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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산불 피해 고성 강릉 학교를 찾아

"희망까지 태우지는 못했다"

산불로 인해 강원도 고성과 삼척·강릉시 일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강원도교육청은 17일 피해학생 34명에게 교과서 354권을 무상지원하고
연간수업료 및 육성회비 전액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고성·강릉의 학교와 화재지역 주민과 아픔을 함께 하는 학교를 찾았다.

지옥불이 이보다 더할까. 한 발자욱도 뗄 수 없는 강풍. 시뻘건 불덩이는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학교를 빤히 바라보면서도
바람 때문에 소방차조차 진입할 수 없었다.
7일 새벽 3시30분. 강원 고성 오호초등교(교장 김철정). 인근 운봉산에서 시작된 불이 학교를 덮쳐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11명 교원들은
잠옷바람으로 달려 나왔다. 급한대로 학내전산자료가 입력된 컴퓨터 본체와 학적부 등 주요장부를 골라 차량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불길이 점점
거세지면서 더 이상의 조치는 불가능했다.
화마(火魔)가 훑고 지나간 오후 4시. 잔불 작업에 지친 교원들 앞에 뼈대만 남은 창고와 급식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교사(校舍) 외관은
유리창이 휘어지고 갈라지긴 했지만 의외로 멀쩡했다.
"유리가 한 장이라도 깨졌다면 학교는 전소되었을 겁니다. 하늘이 도우셨다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복구작업에 들어가면서 오호초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교육청과 도에서는 불이 난지 보름이 지나도록 보고만 요구할 뿐
속시원한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원진교감은 "시설복원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 걱정입니다. 산불의 진원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보상도 어렵다는데 학교예산은 없고, 그렇다고 지원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산불피해 지역인 강릉시 사천면. 사천중 운동장에는 컨테이너박스 29동이 서 있다. 학교가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전소된 석교1리
25가구(재학생 3명 포함)를 위해 학교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교과서와 교복지원은 물?교직원과 학생들이 성금을 모으고 컨테이너 동을 설치할 수
있도록 장소까지 제공했다.
"학교가 그동안 지역사회로부터 도움만 받지 않았습니까. 주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 조금이라도 환원해야지요"라며 최영철교장은 근심스럽게 덧붙인다.
"집이 복구되려면 1년은 걸릴 겁니다. 여름,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도 그렇고. 급한 대로 이동식 화장실이라도 좀 설치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18일 저녁 9시. 가스설비 공사가 한창인 컨테이너 동과 피지도 못하고 까맣게 그을려 버린 목련 봉오리 위로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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