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감사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교대 입학정원을 현 수준으로 유지해도 2010년이면 초등교원 1인당 학생 수가 17.8명이 된다고 발표했다. 또 학급당학생수를 현 시설만 유지해도 2015년이면 선진국 수준인 22명이 되므로 교대 입학정원을 현 6000명에서 4000명 선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감사원 주장대로라면 그간 돈이 없어 법정정원에 미달하는 교원만을 채용해 과밀학급에 밀어 넣고 살인적인 수업시수를 강요하던 정부는 이제 가만 앉아서 걱정거리 하나를 덜게 됐다. 언론사들도 일제히 ‘엉터리 학교․교원 정책으로 헛돈을 펑펑 쓰고 있다’며 감사원을 ‘믿고’ 보도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전문성도 현장감도 없는 감사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또 여당 내부에서도 “비전문가에 의한 월권적인 정책감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급당학생수의 허점=감사원은 2004년 412만명인 초등생 수가 2015년 269만명으로 줄 거라는 통계청 데이터를 들며, 그 결과 2015년 학급당학생수는 22명, 2010년 교원 1인당 학생수는 17.8명이 될 거라며 교원 과잉공급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 수치는 도농간의 차이를 완전히 무시한 단순 평균값이라는 결함이 있다. 2004년 현재 초등 학급당학생수는 특별․광역시가 34.3명, 시지역이 37.2명인 반면 읍면지역은 25명, 도서벽지 15명이다. 특히 학급당 36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특별․광역시에 2만 3253학급(44.2%), 시지역에는 3만 795학급(71.1%)이나 되며 학생수가 41~50명에 달하는 학급이 경기도에만 1만 2622개, 서울에 2111개나 된다.
문제는 농어촌, 도서벽지 학교(중등도 마찬가지다)의 학급당학생수가 적다고 무작정 학급을 폐쇄하거나 학교를 통폐합 할 수 없어 일정 수준의 교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학생 유입이 계속 되는 서울, 경기 지역 초등교(중등도)의 과밀학급은 계속 학급증설과 교사 증원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육개발원 박현정 교육통계실장은 “학급당학생수가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과밀학급 실태를 같이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교원 1인당 학생수도 마찬가지다. 2004년 현재 특별․광역시가 27.7명, 중소도시가 30.5명인 반면 읍면지역은 18.5명, 도서벽지는 11.5명으로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이라면 도시 지역은 2015년에도 학급당학생수가 30명에 육박하고 2010년에도 1인당 학생수는 20명이 넘어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설사 감사원 전망대로 2010년 초등교원 1인당 학생수가 17.8명, 2015년 학급당 학생수가 22명이 돼도 이는 2002년 OECD 국가 평균 16.6명, 21.8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일 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여건상 상당수의 일반 초등교사가 연수 후 상담, 특수학급(2004년 현재 314명), 사서 교사를 맡거나 겸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증원 요인이 발생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결과가 지나치게 경제마인드에 치우쳐 있고 도농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사과정에서 갈등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1일 당정협의에서도 여당 교육위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의원들은 “도농간의 격차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학급당학생수나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잣대로 삼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며 “앞으로 법정정원도 채우지 않겠다는 거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일부 의원들은 “경제마인드로 무장된 감사반이 2주라는 짧은 시간에 신뢰할 수 없는 기준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무책임한 판단을 내렸다”며 “감사원의 정책감사는 총리실 기능과 국회 국감에 대한 월권이 아닌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잉여교실’은 진짜 빈 교실인가=감사원은 시도교육청이 저출산을 고려하지 않고 초등교를 신증설한 나머지 2004년 현재 6042개의 잉여교실이 발생하고, 이중 경기도에만 3802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를 ‘이해부족’으로 설명한다. 그는 “7․20 사업에 따라 경기도는 매년 학급당 35명을 기준으로 학급을 짓고 교사 증원을 요청하지만 늘 턱없이 부족한 정원만을 배정한다”며 “그러니 다시 급당학생수를 38명으로 조정하고 교실이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는 교실도 사실상 많은 학교가 예술실 등 특별교실로 쓰고 있고, 특히 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수준별 수업, 특기적성교육을 고려하면 실제로 교실이 남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이런 복합적이고도 구조적인 부분을 설명하며 어필도 했지만 감사원은 ‘어쨌든 남는 거 아니냐’는 식”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학교가 갖춘 다양한 특별교실을 다 갖추고도 교실이 남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어촌 학교가 봉인가=감사원은 경기도 과밀지역의 잉여교실 문제를 제기하며 “교원 재배치를 통해 이들 잉여교실에 교원을 모두 배치하면 학교신설 없이도 과밀학급을 해소할 수 있다”고 교육부총리에게 권고했다. 여기서 교원 재배치는 학급당학생수와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적은, 그래서 매우 ‘비경제적’으로 배치된 농어촌, 도서벽지의 교원들을 수도권과 도시지역으로 끌어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국토 균형발전에 저해되는 비경제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문제 해결하자고 가뜩이나 열악한 농어촌 학교에서 과중한 수업에, 잡무처리사로, 특기적성교육 강사로 동분서주하는 교사를 학생수 작다고 데려오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또 그렇게 하는 건 통폐합을 전제로 하는 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지역별 초등교사의 주당수업시수는 2004년 현재 도서벽지가 25.5시간으로 가장 많다. 특별․광역시가 24.7시간, 시지역이 25.3시간, 읍면지역이 24.9시간이다. 게다가 소규모 학교 교사들은 모두 부장급의 학교업무를 담당하며 큰 학교와 같은 양의 공문서 처리에 시달리고 있다.
