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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육정책 실명제 추진해야

이 군 현

몇일 후면 스승의 날이다. 지난 2년간은 우리 교육계가 해방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했던지라 이번에 맞는 스승의 날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궁극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군인이 아니라, 교사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이 맞다면 지금 우리 교육의 붕괴 현상은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를 이대로 두었다가는 국가의 존폐를 염려해야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천자는 제사를 지낼 때 신분과 등급에 따라 자리가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승을 나란히 서게 하여 신하로 대우하지 않고, 배우는 것을 중시하고 스승을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제는 정말
이런 일은 옛말일 뿐이 되었다. 언론에 보도되어지는 교권 침해의 극단적인 모습은 듣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할 정도이다. 학생이
교사를 신고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등의 사건들이 그러한 것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현상의 밑바닥에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에서 스승과 제자를 사라지게 하고 맥빠진 선생과 이기적인
학생만을 덩그러니 차가운 교실에 남게 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교권침해가 지금처럼 문제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첫째, 근본적으로 우리 교육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목적으로 가지게 되면서, 그리고 중고등학교가
대학으로 가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교사들 역시 그 가치가 하락하였다. 우리 사회가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스승보다는 시험에 나오는 문제 하나라도
더 잘 집어주는 교사를 우선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해방이후 최대의 위기

둘째, 고학력을 가진 학부모들의 등장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받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인교육이
아닌 경쟁사회로 나갈 차가운 지식만을 배운 학부모들의 눈에는 학교에 있는 교사들은 무능과 부패의 한 단면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교사는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는지 감시해야할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셋째, 교사들 스스로가 전문직으로서의 노력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덕성 정진을 게을리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다른 분야와는 달리 여전히 폐쇄적이고, 자율성 없는 행정 역시 교사들의 변화를 더디게 하고 있다. 교육과 학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고, 교사에 대한 가치 역시 상승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승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전문성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르침의 요체는 스승과 제자가 일체가 되는 것에 있다.

원칙이 없는 교육정책

넷째, 가장 큰 문제는 정부 교육정책의 무원칙, 무일관성에 있다. 지난 2∼3년 동안에 정년단축으로 인하여 교원이 부족하자 기간제교사를
채용한다,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초등학교 담임을 준다는 등 뒤죽박죽이다. 최근에 교육부에서 교직안정 발전방안 공청회를 열고 있는데 앞으로는
정부의 모든 교육정책에 대하여 정책실명제를 추진하여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할 것이다. 작년에 교육부에서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할 때에 연간 6조2천억원씩을 증대하여 5년간 1백13조원의 교육예산 투입을 호언장담했지만 용두사미가 되었다.
이제 정부가 선생님들의 처진 어깨를 다시 올려주고 지친 얼굴을 회복시켜 주는 길은 사기 앙양과 스승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수를 증대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서 창의적 수업의 여건을 만들어 신바람나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원들이 근무중 각종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이 보험료를 학교운영지원금이나 정부 지원금으로 납부해주도록 함으로써 교원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교원
안전보호막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또한 전국 광역시별로 교원을 상대로 수익사업을 하는 교원공제회 건물의 신축도 필요하지만 교원복지 측면에서 교원
통합병원을 만들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원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실질적으로 지원하여 스승의 품위가 유지되고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적어도 10년에 1년 정도는 봉급의 전액을 받으면서 안식년을 가져서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과기원 교수·대전교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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