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농고인 우리 학교의 금년 졸업생 중 60%가 전문대와 산업대에 진학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취업했다. 요즘은 제조업체의 가동률이 높아져 현장 실습생의 대부분이 희망만 하면 취업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취업을 포기하고 진학에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말은 취업을 해도 적성에 맞지 않고 작업장의 환경이 열악하고 잔업 등 고된 노동에 비해 보수가 적고 장래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담임 교사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교 3년도 견뎌내기 힘들어했고 다분히 현실 도피적인 생각에서 진학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과연 학업에 얼마나 적응해 나갈 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실업고에서 진학률이 높다는 것이 꼭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다. 교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능력이나 개인적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고학력 선호사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체도 개인의 직무 능력에 기준을 두지 않고 학력 중심의 고용 패턴을 계속 유지해 학부모들의 대학 진학 욕구를 부채질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엄청난 교육비의 지출과 가계 부담을 초래하고 나아가 고비용을 지불해 학부를 졸업한 고급기술인력을 과잉생산하는 구조적 문제를 일으킬 개연성이 높다. 결국 기능올림픽의 주역이었던 고졸 중견기능인력의 부족 사태를 맞아 노동력 수입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의 질을 간과한 채 학생들의 진학 욕구만을 채워준다는 명목 아래 대학의 양적 확대를 꾀할 것이 아니라 실업고 교육의 내실화, 취업 환경 개선 등에 전력해야 한다. <김재환 경남 김해농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