충남 옥계초 최홍숙 교사는 “아무리 작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라도 교육의 기회를 균등히 하기 위해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갖출 것은 다 갖춰야 한다. 초등생도 줄고 자연 중고생도 줄고 있지만 그렇다고 각 과목별로 필요한 교사나 교육과정에 필요한 교실을 부족하게 유지한다면 이농은 더욱 가속화되고 나라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농어촌 학교들은 폐교위기에 놓여 전혀 신축, 개축이 이뤄지지 않는 등 열악한 교육환경을 감수하고 있다”며 “교원재배치가 경제적인지, 농어촌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인구를 분산시키는 게 경제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시수 안 줄일 건가=교원법정정원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원 수로 초중등교육법에는 배치기준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97년 98.2%였던 초등교사 확보율은 2005년 96.8%로 떨어져 주당수업시수가 24.5시간에서 25.9시간으로 되레 늘었다.
교사 수업경감과 영어, 예체능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배치하는 교과전담교사(3학년 이상 3학급당 0.75명)도 1만 9363명이 필요하지만 1만 2290명만 배치해 올 확보율이 63.5%로 떨어진 상태다. 정부와 교육부의 ‘불법’적인 정원 배정 때문에 교담교사는 학급당학생수를 줄이는 데 빠져나가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지만 불법을 처벌하기보다 교사의 희생만 강요하는 형편이다. 이에 경기(470명), 전북(29명), 전남(64명)은 자체 예산으로 교담用 전일제 강사를 쓰고 있다.
국회 교육위 최재성 의원측은 “감사원은 저출산을 이유로 2010년, 2015년까지 대책도 없이 교사, 학생의 일방적인 피해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업의 질 담보를 위한 시수 감축은 교원 확충으로밖에 해소가 안 된다. 이와 관련 교직단체들은 초중고 주당수업시수를 20․18․16시간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학급수(학급당 학생수를 33.3명으로 묶었을 때)를 기준으로 해도 7만 여명의 초중등 교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담당자는 “초등 주당수업시수를 20시간으로 하려면 현 학급수 기준으로 5만여명, 18시간으로 할 경우 6만명 이상의 교원을 더 뽑아야 하고 예산도 1조 4000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감사원 말대로 현 학급수만 유지해 2015년 학급당학생수를 22명(그래도 2002년 OECD 평균 21.8명보다 많다)으로 맞춰도 초등교사의 수업시수를 18시간으로 낮추려면 향후 10년간 추가 인원 6만명에, 앞으로 10년간 퇴직하는 교원 3만 4천여명(지난 10년간 평균 퇴직률 1.9%, 매년 3364명)을 합한 9만 4천여명을 뽑아야 한다. 초등교사 양성기관에서 앞으로 10년간 매년 9400명을 배출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초등의 26시간 수업시수는 교육부가 제출한 OECD 통계를 볼 때 되레 적은 수준”이라며 “하루 너 댓 시간의 수업을 줄일 필요는 없는 만큼 저출산에 대비해 양성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는 “미국 등 OECD 국가의 학교수업은 보조교사와 진행하는 팀티칭이 많다”며 “20명의 아이를 놓고 두 명이상이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는 수업과 우리나라처럼 많은 잡무까지 하며 35명의 아이를 놓고 교사 한 명이 도맡는 수업 한 시간이 어떻게 같느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너 댓시간 수업이 뭐가 힘드냐는 식은 전체 초등교원을 모독하는 행위”라로 반박했다.
