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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편지> 아메리칸 뷰티

아메리칸 뷰티? 코리안 뷰티!


자신들의 추한 모습을 들추어내고 '아카데미'라는 최고 권위의 상까지 안겨주며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정신이 있기에 '아메리칸'에게는 아직
'뷰티'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역겨워!”(disgusting)
아카데미가 선택한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아이러니 하게도 '역겨움'이다. 이 말은 영화 전편에 걸쳐 아내와
남편, 자식과 부모, 친구, 이웃, 직장동료 사이에서 거침없이 내뱉어진다. 그리고 이 '내뱉어진 역겨움'에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왜. 자신들의
삶의 권태와 허무를 들여다본 것 같은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절대적으로 공감했기 때문에.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아메리칸 뷰티'는 우리에게 별로 절실한 울림을 전해주지 않는다. 영화를 본 대다수 관객의 '재미없다'는 평은
여기에 기인한다. 하지만 조금만 틀어 생각해보면 영화 속 '역겨움'에 우리가 공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우리사회의 '역겨움' 역시 그들 못지
않음을 깨닫기만 한다면.....
돈 뿌리는 정치인과 손 벌리는 유권자의 뻔뻔함,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재벌들의 행태가 잠든 아내 곁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남편,‘성공 이미지’를 위해 바람 피우는 아내, 동성애의 모순에 빠진 아버지, 마약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 등 미국사회의 구역질나는 행위보다
덜 혐오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딸의 친구에게 혼이 빠져 몸만들기에 비지땀을 흘리는 레스터가 중고생을 돈주고 사는 원조교제에 빠진 우리보다 더
혐오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어느 쪽의 '혐오지수'가 더 높은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추한 모습을 들추어내고 거기에 '아카데미'라는 최고 권위의
상까지 안겨주며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에 '아메리칸'에게는 아직 '뷰티'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에게도 '코리안 뷰티'의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구역질 나는 것을 끄집어내고 들추어낼 자세를 우리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정말
역겹고 혐오스러운 곳이 어디인지는 알면서 '바꿔'를 부르짖고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서혜정 hjkara@kfta.or.kr

‘아메리칸 뷰티’란?
가장 고급스런 장미의 이름. 금발에 파란 눈을 지닌 전형적인 미국 미인. 또는 일상에서 느끼는 소박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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