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 혹은 `법'이라 한다)이 공포되었는데, 과연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이 법의 개정으로 교원단체의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교원노조의 경우에는 별론으로 하고 일반사단법인인 교총의 경우에는 우선 이것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신문마다 크게 보도되었다(예컨대 조선일보, 1.31).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법해석론을 개진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법은 개정되었지만 교총에게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본다. 우선 개정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정의를 하는 가운데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범위를 넓혔다. 즉, 법 제58조는 기존에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아니한 것으로 규정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와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등 외에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를 포함시키고 있다.
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단순한 정치적 의사표시는 선거기간 전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원단체들도 각당의 공천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지지 혹은 반대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언론에 공표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인가. 교원단체는 일반 시민단체들과 달리 같은 선거법 제60조상의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교원노조법 제3조상의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및 교육공무원법 제53조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사립학교법 제58조상의 교원들의 정치 행위 금지 등의 조항이 추가되어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비록 교원단체의 낙천자 리스트 발표 행위가 선거법상 선거운동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같은 선거법과 교육관계법에 의하여 금지되고 있는 정치 활동에 해당되므로 현재로서는 위법을 면할 수 없다. 혹자는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 제87조는 신법이므로 지금까지 이것에 걸림돌이 되어 온 교육관계법에 우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신법과 구법의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선거법 자체 내에서 당장 제60조에 의하여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교원단체의 선거운동에 걸림돌이 되는 이 조항과 교육관계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법개정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서 제기된다.
한편 언론은 선거법 제87조의 개정으로 선거운동이 허용되지 않던 사회단체들이 이제 선거 기간 중 이것까지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선거법 제87조는 노동조합과 더불어 사회단체들에 대해서도 같은 법 제81조에서 금지된 단체들이 아니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제81조는 정부투자기관, 개인간의 사적 모임 등과 함께 같은 법 제10조에 규정된 단체 즉, ①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출연 또는 보조를 받는 국민운동단체와 ②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는 이것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시민단체들은 이 규정에 근거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있게 되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바로 위에서 본 것처럼 같은 법 제60조와 교육관계법상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 때문에 이 법 제10조상의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로 남아 있게 됨으로써 종전과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게 된 것이다. 요컨대, 교원단체들이 이번에 선거법 제58조와 제87조상의 개정의 법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것과 더불어 선거법 제87조가 제60조에 우선한다고 하는 개정과 동시에 교원노조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상의 관계 조항들을 병행하여 개정하였어야 한다.
이러한 현행법의 해석론을 둘러싸고 각 교원단체들이 어떤 노선을 취할는지는 미지수이다. 합법에 묶여서 주저앉을 수도 있고, 위법을 알면서도 시민불복종으로 나갈 수도 있으며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왜 교원단체에 정치활동 특히 선거운동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공론화하고, 각 정당의 총선 공약에 문제의 관계법 조항들에 대한 개정 약속을 받아내며,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현행 법령들에 대해서 헌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 하겠다. 정치가 바뀌니 교육이 바뀌었다. 이제는 정치를 바꾸어 교육을 제자리에 올려 놓아야 한다. <허종렬 서울교육대학교 교수·교육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