▲소규모 중학교엔 교사가 많다?=감사원은 “중등의 경우 52년 제정된 ‘학급수’ 기준 배치기준 때문에 농어촌에 산재한 3, 4학급 소규모 중학 교원의 평균 주당수업시수가 12시간에 불과하다”며 “수업시수의 형평성을 유지하도록 중등교원 배치기준을 개정하고 책임수업시수를 설정하는 한편 소규모 중등학교의 정원을 현실에 맞게 축소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4학급 이하 543개 중학교에서 2, 3명씩 교사를 줄여도 나머지 교사들의 주당수업시수가 15~17시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50개 소규모 중학교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주지교과 중 두 과목에 2명의 교사를 두고 있었다”며 “국, 영, 수, 과와 사회도덕, 기술가정에 1명씩 7명만 교사를 배정하고 나머지 음미체 교과를 순회교사로 돌려도 각 교사들은 15시간 내외의 수업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학교에 불필요하게 배치된 교사들을 수도권, 도시 과밀학교에 배정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국민공통기본교과 10과목 중 지금도 정원을 다 주지 않아 순회교사를 두고 있는데 교사를 더 줄여 순회, 상치교사를 늘리는 것은 농어촌의 학교의 교육황폐화와 교사 근무부담을 가중시켜 교사, 학생 모두가 외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규모 학교 교사가 하루 1시간 정도 수업이 적지만 교사 한명이 교무부나 연구부, 학생부 업무 전체를 맡아 허덕여야 하는 점을 감안다면 오히려 수업시수를 더 줄여야 한다”며 “또 10시간의 수업이라도 1, 2, 3학년과 재량교과까지 보통 서 너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교재 연구를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등 수업 부담은 도시 교사보다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없는 살림에도 주지과목 교사를 더 두는 것은 교외 교육시설이 전문한 농어촌의 현실에서 입시를 도울 자원은 이들 교사 밖에 없고, 또 그 만큼 담당교사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최소한의 교사도 주지 않는 정원정책 때문에 왜곡된 농어촌 학교의 교육현실을 단순히 숫자로 파악하려는 감사 자체가 억지”라고 꼬집었다.
▲소인수 학급은 공부 못하나=감사원은 “최근 2년간의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급당학생수가 29명 이하인 그룹이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모두에서 가장 낮았다”며 “과밀학급이 어느 정도 해결된 시점에서 학급당학생수도 학업성취도와의 관련성 등을 고려해 적정선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 정구향 교육평가연구본부장은 “같은 춘천시라도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의 학급당학생수는 35명 이상이고 외곽 농촌지역인 춘성군의 학급당학생수는 29명 이하다. 또 서울도 학생들이 몰리는 강남 아파트 밀집지역은 35명 이상이고 학생들이 기피하는 낙후 지역은 29명 이하이고 같은 읍면지역이라도 읍내와 외곽지역은 큰 차이가 있다”며 “이들 지역은 학부모의 경제적 지위, 학력, 관심도에서도 큰 차이가 존재하며 그것이 학업성취도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급당학생수가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학생의 주변 배경은 같거나 비슷하고 학급당학생수가 다른 학급을 비교했어야 한다”며 “다른 중요한 요인을 무시한 채 감사원은 있는 통계를 의도대로 활용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총은 1일 성명을 내고 “여전히 낙후된 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교대 입학정원 감축을 권고한 것은 이 같은 교육현실을 정부가 계속 방치해도 좋다고 면죄부를 주는 꼴이며 감사원의 교육철학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감사원은 먼저 그간 교육부나 교육청이 수업의 질을 높이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부터 감사해야 한다”며 법정정원확보와 수업시수법제화를 거듭 촉구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이경 교원정책연구실장은 “감사원이 제시한 수치들은 조금 과장돼 있고 크게 유의미하지도 않다”며 “다만 5년, 10년 후의 인구동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책을 수립하는 선진국의 시스템을 우리도 저출산 시대를 맞아 준비하자는 경종으로 듣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