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멍으로 등교하는 학생을 붙잡아 놓고 "왜 이곳으로 다니느냐"고 물었을 때, 그 답변은 시대마다 달랐다. 60년대 학생들은 "죽을죄를 졌습니다. 저는 개입니다. 멍멍" 뭐 이런 식이었다. 70년대 학생들은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엉엉" 이런 식으로 순진한 면이 있었다.
그러더니 80년대 학생들은 "다른 아이들도 이곳으로 다녀요. 돌아갈게요", 90년대 학생들은 "엄마가 이쪽에도 대문이 있어야 된다고 했어요"라며 당당하더니 2000년대 요즘 학생들은 "가까워서 이쪽으로 다니는데 왜요?"라며 대드는 말투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우리의 예절교육은 한번도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그저 공부, 공부하면서 내 아이만 챙기는 그런 교육이 아이들을 이기적으로 만든 것 같다. 이제 우리는 개구멍으로 등교한 학생들이 `가깝고 편리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하면 혼내기보다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사고와 생활양식도 크게 변한 상황에서 과거의 틀만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변할 수 없는 `그 무엇'은 예절교육을 통해 지켜야 할 것이다. 교육계획의 첫머리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인간상을 만들자'라고 해놓는 건 어떨까. <박용기 경북 화령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