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강하게 제기된 적은 드물다. 16개 시·도교육청이 3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그 심각성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중등 교육재정의 심각한 부족 현상의 배경에 지난해 12월 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3일 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교육재정 확보방안 마련 전문가 협의회’에서 파탄에 이른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접근법과 대응책이 논의됐다.
세수감소, 택지개발비 증가, 방만한 재정관리 등이 원인 초·중등교육재정 총 필요액수 검토 없어 3조 적자 발생 전국세미나 등 국민 이목 끌어 교육재정 심각성 알려야 1기 혁신위 소홀 ‘GNP 6%확보’ 2기는 반드시 마련해야
사회=서울시의 지방채 발행률이 19.3%에 이르고 경기도의 학급당 학생수가 45명에 달하는 등 IMF 당시보다 교육재정은 더 열악한 실정입니다. 재정 실태에 대해 성 서기관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삼제=IMF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방채가 올 한해만 3조에 달하는 등 교육재정은 지금 최악입니다. 원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감소, 학교설립 등 택지개발비용 증가, 방만한 시·도교육청의 재정관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도의 재원 없는 이월현황’이 1조3000억 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홍렬=시도교육청이 방만하게 재정 관리를 한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는 작년에 이미 걷히지 않는 교육세 때문에 손실이 5000억 이상 날 것을 알고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논의될 때 공론화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명숙=올 초 감사원 감사에서 그 때문에 교육부가 기관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던 당시 분위기에서 그런 발표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음을 감안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상황은 이해하지만 행정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습니까. 그랬으면 법 개정 과정에서 충분히 감안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세수추정이 그렇게 허술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추정단계에서 특소세 인하와 같은 제도적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로인한 결손액이 너무 컸던 것입니다. 내년에는 이런 변수들을 감안해 현실적 세수추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크게 나아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재정 압박은 더 가중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김=교부금법을 개정하려면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재정의 총액으로 얼마가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검토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을 적용한 첫 해인 올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3조원 이상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적자 살림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사회=예산의 운영 부분에 있어서도 궁금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조가 교부금으로 책정이 되었다면 그 돈이 다 집행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요.
우=그렇습니다. 물론 결손이 발생하는 경우 못나가는 금액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사회=그렇다면 사업성 경비의 위축이 예상되는데요. 드러난 결과로 보면 부족한 만큼 빚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성=2004년 결산이 이미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럼에도 2005년 예산을 늘려 잡은 것은 시·도교육청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추경예산을 마이너스로 잡았어야 합니다.
이원근=시 전입금이 모두 들어와도 인건비 부담률이 70%에 달합니다. 지방세 수입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내년예산을 짜는 일이 사실 힘겹습니다. 부산의 경우 단기채를 장기채로 전환하고, 학교운영비 등을 감해 올해보다 500억을 줄여 예산을 짜고 있습니다.
김=서울의 경우도 인건비 부담률이 80%에 달합니다. 다른 예산을 짤 여력이 없습니다.
우=실제로 지방세 세수는 국세에 비해 그리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담배 소비세나 등록세 등이 인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원근=그렇다면 교육부가 지자체의 세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정부와 교육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윤정일=결국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문제입니다. 1기 교육개혁혁신위원회가 한 일이 뭡니까? ‘NEIS’나 ‘서울대를 없애자’ 등 쓸데없는 갈등요소만 만들지 않았습니까? 재정이 이 지경 임에도 재원 확보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맞습니다. 혁신위에서는 재정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2기 혁신위의 설동근 위원장은 부산시 교육감을 하면서 교육재정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윤=재정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부만 압박해서는 안 됩니다. 행자부나 재경부 등 정부 각 부처 간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가 합심해 재정 위기를 정부가 절감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이슈화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혁신위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혁신위는 GNP 6% 확보방안을 만들어 김 부총리에게 주어야합니다. 경제통 교육부총리가 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사회=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결국 문제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럼 이 문제 많은 법에 대한 재개정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가 궁금한데요.
성=교부금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는 계획된 바 없습니다. BTL(민자유치, 장기상환)제가 도입되면 지방채는 1조 수준으로 떨어질 겁니다. 내년이면 법 개정 없이도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일 것으로 봅니다.
김=BTL은 민간 업자에게 학교 관리권을 넘겨주는 것입니다. 빚을 다음세대에게 떠넘기는 형식으로 숫자놀음을 하는 것이 어떻게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있습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장기채를 빌려 쓰는 게 낫습니다. 교부금법 개정 없이는 교육재정 결손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내국세의 19.4%가 아닌 25,4%는 돼야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김 위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윤 교수님이 지적하신대로 부처 간 조율이 우선입니다. 당장 레저세분 지방교육세 세율 60% 적용시한이 금년 말로 종료됩니다. 교육부는 2010년까지 연장 하려고 하지만 마사회 등의 반발이 거셉니다. 레저세 가 현행법대로 내년 20%로 줄어든다면 당장 3000억의 세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윤=그래서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교육재정 관련 전국 순회 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청와대와 혁신위뿐 아니라 국회도 공략해야합니다. 정권 재창출하려면 교육재정 GDP 6% 공약을 이행하라고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성=정부와 국회를 향한 로비와 더불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김=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연대 등에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교부금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져야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될 뿐입니다.
사회=올 하반기가 교육재정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교총은 오늘 나온 여러분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국순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회교육위를 통해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