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 구름많음동두천 -1.3℃
  • 구름많음강릉 3.5℃
  • 서울 0.4℃
  • 맑음대전 2.5℃
  • 맑음대구 4.1℃
  • 맑음울산 4.0℃
  • 구름많음광주 4.9℃
  • 맑음부산 4.8℃
  • 흐림고창 6.8℃
  • 제주 8.5℃
  • 구름많음강화 -2.1℃
  • 구름조금보은 1.1℃
  • 구름많음금산 2.2℃
  • 구름많음강진군 6.7℃
  • 맑음경주시 3.8℃
  • 맑음거제 5.9℃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실 창가에서>



열린교육 `형식' 버려야
이 영 재 전남 영암초등교 교사

지금까지 어떤 교육운동도 열린교육만큼 열정적이지 못했다. 새로운 수업이념, 방법은 교단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그 만큼 긍정-부정적인 시각도 크게
교차했다.
그 때문에 교사들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연구하고 워크숍을 여는 등 수업 적용을 위해 눈물나는 노력을 거듭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학교에서 열린교육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소위 `빨리 달궈지는 냄비가 빨리 식는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다.
우리 나라는 외래문화를 수용할 때 유난히 수다를 떨거나 과민반응 하는 경향이 있다.

만병통치약으로 과신

열린교육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 일본을 거쳐 온 열린교육을 수용할 때 우리의 반응은 유별났다. 미국 또는 일본의 특정학교에서
특색교육의 일환으로 시행된 교육형태를 우리는 대대적으로 퍼뜨렸던 게 아닌가 자성해 본다. 그래서 열린교육의 방법이라고 일컫는 수업기법이 학교,
학생, 지역의 실정을 무시한 채 무작정 전국 학교에 도입됐던 것이다.
열린교육의 신념과 본질을 미쳐 정립하지 못하고 기반과 외형이 서로 어울리지 못한 우스꽝스런 수업을 너도나도 해왔던 것이다. 그러다 비판의 소리가
커지자 그 때서야 뒤를 돌아보게 됐다. 뭐든 성급한 우리는 또 그 비판의 소리에 쉽게 기가 꺾여 열린교육은 어느새 가을 낙엽처럼 시들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열린교육이 `유행'했던 최근 몇 년간 `보여주기 위한 수업'에 있어서는 열린교육의 기법을 활기차게 선보였다. 왠지 유행하는 수업방식을
따라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교사가 되는 양 열린교육의 기법들을 열심히 적용했다.
그러나 보여주는 수업은 일반 수업과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평범한 수업을 하다가 손님만 오면 이상한 수업을 하게되니 아이들에게 괜한 오해를 사게
됐고 심지어 교사가 그 `이상한 수업'을 하려 하면 아이들이 `오늘도 손님이 오세요?'라고 묻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열린교육의 유행은 그 동안 교사들의 경험과 지식의 토대 위에 세웠던 학생관, 교수-학습관, 교과관을 흔들었다. 무엇이 먼저여야 하는지 판단할
겨를도 없이 열린교육은 시도평가, 학교평가라는 이름으로 사정없이 휘몰아쳤다. 그리하여 교육의 목표와 내용이 교육의 방법보다 뒤로 밀리는
주객전도의 엉뚱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교육 본질부터 숙고를

개별화 학습이 묘하게 학습지 남발의 수련장풀이식 단순 학습으로 전락했는가 하면 코너(자리)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 교수행위는 학생들로부터
멀어졌다. 또 복수교과 병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이상야릇한 복식수업이 이뤄졌고 직소우(전문가)학습은 학급 내 소수의 학생들만 우상이 되는 안타까운
차별 교육으로 변질됐다.
교사들이 이렇듯 갈피를 잡지 못하자 학생들도 흔들리고 결국 교실은 4판, 8판이라는 시리즈가 나올 만큼 어수선해 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객이 전도된 열린교육의 판을 정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무분별한 기법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교육 목표나 내용은 속(알맹이)이고
방법은 형식이다. 속(목표·내용)을 깊이 탐색한다면 자연 가르치는 형식(방법)은 도출되기 마련이다. 교사 각자가 깊이 성찰한 후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고안하고 적용해야 교실이 살고 교육이 살 수 있다.
`형식 애용운동'에서 `본질 규명운동'으로 변화해야 할 때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