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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재 키우는 일 가장 보람"

200억대 땅 기증 돈운학원 박병배이사장
대전 서구 내동 1만2000평 선뜻
"최고의 학교 만들어 달라" 당부

"고교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전예술고를 유지·경영하는 돈운학원 박병배이사장(84)이 최근 시가 200억원대의 부지를 대전시교육청에 기부채납,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옹이 기증한 땅은 대전시 서구 내동 220번지 일대 1만2000여평으로 개별공시지가에 의한 평가액만 74억5454만원에 이른다.
박옹은 당초 이 부지에 예술전문대학을 설립, 대전예고와 연계교육을 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이 지역에 고등학교가 부족, 주민들의 애로가
크다는 여론을 듣고 선뜻 기증을 결심했다. 둔산신시가지 인근에는 정부제3청사 이전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개발이 집중되고 있으나 학교를 세울만한
부지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박옹은 "어떠한 건물이고 시설보다 학교가 우선이고 학교는 가장 좋은 위치에 세워져야 한다"며 "학교 건립에 이 만한 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장 좋은 학교가 세워질 수 있다는 희망에 아무런 욕심 없이 내놓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옹은 지금의 서울대학교 전신인 경성제대를 졸업하고 경찰에 투신해 서울시경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대전일보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정계에
진출해서는 4, 5, 7, 8, 9대 국회의원으로 신민당 정책심의회의장과 통일당 최고위원을 맡기도 했다.
박옹이 육영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정계에 있으면서 부터. 60년대초 서울의 장훈학원(장훈고·장훈여상)을 인수, 후진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79년 정계를 은퇴하면서 아들 선우씨에게 장훈학원을 맡기고 낙향한 박옹은 대전에 서대전여고를 설립했다.
지금은 서대전여고를 장훈학원 산하로 편입시키고 박옹은 돈운학원 이사장직만 갖고 있다. 사학을 운영하면서도 친·인척은 일체 간여할 수 없게 했다.
투명한 경영만이 교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학교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에서 였다.
40여년 가까운 육영사업을 한 박옹은 "우리의 교육제도가 하향평준화를 유도,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에 소홀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한다.
박옹은 또 "학교를 통해 부를 창출할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다"며 "그런 만큼 사학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박옹이 기증한 땅에 박옹의 아호(서붕)를 딴 서붕고(36학급 규모의 남자고)를 2002년 개교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박옹의 숭고한 뜻을 기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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