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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 편지> 철도원


외길 달려온 초로의 인생역정
장렬한 최후, 진한 여운 남겨

후쿠오카 산간 마을 호로마이의 역장 오토는 17년전 하나뿐인 딸을, 2년전 아내를 잃었다. 그는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했다. '철도원'이기
때문에. 그가 없으면 깃발을 흔들고, 신호를 조작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한때 탄광 때문에 북적거리던 사람들도 마을을 떠났다. 노선도 폐쇄를 앞두고 있고 박물관에 가야할 만큼 기관차도 낡았다. 오토 역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사람도, 문명도 그렇게 시대의 뒷전으로 밀려가는 풍경을 안은 채 영화 '철도원'은 우리에게 달려온다.
공을 위해 사를 희생해온 세대. 그 세대를 대변하는 오토는 "후회는 없어"를 외친다. 그러나 정말 그의 삶에는 후회가 없었을까. 아내가 위독해
병원에 실려가는 상황에서도, 외동딸이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도 빨간 신호대를 흔들며 '도착 OK' '출발 OK'에 혼신을 다했던 그.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는 철도 일을 다른 무엇보다 위에 둔 그에게도 과연 인간의 정리(情理)가 있었을까.
주변에서 아무리 그의 공을 칭송해도, 오토 자신이 아무리 '후회없다'고 강조해도 하늘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어제끼는 그의 모습은 처연하다. 그리고
눈이 내리고 내려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의 역사에 홀연 나타난 딸아이의 환영(幻影) 역시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에겐 행복한 순간이
없었어요"라고.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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