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 때의 일이다. 화가인 친구를 찾아 강원도 고석정 부근에 간 적이 있다. 저녁 식사 후 친구와 함께 경관이 수려하다는 담터 계곡을 찾았을 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를 잡아끌었다. 무슨 일인가 가 보았더니 사람들이 양수기를 가져와 웅덩이에 물을 퍼내고 있었다. 무슨 공사를 하는가 싶었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밑바닥 돌까지 들어내 놓고 물고기를 송두리째 잡고 있었다. 나는 친구와 후배교사가 볼까봐 다른 쪽으로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후배 교사는 내게 신고를 하자고 했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발길을 돌렸다. 저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어디 그들뿐인가 싶어서였다. 착잡한 심정으로 오솔길을 걸어 산허리쯤에 왔을 때 나는 또 한번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모기장처럼 생긴 망사가 수백 미터나 가로 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뱀을 잡기 위해 그물을 쳐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뱀은 안 보이고 그물에 걸려 얼어죽은 개구리들만 널려 있었다. 그것 뿐이 아니었다. 숲 언저리에 조그만 새 한 마리가 땅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왠지 싶어 다가가 보니 덫에 다리가 걸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손등을 쪼아대는 새를 덫에서 간신히 빼냈지만 다친 다리도 고쳐주지 못하고 보내야 했다. 산길을 내려오면서 인간의 무지함을 새삼 느꼈다. 미물이지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생명들을 거리낌없이 해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그리고 교사로서 환경교육에 무관심한 일선 교육현장에 대한 책임감도 통감했다. 새 천년에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뤄야 공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먼저 환경 보호와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하겠다. <김호신 경기 화정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