있는 유·무형 덕목들이 순간을 달리하며 적용된다. 이런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학부모, 학생, 학교장, 동료교사 등 평가주체들이 오류 없이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무릇 평가는 정확한 평가도구가 확립돼 있을 때만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평가자가 최소한의 지식이 확보돼 있어야함은 물론 평가 객체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막연히 아이들 말이나 떠도는 입소문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평가, 안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에 의한 평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교사 상호간 평가 등 어느 누구의 손에 의한 평가도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한 채 일선 학교에 부작용만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교원단체들의 반발을 단순히 교사들이 자신의 권익을 지키려는 것으로 치부해버리지 말고 겸허한 자세로 경청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사인 것이 부끄러운 적이 없다. 추락할래야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교권에 항변할 곳도, 항변할 수도 없다. 그래도 선생님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 애한 애정과 가르치고 싶은 의욕마저도 ‘교사평가’라는 칼질로 무참히 잘라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