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은 초임이나 경력이 낮은 교사나 맡는 것이라는 생각은 왜곡된 교직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일반적으로 경력이 많아질수록 담임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귀찮고 일거리가 많아질 뿐만 아니라 승진에 담임 경력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진하려면 부장경력을 쌓기 위해 부장을 선호하게 된다. 심지어 학교 조직에서 담임은 경력 있는 교사들에게 3D 직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게 되다 보니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뒷전이고 승진 점수만 관리하는 요령주의자가 생긴다. 이런 풍토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교사는 사무를 보는 일반직이 아니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기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은 공문 처리 능력과 같은 사무능력이 아니라 학생 지도능력에서 찾아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과 구체적 교육 실천은 교무실의 부장책상이 아니라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실에서 이루어진다.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지 교육행정을 하는 곳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부장은 학교행정을 위한 보직이고 담임은 학생을 실제로 지도하는 주직이다. 따라서 담임을 맡을 때에만 실제 교육 현장에 있는 셈이다. 부장도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담임처럼 학생들과 매일 생활하지 않는다. 부장은 교과지도만 맡는 비담임 교사와 다를 바 없다. 물론 부장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부장이 우선이 아니라 담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직이 주직보다 중시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력 있는 유능한 교사가 학생들과 교실에서 매일 접촉하여 상담하고 생활지도를 하는 일 대신에 공문만 만지작거린다면 교직 경험의 노하우를 썩히는 것이다. 실제로 담임은 부장 이상으로 학생 관리를 위한 일거리(성적관리, 출석관리, 생활지도, 상당 등)를 많이 맡는다. 일을 많이 한다는 측면에서나 학교가 가르치는 곳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보아도 담임 경력이 실제로 우대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진짜 교육은 아랑곳 않고 승진 점수만 관리하려는 사이비 교육자, 요령주의자가 점차 사라지고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본래의 임무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승진에서 담임 경력을 우대하는 정책, 이것이 작지만 근본을 바꾸는 교육개혁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부장 경력과 담임 경력을 동일하게라도 우대해야 한다. <김종호 대구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