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학년도 대입시부터는 과목․영역별로 구분된 수능 9등급제가 도입된다. 교육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8일 발표한 2008학년도 이후의 대입시안 주요 내용 중 하나다. 하지만 수능 9등급제로의 결정 과정에는 숱한 논란이 있었고, 대통령의 독자적인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능 7등급을 선호했으나 9등급을 주장하는 당시 안병영 장관의 고집이 관철됐다.
이런 사실은 전반기 교육혁신위원회의 활동을 담은 ‘교육혁신위 2년 활동 백서’가 최근 발간됨에 따라 알려졌다. 이 백서에는 이외에도 교육이력철, 서울대 폐지론, 교원정원 확보 약속 불이행 등 쟁점 사항들에 대한 교육혁신위, 교육부, 청와대, 국회 간의 갈등 양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노 대통령 “이력철은 오해 소지”=수능등급 분류에 대해 교육혁신위원회는 5등급 안을 갖고 있었으나 대학 측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15등급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육부는 처음에는 15등급을 주장하다가 뒤에는 9등급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수능등급은 2004년 8월 19일 국정과제회의에서 대통령은 9등급만 제시하도록 정리했고, 이는 최종안에서 관철됐다. 그러나 백서는 ‘대통령의 의지는 7등급 정도였고, 9등급제를 도입할 경우에도 1등급의 비율을 스테나인식의 4%가 아니라 정책적 선택에 의한 7%였으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 문재인 시민사회 수석, 혁신위 박도순 선임위원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병영 교육부장관이 고집을 꺾지 않았고, 그 후 총리주재 회의에서 9등급제가 유지됐다고 밝히고 있다.
전기 교육혁신위원회의 학교교육 개혁안의 핵심은 교사별 평가가 반영되는 교육이력철의 도입이다. 이는 2007학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2010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교사별평가를 도입하는 것으로 대입시안에 반영됐다.
하지만 교육이력철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부정적인 의향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명칭에서 교과나 성적 등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기존 제도 안에서 점수와 백분위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이다. 현 학교생활기록부에도 학습과 생활이 그대로 다 들어있어 학교생활기록부명칭을 그대로 사용해도 가능하다. 이력이라는 용어가 주는 오해가 있다”고 국정과제회의서 말한 것으로 백서는 밝혔다.
▲‘교원법정 정원 확보’ 흐지부지=혁신위는 학생부가 주요한 전형자료가 되는 2008학년도 이후의 대입시안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원법정정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데도 교육부가 이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대입시개선안을 발표하면서,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교육부, 행자부, 기획예산처, 교육혁신위, 정부혁신위 등이 합동으로 연구기획단을 설치해 2004년 말까지 증원 계획을 수립․확정한다고 약속하고는 구체적인 진행을 미루고 있어 개혁안에 대한 신뢰성이 상실되고 교원단체 등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폐지론’ 주제발표 가져=백서는 2003년 12월 국정과제회의에 보고된 ‘국립대 공동학위제, 교수 공동 채용 방안, 학생전학의 자율성 확대’ 등이 매스컴에 의해 서울대 폐지론으로 오도됐다고 하지만, 2004년 9월부터 추진된 국립대운영체제개선방안 과정에서는 사실상의 서울대 폐지 의지가 곳곳서 노출됐다.
고등교육분과는 국립대운영체제개선과 관련 2004년 11월 제2차 토론회를 가졌는데 유팔무 교수(한림대)는 ‘서울대 폐지론’을 주제발표 했다.
혁신위는 국립대운영체제개선 3개안을 마련했는데 이중 2안은, 국립대를 서울대학체제와 기타 4년제 국립대학체제로 구분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대학체제는 반드시 서울대학만을 포함시킬 필요는 없으며 사회적 합의에 따라 3~5개 대학이 동시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혁신위는 국립대운영체제 개선방안을 국정과제 회의에 상정하려 했으나, 국립대 법인화와 관련한 연구물을 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편 혁신위는 2003년 12월 1일 국정과제회의 이후 ‘대학이 지역의 대학이 되고, 사회가 대학의 주인이 된다’는 혁신위의 정책기조를 일관성을 갖고 추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효율성을 앞세우는 경제관료 중심의 대학교육 정책, 관리 통제를 근간으로 하는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대해서 혁신위의 기조로 대통령의 결단을 얻어내기에는 힘이 부족했다고 한다. 또 열린우리당과의 정책협의서는 ‘여당의 교육정책이 너무나 빈약했다’는 점을 느꼈다고 회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