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그물은 성기고 성긴지라 헐렁헐렁하지만 놓치는 게 없다” 노자의 말이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일들도 하늘 그물망 어딘가에 걸려 있는 이웃이란 얘기다. 그렇다. 세상은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연적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측량할 길 없는 우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바로 '매그놀리아'다. 자살하려고 옥상에서 뛰어내린 청년. 그는 몸이 바닥에 닿기 전 같은 아파트 건물에서 날아온 유탄에 맞아 절명한다. 눈 깜빡할 사이에 자살이 타살로 바뀐 것이다. 총에 맞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살 수 있었다. 밑에 그물이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총을 쏜 당사자가 청년의 어머니였다는 사실. 툭하면 싸우는 부모에게 환멸을 느끼고 평소 쓰지 않던 총에 실탄을 장전, 경각심을 주려다 자신이 변을 당한 것이다. 이처럼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또 있을까. 영화는 왜 이런 우연을 화두로 던졌을까. 퀴즈쇼가 방송되는 하루동안 일어나는 9개의 에피소드 속에 그 답은 숨어있다. 숱한 퀴즈 천재를 만들어 낸 '퀴즈쇼'. 신동후보 스탠리는 오줌을 참지 못해 프로를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수치심은 자신을 원숭이처럼 다루어 온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바뀐다. 방송 도중 졸도한 퀴즈지기 지미(필립 베이커홀)는 딸을 성희롱해 온 사실을 용서받으려 하지만 마약 중독자가 된 딸은 증오가 골수에 사무쳐 있다. 쇼의 산파 방송재벌 얼(제이슨 로바즈)은 오래 전 조강지처와 아이를 버린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고, 버림받은 아들 프랭크(톰 크루즈)는 텔레비전 스타 연사가 되어 "정복하라 그리고 짓뭉개라. 우리는 수컷이니까"라며 '여자 공략법'을 외치고 있다. 그럴듯한 간판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부모 자식간의 단절. 좀처럼 메워질 것 같지 않은 이 균열은 하늘에서 내린 개구리 비 때문에 '우연히' 봉합된다. 세상은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는 곳. 심판이나 용서는 인간의 몫이 아닌 것이니.... /서혜정 hjkara@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